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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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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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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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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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9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79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3)


장갑열차의 대구경 포는 끊임없이 불을 뿜었다.


커다란 포탄은 관동군의 머리 위로 떨어짐과 동시에 그들을 화염으로 감싸 안았다.


백날 정신력 강조해봐야 포탄 앞에서는 일개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관동군은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파악 못 하고 계속 죽어 나갔다.


포화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장병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천운을 포기하고 자기 본분을 다한 장병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자기 본분을 다한 것이 꼭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지휘부에 기습을 전한 장병들은 정확히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휘부는 생존 장병의 다급한 보고를 성급하게, 그리고 지극히 단순하게 해석해버렸다.


‘공장을 공격하는 반란군의 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 같다.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라!’


군수 공장이 만주국 주요 도시권에 있었던 만큼 관동군의 병력 증원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졌다.


증원군은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예 장갑열차가 적으로 돌아섰다는 사실도 모른 채 무작정 전투 현장으로 향했다.


[대대장님. 관동군이 다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마침 포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잘됐군. 포격 준비.]


[사정권 진입했습니다.]


[쏴!]


증원군이 굳이 저지르지 않은 실수를 하나 꼽자면 애꿎은 장갑열차를 다시 끌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당초 생존장병이 장갑열차와 선로가 박살 났다고 했는데, 보내서 뭐하겠는가?


그 정도 사리분별은 지휘관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다.


문제는 그 이상의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쾅!


증원군은 전투 현장에 들어서기 무섭게 불벼락을 맞았다.


기껏해야 수류탄이나 항일군 귀신이 운용한다는 정체불명의 병기가 전부일 것으로 생각했던 관동군은 장갑차도 종잇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포탄의 위력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쾅!


말을 다시 꺼낼 일도 없었다.


증원군은 지휘부에 경과보고도 못 하고 전멸했다.


대성은 검은 연기와 화염으로 둘러싸인 전투 현장을 망원경으로 살폈다.


물론 말이 전투지, 사실상 학살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생존장병은 보이지 않았다. 설사 있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대성은 복귀 명령을 내렸다.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왠지 모르게 약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는 대성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하얼빈을 방어하는 관동군 부대를 전부 불바다로 만들고 싶었다. 관동군의 군사 기술이 집약된 장갑열차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하얼빈 근방으로 가는 철로가 엿가락이 되어 사방으로 날아가 버린 바람에 열차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게다가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법은 아니었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일도 중간에 틀어지는 마당에 충동적으로 한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대성은 아쉬운 마음으로 기수를 돌렸다.


***


그렇게 아쉬운 대로 끝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잠시 묵혀두기로 했던 먹잇감은 제 발로 지옥문을 열고 들어왔다.


[적 기병대 다수 열차로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


주변 경계를 하던 대원이 소리쳤다.


아직 공개도 안 한 물건이 바깥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도 아군 전력을 숯덩이, 불덩이로 만들어버리면서 말이다.


이상한 낌새를 뒤늦게 알아차린 관동군은 군수공장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향해 빠르게 접근해왔다.


대성은 기병대를 보며 대원을 불렀다.


[맞추기 좀 애매하지?]


[예. 각도도 안 나오고. 대대장님도 아시겠지만, 괜히 무리해서 쐈다가는 도리어 우리가 피해를 볼 겁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가자.]


관동군 기병대는 열차 근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러 소음 때문에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멈추라고 하는 것 같았다.


대원들은 기병대의 필사적인 구애에 화답하기 위해 기관총을 빼 들었다.


[먼저 간 놈들한테 안부 좀 전해줘라!]


잠시 후, 빨래판 긁는 소리가 열차 안에 울려 퍼졌다.


명색이 군수 공장인데 겨우 열차 하나만 훔쳤을까? 기병대는 장대비 쏟아지듯 날아오는 수많은 총알을 맞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추격은 계속 이어졌다. 인제야 진실을 알았는지 관동군은 열차를 따라잡을 만한 수단을 있는 대로 동원했다.


그렇게 기병대와 군용차량은 포탄과 함께 저승행 열차를 탔다.


그보다 무장이 잘 된 기갑전력도 별다를 바 없었다.


대원들의 입꼬리만 더 높이 올라갈 뿐이었다.


[이젠 장갑차까지 끌고 오네. 그러면 우리만 좋지 뭐. 잠깐, 저거 장갑차 아닌가? 대대장님? 저거 장갑차 맞습니까?]


[여기 있는 설계도에 따르면 전차야. 이름이··· 보자. 89식 전차? 포가 아담한 게 귀엽게 생겼네.]


[그러게 말입니다. 적어도 대포 소리 들으려면 우리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최소한 우리 정도는 되어야지. 저건 어디 가서 전차라고 하면 안 되는 물건이야. 놈들의 치부가 될 게 뻔하니 우리가 없애주자고.]


89식 전차는 나름대로 추격대의 희망이었다.


관동군 전차는 여유 있게 돌아가는 장갑열차를 세우기 위해 포를 겨누었다.


차라리 철로에 쐈으면 좋았을 것을.


관동군 전차에 탑재된 포는 장갑열차에 탑재된 대포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었다.


게임에 나올 것 같이 생긴 포는 기존 계획보다 더 두껍게 제작된 열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었다.


유효한 피해를 주기는커녕 접근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펑!

쾅!


관동군 전차는 별다른 전과도 세워보지 못하고 전쟁의 참상을 널리 알릴 벌판 위 유물이 되어버렸다.


[적 전차가 철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식이 남아있던 몇몇 전차장은 목숨과 징계를 맞바꾸는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실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대성이 기술병과 장교에게 말했다.


[이제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전차를 다시 끌고 오진 않을 거예요.]


[아마 더 강한 걸 끌고 오겠죠. 혹은 남아있는 포탄으로 감당이 안 될 규모의 지원군을 데리고 오거나.]


[아무튼, 서둘러 주십시오.]


[염려 마세요. 저도 본전을 뽑으려고 하고 있으니까. 언제 이런 물건을 몰아보겠습니까?]


기술병과 장교는 열차의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사실 포탄이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 전차부대의 그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정도의 포탄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성이 바라는 목표물은 전차 몇 대보다 훨씬 중요한 자원이었다.


장갑열차는 군수공장으로 기수를 돌렸다.


***


굵고도 짧았던 외출을 끝내고.


장갑열차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군수공장 건물은 참혹하게 변한 주변 현장과 달리 멀쩡했다.


항일군의 전력이 관동군과 조금만 더 비등했다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군수공장이 자리 잡은 지역은 관동군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었다.


‘그나마 놈들이 설레발을 쳐서 다행이다.’


장갑열차는 공장을 지나 벌판까지 연결된 철로로 나아갔다.


하긴, 자기네 공장 안에 있는 열차가 탈취당하는 상황을 예상한 관동군 간부가 몇이나 있었을까?


관동군 지휘부가 설계한 미래는 그저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들은 공장에서 생산한 최첨단 장갑열차를 바로 전선에 투입하려고 했다.


이는 곧 공장에서 전선까지 철로를 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록 다 잇기 전에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대성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군수공장이 장갑열차 대포의 사격 각도에 들어왔을 때 대성은 명령을 내렸다.


[사격 개시!]


장갑열차는 남은 포탄을 전부 군수공장에 퍼부었다.


지붕부터 밑바닥 주춧돌까지 포탄의 피해를 보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포탄은 공장의 기둥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공장 내부를 덮쳤다. 그리고 관동군이 애써 만든 생산시설과 기기를 고물로 만들어버렸다.


동시에 거대한 불길까지 일으켰다.


불길은 수많은 기름을 자양분 삼아 삽시간에 공장을 집어삼켰다.


저 불을 제대로 끌 수나 있을까?


대원들은 오래전 항우가 태웠다고 하던 아방궁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장갑열차는 불타는 고향을 뒤로하고 황량한 벌판으로 향했다.


관동군은 더 이상 열차를 추격하지 않았다.


사실 추격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랬다면 열차 안에서 군수물자를 빼내기 위해 투입된 항일군 병사들과 마주쳤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이 꼬였을 테지.


그러나 관동군은 당장 큰 그림을 그릴 여력이 없는 듯했다.


관동군의 소중한 지적 재산은 그렇게 항일군의 소유가 되었다.


***


며칠 뒤, 비밀 요원의 보고서가 특전 대대 작전 회의실 탁자에 올랐다.


대성은 관동군의 충격과 분노가 생생하게 담긴 보고서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회의에 참여한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원 중 하나가 보고서의 구절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대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관동군 소속 열차가 원인 미상의 폭발을 일으켜서 전복되었다고 합니다. 생존자는 없고요.]

[전복은 얼어 죽을. 회수하러 다가갔다가 선 밟고 다 터져 죽었겠지.]

[하여간 진실 감추는 실력은 정말 알아줘야 해. 안 그렇습니까? 대대장님.]


대원의 물음에 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수공장을 통째로 날려버린 특전 대대의 포격은 원인 미상의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


하얼빈 시내까지 들렸다던 관동군과 특전 대대의 추격전, 포격전은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기상 현상.


열차 회수를 위해 찾아온 관동군 섭섭해 하지 말라고 남겨두었던 부비트랩은 원인 불명의 열차전복사고.


관동군의 패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왜곡의 커튼 뒤로 감춰져 있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만 사고로 알려졌을 뿐, 관동군은 당연히 진실을 알고 있었다.


관동군은 자기들 턱밑까지 올라온 항일 세력의 칼날에 굉장히 충격받은 듯했다.


하지만 충격을 너무 심하게 받은 탓인지, 이성적인 판단 능력마저 상실한 것 같았다.


[앞으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만주국 소재 공장에 경비 병력을 상시 배치할 것. 공장 규모는 상관없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인원 확보 바람.]


대성은 요원의 보고서를 천천히 읽었다.


장갑열차 탈취 사건은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로 이어졌다.


관동군은 중요시설방어 부서를 새로 만들고 병력을 배속시켰다.


병사들의 수통을 만드는 작은 공장부터 전차를 생산하는 공장까지.


군수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공장 중 경비 병력이 머무르지 않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불러오는 법.


한쪽에 인원을 몰아주면 다른 쪽이 당연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행학교 건설은 남아있던 모든 관련 인원과 예산을 빼앗기며 날개를 꺾여버렸다.


그것뿐이랴. 관동군은 귀리를 병사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바보 이반이 아니었다.


별의별 시설물에 정규군이 배치되면서 전방의 병력이 줄어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평상시 머릿수로 경계 허점을 메꾸던 주요 부대도 인원 감축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신병을 뽑아서 다시 충원하면 되는 만큼 허점이 드러나는 시간은 얼마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잠깐의 시간이 문제였다.


이는 특전 대대가 기를 쓰고 잡으려 했던 절호의 기회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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