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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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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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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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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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7화: 앙면 전쟁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7화: 앙면 전쟁 (4)


어느 순간부터 동부 전선이라고 불리게 된 흑하 전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관동군 지휘부는 공세를 멈추지 않는 동부 전선 항일군에 대해 더 확실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대로 그냥 두면 하얼빈까지 치고 내려올 수 있습니다. 사령관님. 병력을 증원해야 합니다.]

[우리한테 많은 권한을 줬다고 해도 병력 증원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이 그 시점이고.]

[굳이 새 병력까지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서부 전선의 병력을 동원하면 되지요.]

[서부 전선?]

[어차피 장쉐량도 죽었겠다, 봉천 군벌도 공중에 붕 뜬 상태 아닙니까? 놈들은 지금보다 더 적은 병력으로도 짓밟을 수 있습니다.]

[하긴, 원체 오합지졸이었던 놈들인데 이제는 머리마저 없으니. 좋아. 서부 전선의 병력을 동부 전선으로 재배치하도록.]

[알겠습니다.]


서부 전선의 지휘관들은 만리장성 진출을 앞두고 무슨 짓이냐며 항의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이 미덕이자 도리로 자리 잡은 일본군 안에서 이런 항의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결국, 서부 전선은 화북 지역 공략 직전에 진격을 멈춰야 했다. 병력 재배치 때문이었다. 사령관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던 사단장 중 한 명은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었고, 자신의 야망이 담긴 서부 전선을 떠나야만 했다.


사실상 반강제적인 전출이었다.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임명장과 문책을 동시에 받으러 가는 길도 편안하지 않았다.


[연대장님. 통신 감청 보고입니다. 상당한 고위직이 신경(新京)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상당한 고위직이라고? 더 자세한 사항은 못 들었나?]

[계급이 중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위직이라고 표시한 겁니다.]

[중장이라면··· 최소 사단장급인데. 얼마 전에 병력 재배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남만주 철도 근처를 정찰하던 대원들이 보고했었습니다.]

[어쩌면 새로 증원된 병력의 지휘관일지도 모르겠군. 신경에 잠입한 대원들 전부 소집해. 참수 작전을 시작한다.]


관동군은 그때까지도 옛 흑하 전선 사단 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원인 불명의 습격 혹은 화재로 인해 사단 본부가 괴멸적인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 당시 대성이 벌인 도박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대성이 도박으로 거두어들인 관동군의 기술과 지식은 상당히 많았다. 그중에는 통신과 암호 관련 기술도 있었다. 특전 연대는 그때 익힌 통신 감청 기술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다.


[동부 전선 신설 사단 지휘관 이동 경로 포착.]

[보고 바람.]

[항공기로 신경 비행장까지 이동 후, 자동차로 사령부 방문 예정.]

[항공기 이동 확실한지?]

[비행장 정찰 병력에서 육안 관찰 보고 보냄. 항공기 이동 확실.]

[확인. 신경 비행장부터 사령부까지 이어진 모든 도로 상황 주시하겠음.]


특전 대원들은 만주국의 주요 도시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유령처럼 도시를 배회하며 관동군의 움직임을 살폈다.


[사령부로 이어진 대로에 병력이 배치되고 있음. 목표물 호위 병력으로 보임.]

[규모는?]

[그리 많지 않음. 이유는 모르겠음. 어쨌든 빈틈이 있을 것 같음.]

[시내는 전쟁과 무관한 인원도 많으므로 작전을 시행하기 곤란해 보임. 비행장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중간 지점에서 공격하기 바람.]

[확인.]


물론 관동군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헌병을 대거 증원하고 재만 중국인, 조선인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항일군 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시대가 문제였다. 때는 바야흐로 1933년. 국가원수 암살도 걸핏하면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장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평범해 보이는 인물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었다.


신경 각지에 잠입한 특전 대원들은 곳곳에 숨겨두었던 요술봉 부품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는 목표물이 비행장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작전을 준비했다.


그 시절의 항공기는 여객기로서 비행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정숙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항공기는 소음도 컸고, 존재감도 남달랐다.


[저기 한 대 날아온다.]

[목표물이 탄 항공기인가?]

[저 비싼 물건을 타고 돌아다닐 놈이 관동군 말고 누가 있겠어? 기껏해야 만주국 집정 정도지. 근데 만주국 집정은 지금 신경 궁전에 처박혀 있잖아?]

[그렇지. 그럼 저놈이 목표물이겠군.]

[군악대까지 붙으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지. 저기 봐. 관용차도 대기하고 있잖아. 군인들하고.]


특전 대원들은 신호를 주고받으며 목표물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전투조는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해 자동화기 상태를 점검했고, 그 전투를 되도록 피하고자 복제한 일본 군복을 챙겨입었다.


어차피 위장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관동군과 대면할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대비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셨습니까? 사단장님.]

[사령관님은? 사령부에 계시지?]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 회의 중이실 겁니다.]

[날이 좀 풀린 것 같군. 바로 출발하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테니.]

[예. 타시죠.]

[그래. 사령부 분위기는 좀 어떤가?]

[똑같습니다. 장쉐량이 죽었을 때만 해도 거의 축제 분위기였는데, 동부 전선에 있는 놈들이 또 말썽을 부려서···]


목표물은 별다른 환영행사 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상황 통제 임무를 맡은 특전 대원은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작전 지역 통신병에게 재빨리 알려주었다.


[목표물 두 번째 차량에 탑승. 정확하게 전파할 것. 두 번째 차량이다.]

[확인. 전파했음. 적의 저항이 격렬할 시 대응 방안은?]

[적의 저항이 격렬할 시 목표물이 탑승한 차량만 대파하고 바로 철수할 것.]

[확인.]


특전 대원들은 멀리 보이는 차량 행렬을 주시하며 요술봉을 들어 올렸다.


수차례 개량을 거친 요술봉은 이제 일본군 전차의 장갑도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었다. 욱일기를 매달고 달리는 평범한 관용차는 요술봉을 든 대원들 앞에서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물론 차량에 탑승한 목표물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동부 전선 반란군에 대한 사령부의 방침은 아직 그대로인가?]

[그대로입니다. 협상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군부의 여론이 너무 좋지 않고. 반란군 놈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어떤 놈들인지 들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악랄한 놈들이라고 들었지. 한번 덤벼들면 끝장을 본다고. 전 사단장도 놈들에게 당한 거야?]

[일단 그렇게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말이 화재사고지 사실상 미제 사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란군 귀신 놈들을 잡지 않는 이상.]

[그 귀신이 주력이지? 별의별 이야기가 다 떠돌던데.]

[유명하지요. 귀신처럼 여기저기서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니까요. 혹시 압니까? 이 근처에 있을지?]

[하하하. 이 사람이 농담을 해도-]


쾅!


특전 대원의 사격 실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요술봉의 탄두는 목표물이 탑승한 관용차를 정확하게 맞췄고, 목표물은 폭발에 휩싸인 차량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물론 온전한 상태로 날아오른 것은 아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났을 때 목표물의 시신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어있었다.


관동군은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항일군 역시 맨눈으로 확인한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기에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신임 사단장님이 당하셨다- 으악!]


탕! 탕! 탕!


[커헉···!]


특전 대원들은 목표물을 호위하던 관동군을 모조리 제거한 다음 유유히 현장을 벗어났다. 대원들은 현장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처참하게 죽은 관동군들의 시신만 남았을 뿐이었다.


***


특전 연대의 공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전 연대는 정보 수집을 통해 관동군이 병력 재배치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부 전선에 증원되는 병력은 사단규모로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이대로 전선에 자리 잡게 둔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연대장님. 신경 파견 대원들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관동군에서 발행한 보도자료입니다.]

[병사들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서 쌓인 피로가 그를 무너뜨렸다. 아주 그냥 소설을 쓰네, 소설을 써. 어쨌든 죽은 건 확실하군. 대원들은 전부 무사하지?]

[부상자 없이 잘 빠져나왔습니다.]

[좋아. 남만주 철도는 어떻게 됐어? 첩보 하나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특정 시간에 한해 여객 운송이 통제되고 있다고 합니다. 수송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대성은 즉각 철도 주변을 담당하던 특전 대원 병력을 늘렸다. 물자 보급 역시 대폭 늘렸다.


[놈들이 그대로 전선에 배치되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전원이 오게 해선 안 돼. 전원이 정상적인 상태여도 안 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늦게 오게 해야 한다. 집단 수송이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하게끔. 각개 격파가 가능하게끔 말이야.]

[아마 당분간 철도 운송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놓겠습니다. 연대장님.]


현장에 배치된 대원들은 폭약을 들고 철로 곳곳을 돌아다녔다. 관동군의 이동 상황은 통신 감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휘소에 전달되었고, 대원들은 열차가 올 시간에 맞추어 철로에 폭탄을 설치했다.


폭탄의 양은 철로뿐만 아니라 그 위를 지나는 열차까지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많았다.


[병력 수송 열차 접근 중. 무장 확인.]

[열차가 전복되는 즉시 포격하기 바람. 포격은 포탄을 다 소모할 때까지 할 것.]

[열차 접근 직전. 포격 준비.]


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차체가 위로 솟구쳤다. 폭발로 인한 충격은 병력 수송 열차 전체에 전해졌다. 폭발에 직접적으로 휘말린 병사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즉사했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병사들은 전투를 수행할 수 없는 몸이 된 채 울부짖었다.


그렇다고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병사들이 대응을 제대로 한 것은 아니었다. 특전 대원들은 수차례 공세에서 노획한 37mm 전차포의 포신을 전복된 열차 쪽으로 돌렸다.


[포격 개시!]


쾅!


37mm 전차포는 항일군 전차를 상대하기에는 하등 쓸모없는 무기였다. 그러나 한곳에 모여있는 일본군 알보병을 상대하기에는 이만큼 좋은 무기도 없었다.


특전 대원과 항일군은 37mm 전차포의 포신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포격을 퍼부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휘말린 동부 전선 증원군은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포격에 휘말려버렸다.


쾅!

쾅!


[빌어먹을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습니다. 열차가 갑자기 전복되더니 난데없이 대포 소리가.]

[망할··· 반란군이 습격한 건가?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지?]

[모르겠습니다.]

[대대장님은? 대대장님은 어떻게 되셨어?]

[모르겠습니다···]


뒤 칸에 탔던 하급 장교들은 부리나케 지휘관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앞칸 지휘관 전용 침실 칸에 타고 있던 대대장은 폭발에 휘말린 지 오래였다.


수송 열차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 속으로 빠져들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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