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
하백광이 중국인의 종속을 내 걸고 내게 매달렸지만 그걸 냅다 받아들일 정도로 모진 인간은 아니다. 종속은 인간의 내면 자아를 없애 버린다. 오히려 나는 종속을 유지하되 내면의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네크로폴리탄의 헌터 마인과 정크 보이들에게 자율을 명령한 것도 자유롭게 생활하라는 뜻에서 내린 명령이다. 수동적인 삶보다는 적극적인 삶을 살라는 의미다.
종속은 휴먼 서벌라이징 포스에 들어 있는 네필림의 힘이다. 이것이 내 특기냐고 물었을 때 언노운은 아니라고 말했다. 휴먼 서벌라이징 포스는 모든 네필림이 다 가지고 있는 특징이고 나의 경우 언노운이 강제 활성화한 것뿐이라고 한다.
네필림은 무한한 신의 힘을 가졌다. 지치지도 쉬지도 않으며 신과 대적할 힘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
박창규 박사는 여러 가지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 냈다. 내가 부탁한 우선순위는 레이더다. 언제 올지 모르는 놈들의 2차 공격에 대비해 진입 경로상에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이다.
레이더 설치는 기술자들을 혁련광이 호위해서 셈텍스로 주요 루트에 엘리시움 배터리를 장착한 레이더가 설치되었다. 박창규 박사는 헬 오어의 특징을 파악하고 헬 오어를 전문으로 잡아내는 특별한 레이더를 만들어 냈다.
서쪽 대륙에서 중국으로 진입하는 루트와 이동 경로에 따라 다섯 개의 레이더가 설치됐다.
하백광은 모여든 각 문파의 사람들을 안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문파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중국이라는 국명을 되찾았다.
물론 그것은 내 권유에 의해서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되찾는 것이 그들을 뭉치는데 효율적이라는 말을 했다. 하백광은 좋은 의미에서 그 말을 받아들여 중국을 되찾고 주석 자리에 올랐다.
혁련광이 무력으로 하백광의 뒤를 받쳐 주었다. 세력 간에 약간의 잡음은 있었고 혁련광이 그것을 원천 봉쇄했다. 1900줄에 이르는 그의 무력에 대항할 세력은 없었다. 무엇보다 골칫거리로 생각되었던 녹림의 새로운 출발은 조미령채주로부터 시작되었다.
녹림에서 인간 이하의 짐승 취급이었던 여성들이 모두 해방되었다. 그들은 제대로 복식을 갖춰 입고 인간답게 살 수 있었다. 하백광은 큰 틀은 무너트리지 않고 중국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인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백 년 넘게 이어오던 무림의 생활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상황은 아니다. 이것은 첫 출발일 뿐이고 이제 시작의 초입에 올랐을 뿐이다.
이모탈 시티의 정크 보이를 모두 네크로폴리탄으로 올렸다. 이모탈 시티의 각성자들 사이에서 아직 마인의 존재는 낯선 이방인 취급이다. 이모탈 시티 정책은 인구 증가에 초점이 맞춘 것이 아니라 각성자의 생산력에 맞춰져 있다.
무각성자는 20살이 되면 조건 없이 결혼해야 하고 결혼 1년 이후부터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 이것은 이모탈 시티 강제 조항이다. 덕분에 폭발적인 인구 증가라는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김동희 박사는 늘어나는 인구 중에 쓸모없는 인구를 배제하기 위해 각성 촉진제를 개발했다 이는 각성자를 더욱 늘일 수 있고 정크 보이의 규모를 줄였다. 그것은 어쩌면 과거의 이모탈 시티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현실은 달랐다. 나라는 존재 때문에 이제 정크 보이가 되더라도 삶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마인이 되어 네크로폴리탄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크 보이는 도시 외곽 지역 방위에서 해방되었고 네크로폴리탄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다른 섹터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이모탈 시티는 이들이 무각성자와 섞이는 것을 심각할 정도로 통제한다. 이를 방위군이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 정크 보이의 수가 어느 정도 모이면 모두 마인으로 만들어 네크로폴리탄으로 올려보낸다.
번식이라는 생명 창조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대신 마인이라는 엄청난 힘을 받게 된다. 네크로폴리탄으로 올려진 아이들은 도시를 매우 젊게 만들었다. 이제 정크 보이의 숫자가 원래 네크로폴리탄을 인구를 추월해 버렸다.
기존의 헌터 마인들은 모두 아크 데몬이며 마인으로 올라온 어린 정크 보이를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었다. 나는 종속의 단점을 극복할 때까지 아크 데몬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내 활동은 이제 이모탈 시티나 네크로폴리탄 영역을 넘어서 나라 대 나라의 관계로 발전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되찾았고 나는 옛날 수도 서울을 네크로폴리탄이란 이름으로 확고히 개정했다.
그리고 네크로폴리탄의 마인들은 북쪽을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남으로는 하우레스 라인이라는 무한의 방어벽 때문에 어찌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눈을 돌릴 방법은 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악마종의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아크 데몬들이 북의 도시 거점을 확보하고
북 전역을 개발하려 한다.
베이징은 일차 보수가 끝나고 이차 보수가 들어갔다. 일차 보수는 백오십 년의 때를 벗겨 내는 작업이고 이차 보수는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건물을 재건하는 작업이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건물은 철거하고 힘이 살아 있는 건물은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재건한다.
불사의 회람 헌터들은 정크 보이를 데리고 다니며 현장에서 직접 정크 보이에게 일을 가르친다. 불사의 회람 도시 재건 능력을 네크로폴리탄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생각이다.
이번 회차 정크 보이도 모드 마인으로 개조해서 네크로폴리탄으로 올렸다. 종이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우리 이모탈 시티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중국 5만의 세력은 금방 따라잡아 버릴 거다. 네크로폴리탄의 1만 인구가 벌써 3만이 넘어서고 있다. 이 중 일만이 베이징을 사수한다. 이 일만은 대부분 아크 데몬이라 중국 5만이 모두 덤빈다 해도 우리 상대는 아니다.
혁련광과 하백광은 녹림과의 전투에서 우리가 가진 전투력을 보았기에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혁련광은 우리의 힘이 중국을 완전히 넘어섰다는 것을 파악하고 우리의 과학을 받아들이려 한다.
혁련광은 종족 번식이 되지 않는 오만의 중국병력을 내게 떠 넘기려 한다. 그 대가가 종속이라는 어마무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를 걸었다. 그리고 베이징 서쪽 외곽에 작은 무역소를 열었다.
그곳에 지점을 하나 내고 맛보기로 중국과 거래를 텄다. 데르플링거의 연구가 끝날 때까지 베이징은 오픈시키지 않을 예정이다.
혁련광의 보챔이 극에 달해 타이위엔시와 베이징시 외곽 지점을 잇는 고정 게이트가 설치됐다. 이것의 설치는 위험성을 고려해 나는 절대 반대를 했다. 혁련광은 강수를 뒀다. 나에게 반협박한 것이다.
이모탈 시티의 존재를 중국에 떠벌리겠다는 다소 말이 안 되는 협박이다. 나는 그가 그 정도로 절박하다는 것을 알고는 위험이 포착되면 즉시 파괴한다는 조건을 달고 임시로 고정 게이트를 만들어 주었다.
하백광까지 매달리는 통에 이 두 극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두 사람은 우리의 과학과 문명의 이기를 경험했다. 공신단 따위를 먹고 허기를 달래는 수준인 중국이 화려한 요리와 음식의 유혹은 대단하다. 한번 맛보면 다시는 공신단을 먹을 수 없게 된다.
혁련광이 처음 베이징에 숨어들어오다 걸린 것도 오직 요리 때문이었음을.
나는 특별히 베이징 서쪽 외곽에 중국인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작은 먹거리 골목을 만들었다. 생필품을 비롯해 식당이 몇 개가 들어섰다.
그리고 게이트가 오픈된 순간 몰려온 수뇌부들은 감탄과 찬사를 쏟아 냈다. 중국인 특유의 본성이 살아난 것이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그동안 아예 잊고 살았다.
북새통도 이런 북새통이 없다. 이곳에서 생필품 구매비용은 무조건 엘리시움 광석이다. 박창규 박사는 새로운 고농축 엘리시움 규격의 지표를 만들었고 농축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엘리시움이 필요했다.
카피너가 복제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제 도시 세 개를 운영하기 위한 엘리시움의 수요는 엄청나다.
내가 베이징 외곽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거래는 무조건 엘리시움 광석이라고 못 박은 이유도 이것이다. 네크로폴리탄에서도 정크 보이들이 매일 던전을 돌며 엘리시움을 캐내지만, 그것으로도 이제 부족하다.
베이징까지 가동되는 지금 엘리시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속에 묻힌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기술자들이 베이징 외곽에 엘리시움 농장을 만들었고 엘리시움 미노핵을 추출해서 자생시켜야 한다. 이 일은 누구에게 시킬 수 없는 일이고 내 고유 능력이라 어쩔수 없다.
우리 기술자들은 도시 재건을 재미있어하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도시가 불을 밝히고 살아나는 것을 즐기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개미 같이 일하며 하루하루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곤 한다.
아 그리고 이모탈 시티의 시장이 교체됐다. 나는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시장의 일을 볼 만큼 여유로운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은 만장일치로 박정아가 추대됐다. 그녀는 시장직에 오르자마자 사대 길드부터 옥좨 버렸다. 시장의 권한을 더욱 높이기 위서다. 그녀는 이모탈 시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정아와 나의 의견을 늘 일치했고 우리는 의논이 필요 없었다.
정아는 내 허락 없이도 자체적으로 일을 진행 시켰고 나는 그날그날 보고를 받는 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김동희 박사는 늘 정아의 몸을 점검하고 변화를 기록한다. 이건 내가 특별히 부탁드린 사항이다. 조금이라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날아가 주유(?)해야 하는 임무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그런 정아에 비해 베이징에 주둔하고 있는 이현희는 과할 정도로 나를 탐한다. 내 성격상 싫은 소리 한마디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섯 명의 포로에게 관해서인데. 이놈들 우리가 열등 민족이라고 포로 주제에 고함치고 발광하고 난리도 아녔다.
나는 가뿐히 이들 모두를 종속시켜 버렸다. 사이보그라지만 기본 뼈대가 마인인 만큼 뇌 자체는 순수 인간의 뇌였다. 종속은 뇌만 있으면 가능하기에 몸체가 기계라 해도 상관없었다.
종속된 이들은 오롯이 내 종복이 되었고 이들 다섯을 베이징시로 데려와 박창규 박사팀에 조수로 부려 먹었다. 지들 기계니까 지들 만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해서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와 전쟁, 사이보그로 몸을 개조한 이유까지 모든 사실을 다 알아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별반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아크 데몬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는 것. 마인 위의 마인 아크 데몬의 존재는 우리가 가진 엄청난 힘이었다.
그들은 좀 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을 과학에 걸었다. 신체를 개조하고 기계를 이식해서 게르만의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났다.
전쟁에서 승리하고픈 욕구는 더욱 강함을 요구했고 그 결과 사이보그화가 유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순수 전투력은 약 500줄 기계라 마인의 전투력 측정과는 상이하여 복합적으로 계산해도 약 500줄이란 전투력을 보였다.
이는 마인보다는 뛰어나지만, 아크 데몬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나는 여기에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혁련광도 그렇고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하백광, 박정아, 이현희 이들 모두가 네필림의 피에 관여한 사람들인데 전투 경험이라든지 수련을 쌓으면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즉 네필림의 피에 관여된 자들은 경험치를 쌓으면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휴먼 서벌라이징 포스를 받아 종속된 아크 데몬도 같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즉 나에게서 힘을 받은 이는 계속 전투력이 높아지고 있었다. 하백광이 초기 갓 아크 데몬이 되었을 때 850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녹림과의 전투를 거치고 900을 돌파하더니 지금은 거의 천에 가까워져 있었다.
특히 마장기를 수련하면 할수록 전투력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중국과의 소통, 게르만의 연구 등으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가 버렸고 엊그제 게르만의 침공을 당했던 것 같았는데 벌써 모선이 베징이에 온 지 1년이 지나가 버렸다.
그 일 년 동안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이 중국과의 거래였고 터져나가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베이징 외곽을 더 증설했다. 과학적 생활력과 요리와 음식을 맛본 중국인들이 본성이 터져 나오며 미치려 하고 있다.
무공은 때려치우고 요리를 배우겠다고 밀려드는 중국인만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연일 쏟아지는 불평은 요리점을 더 늘려 달라는 아우성뿐이다.
그러던 중 혁련광이 날 찾아와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것은 모영의 변화였다. 역시 네필림을 피 아니 그것을 받아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났다. 모영은 네필림의 그것을 받아서 완전한 아크 데몬이 아닌 하프 네필림이 되었다.
물론 박정아와 이현희와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혁련광도 나와 같은 순수 네필림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영을 진정시키고 심층 다이브를 통해 악의 사념을 제거했다. 우리 같이 악마와 천사의 반반이 아닌 순수 인간의 몸으로는 우리가 뿜어내는 악의 사념을 견뎌내지 못한다.
정말 바쁘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은 지나간다. 게르만족의 제 침입이 있을지 우려했지만 아무 일 없이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사실 전쟁 때문에 바쁜 그쪽에서 정찰 목적으로 띄운 데르플링거호에 대해 관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언노운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향후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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