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onium. Mammon's Tower(195)
고통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
"뭐지?"
"They were skeletons."
악마종의 단골 몬스터다. 해골 자체가 인간 근원의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에 아주 적절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 특유의 섬뜩함은 보기 거북스러웠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스켈레톤이 무기류를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오웬의 말에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출되자마자 쏴대더군. 아무리 빨리 기술을 쓴다 해도 약간의 집중이 필요해. 그때 세 방 정도 맞은 것 같아."
"탄두나 총소리를 들어 보면 AK-47이 유력한데···."
오웬은 총소리만 듣고 총의 명칭을 유추했다.
"네필림의 몸을 뚫고 박힐 정도면 여러분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여긴 엄폐물이 아예 없어서 만나게 되면 상당히 위험합니다."
파비앙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일단 제가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미션이 무엇인지도 봐야겠고 무장 능력도 파악해 봐야겠습니다."
파니도 따라오려 했으나 말렸다. 나 혼자 제운종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 훨씬 빨랐고 괜히 꼬리 하나를 달고 갈 이유가 없었다.
잽싸게 계단을 차고 올랐다. 이 탑은 상당히 높은 모양이다. 윌리엄이야 순간이동으로 단숨에 이동했기 때문에 바로 위층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제운종으로도 한참을 뛰어올랐을 때 막 계단에서 서성이는 놈들과 만났다.
순간 느낌은 오. 귀여워.
이게 무슨 장면이야?
낡은 철모를 쓰고 있는 녀석도 있었고 손에 들린 무기는 분명히 돌격 소총이 맞다. 오웬의 말대로 AK-47과 닮아 있었다.
심지어 허리라고 해야 하나 골반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탄띠를 두르고 있고 탄띠에는 탄창도 꼽혔었다. 어떤 놈은 x 반도를 착용하고 있었고 낡았지만 그 옛날 국방색의 야전 반소매 상의를 걸친 놈도 있었다.
이거 스켈레톤만 아니라면 인간의 중대급 부대라고 하는 것이 맞다. 녀석들은 나를 보자마자. 물론 뻥 뚫린 텅 빈 눈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즉시 일제 사격을 가해왔다. 자동 화기 소리와 함께 고시한 화약 냄새.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며 튕기는 소리가 피아노 건반 치는 것처럼 들렸다.
대 물리 방어막인 리엑티브 펄스 쉴드를 전개했기 때문에 탄은 내 주변에서 모조리 튕겨 나갔다.
-데구르르
계단 위에서 돌돌 굴러오는 소리에 확인해 보니 수류탄이다. 이게 디자인이 옛날 구닥다리 수류탄인데 일명 파인애플이라는 명칭으로 불린 수류탄이었다.
mk-2로 이것도 이따금 드랍 되는 아이템이고 리안이 설명해 줘서 잘 알고 있다. 구린 수류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연히 속성이 붙으면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보이기도 한다.
햐. 녀석들 수류탄까지···.
-뻐엉.
큰 굉음과 함께 수류탄이 터지며 돌가루와 파편을 흩뿌렸다. 녀석들은 정말 군인들처럼 천천히 전진해 오며 조준 사격을 가해 왔다.
녀석들을 보니 권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지금까지 봐 왔던 스켈레톤보다 권능의 양도 많았다.
물론 수류탄도 녀석들의 무기도 리엑티브 펄스 쉴드는 뚫지 못했다.
반월륜을 소환해내 녀석을 간단히 요리했다. 스켈레톤 부류 중에 아주 귀찮은 것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네오디움 스켈레톤으로 불렀다.
스켈레톤은 생긴 것보다 단단하기는 한데 이그조틱의 화력 정도면 충분히 부술 수 있다. 녀석들은 동료라고 해야 하나 부서진 부속품 즉 뼈다귀를 다른 놈의 신체에서 뽑아 복구하기도 한다.
어떤 놈은 와르르 무너져도 자석처럼 다시 다다닥 하며 붙어 버리는 놈도 있다. 또 그중에 강한 놈은 뼈가 워낙 단단해 멍텅구리 탄에는 생채기도 안 나는 놈도 있다.
위로 쭉 올라가면서 확인하는데 스켈레톤 종류도 다양하고 대부분 검과 방패나 창과 활이 아닌 현대식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총을 쏘는 스켈레톤은 첨 경험한다. 나야 상관없지만, 이그조틱은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머리에 잘못 맞아 뇌가 박살이 나는 경우면 재생도 되지 않으니 바로 사망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스켈레톤을 박살을 내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미션이 가동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게 한참을 위로 올라갔다
계단마다 스켈레톤이 즐비하게 대기하고 있었고 적이 올라오면 사정없이 가진 무기를 동원해 공격해 왔다.
내가 죽여도 아이템을 드랍했는데 웃기는 것이 더블 템이다. 즉 놈들이 들고 쏴대는 무기도 드랍 아이템 취급이었다.
문제는 선공 몬스터 판정을 받기 때문에 일정 거리 내로 들어오면 적을 감지하고 그 방향으로 집중 사격을 위해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시각적으로 포착이 되면 발포한다.
여기는 원형으로 올라가는 폭 30m의 계단이기 때문에 피할 곳도 엄폐할 곳도 없다. 그리고 일단 적을 포착하면 아래로 돌격해 내려온다.
당연히 악마종답게 죽음에 대한 공포나 고통 따위는 개나 줘버려 가 되어 두려움 없이 밀고 내려오는데 가진 탄약이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쏴댄다. 탄약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했더니 동료를 깨부수어 드랍 아이템을 취하는 것도 확인되었고 놈들이 마구잡이로 그러는 것도 아니더라는 거다.
이놈들 중에 지휘자가 있다. 중대나 소대급 병력 정도의 무리로 구성되어있으며 중대 단위는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었고 가진 화기 종류도 다양하고 심지어 RPG까지 들고나오는 놈도 있었다.
나야 걸리적거리는 정도도 안 되니까 반월륜으로 박살 내면서 올라갔는데 위로 갈수록 화기의 강도가 점점 증가했다. 나중에는 고정식 기관총까지 등장했고 위에서 직사로 쏴대는데 형성되는 탄막이 장난이 아니었다.
펄스 쉴드가 아니면 정면 돌파는 무리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게 구조가 원형으로 난 계단을 빙 돌아 올라가는 형식이라 적과 조우 했을 시 멀어 봐야 30m 이내고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탄을 쏟아 내기에 멋모르고 올라갔다가는 벌집이 되기 딱 좋았고 무엇보다 적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쏘는 쪽이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쪽이라 올라가는 쪽은 고역이었다.
-촤르르르르
총소리가 기가 막히고 또 탑 재질이 매우 단단한 석질이라 탄이 미친 듯이 튄다는 것이다. 소리가 장난 아니기에 슬쩍 봤더니 이거 그거다. 리안이 말했던 히틀러의 전기톱이라고 했던가 MG34인가 그거다. 이거 다섯 대가 동시에 나를 향해 불을 뿜어 댔다.
무수한 탄이 사방으로 튀며 진짜 어마어마한 화망을 만들어 냈다. 당장에 반워륜으로 동강을 내 버렸지만, 이거 이그조틱이 이 화망을 어떻게 부수며 전진해야 하는지 감이 안 설 지경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몇 가지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 들었다. 뭐 이전에도 심심찮게 했지만.
과연 이 스켈레톤에도 영향이 있을까? 아마도. 지금까지 권능을 가진 놈들은 죄다 미쳐 버렸으니까.
아! 여기서 하나 더 왜 악마종이 나를 공격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고통의 군주와 싸우고 그 빛을 흡수했을 때부터다. 그 이후 악마종은 예전과 달리 나를 적으로 인식하고 무자비하게 공격해 왔다.
머리를 칭칭 동여매고 있던 스톨을 풀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어휴 세상이 총천연색 컬러풀하게 보였다. 흑백의 세상이 칼러의 세상으로 변했다.
잠시 눈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올랐다. 눈을 뜨자마자 몸에서 초록색의 오라가 뿜어 나왔다. 이것은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했는데 꼭 태양의 플레어처럼 움직였다.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역시나 반응이 작살이다. 눈이 뻥 뚫린 이 스켈레톤도 초록색 빛에 노출되자마자 가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표적을 잡지 못하고 난사하거나 아예 쏘지도 못하고 머리를 붙잡고 지를 수 없는 괴성을 질러 댔다.
스스로 벽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까지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꼭 생명체가 아니더라고 권능이 있거나 은총에도 관계없이 무조건 이 녹색 빛을 보면 고통에 몸부림치게 했다.
그것도 최상급의 고통이다. 스켈레톤이 무슨 고통을 느끼겠나? 뼈다귀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 녹색 빛은 모든 것을 미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인간이야 뇌가 있어 고통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켈레톤이 뇌가 있나 신경이 있나? 아무것도 없이 단지 권능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와 같다. 기계가 고통을 어떻게 인지할까 했지만, 스켈레톤이 미쳐 날뛰는 것은 확실히 내가 뿜어내는 녹색 오라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공격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자해하다 쓰러져 버렸다. 이걸 능력이라 하면 하겠지만 그보다 더한 것이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고 특히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금 난감한데. 쾌감이다. 꽤 감이 느껴진다. 비명을 들을 때마다 그 비명이 짜릿한 쾌감이 되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게 중독성이 아주 강했다. 한 번 이 느낌에 빠지면 멈출 수가 없었다. 타인의 고통은 나에게 짜릿한 쾌감이 되어 돌아왔고 또 더불어 보유 권능이 증가하는 기분도 들었다.
다시 제운종으로 미친 듯이 치고 올라오길 거의 4시간 정도 되었을 때 마침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정상에는 원형의 장방형 광장이 이었고 가운데에 어떤 조그만 탑이 서 있었는데 그곳에는 5:42이라는 숫자가 적힌 디지털 표시기가 있었다.
여기 스켈레톤의 무기가 장난 아니었다. 개인이 장비할 수 있는 중화기는 거의 다 등장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뭐가 '뿌르르르르르르'라는 기괴한 소리를 내길래 봤더니 누가 보면 입에 침을 흘릴 정도의 무기를 가진 놈들이 있었다.
녀석들은 지금 내 초록색 빛에 취해 미쳐있었고 아무 곳이나 총기를 난사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최상위 층이고 최종 목적지에 있는 놈들이라 다른 놈보다 덩치랄까 뭐 그래봤자 뼈다귀가 좀 더 큰 것뿐이지만.
바로 XM214 microgun이라는 거다. 이건 설명을 한번 들은 적이 있었고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걸 등에 메고 난사해대는 녀석이 몇 마리 보였다.
정말 이 초록빛의 능력은 대단했다. 악마종이고 뭐고 간에 이 빛을 보는 순간 고통의 지옥이 현신하는 것이다. 그 고통은 내게 힘이 되고 쾌감이 되었다.
한마디로 기분 아주 좋다는 소리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고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고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는 거다.
타인이 고통에 괴로워하면 할수록 나는 쾌감에 사로잡혔다. 고통의 군주 할 만하다고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
이렇게 된 원인이 내가 반으로 부러진 지팡이를 잡았을 때 지팡이 끝에 있던 구슬의 빛이 내 몸으로 흡수된 것은 확실했다.
정작 그 빛에 완전히 감싸인 나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했고 이 빛은 마장기처럼 몸으로 갈무리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제어는 되는 것 같은데 완벽하게는 제어할 수 없었다.
역시나 언노운이 있었다면 이 빛을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워런트에게 받은 스톨로 두 눈만 봉하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고 단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는 것만 빼면 큰 불편도 없다.
그렇게라도 제어할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저 디지털 수치가 떠올라 있는 작은 탑 같은 것은 미션이 확실하다. 조금 전 5:42였는데 숫자가 거꾸로 흐른다. 5:38이 되어있었다.
몇 분 정도 확인해 보니 이건 초읽기였다. 분당 수치가 떨어지니 정확히 말해 역으로 움직이는 시계며 앞으로 5시간 35분이 남았다는 소리다.
즉 그 시간 안에 무엇을 하라는 소리다. 그리고 확인할 필요도 없이 디지털 카운터 숫자 밑에 내 허리 정도 오는 높이에 부착된 붉은 버튼을 발견했다.
버튼은 누르라고 있는 거니까 눌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금 시간이 오후 3시 2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지금부터 다섯 시간하고 삼십 분 뒤에 이 카운터가 제로가 되면 어떻게 될까?
요 조그만 시계탑 위로 권능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이건 미션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아래층 게이트는 최하층 밑바닥에 열린다. 여기까지 제운종으로 치고 올라오는 데 4시간이 걸렸다. 이그조틱이 전투를 치르며 오려면 만약 우리가 거들어 준다고 고려해도 대략 여섯 일곱 시간 정도 걸릴 거다.
만약 우리 도움 없이 순수 이그조틱만으로 오르려면 하루도 벅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화력이 막강한 놈들의 장벽을 부수는 것이 관건인데 녀석들의 탄도 모두 헬오어탄이라 이그조틱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카운터 다운. 그리고 이 붉은 버튼. 이곳에 올라온 자가 이 버튼을 누른다? 이 카운터가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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