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창작연
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021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20.01.22 06:00
조회
132
추천
3
글자
7쪽

39장 이삭줍기 2화 태자가 던져놓은 포석

DUMMY

2. 태자가 던져놓은 포석






뮤켄은 데니아크의 손을 끌어 탁자에 앉히고는 아체프렌의 전언에 대한 커런스의 반응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데니아크는 비단 유스티안 국왕과 커런스 조정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국한하지 않고, 그 자신이 그곳에서 만나 사귄 수많은 이들과의 교제로 수집해낸 정보까지 종합하여 뮤켄에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커런스는 두 파로 갈라져 있다는 말씀이군요."


"예, 비록 유스티안 Ⅶ세는 태자 전하는 물론 세느비엔느 측과의 손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긴 합니다만. 웨이샤이드에서는 그 결단을 두고 우유부단이니 뭐니하여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사실 이번 커런스 행의 성과는 데니아크 자신으로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처음 자신이 커런스의 성도로 들어가 유스티안 Ⅶ세를 알현한 자리에서 아체프렌의 말을 전했을 때만 해도 신료들의 엄청난 반발에 농담으로라도 원조는 기대할 수 없겠노라고 거의 단념하고 있었건만,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체프렌에 대한 지지 세력이 점점 증가해 갔던 것이다.


진행되어 가는 과정이 아연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그는 본래 커런스 국왕의 입장 표명을 확인하는 즉시 세레즈로 돌아오려던 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보름 정도 더 커런스에 체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성도를 출입하는 수많은 인물들과의 폭넓은 사교 끝에 그는 이 놀라운 변화의 내막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아체프렌에 대한 지지 여론이 커런스 궁내에 확산되도록 배후에서 조종해온 그 인물이 유스티안 Ⅶ세의 의지에 맞서면서까지 단호히 아체프렌에 대한 조력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 역시도.


"아직은 단순한 제 소견에 불과할 뿐입니다만··· 그 여론 형성의 배후에 계시는 분께서, 내란이 일어나게 되면 저희와 태자 전하께 커다란 의지가 되어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배후에 계신 분이라면······?"


곧장 터져나온 뮤켄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데니아크는 평소의 느긋한 태도 그 자체로 찻잔을 두 손으로 받들어 탁자 위에 내려놓을 뿐이었다. 지독해 보일 만큼 여유로운 몸짓이었다.


"다이엘라 제네이스 르 웨이샤이드, 커런스의 둘째 공주님 말입니다. "


"커런스의··· 공주?"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듯,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흘러나온 뮤켄의 목소리에는 놀라움 섞인 당혹감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세레즈는 본디부터 커런스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편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백오십여년 넘도록 사사건건 코네세타와 부딪치며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탓에 미처 커런스에까지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단지 그 때문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사실 데니아크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들이 커런스에 기울이고 있는 주의 정도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런스에서 세레즈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엇비슷한 정도를 점하기는 커녕, 코네세타가 커런스를 주목하고 있는 관심 정도의 채 절반도 이르지 못하고 있었으니 달리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거대한 상단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부친 덕택에 아주 어려서부터 나라 밖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데니아크조차도 막상 커런스의 성도 안으로 들어가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들의 대외 참여를 불허하는 완고한 분위기의 커런스에서, 그것도 그들 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왕궁에서, 하다못해 왕비도 정비 소생도 아닌 이제 열일곱살짜리 소녀가 그리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자신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 해도 선뜻 머릿속에 떠올리기 어려운 일이리라. 여하튼 그 어린 공주는 어전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단호히 이의를 표명했고,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제 3의 세력을 궁 안에 형성해냈다. 우연으로라도 그 자신의 모습은 밖으로 내비치는 일조차 없이 조용조용히.


데니아크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본의가 어디에 있건 간에 다이엘라는 존재 자체로 아체프렌에게 힘이 되어 주리라는 것을.


"예. 솔직히 대공 전하로부터 태자 전하의 말씀을 전해 들었을 때, 그분에게 감탄하긴 했지만, 커런스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거의 품지 않았습니다. 그저 불간섭 정도의 대답만 얻어도 큰 성과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생각은 유스티안 Ⅶ세를 알현했을 때만 해도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그때까진 몰랐거든요. 커런스의 왕실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간 더 지난 다음이었죠. "


이순간 데니아크의 대답은 더 갖다 붙일 것도 떼어낼 것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 그랬었다. 뮤켄에게 전해들은 아체프렌의 말이라는 것은, 도울 테면 돕고 아님 그만 두라는 식의 다름 아니었으니까. 그의 발언이라는 것이 워낙에 고압적이고 오만하여, 커런스로 가면서도 별다른 기대를 품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외로 커런스에서 아체프렌의 인망은 꽤 높은 편에 속했다. 아체프렌이 해상에서 실종되기 직전, 커런스에서 보냈던 반년이라는 시간이 온전히 헛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듯이.


"태자 전하께서는 운이 좋으신 분입니다. 아니, 어쩌면 행운을 스스로에게 불러들이는 방법을 아시는 분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죠. 이번만 해도 커런스 국왕의 공식 답변과는 비할 데 없이 귀중한 '무언가'를 얻어내셨으니까요. "


"공주의 조력 의사 말씀이오?"


데니아크는 아무 말 없이 빙긋 웃었다. 물론 뮤켄의 말처럼 그녀의 존재가 그 자신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이순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란, 비단 그것에만 한정되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궁내에 막대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는 다이엘라와, 그런 그녀의 존재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젊은 무인들과 진보 세력들의 존재. 그 모든 것들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단 하나였다. 앞으로 십년 후, 혹은 이십년 후 다가올 미래.


비록 그들이 현재로서는 조정에서 발판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실정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건대 현 집권 세력보다는 그들에게 더 가까워지고자 하였던 태자의 안목은 정말로 탁월한 것이었다. 몇 년 전 그가 쌓아두었던 신망과 인맥이 이토록 위급한 시기에 현실적인 도움으로 변해 돌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태자 전하께서는 운명의 여신으로부터도 깊은 애정을 받고 계시는 것 같으니,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그 분 곁의 길운이 떠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겠지요."


데니아크는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뮤켄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가 말하고자 하였던 본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도와 패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빠르게 읽는 시놉시스 (1부-2부) 업데이트 19.05.12 827 0 -
공지 2부 왕위계승전쟁 인명록 19.05.08 492 0 -
공지 1부 펜데스칼 전쟁 인명사전 19.04.27 820 0 -
공지 주요인물 21인 TMI 인물소개(완성) 19.04.04 1,854 0 -
271 [외전] 청혼 그 이후 - 실연 下 20.02.09 139 4 9쪽
270 [외전] 청혼 그 이후 - 실연 上 20.02.07 130 4 7쪽
269 [외전] 청혼 이후 下 20.02.05 136 4 8쪽
268 [외전] 청혼 이후 上 - 미드프레드의 이야기 20.02.03 124 2 7쪽
267 [외전] 청혼 下 20.02.01 97 4 7쪽
266 [외전] 청혼 中 20.01.31 121 3 7쪽
265 [외전] 청혼 上 - 브라우웰&미드프레드 이야기 20.01.30 126 4 7쪽
264 39장 이삭줍기 7화 악우 20.01.29 140 5 8쪽
263 39장 이삭줍기 6화 베케이노의 기다림 20.01.28 125 5 8쪽
262 39장 이삭줍기 5화 자금의 출처 20.01.27 119 4 11쪽
261 39장 이삭줍기 4화 희소식 20.01.24 123 4 7쪽
260 39장 이삭줍기 3화 다시, 시작 20.01.23 128 3 8쪽
» 39장 이삭줍기 2화 태자가 던져놓은 포석 20.01.22 133 3 7쪽
258 39장 이삭줍기 1화 귀환 20.01.21 123 4 7쪽
257 38장 적의 적 7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下 20.01.20 130 5 8쪽
256 38장 적의 적 6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上 20.01.18 134 5 8쪽
255 38장 적의 적 5화 전쟁이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20.01.17 135 7 8쪽
254 38장 적의 적 4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2 20.01.16 140 6 10쪽
253 38장 적의 적 3화 아직은 버릴 수 없는 패 +2 20.01.15 130 6 8쪽
252 38장 적의 적 2화 공짜가 아닌 성의 20.01.14 117 7 7쪽
251 38장 적의 적 1화 늦은 선물 20.01.13 127 5 8쪽
250 37장 붉은 바람 6화 옥좌란 20.01.11 132 6 9쪽
249 37장 붉은 바람 5화 대관식 직전, 흉몽 20.01.10 111 5 8쪽
248 37장 붉은 바람 4화 뿌리는 자, 거두는 자(회차변동) 20.01.09 128 5 8쪽
247 37장 붉은 바람 3화 왕자의 관용 20.01.08 148 7 10쪽
246 37장 붉은 바람 2화 잠 못 이루는 밤 20.01.07 180 8 8쪽
245 <제3부 다이레비드 공방전> 37장 붉은 바람 1화 기만책 20.01.06 132 6 8쪽
244 [외전] 세월 28 (끝) 20.01.04 128 5 10쪽
243 [외전] 세월 27 20.01.03 102 4 9쪽
242 [외전] 세월 26 20.01.02 102 5 9쪽
241 [외전] 세월 25 19.12.28 92 3 8쪽
240 [외전] 세월 24 19.12.20 100 4 8쪽
239 [외전] 세월 23 19.12.18 100 5 7쪽
238 [외전] 세월 22 19.12.17 105 4 9쪽
237 [외전] 세월 21 19.12.13 112 5 7쪽
236 [외전] 세월 20 19.12.11 104 5 7쪽
235 [외전] 세월 19 19.12.09 111 6 9쪽
234 [외전] 세월 18 19.12.06 109 6 8쪽
233 [외전] 세월 17 19.12.03 127 5 7쪽
232 [외전] 세월 16 19.11.30 113 5 7쪽
231 [외전] 세월 15 19.11.29 119 4 7쪽
230 [외전] 세월 14 19.11.28 117 4 8쪽
229 [외전] 세월 13 +2 19.11.27 113 4 9쪽
228 [외전] 세월 12 19.11.26 119 5 7쪽
227 [외전] 세월 11 19.11.25 123 5 11쪽
226 [외전] 세월 10 19.11.23 126 5 9쪽
225 [외전] 세월 9 19.11.22 114 5 7쪽
224 [외전] 세월 8 19.11.21 115 5 7쪽
223 [외전] 세월 7 19.11.20 122 4 7쪽
222 [외전] 세월 6 19.11.19 125 5 9쪽
221 [외전] 세월 5 19.11.18 139 5 12쪽
220 [외전] 세월 4 19.11.16 155 5 7쪽
219 [외전] 세월 3 19.11.15 152 5 12쪽
218 [외전] 세월 2 19.11.14 170 5 11쪽
217 [외전] 세월 1 -세느비엔느 여왕의 외전 19.11.13 197 6 15쪽
216 36장 선전포고 6화 무혈입성(2부 完) +2 19.11.12 232 7 11쪽
215 36장 선전포고 5화 백성들의 왕 19.11.11 178 8 9쪽
214 36장 선전포고 4화 태자의 대의 19.11.09 193 9 7쪽
213 36장 선전포고 3화 로크라테군의 대응 19.11.08 170 7 7쪽
212 36장 선전포고 2화 전서 19.11.07 192 7 9쪽
211 36장 선전포고 1화 항복 +2 19.11.06 183 8 8쪽
210 35장 붉은 숲 전투 6화 투항 권유 19.11.05 194 7 7쪽
209 35장 붉은 숲 전투 5화 공세 19.11.04 184 7 8쪽
208 35장 붉은 숲 전투 4화 매복 19.11.02 194 6 9쪽
207 35장 붉은 숲 전투 3화 유인 19.11.01 186 6 7쪽
206 35장 붉은 숲 전투 2장 작전과 신뢰 +2 19.10.30 206 8 8쪽
205 35장 붉은 숲 전투 1화 괴물용병 19.10.28 161 6 9쪽
204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6화 첸트로빌 공성군 19.10.25 194 5 10쪽
203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5화 전투 준비 19.10.23 312 5 8쪽
202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19.10.21 199 7 7쪽
201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3화 관점의 차이 19.10.18 179 7 7쪽
200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2화 백의종군 +4 19.10.16 202 7 9쪽
199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1화 아크레이드의 입장 19.10.14 183 7 9쪽
198 33장 흑운의 그림자 6화 급변하는 정세 19.10.11 187 8 8쪽
197 33장 흑운의 그림자 5화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 19.10.09 191 6 9쪽
196 33장 흑운의 그림자 4화 유훈 19.10.07 204 6 9쪽
195 33장 흑운의 그림자 3화 음독 19.10.04 200 7 8쪽
194 33장 흑운의 그림자 2화 번뇌 어린 선택 19.10.02 215 6 7쪽
193 33장 흑운의 그림자 1화 짬짜미 19.10.01 202 8 9쪽
192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8화 줄다리기 하 19.09.30 186 7 9쪽
191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7화 줄다리기 上 19.09.30 183 8 7쪽
190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6화 휘장 너머의 소녀 19.09.28 222 8 9쪽
189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5화 은밀한 초대 19.09.27 219 8 8쪽
188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4화 아비와 딸 19.09.26 206 8 12쪽
187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3화 커런스의 입장 19.09.25 189 8 9쪽
186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2화 공주의 선언 19.09.24 199 8 9쪽
185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1화 공주의 결단 19.09.23 242 8 7쪽
184 31장 풍운재자 6화 승부수 19.09.21 226 7 9쪽
183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2 19.09.20 232 8 7쪽
182 31장 풍운재자 4화 싸움준비 19.09.19 286 8 7쪽
181 31장 풍운재자 3화 해적이 된 초원의 아이 +2 19.09.18 245 8 11쪽
180 31장 풍운재자 2화 이이제이의 계책 +4 19.09.17 245 12 8쪽
179 31장 풍운재자 1화 혁자생존 +2 19.09.16 280 10 9쪽
178 30장 흐르는 별 7화 거절할 수 없는 청 +2 19.09.12 247 9 13쪽
177 30장 흐르는 별 6화 원유회 19.09.11 243 11 8쪽
176 30장 흐르는 별 5화 이면의 계책 +2 19.09.10 227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