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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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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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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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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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1화: 후폭풍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1화: 후폭풍 (2)


머리를 잃은 관동군 사단은 항일군의 공세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적이 쳐들어왔다!]

[모두 자리 잡아! 놈들이 더 이상 앞으로 오지 못하게 해야 해!]


관동군과 항일군의 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어 있었다. 관동군은 항일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참호를 파고 만주판 마지노선을 건설했다.


그리고 기약 없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관동군이 한창 위세를 떨칠 시절의 항일군처럼.


[적이 보인다고 무작정 방아쇠 당기거나 하지 마라. 놈들이 뭘 들고 있을지 모르니까.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만에 하나 장갑차나 전차가 보인다면 주저 없이 경보를 울려라. 그리고 바로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참호 생활은 실로 비참했다.


참호 사이로 들어오는 골바람은 병사들의 피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병사들은 죽은 동료의 군복을 찢어 붕대를 만들고, 벌겋게 부어오른 팔과 발 등에 감으며 추위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임시방편만으로는 동장군의 맹렬한 공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발을 만지고 있어? 다쳤냐?]

[발에 감각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집니다.]

[감각이 없어? 야. 발 좀 보여줘 봐.]


참호는 항일군의 공세에 맞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대안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병사들은 동상과 참호족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둘 다 한 번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었다. 병사들은 대책 없이 썩어가는 자신의 살점을 보며 절망감에 빠졌다.


[어우, 그게 뭐야? 시커멓게 변했잖아. 너 인마 제대로 걸을 수 있겠어?]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연히 제대로 못 걷지요. 근데 어떡합니까? 치료해 줄 사람이 없는데.]

[그 망할 위생병만 살아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왜 대가리를 내밀어서는.]


육체적인 건강 악화는 곧 정신적인 건강 악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참호에 만연한 질병과 고통은 병사들의 사기를 꺾기 일쑤였고, 사기가 꺾인 병사들은 전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중력 부재는 곧 부주의로 이어졌다.


[쟤 뭐야? 왜 머리를 내밀고 있어?]

[우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 아니야?]

[등 떠밀러 왔나 보네. 왔는데 보내줘야지 뭐.]


탕!


털썩!


[방금 총소리 뭐야? 누가 맞았어?]

[다나카 일병 같습니다. 갑자기 고개를 드시더니.]

[멍청한 놈. 그렇게 머리 내밀지 마라니까.]


집중력이 떨어진 병사들은 말 같지도 않은 실수를 연발하며 본인들의 명을 재촉했다.


밤중에 은밀히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불을 밝힌다거나.

적을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죽이겠답시고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그대로 서 있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 병사들은 그야말로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민간인보다 못한 존재로 바뀌어 갔다.


반면에 항일군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정예화되었다. 누구처럼 승기 한 번 잡았다고 함부로 행동하는 일도 없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필요한 공격만 했다.


[이쪽 부근에 군수물자가 많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지점에 비해 병력이 많이 있고, 무엇보다 중화기가 밀도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총격을 받은 병사가 증언했습니다.]

[그럼 깔끔하게 날려버려야겠군. 천리군이 제공한 무기 있지?]

[예.]

[그걸 쓰자.]


쾅!


[적이 나타났습니다!]

[모두 기관총 사수 근처에 붙어! 아낌없이 갈겨!]


화악~!


[아악!]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게 지어진 참호도 화염방사기와 소이 수류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군수물자와 중화기를 잃은 관동군은 항일군의 공세를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눈발이 휘날리는 벌판 한가운데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병사들은 모든 걸 포기한 채 군도와 총검을 들고 항일군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그리고 별다른 성과 한 번 내지 못하고 저승사자의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


관동군 사단의 패전 소식은 언제나 그랬듯 사령부 회의실로 전해졌다.


관동군 사령관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애꿎은 회의실 탁자를 내려치기 바빴다.


쾅!


[여기까지 밀렸다고?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반란군의 공세가 아주 맹렬한 건 아닙니다만, 남은 사단 병력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그 멍청한 사단장 놈은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망할.]


사령관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흑하 전선 사단 본부의 붕괴는 관동군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단순 화재 사고라고 하기에는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화재 때문에 죽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항일군이 몰래 침입해서 끝장낸 증거가 있느냐? 그렇지도 않았다.


항일군이 사단 본부를 박살 냈다는 확실한 물증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설, 사람 가릴 거 없이 전부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령부 조사단은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낼 수 없었다. 그저 단순 화재 사고는 아닌 것 같다고 보고하기만 했을 뿐. 그렇게 사단 본부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렸다.


다만 사건을 제대로 수습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령관님. 이대로 두면 정말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정을 내리셔야 할 때입니다.]

[열하 전선은 어떻게 되었지?]

[예?]

[열하 전선은 어떻게 되었냐고?]


관동군 사령관은 흑하 전선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역시 흑하 전선을 외면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대륙이야. 얼음덩어리나 다름없는 망할 접경지대가 아니라고.]

[그렇긴 하지요.]

[그러니까 열하 전선 상황이나 보고해. 흑하 전선은 알아서 버티라고 하고.]

[그래도 그냥 놔두는 건 좀···]

[그럼 자네가 가서 어떻게 뒤집어 보든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나만 이러는 줄 알아? 육군성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관동군 사령부는 매일같이 깨지기만 하는 흑하 전선 대신 쏠쏠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열하 전선에 주목했다.


[흑하 전선 이야기는 당분간 꺼내지 마. 일단 본진부터 박살 낸 다음에 생각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럼 지원 요청은.]

[뒤지지 않을 정도만 해줘. 상대는 어차피 반란군이야. 시간 끌다 보면 알아서 나가떨어지겠지. 그때까지만 버티라고 해.]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흑하 전선은 그렇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아니, 버려졌다.


***


흑하 전선을 책임지던 관동군 사단은 2선급 부대로 전락했다. 2선급 부대로의 전락은 곧 기존에 누렸던 모든 혜택을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령부는 2선급 부대로 전락한 흑하 전선 관동군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이 일선 부대장들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쓸데없는 교전 벌이지 말고 최대한 버티기만 할 것.’


그에 따라 전투의 양상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관동군이 공세를 퍼붓고 항일군이 게릴라를 자처하며 버티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항일군이 공세를 하고 관동군이 참호 속에서 버티는 식이었다.


이전처럼 집단의 명운을 걸고 거칠게 싸우는 일은 없었다.


관동군은 항일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주시하며 참호를 보수하고 진지를 구축했다. 참호와 진지가 건설된 지점을 넘어가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관동군은 항일군의 진격을 막는 일, 현 대치 상황을 유지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흑하 전선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대성은 이를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남은 관동군을 밀어버려야 한다는 강경파를 다음과 같은 말로 설득했다.


[지금이야말로 내실을 다질 때입니다. 평생 전투만 하고 살건 아니잖아요. 더 큰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길러야 해요.]


대성은 군벌 상태만으로는 일본 제국을 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일군이 단순한 군벌의 모임에서 하나의 행정력을 갖춘 자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륙 전체는 통치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만주 지역만큼은 통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력이 아닌 행정력, 경제력 등으로 말이지요. 그래야 더 먼 훗날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긴··· 눈앞의 관동군을 다 처리한다고 일제가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어차피 겨울에 싸우면 서로 손해만 볼 뿐입니다. 기껏 쌓은 역량을 제 몸 하나 건사 못하는 관동군 잔당 처리하는 데 쓸 필요는 없지요.]


항일군은 관동군 사령부가 대륙 진출에 집중하는 점을 이용, 내부 발전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항일군은 자신들이 통제하는 구역에 정착촌을 세웠다. 그리고 터전을 잃은 사람들, 일제나 군벌의 폭정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자급자족을 위한 기반 및 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론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이런 내부 역량 강화는 대부분 군수물자 생산을 전제하고 있었다.


어쨌든 항일군은 눈앞의 작은 승리를 위해 전력을 소모하려고 들지 않았다.


더 큰 승리를 위해 전력을 아끼고, 늘렸다.


***


물론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고 해서 전투를 아예 치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은 여전히 척결대상이었다. 동시에 종잣돈 마련에 필요한 좋은 수탈 대상이었다.


[연대장님. 정보통신 부대 보고입니다. 군수물자가 담긴 관동군 열차가 하얼빈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물자 규모는? 많나?]

[정확한 양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차량이 많은 점으로 보아 상당한 물자가 실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령부에서 아예 버리진 않은 모양이군. 다른 첩보는?]

[각 도시로 향하는 화물열차가 몇 개 더 있습니다. 헌병이 타고 있는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일본군 헌병은 지옥으로 보내야 제맛이지. 인원 편성하고 바로 파견하도록. 난 군수물자를 맡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바로 소집하겠습니다.]


특전 연대는 관동군 저승사자인 동시에 관동군만 전문적으로 터는 의적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특전 연대는 기계화보병이 자랑하는 특유의 기동성으로 보급 행렬을 압박했다. 관동군은 장갑열차까지 동원하며 저항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둘 수 없었다.


도리어 손해만 왕창 입었을 뿐이었다.


쾅!


[철로 폭파. 기관차 전복 확인. 열차 이동 불가 확인.]

[열차에 탑재된 포 작동 가능한지 확인 바람.]

[폭발 충격으로 인해 각도가 많이 틀어졌음.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판단됨.]

[확인. 기계화보병 투입하겠음.]


열차에 100mm 포를 올려놓든, 18인치 주포를 올려놓든, 결국 움직여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철로 폭발과 함께 동력을 상실한 장갑열차는 말 그대로 장갑을 쓸데없이 많이 두른 열차에 불과했다.


열차에 탑승했던 관동군 병사들은 쓸모없어진 대구경포를 사용해보겠답시고 낑낑거리다가 그대로 저승행 열차를 탔다.


[연대장님. 다 처리했습니다.]

[한 놈 도망친 것 같던데. 많이 다쳤나?]

[네. 눈 때문에 시야 확보가 잘 안 되어서 일단 되는대로 허벅지 부근에 쐈습니다. 아마 가다가 얼어 죽든지 과다출혈로 죽든지 할 겁니다.]

[수고했어. 안에 있는 물자 다 챙기고. 연료도 최대한 뽑아내. 놈들이 수습하러 오기 전에 빨리 마무리하자고.]


대성이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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