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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비앙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8.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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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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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87화. 빈 라덴. (1)

DUMMY

다음날 새벽 하정인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에 조명등만 켜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심한 악취가 코끝에 풍기면서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방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당장 욕실로 가서 온몸에 가득 베인 노폐물들을 씻어내렸다.

다행히 가방 안에는 갈아입을 운동복이 있어 그것으로 갈아입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발코니 문을 열자 마이클이 의자에 파묻혀 자는 모습이 보였다.


‘아 밖에서 잠을 청했구나.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긴 건진 몰라도 큰오빠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거야.’


그녀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담요를 가지고 나와 마이클의 몸에 덮어주고는 학교에 가기 위해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 후로 3일 동안 계속해서 마이클이 하정의 혈도를 뚫어주고 현문심법의 구절을 풀이해주고는 기지로 복귀했다.

그녀가 현문심법을 익힌 지 한 달이 되자 몸에서 노폐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고 처음엔 뜻조차 모르던 구결의 내용이 쏙쏙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하 암기만 해서는 안 되고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야 하는구나. 그래서 명상이 중요하다고 큰오빠가 그런 거였어.’


구결이 이해가 되자 그녀는 오성을 깨우치게 되었다.

오성은 대뇌와 소뇌의 발달만으로 부족하다.

대뇌만 발달하면 지식의 축적은 잘 될지 몰라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흔히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못 할 때 멀티가 안된다고 하는데 이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소뇌만 발달하면 다방면의 일을 두루 벌일지 몰라도 깊이 있거나 지혜롭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소뇌만 쓰는 자들은 대개가 편법을 쓰거나 얕은꾀로 상대방을 속이는 일에 전념한다.

오성은 대뇌와 소뇌를 연결해 서로의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을 극대화한다.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 부른다.

그렇다! 하정인 현문심법을 통해 이른바 천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어?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졌지! 게다가 이틀 밤을 새웠는데도 심법을 운기 하니깐 잠을 푹 잔 거 같이 피곤하지가 않아.”


심법을 배운 뒤부터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과 과학 분야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가장 큰 발전은 얼트가 알려준 갤럭시 17지구의 과학기술에 첫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17지구의 과학은 지구보다 수십 단계나 앞서간 과학기술로 현재 지구의 최상위 과학이론도 그곳에선 초보 수준의 상식으로 취급받을 만큼 이론적 체계가 쉽게 정립되어 있었다.

하정은 상위 문명의 과학적 이론체계를 바탕으로 MIT 공대의 어려운 수업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전혀 손도 대지도 못한 미제출 리포트를 이틀 밤을 꼬박 새워 완성한 것이다.


수업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그녀가 거울에 비친 달라진 자신의 피부를 보고는 외모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던 발렌시아의 블루색 브이넥 톱과 프레임 데님 스키니 진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강의실을 찾아갔다.


“휘휴! 쟤 누구야? 우리 과에 저런 애가 있었어!”

“쿨럭, G.I. 이잖아!”

“뭐라고 세상에나!”


학교에서 하정의 별명은 G.I. 라고 불렸다.

육사를 나오고 군 생활과 전투를 많이 겪은 그녀의 행동과 말은 일반적인 여대생들과 차이가 있었다.

또한, 국적이 이스라엘로 되어있었기에 그녀가 군대를 갔다 온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화장하고 옷을 고르다가 강의시간에 늦은 하정이 빈자리가 제일 앞자리밖에 없는 걸 알고 코끝을 찡그리며 먼저 온 학생들 사이로 지나갔다.


“우와! 예쁘다.”

“그러게, 데이트 신청하면 받아줄까?”


찡그린 그녀의 표정이 백인 여성에서 볼 수 없는 아주 귀엽고 단아한 모습으로 비쳐져 강의실 안의 모든 남학생이 넋이 빠져라, 그녀의 뒤태를 쳐다보았다.

강의실 앞 출입문이 열리고 양자역학을 담당하는 그녀의 지도교수 조셉 피들러가 들어왔다.


“으흠!”


피들러 교수는 맨 앞자리에 모르는 여학생이 앉아 있는 걸 보고 흠칫 놀랐다.


“자네는 누구기에 내 강의실에 찾아왔나? 내 수업엔 청강생은 안 받으니 나가길 바라네.”


하정이 교수의 말에 살며시 웃고는 미리 꺼내놓은 리포트 7건을 그에게 제출했다.

피들러 교수는 그녀가 건넨 리포트를 바라보았다.


‘임하정 코헨!’


이름을 보니 기억이 났다.

유급이 확실시되던 학생이었는데 용케 어려운 과제를 완성한 모양이다.

내용은 봐야 알겠지만, 과제를 마친 성의를 봐서 일단 유급을 보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모가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흠 공부만 열심히 한 게 아니었군!’


잠시 쓸데없는 생각에 미소를 띤 피들러 교수는 하정에게 도발하듯 말했다.


“코헨 양!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한 모양이군. 마감일에 밀린 리포트를 모두 제출하고 제일 앞자리에 앉다니 아주 고무적인 상황이야.”


강의실 제일 앞자리는 수업 도중 교수와 토론하는 자리이다.


피들러 교수는 강의시간에 혼자 강의하지 않는다.

리포트를 먼저 내주고 강의시간에 학생과 토론을 벌이고 나중에 강평하는 형식인데 앞자리에 앉는 학생은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한동안 교보재로 교수의 표적이 된다.

토론을 한 학생에게는 특별점수를 부여해서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학기 초를 제외하곤 최근 몇 달간 아무도 앞좌석에 앉으려 하지를 않았다.

늦게 와서 자리가 없는 경우 보통은 수업을 나가버려서 한동안 앞 좌석에 앉는 학생이 없었는데, 그럴 때면 교수가 무작위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오늘은 하정이 앞자리에 앉아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 그럼 코헨 양? 양자역학의 다원성에 관해 설명해보길!”

“양자역학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생활과 지금, 이 시각에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게 특징입니다.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의 미시적 불연속적 현상을 바탕으로 일반화하는 이론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기도 합니다···.”


하정은 갤럭시 17지구의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골치 아프고 어려운 내용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아주 간단명료하게 또박또박 30분간 설명을 이어갔다.

피들러 교수는 하정의 접근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 또한 양자역학을 얘기할 때는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복잡한 계산공식을 대입하며 설명했는데,

학생이 논리적 결함 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명확하게 말하자 질문 하는 거조차 잊고 하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에게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헨 양! 오늘 자네의 발표는 내 강의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알찬 수업이었네. 그것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군. 시간이 된다면 강의가 끝나고 내 연구실을 방문해주게.”


피들러 박사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세계 물리학계의 최고 석학으로 인정받는 학자로서, 그의 연구실에 초대받는다는 건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하정은 현문심법을 바탕으로 학교 수업에 잘 따라갈 수 있었고 얼트가 알려준 갤럭시 17지구의 과학기술 분석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국경기지.

음마드는 수비대 사령관에게 호출당해 그를 찾아갔다.


“여어 음마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더니 살만 쪘구나! 좋아 내가 일거릴 하나 주지. 선지자께서 자넬 이교도들을 벌할 도구로 지목하셨네. 자네의 뜻이 이뤄져서 기쁘다네. 축하해!”

“네에? 왜 하필 지금 시기에···.”


음마드는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순교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새로 들인 부인과 가정을 꾸리고 있었고, 상황을 봐서 파키스탄으로 도망치거나 본인 대신 순교자로 내세울 적당한 아이 하나를 물색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왜 겁나나! 네가 주저하고 있다고 선지자께 말할까?”

“아뇨 할게요. 해야죠!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여기서 주저하거나 거절했다간 그날 바로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한다.

그것이 알카에다의 율법이었다.


“생각 잘했어! 지금 임무는 네가 생각한 거보다 중요한 임무다. 선지자께선 세상이 깜짝 놀랄 중요한 거사를 준비 중이신데 이목을 가릴만한 게 필요해.”

“그럼 그 작전에 제가 투입되나요?”

“푸하하 음마드! 네 신앙심이 투철한 건 알지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말라. 그 작전은 이교도의 제국에서 수년 전부터 진행된 작전이다. 상당한 능력이 필요한 작전이지. 네가 할 일은 그놈들의 시선만 잠시 가려주면 되는 거야.”

“네 그렇군요.”

“자 여기 작전지도와 장비가 있다. 이걸 숙지하고 날짜와 시간에 맞춰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네! 반드시 임무를 완료하겠습니다.”


음마드는 지시대로 트럭을 몰고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향했다.

국경의 파키스탄 인접 지역이었다.


‘이곳은 양키놈들이 몰려있던 곳인데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음마드에게 알려주진 않았지만, 수비대 사령관은 이곳이 미군의 비밀기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가 몰고 가는 트럭에는 겉에서 보면 부식 채소와 과일 상자가 실려 있었지만, 안쪽에는 TNT 폭약 4kg이 숨겨져 있다.

그의 임무는 미군 비밀기지에 폭탄테러를 하는 것이다.


‘임무만 완성하면 되지. 내가 꼭 순교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맞아! 사령관도 임무라고 했지, 순교라고는 하지 않았어.’


원래 폭탄테러는 실행하는 순간 대부분 죽는 게 보통이었다.

임무를 내린 사령관은 폭탄을 터뜨리는 순간 음마드가 당연히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생에 애착을 두고 있던 음마드는 이를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기로 마음먹었다.


부우응!


기지 앞 정문에 멈춰 섰다.

원래 이 트럭은 파키스탄 국경 근처 마을주민이 몰던 것인데,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그를 잡아 고문하여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빼앗아 버린 것이다.


“STOP! Who’s that?”


정문의 경비병이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다가와 음마드에게 물었다.

음마드가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마을주민의 통행증을 보여주었다.

경비병이 통행증을 건성으로 훑어보고는 뒤로 가, 짐칸에 실린 물건 몇 개를 들어서 확인했다.


‘들키면 어떡하지? 항복할까, 아니면 바로 폭파를 해야 하나. 안돼 이대로 죽기는 싫어!’


무선점화장치를 손에 든 음마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령관은 입구에서 들키면 바로 폭파하라고 했지만 그러면 자신도 죽는다.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 폭발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터뜨려야 살아남는다.


‘오! 알라 시여 도와주소서.’


그의 기도가 통했는지 사과를 손에 하나든 경비병이 트럭에서 내리며 이상이 없음을 경비대에게 알렸다.


“통과!”


음마드는 경비병의 지시에 차를 몰고 기지 안으로 들어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웠다.

원래는 사령관이 알려준 기지 중앙건물로 몰고 가, 바로 앞에서 폭발시킬 것을 지시받았으나.

음마드가 긴장한 나머지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튼튼해 보이는 돌담 뒤로 몸을 숨겼다.


그가 몸을 숙인 채 무선점화장치를 꺼냈다.

손이 떨려와 제대로 신호 연결을 하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Hey, what are you doing?”


뒤에서 양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음마드는 그를 향해 돌아섰다.


삐이이!


그때 TNT 폭약과 연결된 점화장치 수신기에서 알람음이 울렸다.

그 소리에 두 사람 다 놀랐고 상대가 다가오자 음마드가 얼떨결에 점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꽝! 꽈꽈과!

꽈꽝!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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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7화. 빈 라덴. (1) +1 19.08.27 372 7 12쪽
86 제86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9) 19.08.15 505 12 11쪽
85 제85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8) 19.08.13 471 14 9쪽
84 제84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7) 19.08.07 497 10 10쪽
83 제83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6) 19.08.05 527 12 12쪽
82 제82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5) 19.07.31 574 10 10쪽
81 제81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4) 19.07.30 554 12 9쪽
80 제80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3) 19.07.29 561 11 10쪽
79 제79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2) +2 19.07.27 630 10 8쪽
78 제78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1) 19.07.26 652 13 9쪽
77 제77화. 묘도일의 야심. (3) +1 19.07.25 589 10 8쪽
76 제76화. 묘도일의 야심. (2) 19.07.24 618 11 8쪽
75 제75화. 묘도일의 야심. (1) 19.07.23 596 12 7쪽
74 제74화. 스펙터 (2) +2 19.07.22 653 10 9쪽
73 제73화. 스펙터 (1) 19.07.20 657 14 8쪽
72 제72화. 마이클 요원 (20) 19.07.19 708 14 10쪽
71 제71화. 마이클 요원 (19) +1 19.07.18 702 13 13쪽
70 제70화. 마이클 요원 2048 (18) 19.07.17 698 13 10쪽
69 제69화. 마이클 요원 2048 (17) 19.07.16 667 12 8쪽
68 제68화. 마이클 요원 2048 (16) 19.07.15 683 11 8쪽
67 제67화. 마이클 요원 2048 (15) 19.07.13 719 13 9쪽
66 제66화. 마이클 요원 2048 (14) 19.07.12 715 14 8쪽
65 제65화. 마이클 요원 2048 (13) 19.07.11 746 13 8쪽
64 제64화. 마이클 요원 (12) 19.07.10 738 18 8쪽
63 제63화. 마이클 요원 (11) 19.07.09 707 16 10쪽
62 제62화. 마이클 요원 (10) 19.07.08 801 14 10쪽
61 제61화. 마이클 요원 (9) 19.07.06 802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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