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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비앙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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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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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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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제39화. 24시 (4).

DUMMY

탕!


압둘이 오마드를 향해 겨눈 총을 허공으로 방향을 돌려 발사했다.


‘사롬! 사롬이라고?’


압둘에게 사롬은 특별한 존재다.

누이가 사롬에게 잡혀 샤바크기술을 받고 풀려난 뒤 수치감에 자살했다.

그가 사롬을 죽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그놈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그놈이 가자를 떠나 승진해서 서안의 지부장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오마드 사실이야? 네놈이 사롬을 죽인 게 거짓이라면 너의 혓바닥을 뽑아 버리겠다.”

“압둘!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그놈이 내 아내와 여동생을 납치해 어비드의 노예상에게 팔아먹은 것을 알고 물불 안 가리고 놈의 뒤를 쫓았어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이마에다가 불구멍을 선사했죠.”


오마드는 압둘과 사롬의 묵은 원한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가자에 있을 때 압둘이 술만 먹으면 사롬에 대해 떠들었기 때문이다.

압둘을 흔들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롬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좋아! 확인하고 진짜 사롬을 죽였다면 네놈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보답을 하지. 그전까지는 이들을 따라가 얌전하게 있어야 해. 조금이라도 허튼수작한다면 널 쏴버리라 할 거야.”

“맘대로 해요. 그런데 실망이에요. 포상이 아니더라도 칭찬은 바랐는데 배신자 취급이라니 너무합니다.”

“사롬의 죽음이 확인되면 널 무슬림 최고의 전사로 만들어주지. 이봐! 오마드를 음··· 하는 수 없지. 그곳에 같이 가둬 놔. 감시 철저히 하고.”


검은 두건과 녹색 머리띠를 한 하마스 복장의 사내가 오마드를 데리고 그들의 비밀지부로 갔다.

압둘은 오마드를 그들의 격리시설에 가두기를 주저했다.

그곳엔 중요한 인질들을 데려다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마드를 아무 곳에 가두었다가 도망이라도 치면 아라파트의 잔소리가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시끄러웠던 가자의 PLO 건물 주변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나 그들을 은밀히 지켜보던 이들이 몰래 오마드의 뒤를 따라갔다.


인질교환 남은 시간 12:30:59.


* * *


알자지라 방송의 아일라는 지난번 팔레스타인 경비대의 활약과 자폭테러 소년의 구출을 보도한 특종으로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오늘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경비대를 방문해서 경비대장 박수복과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며칠 전부터 공문과 전화로 약속을 잡았지만, 대장에게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고 연락을 받았던 중년의 대원이 말해주었다.


“아니 그럼 미리 연락을 줘서 다른 날짜로 약속을 잡아줘야지. 아무것도 모르고 장비와 인력을 모두 데려와 헛고생시킨 거잖아요.”


아일라가 화를 내며 경비대원에게 따졌지만 되돌아온 대꾸는 허망했다.


“내가 당신들을 여기 오라고 한 적 없소. 온다고 한 건 당신들이고 확인하지 않고 온 당신들 책임이오.”


경비대원이 무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아랍의 영향력 있는 방송사를 이렇게 성의 없이 대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그들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겨우 잡은 기회가 수포가 될 수 있어. 이 자릴 노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이 어쩌다 잡은 운빨이라고 매도하며 수군덕거리는 꼴을 못 보지. 인터뷰가 안 되면 특종은 아니더라도 기삿거리를 찾아야 해!’


아일라가 이후 경비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삿거리를 찾아 헤맸지만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은 없었다.

한 가지 묘한 사실은 지금 이곳에 있는 경비대의 간부급과 젊은 대원들의 숫자가 그녀가 사막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적었다.

어딘가의 시위에 출동했는지 알아보았으나 그런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아무 느낌도 없던 그녀 특유의 촉이 발생했다.


‘지금 이곳에 무엇인가?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거야. 간부들과 젊은 대원들이 자리에 없단 사실은 어딘가에서 특종 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겠지. 아 이곳은 나의 보물창고나 마찬가지야. 그럼 알라딘 경비대장의 비밀을 파헤쳐 볼까? 그래야 램프 바깥으로 거대한 특종이 나오겠지 하핫!’


아일라는 묘책이 떠올라 지나가던 젊은 대원에게 다가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요. 멋진 경비대원님! 알자지라 방송에 나온 경비대 뉴스 나온 거 봤죠? 그거 제가 내보낸 거에요. 전 아일라라고 불러요. 당신 이름은?”


어린 경비대원이 미모의 아일라를 보고 얼굴을 붉히고 더듬으며 대답했다.


“나 나···세르.”

“아! 나세르.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다른 대원들은 대장과 함께 있는데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대장의 신임을 받지 못했나요? 아니면 경비대의 알력이나 따돌림을 당한 것인가요? 원한다면 대장과 친한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어요.”


아일라는 이 젊은 대원이 다른 대원들과 같이 참가하지 못하고 남은 이유가 대개의 집단과 조직들이 겪는 이들 사이의 알력 때문이라 생각하고 파고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난 다른 대원들과도 친하고 지난번 시위 때 용감하게 잘 막아냈다고 대장이 날 칭찬했어요.”

“그런데 왜 당신은 이곳에 있는 거죠.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요.”

“그건 가자에 친척이 없으니 여기 있는 게 당연한 거죠.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뭐라고요! 가자? 가자지구 말한 거죠. 그곳에 왜 다들 가 있는 거죠? 친척들과 뭘 하는 거예요?”


헛다리를 짚었지만, 그녀의 질문에 경비대원이 발끈하여 지금 이곳에 숨겨진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안돼요. 기밀 사항이라고 말하지 말랬어요. 전 절대 대답하지 않겠어요. 가볼게요.”


나세르가 말실수한 것을 느끼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 하자 아일라가 막아서며 말했다.


“잠깐! 나세르. 경비대가 가자지구도 진출하나요? 그럼 내 멋대로 상상해서 기사를 내보내도 되겠죠. 출처가 경비대원 나세르라고 밝힐게요. 나세르 말해도 괜찮아요. 오프더 레코드도 좋고 엠바고도 지켜줄게요. 당신이 안 된다고 한다면 기사는 절대 방송에 나오지 않을 거예요.”


아일라가 설득을 하자 잘못된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게 될까? 겁을 먹은 나세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일이 해결될 때까지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한다면 말할게요. 약속할 수 있나요?”


“좋아요. 나세르 내가 자필로 써 줄게요.”


<각 서>

*나 아일라는 경비대의 승인이 있기까지는 절대 나세르가 알려준 기밀 사항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습니다.


“자 여기 있어요. 이제 자세히 말해봐요.”


아일라의 각서를 받아든 나세르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아일라에게 말해주었다.


“경비대는 지금 비상이에요 왜냐하면 ···(중 략)··· 그래서 가자에 친·인척이 있는 대원들이 간 거예요.”

“고마워요. 나세르 약속은 지킬게요. 서로가 바쁠 테니 자리에서 일어나요. 다음에 또 봐요.”


사건의 전모를 전해 들은 아일라가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처음 만났던 중년의 연락대원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대장에게 전해요. 지금 당장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유대 소년 2명이 가자에 납치당했다고 방송에 내보낼 거라고. 앞으로 30분만 기다리죠.”


아일라는 나세르와의 약속을 깰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해야 경비대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속마음과 다른 소리를 내뱉었다.

무표정하던 경비대의 연락대원이 얼굴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누구한테 들었는지 물어보았으나 대답은 하지 않고 손가락 세 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연락대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것이 보였다.

통화 도중 그가 손짓으로 불러 곁에 가니 수화기를 건네준다.


“hello! 아일라라고 해요.”

“이봐요. 기자 아가씨! 지금 회의 중이라 아무리 빨리 가도 1시간 안에 갈 순 없어요. 서둘러 갈 테니 기다리겠소?”


자기소개는 없고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일라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겉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죠. 그 정도 배려는 내가 해드리죠.”


딸칵!


상대는 고맙단 대답도 없이 그녀 말이 마치자마자 곧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이어 아일라의 욕설이 튀어 나왔다.


“대체 이 자식은 매너라곤 사막 한가운데 두고 왔나. 전화 받는 게 왜 이따구야! 오기만 해봐라. 엉덩이를 뻥 차버릴 테니까. 나쁜 자식!”


이를 지켜보던 연락대원이 아까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대략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되어갈 무렵 아일라가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지루하다가 졸음이 와 눈을 감고 있던 아일라는 방문이 벌컥 열리자 하마터면 의자에서 주저앉을 뻔하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들어오는 이를 쳐다보았다.


선글라스를 낀 짙은 눈썹의 동양인 사내였다.

키도 실제로 가까이 보니 190이 넘을 만큼 커 보인다.

잘 잡힌 역삼각형의 균형적인 상체와 하체의 허벅지는 얼마나 두꺼운지 입은 바지를 뚫고 나올 만큼 근육의 윤곽이 다 보인다.

그녀가 고리눈을 하고 치켜뜬 눈이 반달형으로 바뀌면서 미소를 띠며 악수를 청했다.


“아일라에요. 그쪽은 미스터 ···?”

“수복! 박수복이요.”

“아! 미스터 박.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기자분이 반갑지가 않소.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방송에 내보냈다간 당신네 방송사는 세계최강대국과 이스라엘 정보부의 보복을 당할 것이오.”

“어머! 무서워. 제가 잘못했어요. 입도 닫고 눈도 닫고 귀도 닫을게요. 다시는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

“이럴 줄 알았나요? 알자지라가 그런 것이 무서웠다면 벌써 방송사 문을 닫았을 거예요. 대장님 기분 나쁘신 건 알겠는데 저도 이런 특종 바로 보도하지 않고 자리 마련한 건 사안의 중대성을 알고 엠바고를 지켜드릴 생각이 있어서예요. 그런데 대장님 흥분부터 하신다면 저도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방송사에다 특종이다. 소리치며 보도하란 소리로 들리네요.”


수복은 앞의 기자가 겁을 줘서 회유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말로서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먼저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정 안되면 작전이 끝날 때까지 구금하고 다니엘과 미국에 책임을 넘기면 될 일이다.


“아일라라고 했나요? 미안해요.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서 그래요. 사과드리겠소. 그렇다고 내게서 어떤 정보가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줘요. 여러 명의 생명과 한 소년의 삶이 걸린 일이니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좋아요. 그럼 내가 수집한 정보를 맞다. 틀리다고만 알려줘요. 그 정도는 가능하겠죠?”


수복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유대인 소년 2명이 가자의 테러단체에 납치된 것이고 팔레스타인 경비대가 그들을 찾고 있는 것이 맞죠?”


수복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스라엘 정부가 나서지 않고 왜 경비대가 이 일을 맡은 거죠?”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비대는 이스라엘 정부와 무슨 관계인가요. 계약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모사드나 신베트의 산하조직인가요?”


수복이 아일라의 추리력에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외 몇 가지 민감한 질문을 더 던졌지만, 수복이 고개를 저었다.

아일라는 계속되는 부정 속에 김빠진 표정으로 수복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부정하신다니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이대로 엠바고를 지켜드린다면 제가 손해 보는 것 같아 약올라서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이에요.”


아일라가 수복의 얼굴에 바싹 다가서며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처음에 말한 대로 엠바고 지켜드릴게요!”


수복이 그녀가 다가오자 부담스러워 의자를 뒤로 빼며 말했다.


“고맙소. 좋은 선택이오.”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대신 이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당신 곁에서 취재를 허락해줘요. 오프더 레코드와 엠바고 필요한 건 언제까지나 원하는 데로 다 지켜드릴게요. 더불어 사건의 최초보도는 내가 할게요.”


수복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절하려고 하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 박이 오기 전 스텝 중 한 명을 본사로 보냈어요.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오늘 취재한 필름이 보도될 거예요. 저희를 잡아두거나 거절을 해도 이미 내 손에서 떠난 필름은 돌아오지 않아요. 잘 생각해서 결정해주세요.”


수복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가 다니엘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잠시 후 수복이 들어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요. 당돌한 기자님. 취재를 허락하겠소. 단 위험한 곳이나 기밀인 장소와 대화는 안 돼요. 알겠죠?”


아일라는 기뻐서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끄떡 끄떡였다.


“그럼 숙소를 안내해주라고 하겠소! 우선 그곳에서 대기하시오.”


할 말을 마치고 나가는 수복을 아일라가 불러세웠다.


“미스터 박!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어요.”


수복이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뭔데요? 더는 이런 식으로 ···.”


아일라가 그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채며 말했다.


“이 일 끝나고 저와 데이트 해줘요! 이건 강요가 아닌 선택이에요.”


수복이 그녀의 어이없는 요청에 긴장된 표정을 풀며 피식 웃었다.


“오! 오! 웃었어요. 승낙한 거로 알게요.”


그녀가 수복의 답을 듣지도 않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인질교환 남은 시간 10:01:55.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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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4) 19.07.30 554 12 9쪽
80 제80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3) 19.07.29 561 11 10쪽
79 제79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2) +2 19.07.27 630 10 8쪽
78 제78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1) 19.07.26 65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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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제74화. 스펙터 (2) +2 19.07.22 653 10 9쪽
73 제73화. 스펙터 (1) 19.07.20 657 14 8쪽
72 제72화. 마이클 요원 (20) 19.07.19 708 14 10쪽
71 제71화. 마이클 요원 (19) +1 19.07.18 70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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