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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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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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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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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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6화: 앙면 전쟁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6화: 앙면 전쟁 (3)


장쉐량.


일제에게 암살당한 장쭤린의 후계자로서 봉천 군벌을 이끌었던 자이며, 무려 백 년 넘게 살면서 중국의 근대사, 현대사를 모두 경험하기도 했다.


적어도 원래 알기로는 그랬다.


‘봉천 군벌의 수괴 장쉐량 사살’.

‘만주를 혼란에 몰아넣었던 불순분자의 수괴 사살’.


관동군은 장쉐량의 전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관동군은 장쉐량의 이름 앞에 온갖 모욕적 언사를 붙여가며 자신들의 전공을 널리 알렸다.


대성과 특전 연대 참모들 역시 관동군의 보도자료를 보았다. 총에 벌집이 된 한 군벌의 시신 사진. 연대 참모들은 사진 속 인물을 보며 장쉐량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옛 보도자료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봤던 얼굴과 같네요. 장쉐량이 맞습니다.]

[저는 일본놈들이 만주를 점령하기 전에 이 사람 연설회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기억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얼굴입니다.]

[여기 장쉐량과 장제스 주석이 같이 나온 보도자료입니다. 비교해보시죠.]


교차검증을 한 다음에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연대 참모들은 죽은 사람이 장쉐량이라고 완전히 인정했다. 대성 역시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백 년 넘는 세월을 살아야 했던 장쉐량은 원래 수명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성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장쉐량의 죽음은 일종의 분기점이나 다름없었다. 대성은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그림 일부분을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붓을 준비했다.


‘장쉐량이 죽었다. 이 말은 곧 서안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해. 그렇다면···’


대성은 장쉐량의 죽음으로 인해 흐지부지하게 끝난 작전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물론 말이 작전회의지 장쉐량 사후를 논의하는 대책 회의에 가까웠다.


대성은 지도자를 잃은 군벌 집단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열하성에 있던 군대는 큰 피해 없이 후퇴했다고 했지?]

[일단 피해가 크지 않다고는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만리장성 주변 지역에서 정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쉐량의 지휘권은 누구한테 넘어갔어?]

[허잉친한테 넘어갔습니다. 군벌 출신은 아닙니다. 장제스의 측근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그 사람이 이제 우리 무기를 받게 되겠군. 새로운 보급로를 확보하면 말이지.]

[그렇다고 봐야지요. 어쨌든 장쉐량은 장제스 밑으로 들어갔으니까요. 연대장님께서는 계속 무기 거래를 할 생각이십니까?]


연대 참모의 물음에 대성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된 곳이 어디든 간에 관동군과 싸우고 있잖아. 같은 적을 상대하는 데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물론 우리도 도움을 받으면 좋고. 결국, 일제를 몰아내는 게 최종 목표 아니야?]

[맞습니다. 연대장님. 같은 적을 두고 서로 나 몰라라 하면 안 되는 법이지요.]

[그 상황에서 이득 보겠다고 하는 놈도 가만두면 안 되고. 관동군은 지금 한창 축제 분위기일 거야. 새로운 보급로도 개척할 겸, 놈들 정신교육 좀 다시 해주자고.]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


열하성의 지배자를 처단하다. 관동군은 한동안 축제 분위기였다. 관동군은 만주국 곳곳에 장쉐량의 사망 소식과 증거 사진이 담긴 보도 자료를 뿌려대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환희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장쉐량 한 명이 죽었다고 해서 관동군의 모든 적이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장쉐량은 중국인의 정신적 지주를 한 적도 없었고, 중국의 지도자로 올라선 적도 없었다.


역사에서는 그저 장쭤린의 아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 자,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가택연금으로 보낸 사람으로만 기억되었을 뿐.


바뀌기 전의 상황이 이랬는데, 하물며 날개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죽은 현 상황은 어떨까?


장쉐량은 중국의 수많은 군벌 중 하나, 그것도 젊은 나이에 전사한 군벌 중 하나에 불과했다. 냉철하게 말하자면 그랬다.


물론 그의 죽음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지도자의 죽음에 분노한 봉천 군벌은 국부군 이름으로 더욱 맹렬하게 저항했고, 만리장성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더불어 잠깐 정비 기간을 거쳤던 다른 세력도 관동군에 맞서 항전을 다시 벌이기 시작했다.


[반란군이 나타났다! 모두 위치로!]


쾅!


[으아악!]

[전차입니다! 전차가 오고 있습니다!]

[대전차포 끌고 와! 다른 부대에도 연락하고! 대비하라-]


쾅!


흑하 전역의 관동군은 항일군이 설정한 암묵적인 휴전 동안 버려진 참호를 재건하고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놨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무색하게 항일군 전차는 참호 지대를 눈 깜짝할 사이에 박살 내버렸다.


애당초 전차가 참호를 격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건인데, 백날 건설해봐야 뭐하겠는가?


관동군의 참호전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작전이었다. 관동군은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폐허로 변한 참호 속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항일군은 혹시 모를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특수작전도 벌였다.


[적 상황 보고.]

[부대 초병의 경계 상태 매우 불량. 한 곳만 바라보고 있음.]

[대응 병력은 있는지?]

[기습에 대응하기 힘든 규모만 있음. 바로 공격해도 될 수준임.]

[확인. 지금 바로 진입한다.]


피융!


털썩!


[누구- 커억···!]


전투의 달인이 된 특전 연대는 흑하 전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후방을 헤집어 놓았다.


전방 전투병들의 보급을 책임지던 군수부대와 항일군 전차와 맞설 날만을 기다리던 기갑부대는 활약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들이 보유한 물자와 무기 또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운송하기 간편한 군수물자는 모두 항일군 수중으로 넘어갔고, 운송이 어려운 물자는 그 자리에서 공중분해 되었다.


관동군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갑전력 역시 반은 고대 유물이 되고 반은 항일군 손으로 떨어졌다.


흑하 전역의 관동군은 애당초 전방에서 우위를 점한 적이 없었다. 그런 마당에 후방까지 유린당하면서 관동군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결국, 관동군은 다시 한 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항일군이 자체 휴전만 하기를 바라며 후일을 도모했다.


***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반란군의 동태는 어떤가? 이쯤 되면 슬슬 물러날 법도 한데. 거지 같은 자식들 보급이 모자랄 거 아니야? 안 그래?]

[사단장님. 그게···]

[왜? 안 물러났어?]

[그렇습니다. 사단장님. 도리어 우리가 건설했던 참호를 전진기지로 삼고는 계속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공격받은 부대가 있다고 합니다.]


흑하 전역 지휘부의 분위기는 얼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과 비슷했다.


전역의 상황은 그만큼 좋지 않았다. 항일군은 관동군의 예상과 달리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항일군은 관동군이 버리고 간 참호를 전진기지 삼아 세력권을 공고히 했고, 틈만 나면 공세를 펼쳤다.


그럴 때마다 관동군이 입는 피해는 점점 늘어났다. 군인이면 군인, 물자면 물자, 무기면 무기. 항일군의 손이 거쳐 간 관동군 부대는 빈껍데기가 되었고, 관동군의 전력 약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계속된 연전연패와 반격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기만 하는 상황. 이는 승리의 기쁨에 젖어 있던 열하성의 관동군에게도 좋지 않게 작용했다.


[병력을 재편성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멀쩡한 병력을 빼가는데?]

[들으셨겠지만, 동부 전선 상황이 좋지 않아서··· 사령부에서 내려온 명령입니다. 일부 병력을 동부 전선과 주요 도시 방어군으로 돌리겠답니다.]

[뭐라고? 지금 화북 지방 진출이 눈앞에 있는데? 그걸 포기하겠다고?]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동부 전선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 조금만 진격을 늦춰달라는 것이지요. 그동안 치열하게 싸웠는데 잠깐 쉴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돌아버리겠네.]


자고로 노는 물이 들어올 때 저어야 하는 법이고, 기회는 손에 들어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이었다.


장쉐량은 봉천 군벌의 참모도 아니었고, 일개 지휘관도 아니었다. 봉천 군벌을 세운 장쭤린의 후계자이자 수장이었다.


한 마디로 머리였다. 다시 말해 만리장성 쪽으로 물러난 봉천 군벌은 머리가 없는 상태였다.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머리가 들어서기 전까지 말이다.


군벌과 인연도 없는 국민당 장군이 과연 장쉐량의 군대를 잘 통솔할 수 있을까? 열하성의 관동군 지휘관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었다. 열하성 관동군 지휘부는 국민당이 봉천 군벌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밀어붙여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사령부는 혈기 넘치는 야전 지휘관들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대의를 먼저 따질 겨를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


[아, 아. 여보세요. 사단장이야? 나 사령관이야.]

[예. 사령관님.]

[병력 재편성 건에 대해서 전달받았지?]

[예. 받았습니다. 다만···]

[더 왈가왈부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이동하도록 해. 최대한 빨리. 알았나?]

[하지만 사령관님···! 지금 화북 진출이 눈앞에 있습니다. 적도 지휘관이 죽어서 혼란스러운 상태고요.]

[어허! 이 사람이 아직도 딴생각하고 있나?]

[사령관님. 제 말을 한 번만 들어보십시오. 지금 바로 진격하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넓은 지역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열하성 관동군 지휘부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설득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사령관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도리어 분노만 샀을 뿐이었다.


[너 하얼빈하고 신쿄 다 털린 다음에도 그 소리 할래? 누가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 동부 전선은 전선도 아니야?]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닙니다. 사령관님.]

[사람이 말이야 겸손할 줄도 알아야지. 크게 볼 줄도 알아야 하고. 그렇게 세상을 좁게 보기만 해서야 되겠나!]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보자 보자 하니까 항명부터 하려고 들고. 앞으로 조심해. 동부 전선에서 어떻게 하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거야. 알았어?]

[똑바로 하겠습니다.]

[끊어.]


***


그렇게 만리장성으로 진격하려던 서부 전선의 관동군은 반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모두가 바라지 않던 휴식이었다.


승리의 기쁨에 물들어 있던 서부 전선 관동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휴···]

[이번에 사령관님한테 된통 까였다며?]

[말도 마라. 전공 세우고 좌천당하게 생겼다. 대륙을 눈앞에 두고 눈밭 따위에 눈을 놀리다니.]

[너무 상심하지 마. 병력 조금 빠진다고 전황이 갑자기 기울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하긴, 그 오합지졸들이 뭘 어떻게 하겠냐? 꽁무니나 열심히 빼겠지. 확실하게 정리해줘. 나도 아주 박살을 낼 테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래도 몸조심해라. 동부 전선에 있는 놈들 보통이 아니라고 했어.]

[그렇다고 계속 날뛰게 놔둘 순 없잖아. 먼저 들어간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사령관에게 호되게 질책당한 사단장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전선을 옮겼다.


그는 동부 전선에 신설된 새로운 부대의 지휘관이었다.


동시에 항일군의 새로운 목표물이기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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