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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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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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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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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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후폭풍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2화: 후폭풍 (3)


특전 대원들은 장갑 열차에 들어있는 군수물자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모조리 챙겼다.


장갑 열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송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장에 남아서 해체반을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혹여나 관동군이 온다 싶으면 박살 내버리고.]

[맡겨만 주십시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원들은 알고 있었다. 관동군이 대응 병력을 보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관동군의 대응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시점에서 장갑 열차는 버려둘 이유가 없는 중요 자원이었다.


[왔는가?]

[오, 거의 그대로 남겨 놨네? 관동군은?]

[코빼기도 안 비쳤다. 인제 와서 뭘 할 수 있겠냐?]

[하긴. 인원이 조금이라도 비면 바로 공격받을 테니. 그냥 틀어박혀 있는 편이 낫겠지.]


해체반의 일 처리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랐다. 관동군이 보급 성공 여부로 서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을 동안, 해체반은 장갑열차를 가공하기 알맞게 해체하고 군용 트럭에 실었다.


[가자.]

[벌써 끝났어?]

[날도 추운데 시간 끌어서 뭐해. 빨리 끝내고 빨리 쉬어야지.]

[대단하구먼.]


사령부에서 뒤늦게 대응 병력을 파견했을 때, 대응 병력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로와 뼈만 남은 열차 잔해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열차로 가까이 다가갔다가 변을 당했다.


***


그렇게 관동군이 부비트랩을 밟고 사경을 헤매는 사이, 항일군은 공짜로 얻은 철강을 재가공했다. 재가공한 철강은 항일군의 재정을 늘리기 위한 물자 생산에 쓰였다.


[연대장님. 초도 생산분 납품 완료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가 주문도 들어왔습니다.]

[대금 지불은?]

[여기 있습니다. 일본제 소총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최대한 빨리 생산해달라고 난리입니다. 특히 요술봉 수요가 대단하더군요.]

[요술봉이 사람 정신 빼놓는 데 제격이긴 하지. 여유 자원 잘 계산해서 생산 물량 정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자기 몸 건사하기도 바빴던 흑하 지역 내 관동군은 예전과 같은 감시망을 운용할 수 없었다.


이는 곧 항일군이 관동군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은 지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항일군은 이러한 지역을 자유지역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무기 수출 경로로 이용했다.


이렇게 유통된 무기는 주로 열하에 자리 잡은 봉천 군벌과 국부군으로 들어갔다.


물론 무기 수준이 조금 좋아진다고 해서 전쟁의 양상까지 뒤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봉천 군벌과 국부군은 일제보다 성능이 우수한 무기에 힘입어 완강한 저항을 펼쳤고, 관동군의 공격을 원래 역사보다 더 오래 버텨냈다.


[사령관님. 전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열하는 어찌 되었나? 점령했나?]

[그게··· 아직 완전히 점령하진 못했습니다. 적들이 생각보다 거칠게 저항해서···]

[뭐라고?]


관동군 사령부는 오합지졸 군벌이 펼치는 예상 밖의 분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흑하 전선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인 일인데, 관동군은 열하 전선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흑하 전선에서 전쟁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기 전까지 말이다.


사령관이 물었다.


[흑하 전선의 상황은 어때? 특기할만한 사항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군수품을 중간에 약탈한다든가 하는 사례가 몇 번 보고되었습니다만.]

[그건 뭐 매일 하던 짓 아닌가? 놈들이 밀고 들어왔다는 얘기는 없었지?]

[없었습니다. 계속 대치 중입니다.]

[그래. 계속 대치만 하고 있으라고 해. 놈들은 중원에 진출한 다음에 잡아 죽여도 충분하니까.]


***


관동군은 교착 상태에 빠진 전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제아무리 아시아 패권을 잡은 국가라고 해도 양면전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관동군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열하 지역을 평정할 동안 항일군이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항일군은 관동군의 바람대로 특이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관동군은 항일군의 특전 연대가 만주 곳곳으로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몇 번 당했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저기가 탄약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연대장님.]

[경비 병력은 얼마나 되지?]

[많은 편은 아닙니다. 봉천 군벌 덕분에 상당수가 전선으로 차출되었거든요. 본인들은 금방 끝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연대장님도 아시다시피.]

[대차게 꼬였지. 그리고 이제 더 꼬이겠지.]


관동군은 항일군 특전 연대의 존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이 사령부 건물 안을 청소한다는 사실도, 남만주 철도 주식회사의 잡역부로 일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특전 연대는 전쟁을 중단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특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연의 임무를 아주 잘 수행하고 있었다.


[경계 근무 상태는 어떻지?]

[느슨합니다. 근래 들어 습격이 줄어들었던 것도 있고, 놈들도 열하에 더 많이 신경 쓰는 편인지라.]

[흑하에서 그렇게 털렸는데 열하까지 털리면 안 되겠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연대장님.]

[들어가자. 가뜩이나 열하 상황도 잘 안 풀려서 머리 아플 텐데 더 헤집어 놓자고.]


관동군의 군수공장은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도심 속에 있었다.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도리어 악수로 작용했다. 도심 속에 있다는 말은 곧 온갖 건물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 마디로 숨어서 관찰할 곳이 많다는 뜻이었다.


특전 대원들은 수신호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공장으로 접근했다.


민간인이 있는 시간에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특전 대원들은 민간인이 일을 마치고 공장을 비운 시간, 다시 말해 모두가 피곤한 시간에 몸을 움직였다.


피융!


털썩!


푸욱!


털썩!


초병 제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특전 대원들은 하나의 팀으로서 각자 맡은 역할과 방법에 맞게 관동군 병사를 제거하고 지정된 장소로 흩어졌다.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했다.


아주 은밀하게.


초병 제거를 맡은 대원들은 발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잠든 초병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쓸데없는 동작은 하나도 없었다. 대원들은 대성의 가르침대로 정확히 군인의 임무만 수행했다.


적은 한 번에 죽었고, 대원들은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그다음 공장에 있던 나머지 일행과 합류했다.


사보타주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대원들은 대성의 지시에 맞춰 탄약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계에 폭탄을 설치했다. 다만 설치한 폭탄의 양이 특별히 많은 편은 아니었다.


화력을 늘릴 만한 재료가 곳곳에 널려 있었으니까. 화약으로 가득 찬 탄약에 곳곳에 널려 있는데 굳이 많은 폭탄을 들일 필요가 있었겠는가?


대원들은 폭탄 설치를 마친 뒤 유유히 공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


습격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특전 연대는 관동군이 장악한 만주국 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공장을 습격했다.


크기는 상관없었다. 특전 연대는 관동군의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되는 모든 공장을 목표물로 삼았다. 군용 볼트와 너트만 생산하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관동군 사령부는 이내 혼란에 빠졌다.


특전 연대의 습격이 시작된 이후, 사령부 회의실에서는 매일같이 고성이 오갔다.


[빌어먹을! 대체 경비를 어떤 식으로 하길래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지는 거야!]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경계 병력을 더 늘리도록-]

[이미 늘릴 만큼 늘렸는데 얼마나 더 늘리려고? 흑하 전선에 있는 병력 충원도 제대로 못 하는 마당에.]

[면목없습니다. 사령관님.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군수공장의 잇따른 손실은 관동군의 전쟁 수행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탄약과 무기 보급이 늦어지면서 관동군은 자연스럽게 진격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적의 불행은 곧 나의 행운인 법. 봉천 군벌과 국부군은 관동군이 진격을 늦춘 틈을 타 전열을 정비하고 흩어졌던 전력을 다시금 끌어모았다.


속전속결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당연히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열하를 빨리 정리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 특히 천황과 전쟁 반대파 앞에서 온갖 폼을 잡았던 강경파들은 말 그대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들은 위기감에 빠졌다.


군수공장이 당했다는 소식은 항일 조직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뜻일 터. 관동군 지휘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흑하 전선으로 향했다.


[흑하 전선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여전히 대치 상태인가?]

[소규모 교전 외에는 딱히 큰 충돌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자식들 움직이지 못하게 해. 도시로 흘러들어오는 쥐새끼들도 확실하게 막고. 알았어?]

[알겠습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고 다 해결될까? 사령관은 본인이 내린 지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부 곳곳에 포진한 강경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불안해졌다. 흑하 전선에 이어 열하 전선까지 잘못되고 만다면, 그들의 입지는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좁아질 것이다.


비록 지금은 온건파도 자신들의 편을 든다고 하지만, 능구렁이 같은 놈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능구렁이들은 어느 때든 배신하고 남을 놈들이었다.


‘병력이 더 필요하다.’


관동군 지휘부를 위시한 일본군 내 강경파들은 의견을 빠르게 모았다.


‘더 많은 병력과 물량으로 적을 찍어 눌러야 한다.’


본토 강경파들은 설득이라는 이름 아래 천황과 내각을 압박했고, 관동군 내 강경파는 자신들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던 만주국 정부에 추가적인 병력 동원을 강요했다.


자고로 사람이 많은 곳은 자연스럽게 주목을 많이 받게 되는 법.


많은 병력이 동원된 일본의 중국 침략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만주의 역사는 바뀌었다.


마점산이 이끄는 항일군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제는 관동군의 위협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마점산은 항일군의 상징으로 남지 못했다. 역사가 살짝 비틀어진 지금, 그는 항일군 내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을 뿐, 항일군 전체를 통솔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항일군의 주요 작전은 특전 연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항일군의 실질적인 중심인물은 특전 연대를 이끄는 대성이었다. 대성은 단지 표를 내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분야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렇게 역사는 조금씩 바뀌어 갔다.


관동군은 실제와 다르게 열하 지역을 곧장 점령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흑하 전선을 마무리 지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대성은 각지에서 입수된 신문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만주 지역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세계는 일본의 행보에 주목했다.


‘일본 국제연맹 탈퇴.’


대성은 일본이 국제연맹 탈퇴를 다룬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국제연맹 탈퇴. 이는 곧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대성은 그 끝이 어떻게 될 지 알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연대장실에서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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