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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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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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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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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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84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


불길한 느낌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쾅!


37mm 대전차포는 위기에 처한 병사들의 동아줄이 되어주지 못했다.


대전차포는 항일군 전차의 포신이 불을 뿜음과 동시에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전차와 맞서려고 했던 자들의 신체는 터진 새끼줄 덩어리마냥 사방으로 흩어졌다.


[빌어먹을. 모두 뒤로 물러나!]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이게 끝이에요.]

[망할!]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최후까지 발악하다 죽든가.


일말의 자존심이 남아있던 관동군은 후자를 선택했다.


어차피 탈출도 못 할 거, 반란군 한 명이라도 같이 데려가자.

대충 이런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

[하지만 놈들을 살려 보낼 생각도 하지 마라. 놈들은 우리와 함께 저승으로 간다.]

[천황 폐하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만세!]


남은 병사들은 군에서 나눠줬던 약을 일제히 복용했다.


약의 효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잃을 게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왠지 모르게 없던 용기가 샘솟는 것 같았다.

어떤 적이든 다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사들은 결사항전의 마음으로 총을 고쳐 들었다.


배수진.


옛날이었으면 통했을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귀신 소리를 듣는다고 한들, 적도 결국에는 사람이었으니까.


사람은 총알에 맞으면 죽는다.


죽을 각오로 싸우면 항일군 병사 한 명쯤은 어떻게든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무기와 장비가 도입되면서 이런 악다구니도 소용없게 되었다.


[보병전투차 진입합니다.]

[확인. 적 발견 시 바로 사격하기 바람. 상황 정리 후 기계화보병 투입할 것.]


보급 부대원들은 항일군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장갑으로 둘러싸인 포탑 안에서 총알을 뿌려 대는 기관총 사수를 무슨 수로 죽이겠는가?


그저 죽어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고래 싸움에 휘말려 들었던 새우 한 마리는 등이 터지다 못해 온몸이 조각나버렸다.


***


기갑 병기가 주축이 된 항일군 부대.


대성은 이 부대를 기계화 보병이라고 지칭했다.


항일군 기계화 보병의 데뷔전은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


관동군 타격대는 정예 부대였다. 그들은 89식 전차의 화력과 기갑 차량을 활용한 빠른 기동을 자랑하며 항일군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었다.


적어도 항일군 기계화 보병 부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관동군 타격대는 항일군 기계화 보병을 상대로 아무 전과도 세우지 못했다.


전과를 세우기는커녕 항일군 기갑 차량 하나 파괴하지 못하고 전멸해버렸다.


그 소식을 들은 흑하(黑河) 전선 지휘부는 충격에 빠졌다.


[전멸했다고?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빌어먹을!]


관동군 사단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퍽!


사단장은 정예 부대의 괴멸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보고서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괴멸.’


사단장은 괴멸이라는 단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한숨도 멈추지 못했다.


[하··· 다른 부대도 아니고. 정예 부대로 편성했던 놈들이 어떻게··· 정말로 다 죽은 게 맞나?]

[그렇습니다. 저도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한두 명은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사단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한두 명은 의미가 없지. 하···]


사단장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인원 손실만 나도 전멸이라고 규정하는 마당에, 생존자 한두 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예부대의 괴멸은 뼈아픈 손실이라고 논할 수준이 아니었다.


항일군을 토벌하기 위해 파견된 야전사단의 대들보를 반쯤 베어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해야 할까?


사단장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복잡한 그림은 전시회에 걸리기도 전에 백지장으로 변해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사단장이 보고서의 다른 구절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이건 무슨 말인가? 놈들이 우리 전차를 개조했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타격대 작전 참모의 마지막 보고에 따르면 놈들이 89식 전차를 자기네 입맛에 맞게 바꾼 것 같다고 합니다.]

[전차 부대 습격 당시에 없어졌던 전차들 말인가? 그걸 개조했다고?]

[보고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심지어 우리 전차보다 화력이 더 강했다고 합니다.]

[폭격기 한 기에도 쩔쩔매던 거지새끼들이··· 언제 그렇게. 언제 이렇게 바뀐 거야?]

[······]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셈인가? 뭔가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야! 대책을 말해보라고!]


사단장의 다그침에도 참모들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마땅한 답안을 내놓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


보완책과 대안을 내놓기 바빴던 이들은 관동군이 아닌 항일군이었다.


기계화 보병의 성공적인 데뷔전을 자축하던 것도 잠시, 항일군은 곧바로 문제점 분석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대성이 이끄는 특전 대대가 있었다.


대성은 기술병과 장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원래 주포보다 무거운 물건을 탑재해서 그런 것일까요? 속도 내기가 영 쉽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원래 없던 걸 이것저것 얹다 보니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주변 지형까지 험해서.]

[그럼 이제 속도와 주행성능 개량에 초점을 맞추면 되겠군요. 화력은 충분하니까 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설계도를 참고해서 엔진을 더 개량해보도록 하죠.]


타격대 섬멸 작전에 투입되었던 항일군 전차는 사실 완성품이 아니었다. 완성품이라고 하기에는 속도나 주행성능 등, 손봐야 할 곳이 꽤 많았다.


기술병과 장교들은 전차의 개량에 전력을 다했다.


일부는 수도 얼마 안 되는 전차에 너무 많이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성은 다음과 같이 반박하며 전차 개량을 밀어붙였다.


[전차는 옛날 기병대와 같습니다. 아니, 한참 뛰어넘는 존재입니다. 관동군이 백 명 천명 달려든다 한들, 전차 한 대면 다 끝나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대성은 기계화보병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많은 사람이 항일군에 합류했지만, 관동군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합니다. 쉽게 말해 수적열세에 시달린다는 뜻이지요. 아마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럴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어요.]


기술자들은 쉴 날이 없었다.


장교든 일반 기술자든, 기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갑 차량 개조 및 개발에 투입되었다.


그들은 대성이 공장에서 탈취한 설계도를 활용해서 보병전투차를 만들거나 개조했다.


대성은 기계화보병 부대를 특전 대대에 이은 또 다른 정예 부대로 만들고자 했다.


다만 이 모든 걸 공짜로 이룰 순 없었다.


일개 알보병을 기계화보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물자가 필요했다.


쉽게 말해 군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


그런 점에서 군수 물자를 관리하는 관동군 부대는 더없이 소중한 수입원이었다.


그나마 위협적이었던 관동군 타격대도 없겠다, 특전 대대는 만주 벌판을 독차지한 맹수처럼 전장을 휘젓고 다녔다.


[전방에 적 발견!]

[개자식들. 이젠 아예 대놓고 쳐들어오는구나. 경보 울려! 그리고 야전 부대에 연락해.]


특전 대대가 기계화보병 부대를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관동군은 문자 그대로 극한직업이 되어버렸다.


기계화보병은 굳이 밤이 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보병전투차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때문이었다.


보병전투차가 내는 소음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엔진음이었고.


[반란군 새끼들 몇 명이나 왔어?]

[몇 명 온 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앞을 보십시-]


털썩!


다른 하나는 기관총 총신을 따라 흘러나오는 격발음이었다.


볼트액션식 소총으로는 기관총의 현란한 춤사위를 막을 수 없었다.


웬만한 성인 중지 손가락만 한 총알도 막을 수 없었다.


관동군은 맥없이 쓰러졌다.


많이 써보지도 못했던 볼트액션식 소총만을 남긴 채.


그렇게 관동군이 보유했던 소총은 특전 대대의 소유로 넘어왔고.


총기가 필요한 여러 현장에 두루두루 팔려나갔다.


그와 함께 진풍경이 벌어졌다.


관동군은 자기 나라에서 생산한 총기를 사용하는 중화민국 군벌, 항일무장조직과 싸움을 벌이곤 했다.


물론 관동군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관동군은 군수 물자를 지키기 위해 호위 병력을 새로 편성하고 신속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대전차포를 다수 도입하여 호위 부대 최전선에 배치했다.


하지만 대전차포도 보병전투차나 군용트럭 앞에서만 위력을 발휘했을 뿐, 항일군 전차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밤에 몰래 부대로 쳐들어온 특수전 병력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낮에는 소총과 온갖 자잘한 군수물자가 털리고.

밤에는 대전차포와 같이 단가가 센 무기가 털리고.


그야말로 악순환이 따로 없었다.


낮과 밤을 모두 뺏긴 관동군 병사들은 극도의 피로에 시달렸다.


군에서 각성제라고 보급하는 약을 먹으면 그나마 버틸 만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각성제의 효과는 복용량과 정비례로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병사들은 각성제를 많이 복용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각성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병사들은 전투도 제쳐 두고 각성제를 대신할 물건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휘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휘관들 역시 각성제로 피로를 떨쳐내고 너무 독해서 하루 일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마법의 보드카 ‘보리스 옐친’으로 심신을 달랬다.


***


흑하 전선에 배치된 관동군에는 패전의 기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사단장의 주름살을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사단 참모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렇게 회의실 탁자에 놓인 보리스 옐친 보드카 병이 삼 분의 일 가량 줄어들었을 무렵.


한 참모가 입을 열었다.


[사단장님. 마점산을 붙잡아 죽이는 건 고사하고 도리어 우리가 다 모가지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내가 대책을 만들어내라고 했잖아. 그때 뭘 들은 거야?]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뭔데?]

[어정쩡하게 시간 끌 거 없이 한 번 정면으로 맞붙는 겁니다.]


보드카가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술병을 그대로 참모 머리에 집어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인사불성이 되어서 날뛸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었다.


사단장은 화를 애써 참아가며 참모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 꼭 좋은 생각은 아니지. 안 그런가?]

[제 말은-]

[사령부에서는 더 이상 병력 지원을 해주지 않을 거야. 사령부는 지금 장쉐량의 목에 더 관심이 있지, 마점산 목은 별 관심 없어. 우릴 항상 엿먹이는 귀신이라면 모를까.]

[열하 공격 계획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관동군 병력이 열하로 가겠지요.]

[그걸 아는 사람이 왜 전면전 타령을 하나?]

[다른 곳에서 병력을 끌어오면 되니까요. 이이제이 전략을 쓰는 겁니다.]

[이이제이?]


사단장이 물었다. 그러자 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모든 조선인과 중국인이 우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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