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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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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장 휘몰아치는 바람 2화 장계

DUMMY

2. 장계






도성인 다이레비드로 올릴 장계를 쓰고 있던 로엘 대공은 문득 펜을 놓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닦여진 유리창 너머의 청명하기 이를 데 없는 하늘빛에 취한 듯 대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투명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여왕에게 정식 서한을 보내는 일로 아체프렌과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물론이오. 나의 귀환에 대해 대대적인 선전이 필요하다는 대공의 말씀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 생각하오. 언젠가 적당한 때가 온다면 그리 해야겠지요."


"그리 막연하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아체프렌의 느긋한 발언에 로엘 대공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세레즈는 갑작스럽게 크나큰 전쟁을 겪은 탓에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굳이 코네세타의 진군 아래 짓밟혔던 남부 영지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전국적으로 무리하게 병력 차출이 거듭해서 이루어졌고, 코네세타의 빠른 진군 아래 곡창지대를 점령당하면서 군량미와 군수 물자 공출로 백성들의 생계는 어디라고 한정할 수 없으리만큼 급속하게 어려워졌습니다.”


아체프렌은 아무 대답 없이 대공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최근 2년간 백성들의 삶은 더할 수 없이 고단해졌으나, 조정에서는 전승식 직후 총사령관이었던 안타미젤 대공의 승전 포상금을 전후 복구 차원에서 희사한 것이 전부였을 뿐, 그 이상의 실질적인 조치는 기울이지 않아 내부적인 갈등의 골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요.”


“나 역시 대공을 만나기 이전,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하는 동안 흉흉해진 민심을 피부로 느낀 바 있소.”


“전하께서 그동안 잠행을 하셔서 각 영지의 민심을 읽으셨다 하니 어리석은 신이 구태여 더 말씀드릴 일이 무엇이 있겠나이까만은, 이렇듯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태자 전하의 안위에 대한 참람한 소식만이 근거 없이 떠돌고, 국가의 기틀이라 할 왕실의 후계자 자리가 2년 가까이 비어 있으니 백성들이 근본적인 안정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에게 희망과 의지가 되어주실 분은 태자 전하뿐입니다. 미욱한 견해일지 모르겠사오나 소신, 이런 시국일수록 태자 전하께서 굳건히 제 자리에 서서 백성들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주셔야 한다고, 그리 하셔야만 세레즈 왕국이 참다운 의미에서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사옵니다."


"대공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하였소. "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체프렌은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래서 대공께서는 내 귀환에 대한 소식을 정식 공문을 통해 도성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오? "


"예, 전하. 일의 시급함을 떠나 그리 하시는 것이 정도 아니겠습니까? 혹여 소신이 그릇된 생각을 하는 것이옵니까?"


대공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던 아체프렌의 깊고 푸른 눈동자에 순간적이나마 자조 섞인 감정이 스치는 듯했다.


하지만 아체프렌은 이내 그것조차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왕국을 떠나 있던 이년 새에 이 젊은 왕위 계승자는 여유 있는, 어른의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대공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요."


그러나 온유한 미소와는 대조적으로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그 목소리는 묘하게 씁쓸한 울림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아마 없을 테니, 대공께서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요."


‘공식적인 답이 없을 거라니? 그건 또 무슨 의미인가.’


로엘 대공은 아체프렌의 발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왕에게 올라가는 모든 장계는 내무부

의 공문 심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제국의 법도였다. 따라서 대공은 자신의 장계가 사전 심의 절차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와중에 필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칠 것이고, 또 그것이 여왕에게 도달할 즈음에는 세느비엔느조차 어떻게 뒤집을 수 없을 만큼 태자의 생존과 귀환 소식이 도성 안에 파다하게 퍼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체프렌은 지금 자신이 바라던 그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단언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도성이 여왕 중심 체제로 뒤바뀌어 있다 해도 태자의 옹호 세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세력을 여왕이 전부 다 포섭할 수도 없으리라고 본 만큼 로엘 대공은 태자의 그 발언이 의아하기만 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만약 앞으로의 사태가 아체프렌의 예상 그대로 진행된다면 실상 도성으로 장계를 올리는 일은 그의 귀환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피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그의 신변마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데, 어째서 그는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일까.


오랜 경륜으로 존경을 받고있는 로엘 대공으로서도, 눈앞에 있는 이 청년의 심사를 쉽사리 짚어낼 수 없었다. 아체프렌의 표정과 어투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장계를 올리는 일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기에도 석연치 않았다. 그렇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에 설득당해 본인의 의견을 굽힐 만큼 그는 유한 성격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갓 열여덟 살이 된 이 청년은 자신이 미처 입 밖에 내지 못한 그 의문까지도 전부 읽어낸 모양이었다.


"내 앞으로의 일을 대강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공의 뜻을 막지 않는 이유는 나 역시 정식 서한을 통해 귀환을 알리는 편이 정도라는 점에 한해서는 대공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오. 한심스러운 일이긴 하나 상대가 정경(正逕)을 걷지 않는다 해서 정당한 왕위 계승자인 나까지 그에 따라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나는 나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돌아온 것이지, 훔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말이오."


아체프렌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리는 것을 눈이 부신 듯 바라보던 로엘 대공은 이내 일어서 고개를 숙여 이 청년에게 예를 표했다.


이미 자신과 아체프렌의 관계는 이미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그러한 관계가 아니었다. 아직 어리다 싶은 나이의 이 젊은이는, 어느 사이에 육십여 년이라고 하는 기나긴 삶의 여정을 살아온 자신의 모든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의 깊은 안목과 노파심 어린 자신의 우려마저도 부드럽게 웃으며 수용할 줄 아는 여유와 포용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기대를 초월한 그의 성장에 로엘 대공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어린 손자를 대하는 심경으로 이것저것 조언해주고자 하였던 자신의 배려가 창공을 날아오르려 하는 그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그마한 우려가 로엘 대공의 뿌듯한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기 위한 모친의 선물을 받아낼 정도의 배포도 없는 자가 어찌 세레즈 전부를 얻을 수 있다 하겠소?"


로엘 대공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하들에게 휘둘렸던 선왕의 유약한 모습과 달리, 곧은 기개가 느껴지는 아체프렌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저 공문이 자신이 애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아체프렌의 귀환 소식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데 이용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왕위 계승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데 쓰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그는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공문을 내려다보면서 낮게 되뇌었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아 공문의 마무리를 위한 서명을 하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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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외전] 세월 12 19.11.26 40 3 7쪽
227 [외전] 세월 11 19.11.25 34 3 11쪽
226 [외전] 세월 10 19.11.23 42 3 9쪽
225 [외전] 세월 9 19.11.22 37 3 7쪽
224 [외전] 세월 8 19.11.21 41 3 7쪽
223 [외전] 세월 7 19.11.20 38 2 7쪽
222 [외전] 세월 6 19.11.19 49 3 9쪽
221 [외전] 세월 5 19.11.18 46 3 12쪽
220 [외전] 세월 4 19.11.16 69 3 7쪽
219 [외전] 세월 3 19.11.15 64 3 12쪽
218 [외전] 세월 2 19.11.14 67 3 11쪽
217 [외전] 세월 1 -세느비엔느 여왕의 외전 19.11.13 87 4 15쪽
216 36장 선전포고 6화 무혈입성(2부 完) +2 19.11.12 97 4 11쪽
215 36장 선전포고 5화 백성들의 왕 19.11.11 85 5 9쪽
214 36장 선전포고 4화 태자의 대의 19.11.09 94 6 7쪽
213 36장 선전포고 3화 로크라테군의 대응 19.11.08 80 4 7쪽
212 36장 선전포고 2화 전서 19.11.07 85 4 9쪽
211 36장 선전포고 1화 항복 +2 19.11.06 92 5 8쪽
210 35장 붉은 숲 전투 6화 투항 권유 19.11.05 97 4 7쪽
209 35장 붉은 숲 전투 5화 공세 19.11.04 96 4 8쪽
208 35장 붉은 숲 전투 4화 매복 19.11.02 101 3 9쪽
207 35장 붉은 숲 전투 3화 유인 19.11.01 92 3 7쪽
206 35장 붉은 숲 전투 2장 작전과 신뢰 +2 19.10.30 104 5 8쪽
205 35장 붉은 숲 전투 1화 괴물용병 19.10.28 97 3 9쪽
204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6화 첸트로빌 공성군 19.10.25 103 3 10쪽
203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5화 전투 준비 19.10.23 98 3 8쪽
202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19.10.21 92 5 7쪽
201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3화 관점의 차이 19.10.18 98 5 7쪽
200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2화 백의종군 +4 19.10.16 110 5 9쪽
199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1화 아크레이드의 입장 19.10.14 104 5 9쪽
198 33장 흑운의 그림자 6화 급변하는 정세 19.10.11 114 6 8쪽
197 33장 흑운의 그림자 5화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 19.10.09 107 4 9쪽
196 33장 흑운의 그림자 4화 유훈 19.10.07 117 4 9쪽
195 33장 흑운의 그림자 3화 음독 19.10.04 107 5 8쪽
194 33장 흑운의 그림자 2화 번뇌 어린 선택 19.10.02 125 4 7쪽
193 33장 흑운의 그림자 1화 짬짜미 19.10.01 117 6 9쪽
192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8화 줄다리기 하 19.09.30 109 5 9쪽
191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7화 줄다리기 上 19.09.30 101 6 7쪽
190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6화 휘장 너머의 소녀 19.09.28 123 6 9쪽
189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5화 은밀한 초대 19.09.27 119 5 8쪽
188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4화 아비와 딸 19.09.26 116 5 12쪽
187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3화 커런스의 입장 19.09.25 114 5 9쪽
186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2화 공주의 선언 19.09.24 114 5 9쪽
185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1화 공주의 결단 19.09.23 146 5 7쪽
184 31장 풍운재자 6화 승부수 19.09.21 145 4 9쪽
183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2 19.09.20 138 5 7쪽
182 31장 풍운재자 4화 싸움준비 19.09.19 147 5 7쪽
181 31장 풍운재자 3화 해적이 된 초원의 아이 +2 19.09.18 153 5 11쪽
180 31장 풍운재자 2화 이이제이의 계책 +4 19.09.17 160 9 8쪽
179 31장 풍운재자 1화 혁자생존 +2 19.09.16 161 7 9쪽
178 30장 흐르는 별 7화 거절할 수 없는 청 +2 19.09.12 177 6 13쪽
177 30장 흐르는 별 6화 원유회 19.09.11 158 8 8쪽
176 30장 흐르는 별 5화 이면의 계책 +2 19.09.10 154 6 11쪽
175 30장 흐르는 별 3-4화 암살시도 +2 19.09.09 188 6 10쪽
174 30장 흐르는 별 2화 왕자의 재목 +2 19.09.07 176 8 8쪽
173 30장 흐르는 별 1화 사절 데니아크 19.09.06 156 6 7쪽
172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6화 대관식 소식 19.09.05 169 4 9쪽
171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5화 재상의 대처 19.09.04 161 6 9쪽
170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4화 촌각을 다투는 사안 19.09.03 155 4 9쪽
169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3화 누군가에겐 기회인 소식 19.09.02 157 5 8쪽
»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2화 장계 19.09.02 151 6 8쪽
167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1화 충격적인 입장표명 19.08.31 168 5 7쪽
166 28장 소생하는 빛 7화 선택의 기로 19.08.30 172 5 10쪽
165 28장 소생하는 빛 6화 태자의 약혼녀와 젊은 대공 19.08.29 184 6 10쪽
164 28장 소생하는 빛 5화 결혼 피로연 +2 19.08.28 191 7 8쪽
163 28장 소생하는 빛 4화 태자의 부탁 19.08.27 178 6 7쪽
162 28장 소생하는 빛 3화 태자와의 대면 19.08.26 171 6 7쪽
161 28장 소생하는 빛 2화 초청장 19.08.25 179 6 12쪽
160 2부 28장 소생하는 빛 1화 보이지 않는 감화력 19.08.24 212 6 10쪽
159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7화 더 큰 싸움을 위한 전진(추가) 19.08.23 215 5 8쪽
158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5-6화 토벌전 19.08.22 200 6 10쪽
157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4화 정당한 길 19.08.21 219 6 10쪽
156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3화 뮤켄의 우려 19.08.12 282 8 8쪽
155 27장 소리없이 흐르는 물 2화 태자의 귀환 소식 19.08.09 272 7 8쪽
154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1화 어떤 조짐 19.08.07 262 6 8쪽
153 26장 조용한 개화 6화 혼담 19.08.05 273 7 7쪽
152 26장 조용한 개화 5화 왕실 종친과의 접견 19.08.02 277 7 8쪽
151 26장 조용한 개화 4화 공주와 기사 下 19.07.31 241 11 8쪽
150 26장 조용한 개화 3화 공주와 기사 上 19.07.30 252 10 7쪽
149 26장 조용한 개화 2화 커런스의 공주, 다이엘라 19.07.29 249 7 10쪽
148 26장 조용한 개화 1화 커런스의 왕실 수예모임 +2 19.07.28 307 7 7쪽
147 25장 금빛 여명 7화 매듭짓기 下 19.07.27 277 8 7쪽
146 25장 금빛 여명 6화 매듭짓기 上 19.07.26 273 10 7쪽
145 25장 금빛 여명 5화 벗 19.07.25 281 8 13쪽
144 25장 금빛 여명 4화 해후 19.07.24 265 9 7쪽
143 25장 금빛 여명 3화 내막 19.07.23 268 10 7쪽
142 2부 25장 금빛 여명 1-2화 구명 19.07.22 248 10 11쪽
141 24장 내일의 시 7장 마지막 인사 19.07.20 305 10 7쪽
140 24장 내일의 시 6화 협상 19.07.19 24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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