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여, 왕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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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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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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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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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8화: 앙면 전쟁 (5)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8화: 앙면 전쟁 (5)


수송 열차는 지옥으로 빠져들었다.


쾅!


[다른 부대에 연락할 방법 없어? 좀 찾아봐!]

[없습니다···! 통신장비가 있던 차량이 완전히 박살 나버려서 없어요.]

[빌어먹을··· 모두 밖으로 나가! 여기선 개죽음만 당할 뿐이다. 밖으로 나가서 자리 잡아! 어서!]


신체를 온전히 보전한 일부 장교와 부사관들은 병사들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나 딱히 의미 있는 시도는 아니었다.


항일군이 쏜 포탄 대부분은 관동군에게서 노획한 것이었지만, 개중에는 항일군이 직접 제작한 포탄도 몇 개 있었다.


바로 소이탄이었다.


[콜록콜록! 다들 밖으로 나갔어? 어떻게 됐어? 콜록콜록!]

[모르겠습니다. 콜록콜록! 지금 연기가 열차 안에 가득 차서. 일단 저희부터 밖으로 나가야···]


열차 곳곳에 떨어진 소이탄은 강렬한 빛과 함께 사방으로 화염을 내뿜었다. 그리고 차 안에 실린 내장재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타고 순식간에 열차를 뒤덮었다.


폭발의 충격에 기절한 병사들은 화염과 함께 사라졌고, 열차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병사들은 불꽃이 만들어낸 유독가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간신히 밖으로 나온 병사들도 이미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터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항일군은 관동군을 많이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열차를 엄폐물 삼아 저항한다는 계획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병사들은 대부분 열차 안에서 죽었고, 열차 밖으로 빠져나온 소수의 병사는 열차 뒤편으로 돌아온 항일군에게 죽었다.


쾅!


[포신이 망가졌습니다.]

[포탄 얼마나 남았어?]

[거의 안 남았습니다.]

[그럼 돌아가야겠군. 남은 장비 챙겨서 철수한다. 망가진 포는 갖다 버리고.]

[알겠습니다.]

[전원 철수!]


항일군은 포신이 망가진 37mm 대전차포를 남겨놓은 채 현장을 떠났다. 물론 대전차포는 단순히 버려지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특전 대원들은 버리는 물건을 웬만하면 부비트랩으로 개조하는 편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관동군 조사관들은 늘 하던 대로 그 물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먼저 떠난 동료를 따라 저승 문턱을 넘어섰다.


쾅!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대전차포에 장난을 쳐놓은 것 같습니다.]

[망할··· 작성할 통지서만 늘어나게 생겼군.]

[수습은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대충 가림막으로 가려 놔. 사람 더 죽일 일 있어?]


***


관동군의 병력 재배치는 첫 단추를 채우기 전부터 대차게 꼬여버렸다. 지휘관으로 임명된 사람은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죽어버렸고, 전선을 정비해야 했던 선발대 병력은 철로 위에서 괴멸하다시피 했다.


병력 재배치 계획은 당연히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관동군은 철로를 서둘러 보수하고 병력을 수송할 다른 경로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항일군 특전 연대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관동군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지속적인 감청으로 정보를 빼내는 일 역시 잊지 않았다. 사실 이게 핵심이었다. 관동군은 중요한 정보를 항상 통신으로 주고받았고, 특전 연대는 이 정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로챘다.


[연대장님. 통신 감청 보고입니다. 하얼빈 역에서 군용 수송 열차가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다른 지역은? 저번에 작업한 지역은 어떻게 됐지? 지금쯤이면 다 복구했을 텐데.]

[연대장님 말이 맞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이곳도 수송 열차 운행 경로로 사용할 듯합니다.]

[두 지역으로 나눠서 수송한다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두 군데를 동시에 공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관동군은 특전 연대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알아낼 생각이나 의지도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전력은 항상 과소평가했다.


거리가 좀 되는 두 지역에 병력을 분산시켜서 수송하면 최소한 한 곳은 살아남겠지. 관동군 지휘부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관하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대성은 관동군의 한심한 행태를 비꼬며 명령을 내렸다.


[확실히 대국이긴 대국이야. 인력을 의미 없이 갈아 넣을 줄 아는 걸 보면 말이지. 어느 지역에서 오는 병력이 더 규모가 크지?]

[하얼빈에서 오는 놈들이 더 많습니다. 기갑 전력도 포함된 듯합니다.]

[그쪽 지역은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이 기회에 누가 그 지역을 통제하는지 보여줘야겠군. 기계화 부대를 편성하도록 해. 하얼빈에서 오는 병력은 기계화 부대가 맡는다.]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관동군에 맞서 특전 연대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특전 대원들은 철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작전을 준비했고, 기계화 부대는 전열을 정비했다.


***


날벼락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예고 없이 떨어졌다.


철도 경비를 위해 병사들을 배치한 것은 가히 인력 낭비라 할 만했다.


피융!


털썩!


[적이 나타났다! 경보 울-]


푸욱!


[커억!]


[경비대 제거 완료했습니다. 연대장님.]

[통신 끊지 말고 있어. 통신이 끊어진 걸 알면 분명히 뒤로 물러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놈들도 어차피 수많은 일본군 중 하나일 뿐이야. 특별히 의심하진 않을 거다.]


관측 장비를 많이 들였다고 한들, 한정된 인원으로는 사방이 뻥 뚫린 드넓은 지역을 전부 살필 수 없었다.


경비대 초소를 점거한 특전 대원들은 초소에 배치된 고참 관동군마냥 태연하게 행동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위치를 전하는 수송 열차 통신병과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기계화 부대에 상황을 전했다.


[수송 열차 조만간 작전 지역으로 진입할 예정.]

[폭탄 설치는 완료되었는지?]

[완료되었음. 불발 시 요술봉으로 직접 처리하겠음.]

[확인. 폭발에 맞춰 포격 개시하겠음.]


전운이 감도는 전역에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유일한 세력은 관동군이었다. 물론 관동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까운 철판을 들여 제작한 장갑열차에 병사들을 태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장갑 열차는 전선에서 도태된 지 오래였다. 소설이나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이 어설픈 병기는 애당초 전선을 지배한 적도 없었다. 강점보다 약점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관동군은 장갑 열차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국가와 확연히 비교될 만큼 많은 수의 장갑 열차를 전선에서 굴렸다.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던 항일군은 이러한 관동군의 고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대장님. 적의 수송 열차가 진입하고 있습니다. 기관차가 여러 개 연결된 장갑 열차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저런 걸 대체 왜 굴리는 건지. 철로만 파괴해도 고철 덩어리가 되지 않습니까?]

[전쟁에서 이길 생각이 없는가 보지. 그리고 저놈들 고집이 원래 좀 센 편이야. 그러면서 머리는 또 나쁘고. 뺄 때 안 빼고 들어갈 때 안 들어가서 항상 사단을 만들어내지.]

[그래도 이번에 당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저 같았으면 장갑 열차 전부 녹여서 전차로 만들었을 겁니다.]

[아마 안 그럴 거다. 이제 준비해. 놈들 꽁무니가 보일 때 터트린다.]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잠시 후, 천지를 울리는 기적 소리와 함께 장갑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동군은 왠지 모르게 이번 병력 수송에 사활을 건 듯했다. 수송 열차는 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기관차 여러 개에 연결된 채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빠~앙~!


경비대가 자고 있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전차와 장갑차까지 군데군데 실은 열차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인지, 기관사는 끊임없이 기적을 울려댔다.


그러나 기적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특전 대원들은 수송 열차가 철로에 설치한 폭탄의 폭발 범위에 들어옴과 동시에 발파 손잡이를 눌렀다.


***


수송 열차를 휘감은 폭발음은 거대한 장갑열차가 내던 기적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들만한 굉음이었다.


특전 대원들은 열차 행렬을 감싼 폭발음이 하얼빈에서도 들렸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감상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 대원들은 대성과 함께 무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여기로 오려고 할 거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통신병은 계속 시간 끌도록 하고.]

[네.]


폭발 현장은 아비규환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장갑 열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용으로 제작된 병기였다. 장갑 열차에 실려 있는 물건중 가장 흔한 것은 포탄이었고, 가장 무겁고 위험한 물건은 그 포탄을 사용하는 대구경포와 전차였다.


그리고 전차는 무거운 차체를 굴리기 위한 연료를 한가득 싣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열차는 전차의 향후 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해 예비용 연료도 많이 싣고 있었다.


자고로 기름은 불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법.


폭발에서 흘러나온 불길은 열차 안에 가득 실려있던 군용 연료와 감격스러운 상봉을 이루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며 어두운 밤 벌판을 밝게 비추었다.


쾅!


[으··· 개 같은 놈들··· 모두 괜찮나?]

[······]

[정신 들어있는 놈 있으면 손 좀 들어봐! 아니면 대답하든가.]

[······]

[야!]


만신창이가 된 관동군 병사들은 살아남은 동료들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녔다.


철로에 오밀조밀하게 설치한 폭탄의 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폭발에 휘말린 차량은 단순히 전복되는 것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그때 받은 충격은 다른 차량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투를 앞두고 단잠을 자고 있던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열차가 꽈배기 꼬이듯 휘어지고 엎어지면서 병사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었다.


[으···]

[살아있었나? 상태는 좀 어때? 걸을 수 있겠어?]

[으··· 못, 못 걸을 것 같습니다··· 다리가 다 부려졌습니다···]


병사들이 처한 상황을 굳이 비유하자면 거인이 철통을 잡고 마구 흔든 이후와 같았다. 철통 안에 들어있던 작은 인간들은 거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강철로 만들어진 판 구조물 여기저기에 몸을 들이박았다.


사람은 그리 단단한 생물이 아니었다. 무거운 포탄에 머리를 들이박고 단단한 철문에 얼굴을 들이박은 병사들은 즉사한 게 다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살아남은 사람들 몰골이 좋았냐? 그것도 아니었다. 천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비교적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천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죽느니만도 못한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아아악···!]

[소리 지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더 안 좋아진다! 위생병! 위생병 어디 있어? 위생병!]

[죽었습니다. 얼굴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즉사했어요.]

[망할. 다른 칸에 있는 위생병은?]

[모르겠습니다··· 가서 확인해보면 될 것 같은데··· 저도 상태가 성치 않아서.]


팔, 다리가 부러진 건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열차를 감싸고 있던 철판은 휘어지고 찢어졌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사실상 흉기로 변한 셈이었다.


흉기로 변한 장갑은 병사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와 시련을 남겨주었다. 물론 일본군은 항상 정신력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끝없는 자기 세뇌를 하며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을 넘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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