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홀은 던전인가? 아닌가?
헬 홀은 던전인가? 아닌가?
맘몬의 탑과 같은 형태일 거로 생각했다. 이 세상은 온갖 악마의 장난질이 가득한 곳이니까.
시애틀의 헬 홀은 등장한 시기가 애매하다. 시애틀에는 많은 뮤턴트가 모여 있었고 만나에 의해 레드 데몬이 넘쳐 난 이후에 헬 홀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헬 홀을 차지하고자 꽤 많은 도전이 있었던 모양인데 탈환에 실패했다. 아마도 내가 처음 입성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던전치고는 이상한데? 권능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해 줄 만한 조언은?'
【차원마다 구성 요소가 달라서 가장 합당한 자료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마치 사람만 들어오면 살아가도록 꾸며 놓은 도시 같았다.
한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 살펴보니 있을 건 다 갖춰 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식탁 위에 먼지 한 톨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들어와 살아도 될 만큼 주변 환경은 완벽에 가까웠다. 잘 정리된 거리와 운치가 넘치는 건물의 디자인 하늘을 높고 푸르렀고 공기마저 시원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만 없을 뿐이지 도시의 기능을 완벽히 갖춘 상태였다.
던전이라면 의당 몬스터가 있어야 하고 맘몬의 탑처럼 게이트라도 있어야 했지만, 검색에 걸려드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숨겨진 비밀 공간은 같은 거 없나? 차원이 뒤틀린 곳이 분명 있을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좀 더 세밀한 검색을 시행하겠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이와 비슷한 지역이 있었을 것 아니야?"
【변수가 많습니다. 정확한 환경 유추를 위해 좀 더 개연성 있는 사건의 연속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이벤트나 뭔가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검색 결과 이곳과 같은 환경을 가졌던 던전은 사억사천팔백오십 여덟 개입니다. 그중에서 어떤 구도로 되어 있는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합니다】
"밖에 레드 데몬이 서성이던데 그놈들은 이곳에 들어와 보지 않았는가? 어찌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한데?"
미국인이 헬 홀이라는 명칭을 붙인 거로 봐서는 던전 안에 몬스터로 가득하고 진정 지옥 같은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지옥과는 전혀 상관없는 편안한 안식처처럼 보였다.
다시 입구 쪽으로 날아와 밖으로 나왔다. 게이트를 통과 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어 보였다. 이어링에 콜 일행도 그대로 떴고 데몬 프린스와 전투 중이었다.
좀 더 나와 데몬 프린스 한 마리를 옭아맸다. 싸이킥 파워와 그래비티 포스를 이용해 놈을 꼼짝 못 하게 제압한 뒤 게이트 앞으로 던져 넣고는 바로 따라 들어갔다.
"어? 어디 갔지?"
이어링에 반응이 없다. 데몬 프린스를 먼저 던져 넣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어떻게 된 거지?"
【반응 제로. 분석 불가】
"뭐냐? 게이트가 한 곳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들어간 데몬 프린스는 어떻게 되었지?"
【분석 불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데몬 프린스와 함께 동시에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엇! 사라졌어?"
게이트를 통과 하는 순간 무게감이 사라지더니 데몬 프린스는 증발하듯이 사라지고 나만 들어왔다.
"이것 봐라?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분석 결과 차원 전이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쉽게 말해봐."
【게이트를 통과 하지 못하고 튕겨 나간 것 같습니다】
"튕겨 나가? 어디로?"
【추적 불가입니다】
"튕겨 나갔다는 것은 데몬 프린스는 여기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네. 다른 놈들은 어떨까?"
밖으로 나가 시애틀을 벗어날 정도로 날아간 끝에 하운드독 두 마리를 붙잡아 게이트를 통과했다.
"역시 이놈들도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는군. 이 정도면 여기 파악되지 않나?"
【삼억삼천팔백오십 개로 줄었습니다】
"진짜 귀찮네. 여기 수용 인원을 따지면 얼마 정도 되나? 굉장히 넓은 것 같은데?"
【세대별 삼인 정도 수용 가능하다고 산정했을 때 약 십만 명 정도 수용 가능합니다】
"와우. 뭐냐? 이 던전에 근처에 살아남은 뮤턴트 대충 다 때려 넣어도 될 정도네."
뭔가 꺼림직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곳이 도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수가 없다. 그리고 뭔가 언노운의 검색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뭉그적거리는 느낌이랄까.
왜 싹싹하니 말 잘 듣던 애가 삐친 것처럼 말이다. 인공 지능이라 감정의 냄새 따위 풍기는 않지만,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그런 촉이 딱 오는 거다. 녀석은 내 감정을 분석하고 생각까지 읽어 내는 놈이라 내 이런 감정과 생각을 눈치챘을 거다. 그런데도 다른 일체의 반응이 없다.
밖으로 나가 콜 일행과 합류했다. 일단 주변 레드 데몬을 정리하고 그들에게 헬 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습니까? 헬 홀 안에 마을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알고 있는 헬 홀에 관해 이야기해 보세요."
"저희도 본 적은 없고 소문도 이 입 저 입 달라서 딱히. 저희가 이제껏 만나본 사람 중에 헬 홀을 직접 경험해 봤다는 사람은 사실 아라곤이 처음입니다."
"에? 그럼 이백 년 넘게 헬 홀을 경험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대부분 대도시는 레드 데몬으로 가득 차 있어 접근조차 쉽지 않고 접근한다고 해도 헬 홀을 장악한 클랜들이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도 다 들은 이야기지요?"
"네 그렇습니다. 솔직히 아라곤님이 헬 홀 출신이라고 하셔서 정말 놀라기는 했습니다."
윌이 그렇게 말한 것은 콜을 제외하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있으니까다. 콜에게는 유럽에도 헬 홀이 있다고 일단 그렇게 말해 두었다. 유럽에는 헬 홀이라 부르지 않고 팬더모니엄이라고 부른다고까지 했으니까.
"원래는 여기서 더 수련 겸 연습하려 했으나 한 가지 급히 조사해 볼 것이 있어서요."
"헬 홀 때문입니까?"
"네. 그럼 준비하시죠."
나는 그래비티 포스로 다섯 명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와우."
"슈퍼맨이 된 기분인데?"
"가만 우리도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한번 해 보시겠어요?"
나는 콜과 세 명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았다.
네 명이 집중하자 싸이킥 포스가 발동 간단히 허공에 떠올랐다.
"크크, 될 줄 알았지. 그 덩치의 레드 데몬도 집어 들어 올렸는데 가벼운 내 몸뚱이 정도야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쉬운 일이지."
"야. 이거 날 수 있는 몬스터가 없으니 공중만 장악하면 필승의 조건인데? 공중에 떠서 바렛으로 저격만 해도 다 씹어 먹겠다 이거."
"이어링에 표기된 쪽으로 갑시다."
아쉽게도 싸이킥 파워가 없는 대니는 몸을 띄우지 못했다.
"이게 헬 홀 입구입니까?
"헬 홀이라기보다는 던전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이곳은 인간이 만든 것도 자연적으로 생긴 것도 아닌 악마가 만든 곳이니까요."
"휘유~ 들어가 보셨습니까?"
나는 안의 분위기와 데몬이나 필드 몬스터는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까지 설명해 주었다.
"아라곤이 들어간다면 저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레드 데몬은 왜 튕겨 나가는 걸까요? 녀석들도 원래는 인간이지 않습니까?"
"저도 그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권능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들어가 보면 알겠죠."
리엄이 한발 나서자 콜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는 상관없는데 대니가 조금 걱정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왜 대니와 다른 힘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대니는 왜 싸이킥 파워를 사용할 수 없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권능과 신성력이 각각 어떤 존재의 힘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대니는 영혼을 제외하면 백 퍼센트 권능의 힘이다. 인간의 육체로서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한계점까지 강해진 것이니까. 이 이상은 인간의 육체로는 무리다.
그에 비해 콜과 나머지 세 명은 육체는 권능이지만 싸이킥 파워의 에너지원은 글로리 던의 조각에서 나온다. 즉 심장에 이식된 천사의 세포에서 싸이킥 파워를 증폭시켜 에너지화하는 것이니 싸이킥 파워 자체가 신성력이다.
"혹시나 모르니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하고 같이 가요."
콜과 내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와우, 이게 헬 홀입니까? 와. 경치가 끝내 주네요."
물론 콜과 나는 아무런 이상 없이 게이트를 통과했다.
"여기 기다리고 있으세요. 나머지 사람들 다 불러올 테니."
윌과 리엄, 데이비드를 들여보내고 혹시나 몰라 대니에 추적 장치까지 활성화해 두고 손잡고 입성했다.
다행이다.
대니도 무사 입성. 사실 대니의 신체 조건과 데몬 프린스의 신체 조건은 거의 유사하다.
둘 다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지만 몸은 권능 덩어리다. 오히려 대니가 데몬 프린스 수백 마리를 합친 것보다 강한 권능을 가지고 있어 혹시나 튕겨 나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다.
다행히 대니는 내 눈앞에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서 있었다.
"대니 느낌이 어때?"
"기분이 좋습니다. 이곳 공기는 맑고 깨끗하여 숨쉬기도 훨씬 편합니다. 몸에 별다른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응, 그럼 됐어. 만약 약간이라도 이상한 것이 느껴지면 즉시 연락해."
"네."
나는 모두에게 이어링으로 말했다.
"이어링 공용 채널로 전환해 두시고 각자 흩어져서 이곳을 조사해 봅시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세요."
한번 날아본 사람들은 역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속도야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겨우 몸을 띄우는 정도가 한계다. 공중에 떠 있으려면 계속 집중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일일 거다.
레드 데몬과 싸울 때는 순간적으로 싸이킥 파워를 사용했지만, 공중을 나는 일은 끊임없이 집중해서 계속 싸이킥 파워를 소비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십 분도 안 돼서 바닥으로 내려선다.
"이야. 이거 정신적으로 매우 빡세네."
공용 채널을 오픈해 두고 있었으므로 리엄의 목소리는 물론 숨소리까지 다 들려왔다.
"무리하지 마시고 일단 주변 탐색부터 하시죠."
"이어링에 생명체 반응이 우리 뿐인 거 맞죠?"
"네."
"이거 정말 환상적인 도시네요. 이런 곳에 살면 몬스터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정도 넓이면 만 명 이상도 가능하겠는데···."
"넉넉하게 십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와우, 십만 명이면 이 주변 클랜 다 끌어모아도 여유 있겠는데요?"
"여기 강이 있는데. 담수입니다. 마셔 볼까요?"
이어링에서 후루룩하며 물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 좋다. 물맛 끝내 주네요. 이거 식수는 걱정 없겠는데요?"
그때 데이비드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어디를 뛰어가는 소리다.
"이야. 이거 밀인데. 밀밭. 밀밭입니다. 어라. 어라 어 이거 옥수수다. 옥수수."
조금 있다가 와그작 소리가 들렸다.
"옥수수 맞네. 식용할 수 있는 작물입니다. 이러면 밀도 가능하겠는데요? 상태 보니 밀밭이라 재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 잠깐. 저건."
잠시 뒤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마이 갓, 포테토, 스윗 포테토, 토마토, 작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집안 몇 군데를 수색해 보니 살림살이 등 대부분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이거 그냥 몸만 들어와 살면 되겠는데요?"
"생각해 보세요. 몬스터도 아예 없고 밖의 몬스터도 이곳을 통과 하지 못하니 이거 이거야말로 천국이 아닙니까?"
"누가 이런 곳을 헬 홀이라고 불렀는지 알수 없네요. 헬 홀이 아니라 이곳은 천국입니다. 우리는 천국에 온 것입니다."
'아직 발견한 것은 없어?'
【윌이 발견한 수질 분석 결과 자연 수질 그대로입니다. 다량의 미생물과 무기질이 포함된 순수한 물입니다. 작물 또한 과거 인간이 재배하던 당시의 조직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뭐야 그럼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소리야?'
【이론상으로는 물과 토양이 있으므로 재배할 수 있으며 식물 성장률이 원래 오리지날 그대로입니다】
'권능이 가미 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과거의 한 차원을 그대로 옮겨 오더라도 그 자체가 이미 권능에 오염이 되게 되어 있어. 그렇지?'
【그렇습니다. 만약 이 차원의 공간을 구성하는데 권능이 사용되었다면 구조적인 붕괴가 이루어져야 정상입니다. 계산상 이 차원 구성에 권능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다른 차원에도 이 같은 예도 있었겠지? 그때는 어떤 원리로 이 차원을 구성했지?'
【과학적 유산의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 악마가 과학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악마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 직접 개입한다고 할수 없습니다. 이 우주에는 그들의 조력자들이 수도 없이 널려 있습니다. 맘몬의 탑 603층에서 만났던 기간테스들을 상기해 보십시오. 기간테스 종족도 인간 외의 범우주적인 지적 생명체입니다. 그들의 과학력은 인류보다 약 일만오천 년 정도 앞서 있습니다】
'그럼 네 말은 이곳이 다른 과학적인 기술이 적용된 거라고 보는 거냐?'
【권능이나 신성력이 전혀 검출되지 않으니 제 삼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봅니다】
"잠깐! 이게 뭐죠? 여기 뭔가 있습니다."
들리는 목소리는 주인은 데이비드 윌슨이었다.
- 작가의말
설 연휴는 휴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친적은 모이지 않고
따로 저희 가족 끼리 제사만 지낼 생각입니다.
이번 제사장과 제사 음식은 전부 저희 식구끼리만
해야 할 듯 하네요. 이 와중에 또 모친이 아프셔서
남자들이 힘을 좀 내야 할 듯 싶습니다.
여러분도 한가위 잘 보내시고
뜻 있는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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