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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일석(一石)
작품등록일 :
2019.04.01 10:49
최근연재일 :
2019.07.26 06:05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81,197
추천수 :
1,182
글자수 :
491,248

작성
19.06.10 06:05
조회
552
추천
7
글자
11쪽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2

DUMMY

‘단오한테 시켜뒀으니 잘하겠지.’


할아버지의 약은 단오보고 챙기라고 했다.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병원 가시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시고, 약 드시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못마땅해 하셔서 잘 드시지 않으려고 하신다. 하는 수 없이 동생 단오가 어린양을 하면서 약 드시는 습관이 들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태이다.


“약 빼먹지 말고 드세요.”

“너까지 잔소리냐? 그렇잖아도 너희 고모한테 실컷 들었다.”

“할아버지 혈압이 200이 넘는데요. 아빠도 그렇지만 고모가 많이 놀랐어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잘 챙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혈압이 높은 줄은 알았었지만 그 정도로 높은 줄은 몰랐었다.

담배를 끊으시고, 그 좋아하시던 술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드시지 않는 수준으로 자제하시고 있으며, 꾸준히 운동까지 하셔서 조금 높은 정도에서 잘 관리가 되고 있는 상태였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높아져버린 탓에 가족들 중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었다.


‘고모가 자책이 심했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모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시골에서 딸을 대학에 보낸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고모가 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에는 그랬었다. 실제로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 친구분들이 만류하기까지 했었단다.


“아들내미는 어찌케 헐라고 딸내미를 대학엘 보낼라고 혀?”

“그리어. 등록금이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닌디 덜컹 합격이라도 히버리면 골치아파져. 잘 생각히봐.”


딸이 둘째였다면, 그래서 아들이 이미 대학에 들어간 상태였다면 괜찮았겠지만, 그 반대였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심했었다. 당시만 해도 시골에선 대학생 하나면 집안의 기둥뿌리가 흔들린다고 하는 시기였기에 당연한 우려이다.

그런 때에 그냥 대학도 아니고 대학등록금이 배로 비싼 의대까지 보내서 의사를 만들어줬는데, 의사 딸내미가 돼서 아버지의 혈압 하나 관리하지 못했다고 아주 심하게 자책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게 해야지. 후후훗!!’


달리는 중에 불어오는 아침 바람이 너무 좋았다.

속도를 내지 않아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얼마든지 가능했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기자들 때문에 고생하시지는 않으셨어요?”

“후후훗!!”

“왜요? 여긴 기자들 오지 않았어요?”

“왠걸? 솔찬히 왔었지.”


원래 올림픽 선수의 가족들 집에는 방송팀도 들어오고 여러 곳의 기자들이 붙기도 한다.

물론 가족들은 일반인인지라 그들이 거절하면 방송이나 기사화가 되지 않지만, 기자들의 접촉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순순히 물러나던가요?”

“그랬겠냐? 완전 진드기였지.”

“그런데 어떻게 하셨는데 다들 물러났어요?”

“후후훗!!”


이설은 기자들에게 있어서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 예상되는 수영의 박대환 선수와 전통의 메달밭인 양궁, 레스링, 유도, 태권도, 등등의 메달가능성이 있는 종목과 인기종목인 축구 야구 배구 등등의 선수들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비인기종목에 메달가능성이 아예 없는 육상의 이설이란 선수는 물론이요 거기서 한 치가 더 나아간 선수의 가족들이라면 애초에 관심의 대상 후보조차 될 수가 없었다.


뜬금없는 등장에 워낙 시선을 끌었었기에 대회 시작 전에는 그나마 어느 정도의 관심이지 있었으나, 대회가 시작되면서 관심을 둬야할 종목들이 많아지면서 이설 자체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가족들이 미디어의 관심범위 밖이 되는 것은 아예 거론의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이설이 만들어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적과 함께 분위기는 한순간에 달라져버렸다.


“여기서 버티면 얼마나 버티겠냐? 있을 곳도 없는데.”

“하긴요.”


이설의 고향 시골동네는 배들평야의 평야지대 한가운데에 있다.

편의점은 고사하고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으며, 가게라도 갈라치면 차를 타고 20분 이상 나가야만 한다.

있는 것이라고는 양조장에서 받아온 막걸리를 파는 곳이 유일했다. 그곳조차 낮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어서 장부에 얼마치 가져갔다고 본인 스스로 적어놓고 마을의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가는 마을 회관이다. 물론 마을회관은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이설이 100m 결승에 오르고 사상 첫 메달이 기대되자 기자들이 꼬이기 시작했고, 금메달을 연속으로 따내자 가족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인 취재까지 시작됐지만 취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찬기가 애썼지.”

“찬기 삼촌이요?”

“마을 진입로를 물배미 논이 있는 데에서부터 막아버렸거든.”

“예에?”

“트랙터에 큼지막한 트레일러를 달아서 거기다 주차해놓으면 진입 불가지 뭐.”


이설은 아버지 또래의 가까운 동네 어른들께는 전부 삼촌이라 부른다. 애기였을 때부터 그렇게 불러왔던지라 호칭이 그렇게 굳어진 상태이다.

찬기 삼촌은 아버지 2년 후배인데, 마을 이장을 보고 계신다. 그 찬기 삼촌에게 아버지가 부탁하셨단다.


물배미는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물 찐다고 해서 물배미라고 불렀는데, 마을 초입에서도 한참 떨어졌다. 참고로 물 찐다는 말은 물이 배수가 되지 않고 쌓이는 형상을 ‘물 찐다’라고 말한다.


시골마을의 진입로가 다 그렇듯이 설이네 고향마을도 진입로가 그리 넓지가 못하다.


“찬기가 마을방송으로 기자들에게 협조해주지 말라고 동네사람들에게 말했거든.”

“흐흐흣!!”

“마을 회관도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해버렸고.”

“크크큿!!”


원래 마을회관은 외부의 손님이 오면 숙소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버린 거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마을로 들어와 봐야 앉아서 쉴 곳도 없고, 음식은커녕 물 하나 사먹을 곳도 없으니 오래 버티지 못하지.”

“볼만했겠네요.”

“우리야 집밖으로 나가질 않아서 보지도 못했으니 잘 모르지.”


마을 사람들의 협조 없이 외지인이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전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친구들이거나 아버지의 선후배들이다.


방송 나가기 싫다는데 억지를 쓰고 있다는 사정을 설명하면 다들 협조를 해준다. 아니 사정 설명을 하기 전에 이미 모두 알고 있어서 알아서 협조해준다.

그들 모두가 설이나 동생 단오가 삼촌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라 호칭하는 분들인지라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기자들도 만약 차가 있었다면 좀 더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차마저 저 멀리 있으니 덥고 갈증나고 밤엔 벌레들마저 달라붙어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얼마나 고생했었는지 취재 대상인 이설이 동네에 내려와 있는데도 기자들이 전화로만 연락하여 취재신청이 들어오지 직접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나저나 요즘도 골프하세요?”

“그렇지 뭐. 취미니까.”

“재미는 있으세요?”

“재미는 뭐......”


말씀은 조금 심드렁하게 하셨지만 상당히 재미있어하신다.

할아버지 성격상 재미를 붙이지 않은 걸 계속 붙잡고 있으시지는 않을 것이었기에 보기보다 재미있어 하신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은 해야만 하는데, 시골인지라 마땅히 할 것이 없어서 억지로 재미를 붙여서 하고 계시는 것인지도 말이다.


그 둘 중에 뭐가 됐든 재미있어 하시면서 골프를 하시는 것만은 분명하다.


“필드도 한 번 나가보세요.”

“필드까지야......”

“왜요? 너무 먼가요?”

“멀기도 하지만, 내 실력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런 데에 돈 쓰고 싶은 생각도 없고. 지금 정도가 딱 좋아. 더 나가면 노친네 노망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딱 좋아.”


설이네 시골집 모퉁가리의 한편에 할아버지가 손수 만든 골프연습장이 있다.

아버지 대학 친구 중의 하나가 골프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연습장을 하시는데, 확장 리모델링을 하시면서 굴러다니는 중고 골프채들을 얻어왔었다.


그걸 본 할아버지께서 텃밭의 한쪽에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 그리고 그물을 설치한 작은 연습장을 손수 만드셨다. 박세리 선수로 인해서 골프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했고, 나이가 들수록 뭐라도 취미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에서 하신 일이다. 그 덕분에 이설과 동생 단오도 어느 정도는 할 줄 안다.


“단오가 요즘 열심이야.”

“단오가요?”

“후훗!!”

“하긴요. 단오가 골프에는 원래부터 욕심을 좀 부렸었지요.”

“걔가 은근히 소질이 좀 있는 것 같아. 요즘 들어 거리가 상당히 많이 나가거든.”

“그래요?”

“아마 지금도 하고 있을 걸?”


폼은 좋았다.

어디 가서 레슨을 받은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가 비디오와 위성TV의 골프 채널에서 배운 것으로 가르치고, 교정한 것인데, 보기에는 아주 그럴듯하다.

이설은 그저 호기심 정도였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 거리가 많이 나지 않았는데, 동생 단오는 욕심도 있고 거리까지 제법 나온다.


“뭔 바람이 불었데요?”

“니 말대로 원래부터 관심이 좀 있었잖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

“후후훗!!”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새벽 댓바람부터 운동하는 것은 단오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좀 그렇긴 하지.”


할아버지에겐 내 새끼이고, 설이에겐 내 동생인 탓에 팔이 안으로 굽어 하는 말이 아니라 단오는 정말로 골프에 소질이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딱히 레슨을 받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님에도 그럴 듯한 성적을 보여줬다.


성적이라고 말하니 그린에 나가 정식 코스에서 받은 스코어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비거리를 말한다.

골프공을 맞추는 데에 소질이 있는 것인지 비거리가 상당했고, 스윙도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폼까지 깔끔하여 아주 좋았다.


“설이 니가 올림픽에까지 나가게 되니까 지도 뭔가 하나 해볼까 하는 욕심이 좀 났나벼.”

“예에?”

“지는 그렇지 않다는디 내가 볼 땐 그런 것 같어.”

“에휴우!!”

“참가만으로도 욕심이 났을 턴디, 한 발 더 나가서 메달까지 따버리니 뭐......”


욕심 많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동생 단오이다.

욕심이라고 하니 어릴 때에 흔히 보이는 식탐이나 물욕과 같은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것이 아니다. 승부욕이고, 관심에 대한 욕심이다.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든데, 공부욕심, 칭찬욕심, 예쁨 받고 싶어 하는 욕심, 뭐 그런 것들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른들에게는 마냥 예쁘게만 보이는 조금은 귀여운 욕심이다.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가끔 어쩌다 한 번씩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엉뚱한 데에서 부리곤 하는 승부욕인데, 어른들에겐 그것마저도 귀엽기만 하다.


“한 번 봐야겠네요. 얼마나 늘었는지.”

“아마 놀랄 거다.”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기대되는데요?”

“후후훗!!”


자연스럽게 이설과 할아버지의 달리기 코스의 종점은 단오가 한창 골프 연습을 하는 곳인 집 옆의 모퉁가리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9 wodudchl..
    작성일
    19.07.16 10:25
    No. 1

    더보고싶어도 도저히안되겠다 긴장감도없고 짜릿한맛도 써릴도없고 쫌더읽을만하면 잡담글만주르륵 하여튼 작가의수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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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6 19.07.17 403 7 11쪽
91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5 19.07.16 419 7 11쪽
90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4 19.07.15 421 8 11쪽
89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3 19.07.12 413 7 11쪽
88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2 19.07.11 435 8 11쪽
87 제 18 장 모건 스탠리와 아랍왕자들 19.07.10 438 7 11쪽
86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5 19.07.09 451 7 11쪽
85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4 19.07.08 446 8 11쪽
84 제 17 장 거인, 쓰러지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3 19.07.05 44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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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6 19.07.01 49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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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3 19.06.26 481 7 11쪽
76 제 16 장 인터뷰-세상을 향해 당당해지다. 2 19.06.25 48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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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6 19.06.14 532 7 11쪽
68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5 19.06.13 53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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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2 +1 19.06.10 553 7 11쪽
64 제 13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 두 번째. 19.06.07 58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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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 12 장 일상으로 돌아오다.-할머니의 심부름 미션. 19.06.03 64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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