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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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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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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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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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9화: 참수 작전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89화: 참수 작전 (4)


동병상련.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


혹독한 칼바람은 순찰병들의 서열 관계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사단 순찰병들은 계급 고하와 관계없이 만나기만 하면 반가움을 표시하기에 바빴다.


[애들 걸음이 빨라졌나? 오늘은 좀 빨리 마주치네. 어이!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구먼.]

[수고하십니다.]

[많이 추운 모양이다.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네. 남부 지방에서 왔어? 신병인가?]

[예. 그렇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언제 왔어?]

[얼마 전에 배치받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짬이 쌓인 병사들은 오지랖이 넓다.


평소에는 겸상할 사이 아니라고 말 한마디 안 걸면서 유독 이럴 때만 말이 많아진다.


물론 그 관심이 오래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냐? 알았다. 너 나 모르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긴 이 추위에 얼굴 구분할 정신이 어디 있겠냐? 못 알아볼 수도 있지. 남은 시간 근무 잘하고. 수고해라.]

[수고하십시오.]


피융!


털썩!


순찰병 제거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순찰병들은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대부분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덕분에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병사가 같은 관동군인지 아니면 자기 목숨을 거두러 온 저승사자인지 알지 못했다.


다른 병사들도 저승사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경계병들은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바깥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나머지는 근무 교대 전까지 깊이 자야 한다는 의무감 아래 귀를 닫고 있었다.


푸욱!


[커···헉···]


만철반은 순찰병의 시신을 사각지대에 적당히 숨겨놓은 다음 감시초소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는 지휘통제실 겸 통신실과 감시초소를 연결해주는 통신선을 남김없이 잘라버렸다.


[다 잘랐나?]

[예. 대대장님.]

[그럼 각자 지정된 곳으로 가서 동료들과 합류하도록.]


그 시각, 특전 대원들은 개구멍 근처 풀숲에서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신원 미상 인물 접근 중. 사격 준비.]


대원들은 일본군 군복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기 무섭게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길 일은 없었다.


개구멍 근처에 나타난 일본군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개구멍 쪽을 보며 손짓을 했다.


[수신호 확인. 아군 확인. 부대로 진입한다.]


특전 대원들은 총구를 내리고 몸을 움직였다.


만철반 요원은 동료들이 부대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작전 준비 상태를 확인했다.


[지금부터 내가 분대 지휘를 하겠다. 다들 기름통 챙겨왔지?]

[예.]

[좋아. 다른 분대가 병사들을 처리하는 사이, 우리는 장갑차를 탈취한다. 작전이 끝났을 때 바로 타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해. 정신 바짝 차리고 움직여.]

[알겠습니다.]


***


만철반 요원은 새로 합류한 분대를 이끌고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피융!


털썩!


[군수창고 경비병 제거 완료.]


만철반 요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군수 창고 문을 열어젖혔다.


[사전에 다 들었지? 탄약, 총기, 보존 식량만 챙겨. 나머지는 두고 간다.]

[대가리가 있는 곳답게 가진 것도 많네. 좀 아깝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놈들이 쓰게 놔둘 순 없잖아.]


사단 본부 군수창고는 다른 부대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넓었다.


그만큼 챙길 것도 많았고.

터트릴 것도 많았다.


특전 대원들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더불어 보험용으로 부비트랩까지 깔아 두었다.


시한폭탄이 터지든, 부비트랩이 터지든, 창고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특전 대원들은 관동군의 보급 체계가 무너지리라고 확신했다.


사보타주는 다른 시설에서도 이어졌다.


유류시설의 밸브는 대원들에 의해 강제로 떼어진 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사병 막사 주변은 유류시설에서 빼낸 기름통과 폭발물, 항일군제 크레모아로 도배되었다.


지휘통제실이라고 별다를 건 없었다.


대성은 경계병이 제거당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지휘통제실로 향하는 모든 전력을 차단해버렸다.


동시에 통제실 바깥으로 나온 모든 관동군 장병들을 남김없이 처리했다.


[조금만 늦게 쐈으면 일이 꼬일 뻔했군. 거기 다른 부대하고 연락되나 확인해봐. 돼?]

[안 됩니다. 전부 먹통입니다.]

[그럼 이제 장교들만 처리하면 되겠군. 나는 지휘부 막사로 가겠다. 나머지는 장교 막사로 가도록.]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대성은 대원들을 데리고 지휘부 막사로 향했다.


막사보다는 관저에 가까웠던 지휘부 막사 안에는 흑하 전선 관동군을 이끄는 수뇌들이 모두 포진해 있었다.


중요 인사들이 머무는 만큼 지휘부 막사는 경비도 삼엄했다.


적어도 자기 딴에는.


대성은 다른 특전 대원들이 제거한 경비병의 시체를 뒤로하고 지휘부 막사 앞에 섰다.


***


사단장은 무척이나 예민한 사람이었다.


작은 소리도 잘 듣는 것은 물론이요,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도 금방 알아채는 편이었다.


한 마디로 감이 좋았다.


선천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감을 타고났다고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트라는 지위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을 사단장은 혹독한 훈련과 실전으로 단련된 자들의 예리함을 당해낼 수 없었다.


탕!


사단장의 총알은 지휘부 막사로 접근한 어떤 대원도 맞추지 못했다. 뒤이어 다른 참모들도 권총을 쏘았지만, 그들 역시 대원들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하여간 눈치는 더럽게 빨라요. 하마터면 초상 치를 뻔했네.’


대성은 막사 벽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리고는 대원들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선물 하나씩 찔러줘. 정신 못 차리게.’


대원들은 명령을 듣기 무섭게 총구에 총류탄 발사기를 끼웠다.


귀신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만큼 감이 좋은 사람도.

끔찍할 정도로 감이 좋지 않은 사람도.


폭탄 앞에서는 모두 평등한 법이었다.


쾅!


쨍그랑!


[으···]


폭발과 함께 깨진 유리창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이 들려왔다.


하기야 어떻게든 한 방에 맞춰야 했을 테니 창문 근처로 올 수밖에 없었을 터.


최후의 저항을 펼치던 자들은 십중팔구 온몸에 쇳조각과 유리파편이 박혔을 것이다.


대성은 창문 쪽을 잘 감시하라는 신호를 보낸 뒤, 1층 창문을 넘어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조용히 자다가 갈 것이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마지막 저항을 펼쳤던 참모들의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생존자 없는지 잘 살피고 있어. 숨어서 쏠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대성은 대원들에게 참모들의 처분을 맡긴 뒤, 곧장 2층으로 향했다.


하진로라는 위장 신분으로 사단장을 처음 만났던 그곳.


정갈한 서양식 가구가 놓인 지휘부 막사의 2층 응접실로 들어섰을 때, 대성은 어느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쾅!


대성은 방문을 발로 차기 무섭게 총구를 사단장에게 겨누었다.


그러나 방아쇠까지 빠르게 당길 필요는 없었다.


사단장은 권총을 다룰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만신창이가 된 사단장은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자포자기한 얼굴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귀신 부리는 놈 죽일 줄 알고 정성 들여 키웠건만··· 그놈 수하였군···]

[틀렸어.]

[뭐라고···?]

[내가 그 귀신 부리는 놈이다.]


사단장은 대성의 정체를 듣기 무섭게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는 권총을 들기는커녕 잡지도 못했다. 누더기처럼 변한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단장은 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빌어먹을···!]

[왜? 적 수괴가 네 목을 직접 따러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나 보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 발악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대일본제국은 너희 같은 시정잡배 무리한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희는 반드시 무너질 거야. 장담하지.]

[콜록콜록···! 그새 교만에 빠졌구나··· 건방진 녀석··· 네놈은 여기서 빠져나가지도 못할 거야. 조금 있으면 내 병사들이-]


쾅!


큰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사단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향 감각은 아직 상실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성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사단장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놈 하나 처리하려고 친일파 행세를 한 줄 알았나? 우리 대원들의 활약상을 지겹도록 들었을 텐데, 전부 한 귀로 흘렸던 모양이군.]

[너 이 개자식··· 그런다고-]

[그런다고 관동군이 무너지지 않는다? 아니. 관동군은 무조건 무너진다. 비단 관동군만 무너질까? 네가 그토록 떠받드는 제국도 무너질 거다.]

[헛소리 집어치-]

[내가 예언 하나 해줄까? 네놈들은 조만간 미국과 전쟁을 벌일 거다. 그리고 처참할 정도로 박살 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것뿐만이 아니야. 너희는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될 거다. 실전에서 핵폭탄을 맞은 처음이자 마지막 나라로.]

[······]


사단장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그래. 지금은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잡히겠지.


대성은 총구를 들어 사단장의 심장을 겨누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헉··· 너희 조선인은··· 왜··· 우리 제국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지배해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까.]

[콜록콜록··· 스스로 발전도 못 하는 것들이··· 자존심만 세군···]

[앞으로는 다를 거다. 많이 다를 거야.]

[······]

[그럼 잘 가라.]


탕!


***


대성은 대원들과 함께 사단 지휘부의 시신을 한곳에 모았다.


그리고 사진기에 남겼다.


분명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훈련을 잘 받은 몇몇 대원만으로는 역사를 바꿀 수 없었다.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식부터 먼저 바꿔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널리 알려야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일을 마친 뒤, 대성은 대원들을 데리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사단 본부는 불길에 휩싸인 채 서서히 침몰해가고 있었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있던 시설은 기갑 차량을 보관하고 있던 차고뿐이었다.


물론 관동군이 필사적으로 지켜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셨습니까? 대대장님.]

[준비 다 됐지? 물건 다 실었어?]

[다 실었습니다. 바로 출발하면 됩니다.]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군용트럭과 장갑차 위로 올라탔다.


조금 있으면 냄새를 맡은 관동군이 개떼처럼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부대 곳곳에 설치된 부비트랩을 밟게 되겠지.


마음 같아서는 직접 확인하면서 아예 쐐기를 박고 싶었다.


그러나 역사를 완벽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대성은 마지막으로 인원 점검을 한 뒤, 항일군 진영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돌아가자.]


그렇게 귀신들은 불길에 뒤덮인 부대를 뒤로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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