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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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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DUMMY

4화 요란한 출병




아크레이드 상비군의 출병은 요란했다. 야음을 틈타 소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백 단위의 군세가 움직이게 되면 빠르든 늦든 이동 상황이 적진에 탐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알려질 것이 자명하다 하여도 여 보란 듯이 고각을 울리며 이동할 것까지는 없었다. 소란스럽게 이동하는 군세는 흡사 승전 기념 행진이라도 하는 양 위풍당당했다.


부대의 최종 목적지인 하크스의 본성 첸트로빌이 아크레이드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다손 쳐도 이런 식이라면 첸트로빌을 포위한 채 공성 중인 로크라테 군사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군 이동 소식이 전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아니할 터였다.


상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군세를 이끌어야 입장에서 최고 지휘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대처는 적정을 살펴 적과의 교전으로 불필요한 병력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동선을 짜는 것이다. 그러나 파빈느와 아크레이드 상비군 내 장수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단지 조심성이 없고 생각이 없는 탓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노골적인 기세라 미드프레드로서는 도리어 그 이면에 깃들었을 어떤 의도에 대해 흥미가 생기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첸트로빌로 향하고 있는 아크레이드 상비군의 총병력은 고작 이백 남짓이었다. 하크스의 본성을 둘러싸고 있는 로크라테의 군사들은 수천은 족히 넘어 보였다는 셰퍼 경의 발언을 미드프레드는 방금 일처럼 기억했다. 병력 차이가 그 정도로 많이 난다면 싸워보기도 전에 이미 승패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디 전술적인 면에서 가장 기본은 상대보다 머릿수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부족한 병력으로 승리를 이끄는 것은 물론 극적인 효과는 탁월하겠으나 우수한 지휘관이라면 최후의 수단으로나마 어쩔 수 없이 고려할 만한 하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소란스러운 행차는 그저 허장성세일 뿐일까. 아니면······.’


지금의 이 상황은 이태 전의 자신이 처했던 정황과 너무도 흡사했다. 하크스 지원군의 사령관으로서 자신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파빈느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력을 가지고, 수배에 이르는 적의 포위를 뚫고 첸트로빌 성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미드프레드는 부릴 수 있는 군사의 수만 바뀌었을 뿐, 저와 하등 다르지 않은 상황에 놓인 어린 소녀가 어떠한 방식으로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시킬지 궁금했다. 그때의 저에겐 뮤켄 장군과 수족같이 움직여주는 참모진, 그리고 용병 출신의 자원자들을 중심으로 급조한 부대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능한 군사들, 그리고 하크스와 연락책이 되어 준 하크스 출신의 장수 그란델,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밀시언 장군이 있었다. 그 가운데 무엇 하나라도 빠졌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전적이었음을, 미드프레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파빈느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영내의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할 만큼 영특하다는 저 소녀가 본인이 처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나 파빈느의 얼굴 그 어디에서도 암담한 현실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는 없어 보였다. 열여덟 살이면 사리 분별조차 못 할 만큼 어린 나이도 아니다.


“새벽부터 길 나선다고 부산을 떨어서 통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니 내가 말씀드린 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깨우지 마세요.”


출발 직전 이 한 마디를 남기고 꽃과 레이스로 장식된 호화로운 마차 속으로 사라진 파빈느의 기색에 어린 것은 귀찮은 감정뿐이었다. 메이샤드는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세게 혀를 찼지만, 미드프레드는 그녀가 보이는 자신감의 근원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새벽부터 출발했으니 부지런히 이동하면 하루 안에 첸트로빌에 닿을 수도 있으련만,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더니 부대는 엉뚱한 곳에서 멈추었다. 붉은 숲이었다. 도착지가 의아했던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는지 곳곳에서 수군거림이 튀어나왔다. 웅성대는 이들에게 오늘 밤은 지척에 있는 숲에서 야영하겠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미드프레드는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본성까지는 그리 멀지 않을 터인데.”


이태 전의 일이긴 하나 하크스 지원군을 이끌며 미드프레드는 군세의 동선을 짜느라 하크스와 남부 영지의 지도를 끼고 산 적이 있었다. 영지의 상당 부분이 야트막한 구릉과 평지로 되어 있는 하크스에서는 숲도 몇 개 없었다. 붉은 숲은 그 가운데도 상당히 커다란 규모를 지녔을뿐더러 본성에서 과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어, 정말 그러네요? 여기선 본성까지 지척인데요? 다 와서 길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엉뚱하게 숲으로 빠지다니···.”


미드프레드의 말에 품 안에서 작은 가죽 지도를 꺼내든 메이샤드는 정말로 본성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짜증 섞인 손길로 지도를 움켜쥐었다. 사사건건 마음에 안 드는 여자란 생각이 들어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이제 와 싸우려니 무서워진 거 아닐까요? 숲 아래의 구릉 지대를 내려가면 본성이 보일 테니···.”


메이샤드가 툭 하니 내뱉었다. 예의라든가 배려 같은 사회 친화적 행동은 조금도 할 줄 모르는, 제멋대로인 그 여자라면 그처럼 무책임한 행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예요. 척하면 딱이죠.”


어린 부사령관에게 파빈느는 어지간히 밉보인 모양이었다. 미드프레드는 메이샤드를 거쳐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파빈느의 금빛 마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차 속에서 계책을 세운 게 아니라 정말로 자고 일어났는지 나오자마자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실질적으로 군을 이끄는 상비군 대장 후버 장군이 마차 곁에서 서성이다가 파빈느가 나오자 빠르게 다가갔다. 둘이 몇 마디 나누는가 싶더니, 후버 장군이 부장 하나를 손짓해 불렀다. 후버와 부장이 자신 쪽을 돌아보는가 싶더니, 젊은 부장이 저에게 달려왔다.


“후버장군과 저희 아가씨께서 잠시 뵙고자 하십니다.”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레이드의 부장은 그들이 파빈느와 상비군 대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을 확인한 후 사병들 쪽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참호를 파라는 그의 우렁찬 음성이 들려왔다.


‘참호라니, 단순히 숙영이 아니고 전투 준비를 하고자 함인가? 이 숲에서?’


미드프레드의 예상은 정확했다. 후버 장군이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를 돌아보자마자 꺼낸 용건도 같은 맥락에 있는 발언이었다.


“갑작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혹 부대를 이끌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가능하시다면 독립작전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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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외전] 세월 14 19.11.28 37 2 8쪽
229 [외전] 세월 13 +2 19.11.27 32 2 9쪽
228 [외전] 세월 12 19.11.26 40 3 7쪽
227 [외전] 세월 11 19.11.25 34 3 11쪽
226 [외전] 세월 10 19.11.23 42 3 9쪽
225 [외전] 세월 9 19.11.22 37 3 7쪽
224 [외전] 세월 8 19.11.21 42 3 7쪽
223 [외전] 세월 7 19.11.20 39 2 7쪽
222 [외전] 세월 6 19.11.19 50 3 9쪽
221 [외전] 세월 5 19.11.18 47 3 12쪽
220 [외전] 세월 4 19.11.16 71 3 7쪽
219 [외전] 세월 3 19.11.15 65 3 12쪽
218 [외전] 세월 2 19.11.14 68 3 11쪽
217 [외전] 세월 1 -세느비엔느 여왕의 외전 19.11.13 89 4 15쪽
216 36장 선전포고 6화 무혈입성(2부 完) +2 19.11.12 103 4 11쪽
215 36장 선전포고 5화 백성들의 왕 19.11.11 86 5 9쪽
214 36장 선전포고 4화 태자의 대의 19.11.09 95 6 7쪽
213 36장 선전포고 3화 로크라테군의 대응 19.11.08 82 4 7쪽
212 36장 선전포고 2화 전서 19.11.07 86 4 9쪽
211 36장 선전포고 1화 항복 +2 19.11.06 93 5 8쪽
210 35장 붉은 숲 전투 6화 투항 권유 19.11.05 98 4 7쪽
209 35장 붉은 숲 전투 5화 공세 19.11.04 97 4 8쪽
208 35장 붉은 숲 전투 4화 매복 19.11.02 103 3 9쪽
207 35장 붉은 숲 전투 3화 유인 19.11.01 94 3 7쪽
206 35장 붉은 숲 전투 2장 작전과 신뢰 +2 19.10.30 107 5 8쪽
205 35장 붉은 숲 전투 1화 괴물용병 19.10.28 99 3 9쪽
204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6화 첸트로빌 공성군 19.10.25 104 3 10쪽
203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5화 전투 준비 19.10.23 99 3 8쪽
»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19.10.21 94 5 7쪽
201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3화 관점의 차이 19.10.18 99 5 7쪽
200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2화 백의종군 +4 19.10.16 111 5 9쪽
199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1화 아크레이드의 입장 19.10.14 105 5 9쪽
198 33장 흑운의 그림자 6화 급변하는 정세 19.10.11 115 6 8쪽
197 33장 흑운의 그림자 5화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 19.10.09 109 4 9쪽
196 33장 흑운의 그림자 4화 유훈 19.10.07 118 4 9쪽
195 33장 흑운의 그림자 3화 음독 19.10.04 108 5 8쪽
194 33장 흑운의 그림자 2화 번뇌 어린 선택 19.10.02 126 4 7쪽
193 33장 흑운의 그림자 1화 짬짜미 19.10.01 120 6 9쪽
192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8화 줄다리기 하 19.09.30 110 5 9쪽
191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7화 줄다리기 上 19.09.30 102 6 7쪽
190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6화 휘장 너머의 소녀 19.09.28 124 6 9쪽
189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5화 은밀한 초대 19.09.27 120 5 8쪽
188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4화 아비와 딸 19.09.26 117 5 12쪽
187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3화 커런스의 입장 19.09.25 115 5 9쪽
186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2화 공주의 선언 19.09.24 115 5 9쪽
185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1화 공주의 결단 19.09.23 147 5 7쪽
184 31장 풍운재자 6화 승부수 19.09.21 146 4 9쪽
183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2 19.09.20 139 5 7쪽
182 31장 풍운재자 4화 싸움준비 19.09.19 149 5 7쪽
181 31장 풍운재자 3화 해적이 된 초원의 아이 +2 19.09.18 154 5 11쪽
180 31장 풍운재자 2화 이이제이의 계책 +4 19.09.17 161 9 8쪽
179 31장 풍운재자 1화 혁자생존 +2 19.09.16 162 7 9쪽
178 30장 흐르는 별 7화 거절할 수 없는 청 +2 19.09.12 178 6 13쪽
177 30장 흐르는 별 6화 원유회 19.09.11 160 8 8쪽
176 30장 흐르는 별 5화 이면의 계책 +2 19.09.10 155 6 11쪽
175 30장 흐르는 별 3-4화 암살시도 +2 19.09.09 189 6 10쪽
174 30장 흐르는 별 2화 왕자의 재목 +2 19.09.07 177 8 8쪽
173 30장 흐르는 별 1화 사절 데니아크 19.09.06 158 6 7쪽
172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6화 대관식 소식 19.09.05 170 4 9쪽
171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5화 재상의 대처 19.09.04 162 6 9쪽
170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4화 촌각을 다투는 사안 19.09.03 156 4 9쪽
169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3화 누군가에겐 기회인 소식 19.09.02 158 5 8쪽
168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2화 장계 19.09.02 152 6 8쪽
167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1화 충격적인 입장표명 19.08.31 169 5 7쪽
166 28장 소생하는 빛 7화 선택의 기로 19.08.30 174 5 10쪽
165 28장 소생하는 빛 6화 태자의 약혼녀와 젊은 대공 19.08.29 185 6 10쪽
164 28장 소생하는 빛 5화 결혼 피로연 +2 19.08.28 195 7 8쪽
163 28장 소생하는 빛 4화 태자의 부탁 19.08.27 179 6 7쪽
162 28장 소생하는 빛 3화 태자와의 대면 19.08.26 173 6 7쪽
161 28장 소생하는 빛 2화 초청장 19.08.25 182 6 12쪽
160 2부 28장 소생하는 빛 1화 보이지 않는 감화력 19.08.24 213 6 10쪽
159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7화 더 큰 싸움을 위한 전진(추가) 19.08.23 217 5 8쪽
158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5-6화 토벌전 19.08.22 200 6 10쪽
157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4화 정당한 길 19.08.21 219 6 10쪽
156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3화 뮤켄의 우려 19.08.12 283 8 8쪽
155 27장 소리없이 흐르는 물 2화 태자의 귀환 소식 19.08.09 272 7 8쪽
154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1화 어떤 조짐 19.08.07 264 6 8쪽
153 26장 조용한 개화 6화 혼담 19.08.05 273 7 7쪽
152 26장 조용한 개화 5화 왕실 종친과의 접견 19.08.02 277 7 8쪽
151 26장 조용한 개화 4화 공주와 기사 下 19.07.31 241 11 8쪽
150 26장 조용한 개화 3화 공주와 기사 上 19.07.30 252 10 7쪽
149 26장 조용한 개화 2화 커런스의 공주, 다이엘라 19.07.29 250 7 10쪽
148 26장 조용한 개화 1화 커런스의 왕실 수예모임 +2 19.07.28 307 7 7쪽
147 25장 금빛 여명 7화 매듭짓기 下 19.07.27 278 8 7쪽
146 25장 금빛 여명 6화 매듭짓기 上 19.07.26 276 10 7쪽
145 25장 금빛 여명 5화 벗 19.07.25 282 8 13쪽
144 25장 금빛 여명 4화 해후 19.07.24 266 9 7쪽
143 25장 금빛 여명 3화 내막 19.07.23 269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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