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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비앙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8.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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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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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33화. 사막의 충정작전 (3).

DUMMY

치 이익―!

M34에서 점화되어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런. 제기랄!’

수복이 수류탄의 점화를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발화된다면 불꽃이 사방으로 튀면서 닿는 것은 무엇이든 녹여버린다. 한번 발화된 백린은 촛농처럼 물에 떨어져도, 흙이나 모래에 비벼도 꺼지지 않는 괴팍한 놈이다. 소년의 몸에서 발화되어 터진다면 소년의 팔, 머리. 다리가 검게 그을린 처참한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된다면 시위대가 더욱더 흥분하여 마침내는 인티파타를 하게 될 것이다.


‘아직 발화까지 3초가 남았어. 막을 수 있어!’


3초·········


수복이 달리며 무전기로 하산에게 소리친다.

“하산! 대장이다. 전 대원 모두 앉아. 어서 급해!”


하산은 수복과 열어둔 비상 채널에서 지시가 내리자.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1조, 2조, 3조 긴급이다! 무조건 앉아! 맞아도 된다. 앉아 빨리!”

하산의 지시가 내리자 경비대원들이 일시에 앉거나 엎드렸다. 시위대와 맞닿은 대원들은 앉을 수가 없어 엎드린 것이다. 경비대가 한꺼번에 앉자 시위대는 순간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다. 갑자기 앉아버리니 무방비나 다름없는 그들을 공격하는 게 내키지 않았던 거다.


경비대가 일시에 앉거나 엎드리자 대원들을 향해 달려가던 쿠피는 바로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원들이 서 있을 때는 잘 보이지가 않아 어디든 파고 들어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비슷한 키 높이가 되자 쉽게 눈에 띄어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소년이 든 M34는 연기가 계속 타오르며 소년의 존재를 한층 더 부각했다.


2초······


수복이 소년에게 달려가며 경비대원을 향해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대장이다! 장전 후 유탄 발사기 던져!”

눈치 빠른 대원 하나가 장전된 발사기를 수복에게 던졌다.

수복이 받아든 유탄 발사기를 한 손에 쥐고 소년에게 점프했다.


1초···


미끄러지듯 소년의 곁에 다가온 수복이 다른 한 손으로 점화가 되어 발화 직전의 백린수류탄을 낚아채 발사기안에 집어넣었다.


화아악―!


발사기안에서 발화가 시작되었다.

이대로 두면 수복과 소년은 백린의 불꽃에 노출되어 큰 화상을 입을 것이다. 수복이 중심을 잃어 넘어지면서 유탄발사기를 45도 각도로 허공을 향해 조준 후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슈우우욱― 피시시!


백린탄이 불꽃을 날리며 허공으로 솟구쳐 불꽃놀이를 하듯 화려함을 뽐내며 날아갔다. 낙하하며 떨어진 곳은 공교롭게도 복면인들이 타고 온 도요타 픽업트럭의 보닛이었다. 보닛에 떨어진 백린탄이 뚜껑을 뚫어 엔진 깊숙이 파고들어 사정없이 부위를 녹였다.


수복이 녹아 우그러진 발사기를 던지고 검게 그을린 장갑을 벗었다. 열기가 후끈한 게 맨손이었으면 화상을 심하게 입었으리라. 일어서며 같이 넘어진 소년을 일으켜 세웠다. 소년은 수복을 쳐다보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으앙―!”


그 모습을 본 수복이 무릎을 꿇고 소년을 지그시 안아주었다. 소년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해주었다.

“괜찮아.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넌 잘못 없어.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수복의 눈에도 습기가 차올라 주변이 흐릿하게 보인다.


팀원들이 달려왔다. 상재와 3조가 주위를 물리치며 경계에 들어갔다.

김현이 지원팀과 들것을 들고 달려온다.

하정이 제일 먼저 달려와 소년을 달래고 있는 수복에게 말을 건넨다.

“대장님 빅히트에요. 역시 우리 대장님! 어 그런데 지금 우시는 거예요? 하핫!”

하정이 수복의 눈에 맺힌 이슬을 보고 놀린다.


“어! 아니야― 모래야 모래.”

수복이 겸연쩍어 허리에 찬 물통으로 눈가를 씻고 마시려다 소년에게 먼저 건넨다. 소년이 망설이다가 물통을 건네 들고 마신다. 갈증이 타올랐는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그런 소년을 보며 수복이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헝클어 장난을 쳤다.


하정은 수복에게 소년을 건네받아 친자식인 양 호들갑을 떨며 들것에 눕혀 김현과 함께 엠블런스를 타고 떠났다.


상재가 복면인들을 견제하며 체포에 들어가려 했지만, 그들은 상황이 잘못된 것을 알고 먼저 도망쳤다.

복면인들이 빠진 시위대는 흐지부지 유대인 욕을 몇 차례 하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수복이 엄상사에게 백린수류탄의 파편과 증거를 수집하라고 지시하고 하산을 향해 걸어갔다.


〉“مهدي 마흐디 인샬라 아살라 무. 우리의 구세주! 평화의 사도를 찬미드리세!”

하산이 다가오는 수복을 보며 손을 들어 외친다. 마이크를 통해 하산의 외침이 전달되자 경비대 모두가 무릎을 꿇고 수복을 향해 외친다.


“مهدي 마흐디 마흐디! 인샬라 아 살라 무. 마흐디!”


인상을 찌푸린 수복이 하산을 향해 소리친다.

“무슨 짓이야! 마이크 꺼!”


하산이 수복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이나 계속 떠들어 댄다.

〉“오! 마이 브러더. 아니 이제부터 마흐디라 부르겠어. 오 나의 마흐디. 화를 내니 더 용맹하고 멋있어 보이네. 마흐디 마흐디!”


경비대 모두가 한목소리로 연호했다.

“마흐디 마흐디!”


수복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돌아서 차량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사막의 지는 태양과 묘하게 겹쳐 후광을 비추는 신비스러움을 자아냈다.


* * *


“자이드 방금 장면까지 빠짐없이 다 찍은 거 맞죠?”

아일라는 만약 못 찍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오! 아일라. 그런 표정으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당신이 원한 장면은 저기 저 신비한 동양인의 눈썹 개수까지 다 찍어 놨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자이드가 느끼한 말을 건네며 아일라에게 답한다.


“선글라스를 꼈는데 눈썹이 어떻게 보여요. 아무튼, 나중에 딴소리하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수고했어요. 호호!”


아일라는 독일계 아버지와 카타르 출신의 모친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언론학석사를 취득한 그는 BBC에서 근무하다 카타르 국왕이 알자지라 방송을 설립하자 자리를 옮겼다.

의욕을 가지고 알자지라로 간 그녀는 남존여비의 중동문화로 인해 원했던 앵커직을 얻지 못하고 한직인 예루살렘 취재기자로 발령받아 많은 실망을 했다. 중동 사회에서 유리 천정이 한없이 높음을 실감하고 절치부심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던 중이었다.


아일라는 며칠 전 이스라엘의 키부츠 군병력 철수가 있었는데 오늘 시위 때 순교자가 나올 것이란 제보가 있어 방송 차를 동원하여 시위현장에 나왔다가 대박을 건진 것이다.

단순한 순교현장이라면 화제는 끌었을지 몰라도 중동에서는 흔하디흔한 광경으로 일회성이었을 것이다. 처음 시위할 때 진압하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아니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이크를 대고 지휘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직접 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다소간의 폭력이 오고 가기는 했지만 아일라가 그간 보아온 격렬 시위를 본다면 애교 수준이다.


두 번째 시위 때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 소년이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연기를 피우며 경비대를 향해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악’ 소리를 지르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촬영기자 자이드에게 소년만을 찍으라 말했지만, 이 장면은 방송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랍에는 순교자가 많았지만 저렇게 어린 소년은 자신의 기억으로는 없었다.

소년이 화염에 뒤덮이는 참혹한 모습이 상상이 될 때 반전이 일어났다. 경비대의 누군가가 소년을 향해 아주 빠르게 달려갔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늦었다고 생각했다. 다가간 저 사람도 화염에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이 틀렸다. 그 대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고 영리한 방법으로 소년의 폭탄을 낚아채 이상한 원통에 집어넣더니 공중으로 발사했다. 날아간 발사체가 공중에서 불꽃을 일으켜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했고 대미를 장식한 건 시위대 차량의 보닛에 꼽힌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도 이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일라가 속으로 연신 ‘EXCELLENT’란 단어만 외쳤다. 이 장면이라면 자신을 알자지라 본사의 앵커로 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안돼도 상관없다. CNN과 BBC가 알게 된다면 당장 백지수표를 남발할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 대단히 멋지지 않은가. 그동안 수컷의 우월성만을 내세우며 씻지도 않고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말라비틀어져 배만 볼록 나온 방송사의 남자들과 격이 달랐다. 사내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나중에 인터뷰를 가장해 유혹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 가보고 싶었지만, 저녁 메인뉴스에 방송을 내보내려면 본사로 자료를 송출해야 하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 알자지라 방송사 뉴스룸.

저녁 8시 메인뉴스가 시작되며 온에어의 불이 켜지고 무음모드가 되었다. 고요함 속에 앵커의 오프닝 멘트가 시작되고 여러 뉴스가 흘렀다.

앵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 뉴스를 말한다.

“오늘 요르단 강 서안의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 대단위 격렬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 놀랍게도 11살의 팔레스타인 소년이 순교자로 나서 모두가 경악에 휩싸였습니다. 그 과정을 생생히 취재한 아일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하이! 아일라. 오늘 취재내용 부탁해요.”


아일라가 자료를 송출하자 알자지라의 방송사 수뇌부는 전용기를 아일라에게 보내 스튜디오로 오게 했다. 특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일라가 몸단장을 할 새도 없이 본사로 와서 간단한 메이크업만을 받고 뉴스에 나왔다. 오히려 아일라의 먼지 묻은 의복이 비치며 뉴스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시위는 처음부터 ···(중 략)··· 이로써 군을 철수하고 민간인 경비대를 투입한 이스라엘 당국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처럼 이스라엘이 인간으로서의 윤리와 의무를 다한 날입니다. 시위를 평화적으로 잘 막아낸 경비대와 특히 소년을 구해낸 경비대원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소년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이상 알자지라의 예루살렘 특파원 아일라가 보내드렸습니다.”


아일라의 멘트가 끝나자 뉴스의 총괄 PD가 다가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아일라! 대박이야 시청률 최고기록 경신했어 축하해!”


아일라가 격정에 휩싸여 만세를 불렀다.

‘해냈어. 내가 해낸 거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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