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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一石)
작품등록일 :
2019.04.01 10:49
최근연재일 :
2019.07.26 06:05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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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65
추천수 :
1,182
글자수 :
49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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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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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추천
8
글자
11쪽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DUMMY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농촌의 아침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빨리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여름이란 계절의 아침은 더욱 빠르다.


“벌써 일어났어?”

“예. 한 바퀴 돌려구요.”

“그것도 좋지. 그럼 할아버지랑 같이 뛸까? 오래간만에.”

“뛰시는 건 좀 그렇지 않으세요?”

“그런가?”

“할아버진 자전거로 하세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아들, 딸과 어울리며 함께하시는 걸 상당히 좋아하셨다.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에 별다를 것 없다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는 유독 심한 편이셨다. 6.25 전쟁 통에 형제들을 모두 잃고, 이설의 증조할아버지와 단 둘이 생활하며 단란한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탓인 듯하다.


어쨌든 그러다 손자인 이설이 태어난 이후론 어떤 것이 됐든 이설과 함께 하는 걸, 아들이나 딸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신다.

이설 덕분에 아버지의 강요 아닌 강요에서 벗어났다고 고모가 엄청 좋아하셨다.


-오오!! 우리 효자 조카!!-


한동안 고모는 효자 조카 혹은 효자 아들이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져 잘생긴 조카라 부르시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여전히 효자 조카로 부르곤 하신다.


효자 조카는 태어나자마자, 즉 태어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넘치도록 효도했다고 해서 붙인 별명 아닌 별명이다. 그리고 이건 가족이란 테두리 밖으로까지 퍼져나가 동네의 아버지 친구 혹은 선후배의 또래들 사이에서는 ‘우리 효자 아들’ 혹은 ‘우리 잘생긴 아들’이 이설의 이름을 대신하여 불리기도 했었다.


“쩌어기 니네 잘생긴 아들 온다.”

“오오!! 효자 아들, 오랜 만이야.”


대충 이런 식으로 활용이 된다.


고모 덕분에 민망한 별명까지 생겨, 이제는 제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해도 고몬 시시때때로 잘생긴 조카나 효자 조카로 부르곤 하신다.


“그럼 가 볼까?”

“방향은 어디로 잡을까요?”

“어디가 좋을까나?”

“송월리의 우리 논 쪽이 어떠세요? 그쪽으로 잡을까요?”


설이네는 논이 상당히 많았다.

서울에서 전주를 거쳐 정읍시 이평의 아버지 고향으로 다시 되돌아온 이후, 한동안은 농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었다.


시골로 되돌아오기는 했지만 생활의 방편만은 여전히 전주와 서울의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였었던 때문에 농사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평이 기업농 시범단지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대폭 강화되는 일이 있었다. 그 덕분에 이설의 할아버지도 다시 한 번 농사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적 관계수로와 농지정리가 된 곳이 바로 이평의 배들평야였고, 논농사와 관련된 시범영농은 많은 수가 배들평야를 포함하여 이루어지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농 혹은 기계화영농과 관련한 정책도 이곳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원이 엄청 많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농사를 다시 시작하기는 했지만,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설의 아빠가 고향에 남아있는, 혹은 시범단지로 지정되면서 되돌아온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짓는 거였다.

기업농 시범단지여서 모든 일이 기계로 이루어지고 한 가구가 짓는 농사의 양도 엄청난데, 그 중 가장 멀리 있는 논이 바로 이웃한 부안군의 백산면 송월리에 있는 논이었다.


“아냐. 어차피 내가 농사짓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그쪽으로 갈 필요까지는 없고......”

“그럼, 만석보 쪽으로 할까요?”

“만석보?”

“오랜만에 동진강 강둑을 타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조금 돌더라도요.”

“그래. 그럼 그러자. 그쪽 길이 그나마 좀 좋으니, 그쪽이 괜찮을 것 같다. 아침이라 강바람도 선선하니 괜찮을 것 같고.”


풍경은 방향 설정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라곤 저 멀리 지평선을 이룰 즈음에 위치한 노령산맥이 고작이다. 산맥이 보이는 그 지역까지는 벼농사를 짓는 너른 벌판의 연속이다.


처음 언급했던 송월리 쪽은 정읍과 부안의 시∙군 경계를 넘어야해서인지는 몰라도 길이 조금 좋지 못했다. 그쪽보다는 동진강 둑을 타고 달려서 저 멀리 동학혁명의 시발점이 된 만석보를 향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군대 갔다 온 이후 처음이지?”

“예. 이렇게 달리는 것은요.”


다니는 학교가 전주에 소재한고로 주 생활권은 전주이지만, 시골에 내려오면 할아버지와 많은 것을 함께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아침운동으로 지금처럼 달리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가족력인 고혈압 때문에라도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으시는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최소 한번쯤은 함께하자고 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이설이 군대에 갔다 온 이후론 손자가 다 컸다고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그러지를 않으셨다. 할아버지 본인이 하는 제안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손자에게 강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탁 탁 탁타!!

드르르륵!!


탁 탁 타!!

틱 틱!!


탁 탁 타!!

드르럭!!


할아버지가 탄 자전거 소리가 요란하다.

이설의 발소리와 함께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해서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 시끄러웠다.


“할아버지!! 이 자전거 얼마나 됐어요?”

“아마... 설이 네 나이와 비슷할 걸?”

“그래도 잘 나가네요.”

“후훗!! 잘나가야지. 그러라고 날마다 손보는 거니까 말이야.”


시골에서는 뭐든지 손수 할 줄 알아야 된다.

두꺼비집으로부터 전기선을 따와 설치하는 간단한 전기 배선 공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자주 사용하는 전동 농기구들에서부터 난방보일러까지, 웬만한 것은 손수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출장도 잘 와주지 않을뿐더러 설령 출장을 와준다고 할지라도 기사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애로사항이 아주 많다. 따라서 농촌에서 살려면 어지간한 문제는 자체해결이 필수이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자전거와 같이 간단한 것들은 분해조립을 하는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바퀴에 구멍이 나면 튜브를 교환하거나 직접 때울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것들에 대해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늘 함께했던 탓에 어지간한 것들은 이설도 아주 잘한다.


“몇 년 후엔 너한테 물려줄 테니까 설이 네가 타.”


농담인지 진담인지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시다. 그 덕분에 설이의 것으로 예약이 된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대부분이 최하 20여년은 되는 것들인데, 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시는 것들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이 소리는 어떻게 안돼요?”

“왜? 좀 거슬리냐?”

“전 큰 상관없는데, 동네사람들 다 깨우겠어요.”

“이게 손 볼 때만 잠깐 괜찮고, 좀만 지나면 다시 그러고, 다시 그러고, 그러네.”


너무 오래된 탓이다.

스타일이 조금 구식이어서 그렇지 아직도 잘 나가고 크게 녹슨 곳도 없어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고장 아닌 고장이 난 부분도 상당하다.


“덮개를 없애버리는 것은 어때요?”

“덮개를?”

“제가 볼 땐 그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거 없으면 바지에 기름이 다 묻어서 안 돼.”


자전거 체인의 덮개와 자전거 페달의 연결부위가 닿아서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께서 주기적으로 윤활유를 발라주시는지라 덮개를 없애는 것은 좀 그렇고, 계속 사용하려면 교체라도 해야 하지만 그냥 쓰고 계시는 할아버지시다.


“있다가 손이라도 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럼 그럴까?”

“제가 해놓을 게요. 할아버지.”

“아니야. 됐어. 재미삼아 내가 하지 뭐.”

“그럼 할아버지께서 감독하세요. 제가 시범 조교할게요.”

“후후훗!! 그럼 그래볼까?”


사실, 자전거 고치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일들은 농사일을 하지 않으시는 할아버지의 소일거리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설이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항상 이설과 같이 했었는데, 이런 일들도 제대 이후로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설 입장에서는 썩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나름대로는 꽤나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께서 느끼신 것이 있었던 듯, 같이하자고 하시는 경우가 많이 줄어 자연스럽게 그리 됐었다.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져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야 죄송함을 느꼈던 설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재미고 추억이란 사실도 그때에서야 깨달았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지금은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자주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을 낼 수 있을 때에라도 함께하려는 생각이다.



“설이, 운동 나가냐?”

“예. 아저씨.”

“어르신 댕겨오세요.”


휙 휘익!!


할아버지는 동네 아저씨의 인사에 손인사로 대신했다.

다들 아버지의 선배고 후배들이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직장을 위해 도회지로 나갔다가 기업농 시범지구로 지정되면서 귀농하여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 덕분에 설이 아빠가 직장에 다니면서도 농사를 지을 수가 있었다. 저분들이 세세한 것까지 자기들 일처럼 도와주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콤바인, 트랙터, 이앙기, 등등 각종 농기계들에다가 그런 농기계들이 들어갈 농기계창고까지 갖춰져야만 한다. 그러라고 무이자로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지원이 되기까지 했는데, 설이네는 그런 것 없이도 농사를 짓고 있었다.


“설이 나가니?”

“예. 삼촌!!”


할아버지의 자전거는 확실히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물론 지금 이 시간이면 이미 한참 전에 다들 일어나있었을 것이기에 크게 불편을 끼친 것은 아니었음으로 그러려니 한다.


“난 우리 설이가 그렇게 잘 달리는 줄은 몰랐네.”

“아빠는 저보다 더 잘 달렸다면서요.”

“누가 그래. 할머니가 그래?”

“할머니도 그렇고. 고모도 그렇고.”

“하긴. 네 아빠가 잘하기는 정말 잘했지. 너희 할머니가 그만두게 해서 그만뒀지만 말이야.”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할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회귀의 기쁨 중의 하나이다. 이 세상에서 이설 자신을 가장 믿어주는 사람 중의 하나가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엄마가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불안해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성향인 반면, 할아버지와 아빠는 모든 일에 대해 지지해주신다. 물론 속마음은 불안감이 크시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무한신뢰를 보내신다.


“약은 잘 드시고 계시지요?”

“그려. 잘 먹고 있은게로 걱정하지 말어라.”


‘에휴우!! 약을 잘 드셔야 하는데......’


고혈압으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었다.

혈관이 너무 크게 터져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다고 의사가 말했었다. 서울에 살고 있던 고모네가 올 때까지 연명시키는 것이 고작일 뿐이었다.


‘단오한테 시켜뒀으니 잘하겠지.’


할아버지의 약은 단오보고 챙기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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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2 19.07.11 43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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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7 19.07.02 480 7 11쪽
80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6 19.07.01 49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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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2 19.06.25 486 6 11쪽
75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19.06.24 488 7 11쪽
74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5 19.06.21 489 5 10쪽
73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4 19.06.20 498 6 11쪽
72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3 19.06.19 495 7 11쪽
71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2 19.06.18 506 6 11쪽
70 제 15 장 꿈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다. 19.06.17 539 5 11쪽
69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6 19.06.14 532 7 11쪽
68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5 19.06.13 538 4 11쪽
67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4 19.06.12 536 5 11쪽
66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3 19.06.11 536 4 11쪽
65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2 +1 19.06.10 553 7 11쪽
»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19.06.07 587 8 11쪽
63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4 19.06.06 58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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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제 11 장 베이징 올림픽!! 1면을 장악하다. 그 두 번째. 4 19.05.31 66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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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9 장 방아쇠, 심지에 불이 붙다. 19.05.13 79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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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 9 장 금메달 미디어데이-나의조국 대한민국은·····. 2 19.05.10 80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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