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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카나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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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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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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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8화. Open Sesame!

DUMMY

나는 웃으며 도치의 어깨를 탁탁 쳐주고, 가타부타 말없이 창고를 나섰다. 풍개 노인, 실눈, 마 접주도 전부 나를 따라 나섰다. 도치가 불안한지 어딜 가는거냐고 꽥꽥 거렸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창고 밖에는 옥지가 와 있었다. 옥지는 아직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뭐야? 왜 오라고 한 거야?”

풍개 노인이 어찌 설명해야 하나 골치가 아픈 표정이었다. 내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옥지 낭자. 산채에 약간의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소동? 무슨 소동?”

“산채를 위협하는 나쁜 놈이 왔기에, 제가 잡아두었지요.”

“그래? 잘 했어!”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뭔데? 내가 해결해 줄게!”

“과연! 역시 흑산채 부채주이십니다!”

내가 박수를 탁 쳐주자 옥지가 우쭐거렸다. 야, 내가 다른 꼬맹이들하고는 잘 안 맞는데, 얘랑은 잘 맞는 것 같은데?


“다름이 아니라, 우리를 위협한 괘씸한 놈의 두목을 찾아야 하는데 저 놈이 입을 꼭 다물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죽일 놈!”

“그래서 말인데...”

내가 옥지에게 다가가 속닥속닥 귓속말을 했다. 듣고 있던 옥지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하자! 재밌겠다!”


***


내가 혼자서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도치가 소리를 질렀다.

“야! 내 말 알아들었어? 오늘 도성문이 닫히기 전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예, 예. 아직 해 지려면 멀었어요~ 걱정 마슈.”

“여기서 도성까진 조상님이 순식간에 데려다 준 다더냐? 옥지 어디 있어? 너희 채주가 어찌 되도 된다는 거야?”

나는 웃으며 도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입을 벌리고 헝겊을 쑤셔 넣었다. 도치가 놀라 켁켁 거렸다.

“자, 자. 가만히 있어. 이거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

“욱! 욱!”

“니가 옥지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진짜 어찌 될지 모르거든.”


나는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자, 그토록 기다리던 옥지 등장이다.”

내가 박수를 쳤다. 그러자 창고 문이 끼익 열렸다. 도치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멍하니 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문 옆에서 힐끗 옥지가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옥지는 다시 사라졌다가 낑낑 거리며 무언가를 끌고 왔다.


도치는 혼란스러워했다. 영문을 모르겠지? 갑자기 열 살배기 소녀가 중새끼 멧돼지의 시체, 그것도 아직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낑낑 거리면서 창고 안으로 끌고 오다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일거다. 영차, 영차! 도와줘야 되나? 에잉, 안쓰럽긴 하지만 이것도 다 연출인데. 힘내라 옥지!

옥지는 도치의 발 앞까지 멧돼지를 끌고 와 내려놓았다. 도치는 멧돼지와 옥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뭐 어쩌자는 거냐 라고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으로 읍, 읍 거릴 뿐이었다.


“진짜 수염 거지같이 났네...”

도치의 수염을 쳐다보던 옥지가 한마디 했다. 도치는 화가 나서 쿵쾅거렸다.

“뽑아 볼래?”

“정말?”

옥지가 키득 거리더니 수염을 한 뭉텅이 잡고 힘껏 뽑았다. 도치는 열불이 터지는지 고개를 뒤로 쾅쾅 거렸다. 내가 그의 어깨를 잡고 다시 귀에 속삭였다.

“조용히 해라. 이제 메인 등장이시다.”

“?”

내가 옥지에게 눈치를 주자, 옥지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입에 넣고 삐익! 소리를 냈다.


그르르르르르르.


열린 창고문 밖에서 시작된 낮은 저주파 소리가 공기를 타고 우리의 피부를 때렸다.

내가 잡고 있던 도치의 어깨가 급격히 수축하면서, 그의 몸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 나도 소름 돋아!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무로 된 산장의 열린 문 사이로 커다란 얼룩무늬 털북숭이 짐승의 발이 스윽 들어섰다. 도치는 숨을 바투어 끊어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호랑이의 얼굴이 나타나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설 기세였다. 입을 막지 않아도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깃발이 아니라 호랑이를 위한 말일거야.


이 녀석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사실 나도 엄청 떨린다구. 나를 지탱하는 것은 옥지와 같은 편이란 것과 그래도 호랑이를 한 번 봤다는 거, 그리고 이놈을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좋아, 배에 힘 넣고 가자고!


호랑이는 천천히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그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다가 멈추었다가, 내다가 멈추었다가, 하는 것이 더욱 공포스러웠다. 꼭 아부지 잠 잘 때 코고는 것 같네. 도치는 소리가 멈출 때 오히려 숨을 헐떡거렸다. 곧 자기를 덮칠 것 같아 두렵겠지.


걸어 다니는 저주파 발생기는 도치의 발 앞에 놓인 멧돼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호랑이가 다가올수록 도치는 발끝으로나마 의자를 밀며 자꾸 물러서려고 했지만, 내가 힘주어 막았다. 공포에 질린 얌생이 놈의 표정이 일품이었다. 근데 어쩌냐. 이제 시작인데.


내게 신호를 받은 옥지가 호랑이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호랑이는 갑자기 사납게 멧돼지에게 달려들었다. 도치는 자신의 발이 잘려나가는 줄 알았는지 온 몸을 경직시키며 발광을 하였다. 발악을 하다 보니 묶어놓은 밧줄에 자기가 쓸려 피가 철철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꽉 잡고, 호랑이는 멧돼지를 물어뜯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일단 진정하였지만, 벌써 눈물 콧물 다 쏟은 상태였다. 호랑이는 멧돼지 뒷다리를 물어뜯었다. 신선한 멧돼지였기에, 호랑이의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옥지는 호랑이에게서 뒷다리를 받았다. 그녀가 멧돼지 뒷다리를 들고 방끗 웃으며 도치를 바라봤다. 도치는 호랑이를 다루는 드루이드 소녀를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핏기 없는 얼굴로 쳐다봤다. 왜? 아깐 아이돌 마냥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더니? 옥지는 그를 비웃으며 뒷다리를 들고 천천히 도치에게로 향했다. 도치는 공포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만히 있으셔. 움직이면 위험해.”

내가 마술사처럼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옥지가 멧돼지 뒷다리를 그의 왼쪽 귀 옆에 들었다. 호랑이는 멧돼지 뒷다리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천천히 옥지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도치의 눈에는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는 것으로 보였으리라.


호랑이가 도치놈이 묶여있는 의자에 앞발을 들고 얹었다. 도치가 흐으으- 하는, 목으로 낸 것도 아니고 배에서 나온 소리도 아닌, 무엇인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요상한 소리를 내었다.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옥지가 뒷다리를 건네주자, 호랑이는 그것을 와드작 씹었다. 도치의 귀 바로 옆에서 뒷다리 뼈가 우두두둑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 단단한 다리뼈를 무슨 얼음과자 씹어 먹듯 씹어버리는 호랑이. 픽! 픽! 하고 도치의 왼쪽 뺨에 피와 함께 허연 뭔가가 날아가 박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치악력에 뼈 부스러기가 튄 것이었다.


하지만 도치는 아픔을 느낄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귓가에 와드작 와드작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치의 바지가 노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쯧쯧, 당뇨 있니? 왜 이리 소변이 노래?

따뜻한 소변이 몸에서 빠져나가서 추워졌는지, 그 때부터 도치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에잉, 벌써 그러면 재미없지.


“아, 이 사람. 더럽게 시리!”

도치는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 애처로울 정도로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앞에 서서 소변자국을 쳐다보며 타박했다.

“이렇게 오줌 냄새를 피우면 우리 호랑님께서 자넬 드시기 힘들지 않은가! 이걸 어쩐담? 아! 그렇지!”

나는 피투성이 멧돼지 시체에 손을 넣고 휘저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오른손을 도치의 얼굴에 가져가며 씨익 웃었다.

“피 냄새로 오줌 냄새를 가리면 맛있게 드시겠지?”


내가 일부러 애무하듯 아주 천천히 그의 뺨을 멧돼지의 피로 페이스 페인팅 해 주었다. 도치는 하-후-하-후 숨을 들이키며 나를 보며 애원하는 강렬한 눈빛을 발사했다. 사실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애걸하고 싶겠지만, 코앞의 호랑이가 두려워 큰 움직임도 못하고 고개만 잘게 떨었다.


피칠갑이 된 도치의 뺨. 나는 스스로 내 작품이 흡족해 옥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옥지의 지시를 받은 호랑이가 천천히 도치에게 다가왔다. 우와, 이거 그거네. 에일리언 3. 그르르르르. 도치는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저주파 사운드에 온 몸이 얼어붙었고, 눈은 정말 튀어나올 것 같았다.


호랑이가 혀를 내밀어 햐얄짝 그의 뺨을 핥았다. 도치는 어우우- 또 뭔가 빠져나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절해버렸다.


***


“얌마! 일어나!”

“으허억!”

도치가 정신을 차렸다. 창고에는 다시 나와 풍개 노인, 실눈과 마 접주가 들어와 있었다.

“호, 호, 호랑이는?”

“왜? 또 불러줘?”

“아닙니다! 아닙니다!”

거의 척수 반사급으로 대답을 한 도치는, 방 안을 둘러보고 호랑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억장이 무너졌는지 나라가 망했는지 어흐흐흑 하며 울기 시작했다.


“왜? 아깐 그렇게 옥지를 불러달라며?”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거야 앞으로 네 놈이 할 말에 달렸지.”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요. 제발, 제발 목숨만... 엉엉”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걸 보니 진심인 것 같은데? 내가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자, 다들 도치의 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타리는 어디 있지?”

“거믄니가 데려갔습니다요. 아마 그의 집에 갇혀있을 겁니다요.”

“확실히는 모르고?”

“예, 죄송합니다. 제겐 그냥 옥지를 데려오라고만-”

“됐고, 거믄니의 집이 어딘데?”

“서촌에 살고 있습니다요.”

사람들이 허- 하는 소리를 내었다. 왜? 왜? 왜 그래?


“건방진... 뭘 얼마나 해 처먹었길래...”

“그 양 서리란 놈 밑에서 재미 좀 봤나 봅니다.”

아항. 서촌이란 데가 청담동 뭐 그런 느낌인가 보네. 내가 다시 물었다.

“거믄니가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마타리를 죽이겠다고 했다고?”

“예, 정말입니다요.”

“네가 보기엔 정말 죽일 것 같으냐?”

“...그게...”

“호랑이 다시 부를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거믄니는 어쩔지 모르겠는데 형수님이...”

“뭐? 형수? 마타리 말하는 거야?”

“아닙니다. 거믄니가 한양에 와서 만난 과부입니다요.”

“흥. 할껀 다 하고 다녔구만.”

마 접주가 코웃음 쳤다.


“근데, 그 여자가 왜?”

“가뜩이나 성격이 포악하고 투기가 심한데, 형님이 마타리를 숨겨둔 것을 발견하고 눈이 뒤집혔습니다요.”

“뭐야? 그럼 그 여자가 마타리를 해코지한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거 아냐?


“옥지를 데려올 때 까진 형님이 마타리를 어떻게든 살려둘 것 같지만, 오늘 내로 연락이 없으면...”

도치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덧붙였다. 마 접주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

“만약 마타리가 털끝만큼이라도 잘 못 되면, 너를 산채로 발기발기 찢어주마!”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요!”


나는 마 접주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마 접주는 눈을 부라리며 그를 노려보면서도, 그의 멱살은 풀어주었다. 나는 도치에게 물었다.

“네 말은 마타리가 오늘 밤까지는 무사하다는 뜻이렸다?”

“그, 그럽습죠... 허나...”

도치가 힐끗 광 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이제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사람들이 해를 쳐다보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 접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마 접주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


우리가 산을 내려와 도성 근처까지 왔을 때는 이미 해는 져 버린 지 오래였다. 우리를 따라가겠다고 우기는 옥지를 달래고 달래서 흑채에 남기고, 산적들 대부분도 남았다. 그나마 옥지에게 아무 말도 안 해서 남았지, 엄마가 잡혀있다고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어휴... 일단 발 빠른 산적 십여 명을 뽑아 오간수 패거리와 함께 힘을 다해 도성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산채에 남으라고 했지만 죽어도 따라오겠다 해서 데려온 어리는 이미 쓰러져 마 접주의 말 위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 밖에도 산채에서 풍개 노인과 실눈이 같이 왔다.

“마 접주, 괜찮아? 그 녀석 때문에 괜히 걷게 만드네.”

“괜찮습니다요. 나으리야 말로 괜찮으십니까?”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지만, 마 접주의 온 정신은 이미 마타리의 안위에 가 있었다.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겠지.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도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내 어깨의 참견쟁이가 입이 근지러운지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는지 알고는 가는 거냐?”

“창의문.”

“창의문! 자하문, 북소문이라고도 하지. 엥? 분명이 태종 때 민간의 출입이 금지 되었을 텐데... 그게 언제더라?”

“그래, 금지 된지 며칠 안 됐지.”

“!!!! 뭐, 뭐, 뭐?”


잘난 척 고양이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놀라워했다. 킥킥.

“왜? 내가 알면 안 되냐?”

“니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흐흐. 힌트 하나 줄까? 지금 누구 없지 않아?”

“엥?”

준냥이가 놀라 두리번거렸다. 헹, 한참 찾아봐라.


“예까지 왔는데, 이 것 좀 풀어주면 안 됩니까?”

묶여서 끌려오는 도치가 반항끼 가득한 톤으로 말했다. 어쭈, 이 자식 봐라.

“야... 넌 사람이 어쩜 그렇게 얄팍하니? 호랑이 없다고 또 까부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서 그러우.”

“말이 짧아졌다 너?”

“아니... 뭘 할려면 옥지라도 데려오던가. 좀 일찍 가던가.”


내가 마 접주에게 눈짓을 했다. 마 접주는 말채찍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갈겼다. 얻어맞은 도치는 퉤! 하고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그대로 입 좀 다물었음 좋겠구만, 살기와 반항심이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 말이 틀려? 벌써 달이 중천인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안으로 어찌 들어가려고? 도성 어디에 이 많은 사람이 넘어갈 개구멍이라도 있는 거야?”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마 접주가 다시 한 대 갈겼다. 도치는 다시 침을 뱉고 입을 열려 했지만, 마 접주가 다시 채찍으로 위협하자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허나 마 접주와 풍개 노인, 실눈의 표정을 보니 도치가 사람이 미워도 말은 틀리지 않다는 표정이다. 대체 이 밤중에 어쩌자고? 풍개 노인이 마 접주에게 소곤거렸다.

“마 접주님, 어디 뚫어놓은 곳이라도 있으신가?”

“도성에요? 큰일 날 말씀 마십쇼.”

“그렇지요? 그럼 대체 어쩌려고...”

“나으리가 괜찮다니 믿고 가보는 거죠...”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창의문 앞에 섰다. 풍개 노인이 또 마 접주에게 속닥거렸다.

“이거, 괜찮을까요? 그냥 말로 할 때 돌아가라는 소리 들으면 다행이고, 재수 없으면 관군에게 잡혀 몽땅 끌려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소!”

“...”

노친네, 다 들린다고. 귓속말 하려면 좀 조용히 하던가.


우리는 드디어 성문 앞에 섰다. 흠. 이게 창의문인가?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본 도치가 이젠 비웃음을 흘리며 내게 이죽거렸다.

“이제 어쩌실 거유?”

“이 인원이 들어갈 개구멍을 만들어야겠지?”

“뭐요?”


나는 그를 돌아봤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열려라 참깨-!!!”

내 주문소리가 조용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우리 편도 대체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서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산적들이 수근거렸다. 도치는 코끝으로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끼이익.

문이 삐걱 거렸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입이 딱 멎었다. 도치의 웃음소리도 뚝 멎었다.

뒤미처 내 뒤에 굳게 닫혀 있던 창의문이 커커커컥- 하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도치의 눈이 비웃음에서 경악으로 바뀌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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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6화. 폭풍전야. 19.07.09 120 4 16쪽
105 105화. 소녀를 데려온 아저씨. +2 19.07.08 108 3 14쪽
104 104화. 노류장화 19.07.07 12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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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화. I repeat! We are under attack! +2 19.07.05 141 3 14쪽
101 101화. 수박이 한통에 만원 두통엔 펜X. 19.07.04 149 4 15쪽
100 100화. the Mack-jang Drama Theory. +2 19.07.03 14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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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화. 삼불당 19.07.01 153 4 14쪽
97 97화. 멀쩡하진 않지만 제 정신이야. 19.06.30 187 5 14쪽
96 96화. 임병투자개진열전행(臨兵鬪子皆陣列前行) +2 19.06.29 173 4 15쪽
95 95화. from 맹 to 맹 +2 19.06.28 173 4 15쪽
94 94화. 석전 어게인 19.06.27 177 3 14쪽
93 93화. 국정원장 19.06.26 218 5 15쪽
92 92화. 밀세다리 +2 19.06.25 186 4 15쪽
91 91화. 입술연지는? 19.06.24 186 5 13쪽
90 90화. 기둥 뿌리 +2 19.06.23 18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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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엘리전 +6 19.06.21 217 5 14쪽
87 87화. 상큼한 새끼 +2 19.06.20 206 4 15쪽
86 86화. 이제 난 누구의 가슴에 안겨서. +4 19.06.19 226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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