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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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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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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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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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화: 참수 작전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87화: 참수 작전 (2)


만철반은 관동군 속으로 조금씩 녹아들어 갔다. 교관과의 거리를 좁히고 간부와의 거리를 좁혔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내던 이들은 점점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으흠···!]

[교관님 오셨습니까!]

[열심히들 하고 있구먼. 내가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걸 보니.]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 환경에도 더 집중해야 하는데-]

[됐고. 쉬엄쉬엄해. 이거 마시면서 좀 쉬기도 하라고. 그러다가 몸까지 다 상할라.]

[감사합니다!]


엄격한 교관도 정신력 앞에서는 별수 없었다.


일본군의 암호 체계와 통신 체계를 거의 머릿속에 복사하려는 수준으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언제까지 차갑게 대하기만 할 것인가?


만철반은 엄격한 교관일수록 더욱더 FM스럽게 행동했다.


마음의 문을 늦게 연 교관일수록, 의심의 눈초리를 더 늦게 거둔 간부일수록 만철반에게 보내는 신뢰와 호의는 더 컸다.


[오늘 시간 되나? 시간 되면 저녁이나 같이하지.]

[영광입니다!]


이는 곧 만철반에 대한 관동군의 통제와 감시가 약해졌음을 의미했다.


교육 이후 칼같이 지켜지던 통금 정책도 느슨해졌고 인원확인절차도 허술해졌다. 점호를 도는 교관이나 간부는 만철반에게 스스로 면죄부나 변명거리를 만들어주기 일쑤였다.


[인원 확인한다. 다 있나? 다 있지?]

[예. 다 있습니다.]

[화장실 간 인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알아서 오겠지. 뭐. 노파심에 말해 두는데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는 마라. 눈 나빠진다. 그럼 오늘 하루 수고했고 푹 쉬어라.]

[감사합니다! 쉬십시오!]


세상 어떤 군대가 인원 확인을 이렇게 대충할 수 있을까?


관동군은 그랬다. 만철반에 대한 신뢰가 극에 달한 교관들은 인원 확인은커녕 덕담이나 건강을 걱정하는 충고만 남겼다.


없어진 인원이 뭘 하는지는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통제와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때마다 만철반 대원들은 한두 명씩 막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부대 곳곳을 돌아다녔다.


부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각지대를 탐색하고 침투 경로를 연구했다.


때로는 직접 만들기도 했다.


“주목. 오늘은 점호가 따로 없다고 한다. 자율학습 시간을 주겠다고 하더군. 그에 따라 작업 인원을 조금 더 늘리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여기서 공구를 제일 잘 다루는 사람이 차상진이 맞지? 같이 가자.”

“예.”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공부하다가 자러 들어가도록 해. 나간 사람들 잠자리 위장 잘 해주고. 갔다 올게.”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작업하고 온 다음 날은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관들은 어떤 의심의 눈초리로 보내지 않았다.


그저 걱정 어린 시선만 보냈을 뿐이었다.


[너무 늦게까지 공부 안 해도 된다니까 그러네. 자네들 머리 좋잖아? 처음부터 일본에서 교육받고 했으면 제국대학은 무난히 갔을 텐데. 아쉽구먼.]


***


만철반에 대한 관동군의 신뢰는 이렇듯 상당한 수준이었다.


제국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인재 소리까지 듣게 된 만철반에게 조선인이라는 핸디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자고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만철반은 교관과 간부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사격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탕!


[사격 끝!]


짝짝짝!


[이야!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보았군! 만발이야! 축하하네!]

[모두 교관님께서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적의 목을 뚫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아주 좋아! 이대로만 가자. 귀신들도 너희를 무서워하게 될 거다!]


적당한 성과와 적당한 아첨의 조합은 최고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대성을 필두로 만철반 대원들은 조금씩 만발을 기록해주기 시작했고, 사격 교관의 입꼬리와 자부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이 소식은 곧 계획을 처음 입안한 사단 지휘부에도 전해졌다.


이내 대성은 만철반 대표주자로서 사단장 앞에 서게 되었다.


[사단장님께서 보여주신 신뢰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습해왔습니다! 사단장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사단장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성의 사격 시범을 지켜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백발백중은 관심을 끌기 마련.


꼬여가는 전황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던 사단장은 대성의 사격 실력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래! 군인이 저래야지! 지금까지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한 게 몸소 느껴질 정도야. 대단해! 우리도 이제 귀신을 부릴 수 있게 되었어. 아니, 수호신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어.]


사단장의 기쁨은 곧 참모들의 기쁨이기도 했다.


참모들의 기쁨은 곧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신뢰와 혜택으로 이어졌다.


그저 감춰두었던 실력 한 번, 그것도 살짝 맛만 보여줬을 뿐인데. 사단 지휘부는 누구도 보유하지 못한 최정예 전력을 얻었다며 난데없이 자율권을 주겠다고 나섰다.


[잘 들어라. 사단장님께서는 너희가 이미 완성된 전력이라고 평가하셨다. 이에 따라 남은 전투력 완성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영광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훈련과 교육에만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 외 쓸데없는 통제와 감시는 하지 않겠다. 사기나 전력을 떨어트릴 수도 있기 때문이야. 하진로. 어떻게 생각하나?]

[제 생각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저희는 아직 부족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야.]

[교관님-]

[통제를 받아야 할 것들은 막사 안에서 뒹굴 줄만 아는 한심한 우리 병사들이지, 자네들이 아니야.]


본인이 본인 부하가 못났다고 그러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자율권을 준다고 저렇게 나서는데, 굳이 거절해서 뭐하겠는가?


주면 주는 대로 날름 받아먹어야지.


만철반은 그렇게 어떤 일본군도 이룬 적이 없었던 자율 병영, 선진 병영을 스스로 일구어냈다.


관동군은 지옥문에 가까이 다가오다 못해 스스로 문을 열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


온갖 종류의 똥군기와 악습 속에서 일구어낸 자율 선진 병영, 만철반.


그저 형식적인 자유방임 선언일 줄만 알았던 예상과 다르게, 관동군은 정말로 만철반을 건들지 않았다.


정해진 교육과 훈련이 끝난 다음에는 말 그대로 자유 시간이었다.


점호도 없었고 불시 인원 점검도 없었다.


대성이 교관에게 전달 사항을 듣고 난 이후부터는 바깥으로 나가는 것만 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작업을 하기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상황. 황금 같은 기회였다.


만철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성은 교관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 무섭게 대원들을 불러모았다.


“적이 예상보다 협조를 너무 잘해줘서 작업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사보타주 작업에 들어간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전투 수행에 필요한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고 병력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본 작업의 목표야. 단, 한 번에 다 하진 않는다.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거야. 알겠지?”

“예.”

“그럼 시작하자고.”


사단 본부 내에는 사각지대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러나 부대 내 모든 지역이 사각지대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각지대라고 해서 꼭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만철반은 전투에 도움이 되는 사각지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대성은 대원들과 함께 부대 외곽을 몰래 돌아다니며 경계가 허술한 지역의 철조망을 철거했다.


사실 말이 철거지 니퍼를 이용해서 개구멍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이던가? 군부대 아니던가? 그것도 전장이 코앞에 있는 야전 사단 본부 말이다.


사단 본부에 개구멍이 생긴다는 말은 곧 사단 지휘부의 목에 칼날이 조금씩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만철반은 부대 곳곳에 있는 시설물에 조금씩 손을 댔다. 이러한 작은 사보타주는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손을 대도 티가 나지 않는 것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부대 비축 연료가 조금씩 새고, 군수창고의 보안 장치가 조금씩 헐거워졌다.


통신선은 부대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 특별히 건들지는 않았지만 모든 위치를 파악해두었다.


사보타주 진행 상황은 관동군이 사용하는 암호체계와 특전대대가 독자 개발한 암호체계를 뒤섞은 형식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보리스 옐친 보드카를 납품하러 오는 하진로의 후임자를 통해 특전대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꼬리가 너무 길면 잡히는 법.


만철반은 사보타주 작업을 더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만책도 같이 써야 했다.


이는 대성이 뼛속까지 증오로 가득 찬 대원들을 선발한 이유이기도 했다.


***


[교관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교관들은 만철반 앞에서 특별히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격 교관은 대성이 물어보기 무섭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자네들도 사실상 부대 일원이나 마찬가지니 알아도 상관없겠지. 어젯밤 병사 한 놈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말입니까? 어쩌다가 그런 겁니까?]

[몰라. 나약했던 놈이 마음을 나약하게 먹었던 거지. 병사들 말을 들어보니 평소에 사람 괴롭히기를 좀 즐겼던 모양이야.]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교관님만 보면 전부 전우를 위해 희생하고 시련도 같이 이겨낼 것 같았습니다만.]

[자네 말이 맞아. 병사 대부분은 자네가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자존감이 약한 놈들은 남들을 괴롭히면서 자존감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어.]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본인이 때리면 군기 잡기고 다른 사람이 때리면 병영 부조리인가?


사단 지휘부는 병사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낼 것도 없이 그저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애당초 진실은 만철반만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만책이 효과 없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부대 내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지휘부는 사건 은폐와 사후 수습에만 주력했다.


알게 모르게 상태가 안 좋아지던 사보타주 대상, 군수창고나 유류시설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리고 만철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철반은 수많은 실전으로 다져진 능력을 이용, 군수창고를 제집 드나들듯이 하며 작전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조금씩 빼냈다.


물론 모든 간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자도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여기 있던 거 말입니다. 수량이 조금 줄어든 거 같은데. 배치도 약간 바뀐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누가 손댄 거 아닙니까?]

[뭐가 바뀌었다는 거야? 야. 네가 무슨 귀신이냐? 그런 걸 다 알아채게?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하던 일이나 똑바로 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러나 전쟁으로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예민한 자가 주류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래 살아남지도 못했다.


꽈악!


[크흑···!]


간부의 실종은 병사의 죽음보다도 훨씬 임팩트가 컸다. 사단 지휘부는 실종된 간부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그래도 명색이 간부다 보니 조사는 한다지만, 적과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었다.


만철반의 사보타주에만 도움을 줬을 뿐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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