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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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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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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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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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9화: 정신 차리기 전에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9화: 정신 차리기 전에 (2)


대성은 서둘러 통신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을 따르는 소대원 일부와 함께 장교 막사로 추정되는 건물로 향했다.


[소대장님. 신호 보내겠습니다.]


[보내.]


대성을 뒤따르던 소대원은 동료들에게 공격 신호를 보냈다.


사실 신호라고 해봐야 별거 없었다.


자기 목을 긋는 시늉만 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명확한 신호도 없었다.


사병 막사 앞에 모여 있던 소대원들은 동료의 신호를 받기 무섭게 밀물처럼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습니다. 저쪽에서 먼저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디에서 찾든 빨리 찾는 게 최고지. 저녁에 차 한 대 나갔었다며?]


[네. 한 대 나갔었습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소속 역시 알 수 없었고요.]


[그러니까 빨리 찾아내야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들어가자. 혹시 모르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대성이 말했다.


장교 막사는 비밀 사교 클럽이라도 되는 것인 양 부대 주요 시설과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막사의 외관도 마찬가지였다. 병사가 자는 숙소인지 포로를 가둬놓은 수용소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던 사병 막사와 달리, 장교 막사는 제법 준수한 양옥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대성은 달빛을 받아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황동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복도에 줄지어 선 등불에 몸을 맡긴 채, 장교들의 거주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식은 첫 작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곤히 잠든 장교의 머리에 조용히 총을 겨누고 인기척을 느끼기 전에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대성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소대장님···! 장교들이, 장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 확인한 거야?]


[예. 뒷간까지 전부 확인했습니다. 보아하니 처음부터 비어 있던 것 같진 않던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소대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장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대원들은 그저 방안의 열기만 어렴풋하게 느꼈을 뿐이었다.


표적을 잃어버린 대원들은 숲 한가운데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은 노루처럼 정신없이 눈알만 굴렸다.


[소대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놈들 설마···]


[우리가 올 줄 알고 몸을 피한 건 아닐 거야.]


대성은 화약 냄새가 진하게 밴 총신을 두드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아쇠를 반쯤 당긴 채로 들어갔던 부대장 침실은 그 긴장감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다만 처음부터 비어 있던 것 같지는 않았다. 반듯하게 손질된 책상 위에는 부대장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서류 더미와 손때 묻은 필기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의자에는 이곳저곳 구겨진 군복 한 벌이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었다.


다른 침실도 마찬가지였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했던 소대원들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자신들이 들어갔던 침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그 결과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외딴곳에 있어서 무슨 폐가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언제 나갔고, 어디로 갔느냐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소대장님?]


소대원이 물었다. 그러자 대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언제 돌아오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러고 보니··· 아까 차 한 대 나갔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그래? 몇 명이 탔는지도 봤나?]


[어··· 그게···]


[아니지. 차량 크기가 어느 정도였어? 대충 몇 명이 탈 수 있을 것 같았지?]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그··· 보셨을지는 모르겠는데 번화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차랑 비슷했습니다. 어림잡아 네다섯 명 정도? 욱여넣으면 여섯 명?]


[우리가 잡아 죽이려던 놈들 머릿수와 얼추 비슷하군.]


대성이 비밀을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장교 침실을 재차 둘러보았다.


‘난방도 안 꺼져 있고 군복이랑 다른 살림살이도 그대로야. 놈들은 분명히 돌아온다. 빌어먹을 창고 열쇠와 같이.’


대성은 한차례 열어보았던 부대장 침실의 수납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대원을 불렀다.


[밖으로 나가자. 전투 준비해.]


[예? 전투 준비 말입니까?]


[두 눈 뜨고 멀쩡히 살아있는 놈들이 남아있잖아. 조만간 부대로 돌아올 텐데 환영행사 치러줘야지. 시간 없으니까 서둘러.]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


소대원들은 소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한 채 전방을 주시했다.


월동 준비를 할 시기가 왔음을 알리는 바람이 계속 불었음에도 대원들은 몸 한 번 떨지 않았다. 도리어 식은땀을 흘리기에 바빴다.


[어디서 올지 모르니 정신 바짝 차리고 경계해라. 상대는 꿈속을 거니느라 정신없는 잠꾸러기들이 아니야. 멀쩡하게 깨어있는 놈들이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반드시 명심하도록. 특히 중간 전달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료들의 수신호를 놓치지 마라. 대여섯 명 상대하고 끝날 일이 백 명, 천 명을 상대하는 일로 바뀔 수 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감시탑과 정문부터 장교 막사와 쓰레기처리장까지 병참 부대 전역에 배치된 소대원들은 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비록 두 부대가 형편없는 경계 태세로 무너졌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모든 관동군이 허술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었다. 잠에 취한 관동군과 깨어 있는 관동군은 분명 다른 존재였다.


정신이 멀쩡한 관동군은 갈기갈기 찢어진 중원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던 봉천 군벌을 일거에 무너뜨린 강력한 군대였다.


장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이 끝장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사소한 실수 하나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잡담은커녕 숨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들은 맹수였다.


달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숲 속에서 사냥감의 목덜미를 단번에 낚아채야 하는 굶주린 맹수였다.


다음 기회는 없었다. 실패하면 그대로 굶어 죽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돌봐야 하는 새끼까지도.


얼마나 기다렸을까?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소해야 하는 본능까지 포기한 채 표적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대원들과 대성의 시야 속으로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대장님.]


[알아. 나도 방금 봤어. 자네가 말한 대로 그리 큰 차는 아니군.]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상당히 빨리 달려오는 것 같은데요? 혹시 통신실과 연락할 수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랬으면 저 정도로 대담하게 오진 않았을 거야. 뭔가 냄새를 맡았으면 친구들을 데려왔겠지.]


[아···]


[그리고 갈지자로 오지도 않았을 테고.]


[갈지자··· 말입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한자 중에 있지 않은가? 갈 지(之) 말이야. 저기 전조등을 잘 봐.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하고 있잖아.]


[그렇군요. 설마 저희가 공격할 줄 알고-]


[회피 기동하는 거냐고? 전혀. 제정신 박힌 놈들은 저런 식으로 안 몰아.]


한창 상기되어 있던 대성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술을 진탕 마신 놈들이 갈지자걸음을 하는 법이지.]


대성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 홀로 빛나는 노란 헤드라이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 부대를 나섰던 관동군 차량은 지그재그 모양을 그리며 부대 정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차 안에 있는 관동군 장교들은 이미 이성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듯했다.


그들은 감시탑의 전등이 깨졌다는 사실도, 마땅히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감시탑 경계병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평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말단 병사들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술에 절인 노란 헤드라이트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대 안으로 들어왔고 핏자국이 묻은 창고 입구를 적나라하게 비춘 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주정뱅이들을 토해냈다.


하지만 핏자국을 들먹이는 주정뱅이는 아무도 없었다.


감시탑만 보며 부대가 떠나가라 소리칠 뿐이었다.


[우리 들어왔다! 딸꾹! 근무 일지에 기록하면 안 되는 거 잘 알지? 하면 안 된다! 어?]


[······]


[야~! 자식들이 다른 놈도 아니고 네놈들 부대장이 직접 물어보는데 왜 대답이 없어? 우리 들어왔다고! 어? 대답 안 해? 야!!!]


[······]


[이 자식들이 귓구멍에 못을 박았나, 대답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이젠 일개 병졸까지 무시하는 거냐? 어? 병참이 그렇게 한심해 보여? 개자식들. 이래 봬도 내가-]


[에이 선배님 그냥 들어갑시다. 일개 병졸이 어떻게 부대장한테 함부로 말을 걸 수 있겠습니까? 내일, 아니, 이따 처리할 일도 많으니까 그냥 들어가요.]


[후~ 내가 언제 말 건다고 뭐라고 했어? 대답을 안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 지휘관이 말하는데 말이야. 병참이라고 무시하기나 하고.]


[천황 폐하의 사령장을 받은 관료한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냥 들어가요. 많이 늦었으니까.]


[무식한 자식들··· 평생 그렇게 졸개 노릇이나 하면서 살아라. 나는 최대한 챙기고 집에 돌아갈 테니.]


[허허,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그냥 들어가자니까.]


후배 장교들은 술독에 빠진 부대장을 부축한 채 장교 막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막사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사격 개시!]


특전소대의 신경을 한껏 곤두서게 하였던 생존자들은 그 긴장감이 무색할 만큼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다.


장교들은 차에서 몇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땅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저항은 없었다.


[소대장님. 모두 제거한 것 같습니다. 장교 침실 인원과 딱 같은 숫자입니다.]


[모두 수고 많았다. 아까 지시받은 인원은 계속 경계 태세 유지하고 나머지는 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이 자식들한테 뭐가 있는지 한 번 볼까.]


대성은 자신이 직접 처리한 부대장의 시신을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옮겼다.


[어디 보자. 여기 있군.]


작전의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실마리는 부대장이 갖고 있었다. 대성은 고급 원단으로 제작된 부대장의 양장 재킷 안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낸 뒤 소대원에게 넘겨주었다.


[가서 열리는지 확인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잠깐. 뭔가 또 있는 거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봐.]


대성은 목석으로 변한 부대장의 시신을 한 차례 더 수색했다. 그는 이내 또 다른 소지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수첩이었다.


‘수첩? 뭐하러 들고 다닌 거지?’


대원 몇 명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대성은 수첩을 펴보려 했다.


그때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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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후기 +24 21.01.04 1,553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24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0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4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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