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onium. Mammon's Tower(200)
짊어져야 할 삶
3시간.
최대로 줄일 수 있는 한계 시간은 3시간이었다.
공략은 하루에 한 번
아직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심각한 부상자는 어쩔수 없이 발생했다. 좁은 계단의 구조물에서 총기류를 난사하고 특히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쏴대는 탄에 살짝이라도 걸리면 여지없이 부상으로 이어졌다.
힐링 팩터가 아니었다면 아예 공략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부상한 인력 때문에 전력 누수가 생겼고 그것은 곧 공략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템 드랍률이 상당히 높아서 탄 부족은 겪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나나 파니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리고 카운트 어택 자체가 미션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어떻게 하든 제시간에 붉은 버튼을 누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덕분에 모처럼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초록의 고통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다. 윌리엄도 600층을 왕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양의심법은 처음 사용하는 터라 잠시 감을 잡지 못했다. 언노운이 있었다면 즉시 보정 해 주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꾸준히 집중하여 대략 여섯 시간 만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구결대로 완벽하게 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동안 이그조틱의 도전은 계속됐다.
나는 혼자 수련하기 위해 파니를 그들과 함께 올려보냈다. 윌리엄이 돌아오면 이 짓도 하지 못할 것이니 돌아오기 전에 최소한 작은 성과라도 내고 싶었다.
인간폼으로 있을 때 나 네필림으로 있을 때와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초록빛이 권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내가 아직 제어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마장기나 권능는 의지대로 제어할 수 있었지만, 초록빛은 약간 반응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그쳤다. 그리고 데드람 코르다에게 흡수됐던 아스모데의 권능이 문제다. 상당량을 흡수당했다는 걸 알았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에테르처럼 그 양이 숫자로 표기되면 쉽게 알수 있을 텐데 권능은 수치로 기록되지 않을뿐더러 전체 용량을 모르니 얼마나 사라졌는지 또한 알수 없는 상태였다.
이는 달리 말해 권능을 되찾았다고 해도 표가 안 나기 때문에 데드람 코르다의 지팡이를 잡았을 때 흡수된 고통의 빛에 권능이 함께 딸려 왔는지 검증이 안 됐다.
파니의 말로 권능은 소비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끝없이 탐욕스러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 권능이다. 권능은 인간의 감정에서 나온다. 그 감정이 권능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악마는 인간의 감정을 먹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힘은 생명체가 뿜어내는 감정의 유산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전자기를 띄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영혼의 무게만큼이 전자기의 무게다. 이 전자기는 서로 끌리는 융합의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뭉쳐서 압축시키면 훌륭한 권능이 된다. 그 감정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자기의 색깔이 다르다.
또 이것은 그냥 둘 수 없다. 곧 대기에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흡수된 전자기는 이 행성을 둘러싸는 거대한 띠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가이아다.
이 가이아는 태어나고 죽어가는 생명체의 순환고리이자 그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행성의 생명 그 자체이므로 이것에 손을 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전자기 흐름에서 일정량의 전기기를 떼어 내려면 담을 그릇이 필요한데 그것이 인간의 영혼이다. 악마는 특히 타락한 영혼을 좋아하는데 그런 그릇에는 같은 성질의 감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들을 보면 각자 모으는 권능이 모두 특징이 있다. 공포의 감정을 권능으로 가지는 악마, 거짓말, 두려움, 시기, 질투, 애증, 고통, 슬픔, 분노, 증오 이 모든 감정이 권능의 기초가 된다.
악마는 얼마나 많은 그릇을 보유하느냐 즉 얼마나 많은 권능을 담을 수 있느냐에 따라 품계가 정해진다. 고품의 악마는 그만큼 많은 인간의 영혼을 품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그릇이 된다.
한 번 정해진 그릇의 크기는 좀처럼 늘리기 힘들다. 파니의 말로는 악마가 품계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상위 존재의 권능으로 그릇의 한계를 강제로 늘려 받는 것인데 악마들만의 축복이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계속 인간의 영혼을 끌어모아 그릇을 늘리는 방법인데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세상은 어둠만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바로 빛이 있다.
선하고 어질고 정의롭고 타인을 배려하고 기뻐하고 웃고 존경하며 사랑하는 감정이 가이아를 풍부하게 살찌우고 악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 세상에 악이 좋아하는 권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은총이 가득한 세상에는 악마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직 우리 인간은 아름다움을 기쁨을 사랑을 가슴에 더 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비율은 8:2로 은총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 틈을 뚫고 들어가 타락자의 영혼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악마들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강함 놈은 더 많은 영혼을 끌어들인다. 약한 놈은 인간 영혼 하나를 타락시키는데 수십 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세계도 변칙이 존재한다. 그릇 자체를 아예 가지고 게헤나로 들어온 것들. 그것은 한때 위대한 자에 곁에 머물렀던 자들.
바로 타락 천사들이다. 은총으로 가득한 그들의 사구체는 아버지와의 유대가 끊어지는 순간 은총은 검게 물들어 권능이 되었다.
게헤나의 일품 이상 고품 악마들 대부분이 타락 천사로 구성된 것도 그런 이유이기 때문이다.
타락이란 은총이 권능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인간의 타락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진 은총이 권능으로 바뀌며 죄악의 수렁에 빠진다. 악마는 그것을 수확 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축복을 받게 된다. 최초로 어미의 자궁을 벗어나 세상의 빛을 맞이 할 때 모든 아기는 축복을 받는다. 그들의 몸은 은총으로 빛나고 있다. 이것은 그분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자연의 축복이다.
악마들이 갓난아이를 절대 만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급 악마는 갓난아이 곁에는 가지 못한다. 아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질겁을 한다. 갓 탄생한 아이는 축복의 은총으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인간을 타락시키면 악마에게는 최고의 자양분이 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천이 되기 때문에 인간을 타락시키고 그 영혼을 끊임없이 탐한다.
권능은 우주의 법리 중에 은총과 함께 빛과 어둠의 양대 힘이라고 할수 있다. 권능이 있으면 은총과 마찬가지로 기적을 일으키는 등 많은 능력을 구사할 수 있다.
악마는 그 감정에 도취하여 그 감정으로부터 힘을 받는다. 만약 공포라는 감정을 지배하는 악마는 다른 감정은 흡수할 수 없다. 악마에게 허락된 감정은 오직 하나다. 오직 하나의 권능만이 악마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권능과 은총은 물과 불이다.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대상이다.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은 생명체는 전 우주 통틀어 네필림이 유일무이한 존재다.
초기 네필림은 그 힘이 너무나 강대해 아비와 어미의 능력을 가뿐히 뛰어넘었다고 전해진다. 키는 하늘에 닿고 하루에 먹어 치우는 인간의 수가 수 만 명에 이를지니 그 힘에 인간은 멸족 위기에 몰렸다.
그분께서 그들을 멸하시자 악마들은 교묘하게 방법을 바꾸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에 빙의하여 인간의 몸을 빌려 태어난 네필림은 거대하지는 않지만, 권능과 은총을 모두 품은 불결한 인간을 만들어 냈다.
악마가 네필림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네필림이 악마는 물론 천사의 힘까지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께서 노하여 불경한 천사를 벌하시니 그들이 가진 은총은 모두 권능으로 변했고 게헤나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부터는 은총이 사려졌기에 더는 네필림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진 네필림은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영혼은 네필림으로 불멸인데 신체는 인간의 육체라 필멸이다.
끝없는 윤회를 통해 인간의 몸을 바꿔가며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끝도 없이 진행되는 윤회에 사슬에 얽매이다 보니 스스로가 네필림인 것을 잊어버리고 그 힘은 봉인되고 말았다.
악마도 네필림을 실패작이라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네필림은 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서전 임펙트가 터지면서 차원이 붕괴하고 게헤나의 차원이 지구에 침습하면서 엄청난 양의 권능이 쏟아져 나왔다.
그 권능의 타격을 받은 인간은 마인이 되었지만, 오랜 세월 영원히 잠들어 있던 네필림을 깨워 버린 것이다.
네필림은 갓 태어난 것과 같았다. 아직 힘도 미흡했고 수만 년 동안 잠들었던 권능과 은총은 쉽게 제어하지 못했다.
이 차원의 세계는 완전히 악마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빛은 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 또한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움직였다. 세상을 여행하며 네필림을 찾아냈고 그들이 올바르게 힘을 사용하도록 교단을 설립했다.
고뇌의 사제들, 시안시아이 교단을 설립한 선지자란 아마도 그분의 말씀을 수행하는 자일지도 모른다.
최근 파니와의 이야기를 통해 악마가 어떻게 인간을 관리하고 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게 되었다. 어둠이 깔린 곳에는 볕도 든다는 진리를 말이다.
왜 이런 말을 자주 하지 않은가? 세상은 내 생각대로만 살 수 없다고. 그건 악마에게도 똑같이 통용되는 말이다. 그들의 특성상 서로간에도 불신으로 싸우고 더욱이 은총을 가진 존재와도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고달픈 삶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자리, 이 세계에서 큰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이 바로 나라는 존재다. 피의 교단과 파리 교단이 나를 탐하는 이유가 무언지 그 답은 파니도 모르고 언노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는 권능의 힘도 각성하지 못했고 은총의 힘도 각성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각성하지 않았지만 다른 네필림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다.
이나나미의 일루전, 혁련광의 정신 지배, 브릔힐드의 버서커, 윌리엄의 차원 이동 등 각기 특징 한 가지씩은 각성한 상태다.
나는 도대체 어떤 특성이 있을까? 네필림은 두 가지 특성을 보유한다. 권능의 특성과 은총의 특성 두 가지 특성을 발현 할수 있다. 이나나미 일루전은 아예 일본 대륙 전체를 환상 속에 가둬 버리고 그것이 실제 자신들이 삶이라 믿을 정도로 이나나미의 일루전은 사용하기에 따라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제대로 각성하면 이 행성 자체를 꿈속에 영원히 가둬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혁련광의 정신 지배. 언노운은 혁련광이 제대로 각성한다면 사고하는 모든 의식체에 접근 또는 지배를 할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제대로 각성하면 엄청난 위력을 보일 것이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고 스스로 각성한 브릔힐드의 버서커 이 버서커 능력이 무서운 것은 싸우면 싸울수록 계속 전투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건 리미트가 아예 없는 마의 능력이다.
브릔힐드는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 한 결국 적의 힘을 넘어설 것이다. 위 세 사람은 권능의 힘을 먼저 각성한 케이스고 반대로 윌리엄은 은총의 힘을 먼저 각성한 케이스다. 지금은 오소리가 있어야 차원을 가르고 이동하지만 나중에는 오소리 없이 스스로 차원을 넘나들 것이다.
네필림이 제대로 각성하면 악마와 충분히 대적할 만하다. 선지자는 그것을 알기에 마지막 희망으로 네필림을 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선지자는 과연 누구일까? 언노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천사들은 이 차원의 행성은 포기했다고 했다. 양자학에 따른 무한 우주에서 이 한 차원은 솔직히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어둠이 반이다. 50%의 확률로 승과 패가 갈린다.
우리 차원을 보면 악마는 승이요 천사는 패가 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패한 50%의 차원에 속한 것이다. 이 차원이 없어진다고 해도 우주에는 티끌만큼도 영향이 없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과 마찬가지로 차원도 태어나고 소멸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어찌 보면 나란 존재가 자연의 섭리는 거스르는 논외 적인 존재이다.
불행히도 내가 원하는 삶은 즐겁고 평온한 삶이다. 악마와 싸워 이 세상을 구할 영웅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이 필멸의 육체가 늙어 못쓰게 될 때까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며 웃고 살고 싶을 뿐이다.
세상이 어떤데 되든 상관 할 필요가 없다. 이 차원에서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언노운은 다른 차원을 돌아다니며 또 다른 나를 찾을 것이다.
이 차원도 결국 천년 뒤에 이모탈의 인류는 살아남아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인간이 멸족하지 않도록 내 세상만 지켜 내면 된다는 이야기다. 내 손에 쥔 것을 지키는 것만도 벅차다. 이 세상 전부를 등에 짊어질 필요는 없다.
고통과 괴로움보다는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듣고 싶을 뿐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팔베개를 베고 곤히 잠든 정아의 얼굴에서 나는 가장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도 생겼다. 그 누구도 이 아름다운 공간을 헤쳐서는 절대 안 된다. 나는 그들은 막아 내고 단죄하여야만 한다.
오늘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며 롱기누스 창을 찾아야 하는 절대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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