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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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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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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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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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3화: 후폭풍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3화: 후폭풍 (4)


‘국제연맹 탈퇴’.


국제연맹 탈퇴는 세계가 합의한 질서를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본은 제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국제연맹을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관동군의 병력 증원 요청을 별말 없이 받아들였고 전국 각지에서 징집한 병사들을 만주로 보냈다.


만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만주국은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며 젊은이들을 징집했다. 그리고 전장으로 보냈다.


삽시간에 대군을 모은 관동군은 열하 지역의 봉천 군벌을 매섭게 밀어붙였다.


봉천 군벌과 국부군은 전쟁 초기의 승리와 신형 무기를 자양분 삼아 맹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관동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변수가 발생했다.


[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흑하 지역의 반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전방 방어선도 무너졌다고 합니다!]

[뭐라고?]


숟가락까지 얹어 놓았던 밥상은 그렇게 재로 범벅이 되었다. 열하 전선에 전력 대부분을 투입했던 관동군 사령부는 충격에 빠진 채 전력을 급히 나누었다.


[병력 중에 일부 차출해서 흑하 쪽으로 보내! 열하가 완전히 함락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텨! 알았어?]

[알겠습니다.]

[여우 같은 자식들. 그새 기회를 잡고 내려올 생각을 해? 열하 쪽 일만 끝나 봐. 아주 박살을-]


쾅!


[뭐야? 무슨 소리야?]

[모르겠습니다. 시내에서 들린 소리 같은데.]

[빌어먹을 폭발음이잖아! 어디서 들린 게 중요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빨리!]


항일군은 최전방 참호에 틀어박혀 있던 관동군만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은 여러 지역, 특전 연대가 흘러들어와 있던 지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만주국의 수도도 마찬가지였다.


특전 연대는 관동군 헌병, 경찰, 관청을 닥치는 대로 습격하며 도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어? 총성도 들리는 것 같은데.]

[정체불명의 무장조직이 시내의 헌병과 경찰을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는 은행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게 끝이야? 어?]

[대응 병력 편성해서 바로 보내겠습니다.]

[보내겠다고?]


시내는 난데없는 총격전으로 난장판이 되었고, 회의실은 분노를 참지 못한 사령관의 난동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관동군 사령관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참모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상황을 감지하자마자 병력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뭐? 지금 보내? 너 이 새끼야 사관학교 나온 거 맞아? 네가 그러고도 대일본제국의 군인이야?]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시내 병력 이동은 사령관님의 재가가 없으면-]

[이게 하라면 그냥 할 것이지, 어디서 말대답이야! 저 개자식들, 네가 직접 잡아와. 한 놈이라도 못 잡아오기만 해. 네놈 모가지가 날아갈 줄 알아! 알았어?]


사령부는 급히 대응 병력을 편성해서 시내로 보냈다. 그러나 대응 병력도 결국에는 같은 관동군이었다.


똑같이 징집돼서 똑같이 훈련받고 똑같은 부대에 배치된 대응 병력으로는 오랜 기간 시가전 훈련을 받은 특전 대원들을 이길 수 없었다.


대응 병력은 애당초 시가전이 뭘 말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참모님 오셨습니까?]

[개자식들 다 어디 갔어? 이쪽에서 총성이 들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놈들이 갑자기 숨어드는 바람에. 계속 수색 중입니다.]

[은행으로 들어간 놈들도 있다며? 거기 모여있는 거 아니야?]

[지금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확인하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어? 다 따라와. 한 놈이라도 죽여야 하니까.]


참모는 병력을 이끌고 시내에 있는 은행으로 갔다.


어차피 다 잡지도 못한다. 한 놈만 잡으면 된다. 한 놈만.


관동군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은행 입구로 천천히 다가갔다.


무장조직원 일부가 은행으로 들어갔다는 말은 일단 사실인듯했다. 커튼이 쳐진 은행 창문과 굳게 닫힌 문틈에서는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참모님. 안에 놈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수류탄부터 던져 넣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럼 안에 있는 직원들은 어쩌고? 일본인까지 다 죽일 셈인가?]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차피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이기게 되어 있어. 제까짓 것들이 손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어떻게 막을 건데? 안 그래?]

[참모님 말이 맞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헌병의 표정은 영 탐탁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어쩌랴. 본인 위치로는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을.


참모는 헌병과 약간 거리를 둔 채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열어. 세게.]

[알겠습니다.]

[열자마자 총 맞는 일 없도록 하고.]

[예.]


쿵!


[빨리 안 열고 뭐 해?]

[열고 있습니다. 근데 잘 안 열려서. 무거운 걸 갖다 놓은 모양입니다.]


쿵!


헌병들은 있는 힘껏 문짝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얼마나 밀어댔을까? 관동군을 막던 철옹성에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쿵!


[조금만 세게 밀어보자. 열릴 것 같다.]


쿵!


[열린다! 들어갈 준비해!]


콰-왕!


은행 문이 열림과 동시에 거대한 굉음이 시내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문 근처에 모여 있던 헌병들은 폭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길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졌다.


[아아악~!]

[크윽···!]


목재 파편과 석재 파편을 골고루 맞은 관동군 헌병들은 고슴도치 같은 모습으로 신음을 토해냈다. 운 좋게 사지를 보존한 병사들은 걸레 조각이 된 부상자를 두고 우왕좌왕하기에 바빴다.


물론 어리바리하게 군다고 살려준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막사에서 며칠을 지냈든 일본군은 일본군이었다.


그리고 특전 연대는 일본군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


‘신쿄(新京)시내 대규모 폭력 사태 발생.’

‘하얼빈 시내 대규모 폭력 사태 발생.’

‘만주국 집정 비상경계 태세 발령.’


특전 연대의 도시 공격은 관동군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아니,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특전 연대는 귀신과 같은 움직임으로 도시 곳곳을 누비며 각종 관공서, 군부대에 피해를 주었다.


피해 규모는 작지 않았다. 관동군 사령부 경비를 책임지던 참모는 말 그대로 비명횡사해버렸고, 많은 관동군 장병이 삼도천을 건넜다.


그뿐이랴. 만주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가전은 관동군 지휘부의 주의를 끌기 위한 기만책에 불과했다.


관동군 지휘부가 혼란에 빠진 사이, 항일군은 특전 연대를 중심으로 최전방 전선을 공략했다.


[적이 나타났다! 반란군이 나타났다!]

[모두 위치로! 모두 고개 숙여!]


관동군 병사들은 진흙탕이 된 참호 바닥 사이를 힘겹게 뛰어다니며 항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전방을 살피던 관동군 장교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일그러져갔다.


[저 개자식들···]

[왜··· 왜 그러십니까? 소대장님. 또 이상한 걸 몰고 온 겁니까?]

[애들 전부 뒤로 물러. 저 자식들 전차를 몰고 왔어.]

[예···?]

[어서 뒤로 빠지라고! 전부 후퇴해!]


결사항전도 상대방과 웬만큼 전력이 비슷해야 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가망이 없는 전력으로 결사항전을 하는 것은 자살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부 뒤로 빠져! 다른 지점에 알리고!]

[소대장님. 보급품은 어떡합니까?]

[이 상황에서 보급품 챙긴다는 소리가 나와? 벌레 먹은 쌀 챙기다가 머리통 날아가고 싶어?]

[죄송합니-]


쾅!


항일군 전차 부대는 자비가 없었다. 전차의 포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참호 곳곳에 굴러다니는 37mm 대전차포는 항일군 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못 뚫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전차포에 취약한 초기형 전차는 선두에 나서지 않았다.


[모두 후퇴해! 객기 부리지 말고 뒤로 물러나!]

[하지만 중대장님께서 뒤로 물러나지 말라고-]

[그럴 거면 본인이 직접 나와서 싸워보라고 해! 전차 장갑 하나 뚫지 못하는 무기로 뭘 어떻게 하란 말이야?]

[소대장님···]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너희는 빠져나가기나 해! 여기서 개죽음당한다고 알아줄 놈들 하나도 없어. 알았어?]


관동군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였다. 항일군 전차부대와 기계화보병은 그야말로 전장의 사신과 같은 존재였다. 사신은 물러나지 않는 관동군을 상대로 거침없이 낫을 휘둘렀고, 관동군이 머물던 참호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흑하 전역의 관동군은 열하 전역의 봉천 군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항일군의 맹렬한 공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지휘부에서 그렇게 부르짖던 정신력도 소용없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 앞에서 정신력은 그저 허울 좋은 소리에 불과했다.


정신력만 강조하는 그릇된 사상은 이성을 잃은 일부 관동군의 명줄만 재촉할 뿐이었다.


[중대장님. 어떡하실 겁니까? 적이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떡하기는. 맞서 싸워야지.]

[맞서 싸우시겠다고요? 적이 선봉으로 내세운 게 뭔지 알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몰라서 그런 줄 아나?]

[지금 대전차 포탄도 바닥났습니다. 애당초 통하지도 않았지만··· 게다가 남은 포탄도 전부 날아갔어요.]

[그래서? 포탄이 없다고 무작정 도망갈 셈인가?]


그릇된 사상을 신봉하는 지휘관은 또 다른 의미의 저승사자였다.


이성을 잃은 지휘관들은 결사항전을 주장하며 온몸에 수류탄을 가득 두르고 군도를 빼 들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 지점을 사수해야 한다. 장갑차가 들어오든, 전차가 들어오든 간에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중대장님. 죽은 다음에는 지점을 사수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대책을 물어본 것이 아닙니다.]

[그럼 자네는 대책이 있나? 저놈들을 저지할 비상한 계책이 있냐고?]

[······]

[자네는 애당초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 귀신, 귀신 거리지만, 저놈들도 어쨌든 사람이야. 우리가 목숨을 걸고 항전을 벌이면 저놈들도 죽게 되어 있다 이 말이야.]


중대장은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도 수류탄 묶음을 둘러주었다. 수류탄이 없는 병사들에게는 탄약 상자에 고이 모셔져 있던 탄띠를 둘러주었다.


[우리는 모두 천황 폐하의 은덕을 입은 몸이다. 여기서 비겁하게 도망치는 건 천황 폐하를 배신하는 행위야.]

[중대장님!]

[선택할 기회를 주겠네. 천황 폐하를 위해 용감히 싸울 텐가. 아니면 천황 폐하를 배신한 반역자로 살 텐가?]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류탄을 매고 달려간다고 한들, 적 기관총에 벌집이 될 뿐이에요. 아직도 모르시···]


탕!


[크윽···!]

[비겁한 반역자 새끼. 모두 일어나라. 우리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군인으로서!]


이성을 잃은 자들은 결사항전이랍시고 수류탄 다발 들고 뛰어오다가 기관총에 벌집이 되어서 죽었고, 이성이 남아있던 자들은 대책 없이 뒤로 물러나기만 하다가 포탄에 맞고 죽었다.


항일군은 그렇게 관동군의 시체를 넘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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