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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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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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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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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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83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4)


타격대 병사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대대장을 불렀다.


[대대장님! 전방에 적이 있습니다! 근데···]

[······]


대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옆에 있던 참모가 열심히 소리를 질렀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공들여 지은 마을이 홍수에 휩쓸려간 듯했다.


아니, 이미 휩쓸려 가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타격대 대대장은 얼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놈들 무슨 짓을 한 거야··· 저걸 언제···]

[대대장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바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이럴 리가 없어··· 우리가 당할 리가 없어···]

[대대장님! 사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당할 리가···]

[대대장님!]


몇 번을 불러봐도 마찬가지였다.


대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작전 참모는 정신이 나간 대대장을 대신해서 명령을 내렸다.


[안 되겠다. 대응 사격해! 대응 사격! 대대장님 눈치 보지 말고 바로 쏴!]


타격대 전차 승무원들은 명령을 받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차장님. 앞에 저거 대체 뭡니까?]

[작전 참모님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포탑만 다른 것 빼고는 우리 전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비슷하게 생겼든 말든 우리 편을 공격했잖아. 그럼 적이지. 빨리빨리 움직여!]


전차장은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종수와 포수를 독촉했다. 포수는 전차장의 갈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포탄을 장전했다.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적 전차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먼저 쏘는 자가 살아남는 법.


포탄을 먼저 발사한 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전차였다.


귀신이 데리고 온 전차는 아담한 89식 전차를 단번에 잡아먹어 버렸다.


쾅!


89식 전차는 굉음과 함께 화염으로 뒤덮였다.


타격대 전차 승무원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애당초 탈출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포탄을 쌓아 놓은 부분이 정면으로 맞았으니 말이다.


물론 작은 총알이나 시험 운용 때 사용했던 대전차포에 맞았더라면 얼추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귀신 전차의 주포는 대전차포보다 훨씬 컸다.


커다란 포는 더 커다란 포탄을 쏠 수 있다. 이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포를 탑재한 89식 전차는 귀신 전차의 거대한 주포를 당해낼 수 없었다.


쾅!


귀신 전차는 말 그대로 귀신 그 자체였다.


훈장을 타느니 마느니 하던 타격대의 기세는 귀신 전차의 등장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남은 전차장들은 일제히 작전 참모를 불렀다.


[작전 참모님. 작전 참모님!]

[왜? 일단 쏘면서 말해.]

[아무래도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화력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이대로 가면 다 죽을 수도 있-]


쾅!


[빌어먹을!]


우물쭈물하는 사이 전차가 한 대 더 터져 나갔다.


귀신 전차의 주포는 89식 전차보다 사거리도 길었다.


89식 전차로 귀신 전차를 잡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죽으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펑!


귀신 전차는 쉬지 않고 불을 내뿜었다.


이번에는 타격대 보병이 탄 군용 트럭이었다.


장갑을 가장 많이 두른 전차도 종잇장처럼 당하는데 군용 트럭이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거대한 포탄에 피격당한 군용 트럭은 처참한 꼴로 땅을 나뒹굴었다.


트럭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승산은 없어 보였다.


작전 참모는 정신 나간 대대장을 대신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 순간.


대대장이 작전 참모를 불렀다.


[작전 참모.]

[대대장님? 지금 철수해야 합니다! 놈들 주포의 화력이 우리보다 훨씬 강해요. 사거리도 길고. 못 이깁니다.]

[우리는 패배했다. 놈들의 전력을 과소평가했어.]


그걸 누가 모르냐?


작전 참모는 욕설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차하면 대대장을 무시하고 철수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아니, 지금 내려야 한다.


작전 참모는 대대장이 말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때 대대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작전 참모!]

[대대장님! 충격받으신 건 알겠지만,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안 보이십니까? 방금 전차 한 대가 또 당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다 죽어요!]

[저놈들은 관동군의 앞날에 지대한 방해물이 될 것이다. 이번에 어떻게든 제거해야만 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화력과 사거리가 안 된다니까요? 전차도 지금 세 대가 날아갔습니다. 남은 전차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기 보이는 전차가 놈들이 가진 모든 전차일 거야. 모르겠나? 지금 없애 버려야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어.]

[막을 수단이 없다고요. 지금 당장 100mm 정도 되는 대구경 포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희생하면 막을 수 있다.]


대대장은 결연했다. 그는 작전 참모가 말릴 새도 없이 권총을 빼 들고 개조한 트럭에서 내렸다. 그러더니 남은 병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군들 잘 들어라! 포탄을 여기 전부 싣도록! 어서!]

[오토바이에 말입니까?]

[저 앞에 있는 놈은 느려 터졌다. 오토바이로 달리면 막지 못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는 천황 폐하의 자랑스러운 군인이다. 저것들은 천황 폐하의 앞길에 똥을 잔뜩 올려놓을 거야. 그 전에 막아야 해.]

[······]

[다른 병사들은 모두 돌격 준비해라! 전차 하나 믿고 까부는 놈들 머리 위에 수류탄 하나씩 얹어주자!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 폐하 만세!]


***


조준경에 비친 타격대 대대장의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대대장은 반쯤 뒤집힌 눈을 부라리며 만세삼창을 했다.


그리고는 병사들과 함께 군용 오토바이에 수류탄을 담기 시작했다.


아군 주력부대의 백업역할을 맡고 있던 특전 대원은 그런 적의 행동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대성에게 보고했다.


[부대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차량에 폭탄을 싣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대대장님이 계신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폭탄을 실은 차량으로 뭔 짓을 하려는 거로 보입니다.]

[확인. 다른 특이사항은?]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아닙니다. 적 지휘관이 폭탄을 실은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쏠까요?]

[지휘관을 따라가지 않은 놈을 공격하도록. 가미카제는 우리가 막겠다.]

[알겠습니다. 근데 가미카제가 뭡니까?]

[저런 헛짓거리를 가리키는 말이야. 남는 인원 감시 잘하도록. 이상.]


대성은 장갑차의 기관총을 붙잡고 타격대를 기다렸다.


폭탄을 가득 실은 차량, 만세삼창을 하는 적 지휘관.


더 볼 것도 없었다.


[모두 사격 준비! 다가오는 차량부터 집중해서 공격한다!]


대원들은 대성을 따라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뒤.


타격대의 차량 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격 개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관총에서 총알이 우수수 뿜어져 나왔다.


차량에 폭탄을 잔뜩 실은 거로 보아 타격대는 본래 계획보다 몇 년 먼저 신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것 같았다.


전차의 기동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적까지 아는 약점을 아군이 모를 리가 있나.


애당초 적의 전차를 탈취해서 개조한 물건인데.


너 죽고 나 살자 식 공격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접근을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었다.


항일군이 개조한 전차의 포탑부에는 원본과 달리 동축 기관총이 달려 있었다.


동축 기관총은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얇디얇은 관동군 차량의 장갑으로는 강력한 총알 세례를 뚫을 수 없었다.


철판도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는 판에 일반 병사라고 버틸 수 있었을까?


만세를 부르짖건 타격대 대대장과 광신도 병사들은 그렇게 저승 문턱을 넘었다.


기관총 총알에 걸레 조각이 되면서도 자폭하려는 광경은 항일 베테랑의 간담도 서늘하게 할 만큼 기괴했고 소름 끼쳤다.


특전 대원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성은 그런 부하들과 달리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백업을 맡은 특전 대원을 다시금 불렀다.


[아아, 들려?]

[예. 대대장님. 잘 들립니다.]

[가미카제 인원 전원 제거 완료했다. 그쪽은 어떻게 됐나? 자폭 돌격에 참여 안 한 인원 있었어?]

[있었습니다. 남은 병력을 통솔하는 자가 보이길래 바로 제거했습니다.]

[나머지도 제거했고?]

[예. 요술봉으로 다 끝장냈습니다. 전차장이 앞만 보고 있던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수고했어. 나는 바로 다음 목표물로 이동할 테니 현장 수습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항일군 기계화 부대는 곧장 다음 목표지점으로 향했다.


관동군 보급 부대의 분위기는 거의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병력은 병력대로 잃고 지원군은 어째 잘못된 것 같고.


보급 부대장은 애가 탄 나머지 통신병이 들고 있던 통신기기를 뺏어 들었다.


[줘봐. 아, 아. 대대장님? 대대장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대대장님? 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신호도 없어?]

[모르겠습니다. 작전 참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기는 했는데 갑자기 끊어져 버렸습니다.]

[하··· 진짜 이 씨··· 왜 하필 우리 부대 근처에서 일이 터진 거야··· 싸울 거면 다른 곳에 가서 싸울 것이지. 왜 하필-]

[부대장님!]

[왜? 무슨 일이야?]

[전차가 나타났습니다! 부대 쪽으로 오는 중입니다.]

[망할···]


보급 부대장의 얼굴은 곧 죽을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타격대 작전 참모는 죽기 전까지 보급 부대에 상황을 보고했었다. 작전 참모는 절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항일군이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학살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부상병은 전차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음 섞인 고성을 내질렀다.


[으··· 안 돼···! 우린 이제 죽은 목숨입니다···! 놈은 괴물이에요. 으아악!]

[미친놈. 휴··· 전차 오는 거 확실해?]

[확실합니다. 지금 나가면 바로 보실 수 있는 거리입니다.]

[빌어먹을. 대전차포 있지?]

[예. 예비 물자로 남아있습니다.]

[그거 싹 다 꺼내 와. 제아무리 전차라고 해도 대전차 포탄 세례를 막지는 못하겠지. 못 할 거야···]


보급 부대 병사들은 부리나케 창고로 달려가 대전차포를 빼냈다.


그러나 대전차포가 적의 괴물을 막아주리라고 생각하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야. 그냥 적당히 눈치 보다가 도망갈래? 이거 우리 전차 장갑도 못 뚫잖아. 적 전차 괴물이라며.]

[무슨 수로 도망을 쳐? 그냥 이판사판으로 싸워야지.]

[하··· 진짜 내가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나가지고. 그냥 적당히 사이좋게 지내면서 살지.]

[야 인마. 말조심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 죽게 생긴 마당에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냐?]


병사들은 거진 포기한 상태로 대전차포를 끌었다.


대전차포를 쏘려면 어쨌든 적 전차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데 얼굴을 내밀 수나 있을까?


병사 대부분은 전차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전에 죽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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