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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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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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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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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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0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80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1)


군용철도 파괴 작전.

군수공장 파괴 작전.


관동군의 허를 찌른 두 작전은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관동군 지휘부는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반란 종자에게 군수공장이 함락당하다니요?]

[호들갑 그만 떠시오. 공장이야 다시 세우면 그만이지.]

[맞소. 우리가 공장 잃는다고 망할 나라도 아니고. 일단 원인부터 찾아봅시다.]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제국은 어쩌다가 반란 종자 따위에게 허를 찔렸는가?


지휘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결국, 기강이 해이해진 겁니다. 정신력 문제에요. 전방이 아니니까 적과 만날 일도 없겠지. 이런 생각이 화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동의하네. 후방 분위기를 전선처럼 만들 필요가 있어.]

[잠깐. 어쨌든, 놈들은 마점산 일당이 보냈을 거 아닌가? 전처럼 폭격해야···]

[허허, 또 항공대 타령인가?]

[폭격도 폭탄 만드는 공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공장을 경비해야 합니다.]

[그래. 불령한 조선인과 중국인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관동군은 대대적인 병력 재배치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인과 조선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논리 아래 많은 경비 부대가 창설되었다.


경비 부대의 임무는 만주국 곳곳에 있는 군수시설을 지키는 것이었다.


경비 부대에 배속된 인원은 대부분 임무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적어도 최전선에서 귀신과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


관동군의 병력 재배치는 특전 대대한테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대성이 작전 회의 탁자에 올라온 보고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재배치로 말미암아 주요 부대를 공격할 기회가 생겼다. 경계병들은 인원 감소로 인한 후유증을 견디기 힘들어할 거야.]

[어느 부대부터 공격하실 겁니까?]

[건질 게 많은 부대부터.]


대성은 군수공장에서 빼 온 문건을 보여주었다.


문건은 군수공장에서 생산하려던 장비의 설계도와 운용법을 담고 있었다.


이를 본 간부급 대원들이 물었다.


[전차를 탈취하시려는 겁니까?]

[천년만년 놈들 뒤통수만 치고 살 수는 없잖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지.]

[일단 놈들의 시선부터 돌려야겠군요.]

[그렇지. 우리가 여전히 공장에 집착한다고 생각하게 해야 해.]


특전 대대는 양동 작전을 펼쳤다.


대성은 작전 지역을 전방과 후방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임무를 부여했다.


전방에 배치된 대원들은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은 관동군 전차 부대 주위를 맴돌며 데이터를 모았다.


공격은 따로 하지 않았다.


대원들은 신분이 확인된 전차부대 지휘관도 그냥 놔두었고, 간이 참호 옆에서 용변을 보던 관동군 순찰조도 그냥 놔두었다.


반면에 후방에서는 계속 공격이 벌어졌다.


목표물은 늘 그랬던 것처럼 군수공장이었다. 공장 주변에 잠입한 대원들은 밤이 되면 사전에 물색한 위치로 가서 총기를 조립했다.


그리고는 공장을 경비하는 관동군 장병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다만 총알을 그리 많이 쓰진 않았다. 사실 많이 쓴다고도 할 수 없었다.


한두 발만 썼기 때문이었다.


후방에 배치된 대원들은 오직 장교만 노렸다. 그들은 애당초 공장 경비 병력을 소탕하고 공장을 점거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전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으니까.


탕!

털썩!


[중대장님!]

[경보 울려! 중대장님이 피격당했다!]


탕!


후방에 배치된 대원들이 받은 임무는 관동군의 시선을 끄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교 저격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관동군 사령부에는 피격당한 장교의 명단이 날마다 올라왔다. 장차 머리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매일 죽어 나가니, 지휘부에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제도 희생자가 있었나?]

[그렇습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당하는 이유가 뭐야? 경비 병력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 버젓이 사람이 사는 곳 한복판에서 죽을 수가 있느냐는 말이야.]

[습격은 대부분 밤에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럼 당연히 밤에 벌였겠지. 대낮에 그랬겠나?]

[경계 태세를 더 강화하겠습니다.]


공장을 지키는 경비 부대원들은 매일같이 사령부의 공문을 받았다.


일종의 경고장이었다.


‘지금은 전시상태임을 반드시 기억할 것.’

‘한순간도 경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사망자 발생 시 계급 고하 불문하고 징계할 것임.’

‘눈에 불을 켜고 반란 분자 색출할 것.’


지휘부가 예민해지면서 일선 부대도 덩달아 피곤해졌다.


도시 생활을 꿈꾸었던 병사들과 장교들은 전선에 있던 시절보다 각박해진 근무 여건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각자 화풀이할 대상을 찾아다녔다.


[중대장은 말이야. 사격 잘하는 병사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경계 근무 시간에 조는 건 절대로 용납 못 해. 알겠나?]

[하··· 신병들 잘 들어라. 나는 말이야. 총 잘 쏘는 신병은 바라지 않아.]

[빌어먹을 반란군 새끼들. 여기 일하는 망할 노동자 새끼들도 다 반란군 끄나풀들이야.]


장교는 병사를 갈구고, 선임병은 후임병을 갈구고, 후임병은 애꿎은 현지인 노동자를 갈구었다.


물론 장교라고 해서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가만두는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은 장교, 병사 가릴 거 없이 현지인을 의심했고 감시, 탄압했다.


그에 따라 현지인들의 불만 역시 점점 커져만 갔다.


***


양동 작전은 관동군의 전시 체제 운영을 효과적으로 방해했다.


장교들이 죽을 때마다 관동군 지휘부의 시선은 전선에서 멀어졌다. 잠깐 하고 말 줄 알았던 전방 병력 차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현지 지휘관이 항의해도 소용없었다.


[병력 차출을 또 하겠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야. 지금 장교가 계속 죽어 나가고 있어. 빌어먹을 하얼빈과 장춘이 전선이 되게 생겼다고.]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병력 차출은 곤란합니다.]

[곤란하고 말고는 자네 알 바가 아니네. 이건 명령이야.]


인원이 줄어든다는 말은 곧 남은 사람들의 업무량이 늘어남을 의미했다.


전선에 있는 장병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오늘 근무자 일정표입니다.]

[뭐야? 내가 왜 두 번씩이나 들어가 있어? 제대로 짠 거 맞아?]

[맞습니다.]

[장난치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안 그러면 다른 애를 세 번 세워야 합니다.]

[그럼 세워. 어차피 나보다 밑에 있는 놈일 거 아니야.]

[부대장님께서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상하를 막론하고 모두 두 번 이상 서야 한다고요.]


가뜩이나 낮에도 눈에 불을 켜고 있어야 하는 마당에.


잠까지 못 자게 생겼다.


병사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일개 병사가 장교한테 뭘 따질 수 있겠는가?


병사들의 피로도는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정신력이 받쳐준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눈을 한 번이라도 감는 순간, 그대로 꿈나라 직행이었다.


경계 태세를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차 부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요한 전략 병기를 취급해야 하는 이들의 운명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다.


***


특전 대원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전차 부대원의 하루를 보고서에 매일같이 적었다.


[전차장들도 제때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사들과 함께 경계 근무를 서야 하거든요.]

[그때 맞춰 전차장들을 제거하면 탈취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겁니다.]


대원들은 공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보고서를 살펴보던 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놈들이 장교 저격에 무감각해지기 전에 일을 끝내자고.]


특전 대대는 곧장 전차 부대로 향했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부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대성은 전차 요원들을 데리고 부대 근처에 설치한 비밀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전차 운용 방법은 다들 기억하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저놈들을 제압하는 즉시 전차를 탈취해서 자리를 뜰 거야. 주력 부대와 떨어져 있다고 해도 어쨌든 여긴 놈들 구역이야. 조금이라도 지체해서는 안 돼. 알았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차를 탈취하기 전에는 인솔 대원의 말만 따르도록 해.]


대성은 전차 요원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한 뒤, 전차 부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적 상태를 확인했다.


[상황은 어때?]

[똑같습니다. 예전처럼 대놓고 자는 놈은 보이지 않아요.]

[잘 생각이 들 리가 없지. 지금까지 당한 게 있는데. 다만 문제는 이제 몸이 버티지를 못한다는 거지.]


대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병력 재배치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인원 조정은 곧 근무 시간 증가를 의미했다. 철야 근무로 점철된 강행군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경계 근무에 투입된 장병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기 일쑤였다. 대놓고 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은 이미 벌판 너머 어딘가로 떠난 듯했다.


그런 상태로는 작은 움직임을 잡아낼 수 없었다.


대성은 경계병이 조는 틈을 타 조금씩 부대 앞으로 다가갔다.


[반드시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꼬일 거야. 정신 바짝 차려.]

[예. 대대장님.]


저격수들은 경계병의 머리를 한 번에 박살 내야만 했다. 그들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며 총구를 들어 올렸다 내려놓았다 했다.


그사이 대성은 부대를 둘러싼 담장 바로 옆까지 갔다. 경계병이 잠깐 조는 사이, 그는 대원들과 함께 개구멍을 뚫고 부대 안으로 진입했다.


수신호 전달을 맡은 대원은 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저격수에게 빠짐없이 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현 시각 대대장님 적 부대 통신실 접근 중. 사격 위치 확보 바람.’

‘대대장님 통신실 진입. 상태 확인.’

‘대대장님 신호 수신. 바로 사격 개시!’


수신호 전달 역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저격수들은 신호를 받음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곧 드럼통 치는 소리가 나면서 경계병이 쓰러졌다.


머리에 구멍이 뚫린 경계병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들은 전기가 끊긴 전등처럼 아무 예고 없이 조용히 쓰러졌다.


쓰러진 동료를 인식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동료의 죽음을 알아차린 병사들은 허리 한 번 숙여보지 못했다.


그렇게 경계 태세는 무너졌고.


항일군 소속 전차 요원들이 부대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움직일 수 있게끔 해 놔. 대대장님 금방 오실 거야.]

[알겠습니다.]


전차 요원들은 능숙하게 전차를 조작했다. 요원들은 전차의 엔진 상태와 연료량을 점검하고, 추가 연료를 확보했다.


그사이 대성은 부대를 휘젓고 다녔다. 관동군 장병 막사는 하도 많이 들락날락했던 탓인지, 아예 제집처럼 느껴졌다.


전차 부대원들의 목숨은 그렇게 대성과 특전 대원들의 수중에 들어왔다.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대성과 특전 대원들의 행동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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