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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一石)
작품등록일 :
2019.04.01 10:49
최근연재일 :
2019.07.26 06:05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81,267
추천수 :
1,182
글자수 :
491,248

작성
19.06.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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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추천
5
글자
11쪽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4

DUMMY

이설이 가져온 접시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 상에 올라간 접시들과 한 세트가 아니었고, 조금 오래된 접시인지라 디자인이 조금 구식이었다.



“우와아!! 우리 설이가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호호호홋!!”

“올림픽 메달도 좋지만 저건 뭐......”


고모의 반응은 올림픽 금메달보다도 더 신기해하는 느낌이었다.


“고모!! 오늘은 안 주무셔요?”

“응? 응.”

“왜요? 단오가 귀찮게해요?”

“그 정도야 끄떡없지. 크크큭!!”


단오의 롤 모델이 고모였기에 고모가 오면 고모 옆에 껌 딱지처럼 딱 붙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귀찮게 한다.


“하긴. 고모가 그간 쌓아온 내공이 있고, 단련된 스킬이 있는데.”

“그렇지. 그 정도야 간단하지.”


고모가 자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잔다.

천둥이 치든 벼락이 치든 상관이 없다. 추워도 상관없고, 더워도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할머니께서 꼬집고 할퀴며 깨워도 꿋꿋이 잔다.


신기한 것은 대화를 하면서도 주무신다는 것이다. 즉 단오가 묻는 말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대답을 해주면서도 잔다.

단점이라면 자고 일어나서는 자면서 했던 대화를 모두 잊어먹는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고 맹점이라면 맹점이다.

조금 어이없는 일이지만 대화를 했다는 것 자체를 잊으신다. 단오는 대화를 했지만 고모는 그 시간에 주무신 것이다.


“그럼 왜 안 주무시고.....”

“벼룩도 낯짝이 있어서 잠깐 나와 본 건데......”

“그럼 이제 들어가서 주무시면 되겠네.”

“아니야. 아니야. 잠자는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한 것이 있어서.”


엄마와 올케인 설이 엄마는 일하는데, 자신은 홀랑 들어가서 자기가 미안했다.

자신이 있어봐야 도움도 되지 않고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 얼굴이라도 비추러 나왔다는 말이었다.


평소엔 잠깐 얼굴을 비추는 정도로 끝나고 금방 들어가셨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꾸물거리다가 심부름이라도 시키는 날에는 뒷감당이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어영부영하다가 좀 더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해서 자는 것까지 뒤로 미루게 된 것이고 말이다.


“고모한테 주무시는 것보다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 있었어? 그거 신기하네.”

“그렇지? 너도 신기하지?”

“고모한텐 자는 것이 남는 것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잠자는 거잖아. 안 그래?”

“그렇지. 그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절대 불변의 당연한 일이지.”

“근데 이번엔 어쩐 일이래?”

“나도 몰라. 그리고 그 때문에 나도 지금 무지 신기해.”


고모의 소망은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을 꼽아보자면, 석 달 열흘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줄기차게 잠만 자는 것이라고 한다.

애석하게도 배가 고파서 도저히 잘 수 없다는 것이 짜증이고 불만이었다.


“내가 기필코 찾아낸다.”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란다.

이설은 그것이 농담임을 잘 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농담인지에 대해 문득문득 의심이 드는 점 또한 어쩔 수 없음도 잘 안다.


“사실 그렇잖아. 고모가 깨어 있는 시간은 밥 먹는 시간이 유일한데.”

“크크큭!! 내가 또 먹는 시간만은 칼 같지?”

“그건 잘 알고계시네. 고몬 자다가도 밥 먹는 시간엔 귀신 같이 일어나잖아. 누가 깨우지 않아도 말이야.”

“그게 바로 스킬이라는 거야.”


하루 24시간을 잠만 주무시는데, 밥 먹는 시간만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일어난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설이의 동생 단오가 고모에게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그거였다. 단오는 잠을 자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 스킬이 보통스킬인줄 알아?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궁극의 스킬, 바로 그 거야.”

“생존 본능? 궁극의 스킬?”

“밖에 놀러나가 있는 놈 것은 있어도, 자고 있는 놈 것은 없다는 말이 있잖아.”

“그런 말이 있긴 하지.”

“할아버지와 할머닌 그런 부분에서 좀 철저하시거든.”


잠을 너무 자서 일부러 그러시는 경향이 있었다. 그만자라고 깨우시는 방편으로 이용하신 거였다. 그래봐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수면제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누가 깨워서 일어나는 것은 하수야. 하수.”


‘잠순이’ 혹은 ‘수면제’ 그것도 아니면 ‘또 자?’나 ‘아 자?’ 등등이 고모의 대표적인 별명이다.

참고로 ‘아 자?’는 ‘아직도 자?’이다.

어쨌든 할머니가 가끔 하시는 말씀 중에 ‘아마 쟤가 잠자는 걸 조금만 줄였으면 우리나라가 달라졌을 거야.’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잠을 많이 잔다.


“그럼 고모는 열심히 구경하셔. 난 대충 끝나는 것 같으니 이것들이나 들고 들어가 볼게.”


도토리묵의 완성은 좀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도 이제는 묵이 식어가면서 어리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지 크게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설의 심부름도 이 정도면 얼추 마무리란 뜻이다.

설거지까지 도와드렸으면 좋겠지만 그것만은 할머니께서 싫어하신다.


‘주방에서 보조하는 것도 괜찮고, 요리를 직접 하는 것까지도 괜찮은데, 설거지는 왜 그러시는지......’


설거지보다 요리하는 것을 더 싫어하실 것 같은데 할머니는 그 반대다.

다년간 할머니의 보조를 해온 탓인지, 아니면 군대에서의 경험 탓인지, 아버지가 요리를 아주 잘하셔서 별식도 자주 해주시곤 한다. 그런데 그건 할머니도 환영이시고, 아버지께서 쉬는 날이면 가끔은 해달라고 부추기시기도 하신다. 하지만 설거지는 본인이 요리했을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적으로 반대하신다.


구체적인 이유는 당신께서 말씀해주지 않으셔서 알 수 없다. 그저 ‘그냥 보기 싫다.’라고만 하신다.


“야!! 나도 일어날 거야.”

“가긴 어딜 가? 넌 여기 뒷정리하고 설거지나 혀.”

“엄마!! 나 이제 자러......”

“여태 방해했으니까 설거지나 혀.”

“엄마가 저리가라고......”

“치나라고 할 때 치났어야지 인자서 가려고 혀? 여기 설거지 다 혀놓고 뒷정리까지 깨끗허게 잘 혀놔.”


고모는 할머니에게 붙잡혀 마당 한쪽의 야외 우물에서 설거지를 담당하게 되었다.


“고모!! 수고.”

“야!! 꼬래비!! 제일 꼬래비 쫄자가 가긴 어딜 가? 넌 군대까지 갔다 온 놈이 가란다고 정말 가려고 하냐?”

“그럼 내가 좀 도와줄까?”

“당연하지. 가장 쫄짜인 설이 니가......”

“도와주긴 뭘 도와줘? 여자가 몇인디.”


고모의 도와달란 소리는 중간에 자르고 나선 할머니의 한방에 끝이었다.


“엄마!! 그건 남녀 차별......”


짝!!


“아얏!!”


궁시렁 거렸다가 얻는 것이라곤 등짝스매싱 밖에 없다.


“엄마~”

“엄마고 점마고간에 설거진 니가 혀. 우리 귀한 손주 시키지 말고.”

“남자가 설거지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남녀차......”

“그리여. 내가 남녀차별 허는 것 잘 아니까, 설거지는 니가 혀.”


얄짤 없었다.

고향동네 시골 분위기가 아주 구식이어서 여자한테는 공부도 시키지 않았었다. 그래서 설이의 고모가 이 근방의 여대생 1호였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갈 정도의 출중한 실력 탓도 있지만, 그런 동네의 분위기 속에서도 설이네만큼은 아들, 딸,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설거지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당연히 이번에도 얄짤 없다.


“호호홋!! 저하고 같이 해요. 고모!!”

“야 이설!!”

“저것이 진짜......”

“아...아냐. 엄마. 설거지 시키려고 하는 것 아냐. 정말이야.”


할머니의 등짝스매싱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할머니의 도끼눈 한방에 고모의 꼬리가 바로 내려간다.


이건 절대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한 성격하는 고모인지라 외압에 고개 숙이는 일은 좀처럼 볼 수가 없는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그럼 뭐? 뭣 때문에 귀한 내 손주를 불러대싸는데? 응?”

“설이 넌 이 고모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들어가서 반성해.”

“저것이 진짜.”

“이 모든 핍박과 설움의 원흉이 너란 사실은 스스로가 잘 알 거야. 하니까 넌 벽 보고 무릎 꿇고서 손 들고 있어. 알았어?”

“저것이 끝까지......”

“아냐. 아냐. 그건 너무 쉬워. 그래 넌 손 꿇고 무릎 들고 있어라. 손 꿇고 무릎 들고. 알았지?”


고모다웠다.

고모하고 있으면 절대로 심심하지는 않다. 오죽했으면 잠자면서도 모든 대답을 다해주겠는가? 절대로 입으로는 지지 않는다. 물론 배짱으로도.


“설이 너는 언능 들어가서 하나씨 어쩌나 한 번 봐라.”

“예.”

“술 너무 많이 드시게 하지 말고. 알았쟈?”

“단오가 할아버지 옆에 딱 붙어서 잘하고 있을 거야.”


단오의 임무였다.

원래라면 고모 옆에 꼬리처럼 붙어다녀야 정상이었지만, 할아버지의 술 드시겠다는 걸 말릴 수 있는 사람이 단오뿐인지라 막중한 사명을 띠고 거기에 있는 상태이다.


“단오 하나로는 힘들 것인게로 설이 니도 가봐라. 언능.”

“아빠도 있어서 괜찮을 거예요. 걱정마세요. 할머니.”


설이와 단오가 태어나기 전에는 할아버지의 화를 풀 수 있는 사람으로 아버지 이강찬이 유일했단다.

고모의 말씀으론 너무 화가 나셔서 아무도 못 말리는 상태가 됐을 때도 아버지 이강찬만 등장하면 사르르 풀어지곤 하셨다는데,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그 일을 대신하는 이들이 바로 단오와 설이이다.

원래는 단오가 아니라 설이의 담당이었는데, 군대에 간 사이에 단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그런대로 실적이 나쁘지 않아 계속하는 중이다.


“그래. 설이 네가 얼른 들어가봐라. 얼른.”

“아빠까지 있어서 괜찮다니까요. 고모!!”

“이제 니 아빠도 약빨 다 떨어졌어. 단오가 아무리 아양 떨어봐야 설이 니가 한마디 거드는 것만 못해. 그러니 얼른 가봐.”


고모가 설이를 재촉했다.

조금 전까지 장난을 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정색 일변도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할아버지의 혈압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의사인 고모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이설네 집안의 가족력이었기에 높기는 했어도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었는데, 갑작스레 더 높아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대로 술 못 드시게 하고. 알았지?”

“알았어요.”

“얼른 들어가. 얼른.”

“걱정마세요. 단오가 힘들었으면 이미 SOS가 왔을 거예요.”

“하긴, 그렇긴 하지.”


단오로부터 SOS가 없었다는 뜻은 방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걸 믿기에 설이도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었다.

그래도 들어는 가봐야 한다. 할아버지께서 워낙에 술을 좋아하시는지라 쉬이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오래오래 사세요. 하나씨!!’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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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6 19.07.17 404 7 11쪽
91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5 19.07.16 420 7 11쪽
90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4 19.07.15 422 8 11쪽
89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3 19.07.12 414 7 11쪽
88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2 19.07.11 436 8 11쪽
87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19.07.10 439 7 11쪽
86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5 19.07.09 453 7 11쪽
85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4 19.07.08 447 8 11쪽
84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3 19.07.05 449 9 11쪽
83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2 19.07.04 444 7 11쪽
82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19.07.03 461 6 11쪽
81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7 19.07.02 480 7 11쪽
80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6 19.07.01 491 6 11쪽
79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5 19.06.28 478 8 11쪽
78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4 +1 19.06.27 491 7 11쪽
77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3 19.06.26 481 7 11쪽
76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2 19.06.25 486 6 11쪽
75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19.06.24 488 7 11쪽
74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5 19.06.21 489 5 10쪽
73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4 19.06.20 498 6 11쪽
72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3 19.06.19 495 7 11쪽
71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2 19.06.18 506 6 11쪽
70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19.06.17 539 5 11쪽
69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6 19.06.14 532 7 11쪽
68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5 19.06.13 538 4 11쪽
67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4 19.06.12 536 5 11쪽
66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3 19.06.11 536 4 11쪽
65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2 +1 19.06.10 553 7 11쪽
64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19.06.07 587 8 11쪽
»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4 19.06.06 585 5 11쪽
62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3 19.06.05 58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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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19.06.03 64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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