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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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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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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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0화: 후폭풍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0화: 후폭풍 (1)


[야. 눈 감기는 거 보인다? 자냐?]

[아닙니다! 눈 똑바로 뜨고 있습니다!]

[확실해? 아니면 할복이다?]

[확실합니다!]

[그럼 저기 보이는 게 뭔지 좀 말해봐. 내 눈에만 저게 불길로 보이냐?]


관동군 경계병들은 일제히 자기 부대 지휘통제실에 특이 사항을 보고했다.


경계병들의 보고 내용은 지휘통제실 장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단 본부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음. 규모로 보아 단순 화재는 아닌 것 같음.’


충격의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다.


‘화재가 여전히 진압되지 않고 있음. 사단 본부 통신 끊김.’

‘사단 본부 주요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음. 대부분 불타오르고 있음.’

‘불길이 번지면서 큰 폭발이 감지됨. 병력 투입 시급해 보임.’


사단 본부 주변에 있던 부대는 부리나케 병력을 편성했다.


[비상! 총원 기상! 모두 일어나!]

[무, 무슨 일입니까···? 아직 근무 시간도 아닌데.]

[지금이 평시야? 전시야 전시! 정신 안 차릴래?]

[죄송합니다.]

[잔말 말고 빨리 튀어나와. 탄약 다 챙기고. 어서!]


단잠에 빠져있던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그들은 군용 트럭에 몸을 실을 때까지도 반쯤 잠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병사들을 옭아매던 잠은 그들이 거대한 불길과 마주함과 동시에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저, 저거 어떻게 된 거야? 저기 사단 본부 아니야?]

[그걸 내가 알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병사들은 사실 사단 본부가 불길에 휩싸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아니,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단지 그 장소가 사단 본부였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


[인원 확인 다 했··· 이럴 때가 아니지. 그냥 바로 출발해!]

[출발하겠습니다.]


각 부대에서 파견된 군용 트럭과 장갑차들은 불길에 휩싸인 사단 본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하지만 지원 부대는 별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그들이 사단 본부에 도착했을 때, 본부는 이미 거대한 화마에 집어삼켜 진 뒤였다.


[뭣들하고 있나? 안에 어서 들어가지 않고? 다 타버리게 내버려둘 참인가?]

[무슨 수로 들어갑니까? 저렇게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는데. 게다가 바람도 이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우리까지 피해를 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구경만 하고 있을 거야? 불구경이나 하려고 여기 온 줄 알아?]

[들어갔는데 폭탄이라도 터지면 어쩌실 겁니까? 그런 적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쾅!


[모두 피해!]


지원 부대는 본부 인원을 구하기는커녕 본부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원 부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불길을 바라보았다.


***


관동군 사단 지휘부가 무너졌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사단장을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일선 부대장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현장조사반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디라고? 사단장님이 머무시던 곳이라고?]

[그렇습니다. 지도와 몇 번씩 비교해서 확인한 겁니다.]

[그럼 이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죄송합니다. 훼손이 너무 심해서 정확한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정황상 지휘부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충격이 한바탕 일선 부대를 휘저은 다음에는 혼란이 찾아왔다. 지휘 계통이 완전히 무너진 관동군 사단은 제대로 된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


사실상 머리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잃은 생물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압도할 힘과 체격을 갖췄다고 한들, 머리가 없는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흑하 전선 곳곳에 자리 잡은 일선 부대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부대장들은 항일군의 움직임을 공유하며 방어에만 집중했다.


야전 부대장들은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고 사단이 재편성될 때까지 기다릴 셈이었다.


그러나 부대장들의 계획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었다.


하나는 관동군 사령부가 사단 재편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항일군이 그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사령부 반응은 어떤가? 이른 시일 내로 사단 재편성을 하겠다고 하던가?]

[부대장님 그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논의 중이기는 하나,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합니다. 사단 본부 화재에 대한 조사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상부 보고 및 전사자 처리, 수훈 문제도 많이 남아서.]


꽝!


부대장들은 사령부의 느릿느릿한 일 처리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어느 부대장이든, 그 앞에 있는 집기들은 대개 무사하지 못했다.


부대장들은 자기 앞에 놓인 펜과 보고서, 권총 등 손에 집히는 모든 물건을 집어 던지며 고성을 질렀다.


[빌어먹을 전시에 조사는 해서 뭐하려고? 뻔한 거 아니야? 살인에 미친 반란군 귀신 새끼들이 찾아와서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벌인 것이겠지. 그게 아니면 대체 뭐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뭔가 확실한 물증이 없지 않습니까? 사령부 조사반의 의견에 따르면 말입니다. 발견된 시신 대부분 훼손이 너무 심해서 사인이 무엇인지 알기도 곤란하고.]

[당연히 곤란하겠지. 숯덩이가 됐으니까. 근데 어쩌라고? 그렇다고 어떤 멍청한 병사 한 명이 보일러 관리 잘못해서 다 죽었다고 할 거야? 지금 전쟁 중이잖아. 한두 명이 죽은 것도 아니고 사단 재편성이 시급하다고!]


성질이 급한 일부 부대장은 사령부에 직접 의견을 전하기 위해 길을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있을 수는 없어. 차 대기시켜.]

[어떡하시려고요?]

[결판을 지으러 가야지. 사무실에 앉아서 여유만 부리는 것들도 혼내주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요즘 항일군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개자식들이 언제는 안 그랬어? 놈들 함부로 못 움직이게 감시나 잘해. 허튼짓한다 싶으면 바로 총알 퍼부어버리고.]


***


[보고해.]

[통신 감청을 한 결과, 몇몇 부대장들의 이동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리는?]

[한 명은 너무 빨리 출발하는 바람에 잡지 못했고 나머지는 전부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습니다.]


특전 대원은 보고서를 자신 있게 내밀었다.


대성은 보고서에 실린 목표물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사령부의 무능한 대응을 견디지 못하고 나섰던 부대장들은 좋지 못한 꼴로 사진에 실려 있었다.


더불어 사진 옆에는 죽은 부대장들의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대성은 대원들의 거둔 성과에 나름대로 흡족한 듯 보고서를 가볍게 덮었다.


그리고는 다음 지시 사항을 내렸다.


[분명히 오늘 자기네 대장의 행방을 묻는 부대가 몇몇 있을 거야.]

[네.]

[파악되는 부대 중에 인원이 적은 곳부터 공격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아니, 연대장님.]


특전 연대 통신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병들은 대성이 말한 대로 자기 부대장을 애타게 찾는 몇몇 관동군 장교의 통신을 들을 수 있었다.


[주파수 확인. 군용 통신인지 확인 바람.]

[군용 통신 확인. 언어 확인 바람. 일본어인가?]

[일본어 확인. 감청 시작.]


부대장을 잃은 부대는 당연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대장의 부재는 시간 낭비와 인력 낭비를 초래했다.


처음에는 돌아오지 않는 부대장을 찾느라.

나중에는 부대장의 권한을 대행할 사람을 찾느라.


그렇게 관동군은 항일군의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낭비했고.


항일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성이 이끄는 특전 연대는 사단 본부에서 입수한 자료를 활용, 가장 공략하기 쉽거나, 공략할 필요가 있는 부대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정보 분석에 기초하여 타격 부대를 편성했다.


작전 시간은 굳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공격 시간은 보통 상대편의 무장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정해졌다.


[연대장님.]

[어떤 부대인지 확인했어? 주력이 뭐야?]

[사단 본부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기병대로 보입니다. 다른 부대에 비해 군마를 유독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말 관리만 신나게 하다가 군생활 끝내겠네. 다른 곳은.]

[다른 곳은 중화기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갑 전력을 갖춘 부대와 합을 맞추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잘 안 된 것 같네요.]

[그럼 합 한 번 맞춰줘야지. 이번에는 이곳을 치도록 한다. 모두 준비해.]


무장이나 보급 수준이 변변치 않은 관동군 부대는 공격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편이었다. 그런 부대는 전황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특전 연대의 목표물 선정은 전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일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 번 정한 목표물은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전방에 적 출현! 반란군으로 추정됩니다!]

[기관총 준비해! 탄약 다 꺼내오고! 규모는 얼마나 돼? 무장 수준은?]

[그게··· 규모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습니다만, 무장 상태가···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빌어먹을··· 포병! 대전차포 전부 끌어와! 포탄도! 그리고 다른 부대에 연락해! 기갑 전력 갖춘 부대로. 어서!]


펑!


쾅!


[아악!]

[적이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쏴야지! 쏴! 아낌없이 퍼부어!]


관동군은 특전 연대한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맹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별반 소용없는 짓이었다.


특전 연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격하는 대상이 어떤 전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펑!


텅!


[맞았어?]

[맞았는데··· 빗맞았습니다.]

[망할.]


관동군이 보유한 37mm 대전차포는 방호 능력이 없다시피 한 적에게만 유효한 물건이었다.


시대에 뒤처진 대전차 무기로는 많은 개조를 거친 항일군 전차나 장갑차를 격파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적 장갑을 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거리는 되는데.]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어차피 밀리면 죽음뿐이야. 그러니까-]


쾅!


[연대장님. 대전차포 처리 완료했습니다.]

[속도만 더 빠르면 좋을 텐데. 아쉽네.]

[대전차포는 대충 다 박살 낸 것 같은데, 기계화보병 투입할까요?]

[그렇게 해. 다 때려 부수기만 하면 건질 게 없으니.]


특전 연대는 영향권을 점점 넓혀가며 관동군을 몰아붙였다.


지휘부를 잃은 관동군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점점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


그렇게 전세는 항일군 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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