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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카나
작품등록일 :
2019.04.01 15:03
최근연재일 :
2019.07.18 08:00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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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248

작성
19.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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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76화. 남자 셋 여자 셋

DUMMY

허나 입술을 꽉 깨물고 옷고름을 푼 그녀는, 동정 중 긴 쪽을 잡아 뜯었다. 그러더니 그렇게 생긴 끈을 이용해서 가랑이 사이에 넣고 쓰윽 쓰윽 몇 번 돌리고 묶자, 치마가 동여메지고 바지처럼 되었다! 우와, 어떻게 한 거지?


양 소저는 치마는 해결했다지만 옷고름을 묶지 못해 윗도리 안쪽, 한 쪽 어깨와 가슴 사이의 살이 보일락 말락 한 상황이었다. 물론 현대인들로 치면 목 늘어난 티 입은 처자보다도 덜 드러낸 상황이지만, 이 시대랑은 기준이 다르잖아? 엄청 수치스러울 텐데도 입술을 꽉 깨물며, 이제 자유로워진 하체를 이용해 자세를 잡았다. 오히려 보고 있던 남자들이 어쩔 줄 몰라 시선을 피했다.


“소저!”

강 소윤이 얼굴이 벌개져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물론 시선은 먼 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양 소저는 그 것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소저! 어서 받으시오!”

“내 무뢰한들에게 벌릴 손은 없다!”

“무뢰한이라니-”

강 소윤이 항변하려는데, 노기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깔보는 거냐!”

지금껏 반쯤 즐기던 표정의 마타리가 정말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 년이 복장을 바꾸겠다고 하면 그 정도도 못 받아 줄 비겁한 인간인 줄 알아? 대체 네 눈엔 우리가 얼마나 더러워 보인단 말이냐!”

“백주대낮에 아녀자를 납치하는 것들과 할 말 없다! 덤벼라!”

“닥쳐! 그 딴 꼴을 한 년과 어찌 싸우라고!”

“에잇! 시끄럿!”

갑자기 어리가 벌떡 나섰다. 그러더니 자기 웃옷을 훌러덩 벗었다! 현대 기준에도 대담한 노출에 나 빼고 좌중이 놀라 우어! 하며 고개를 돌렸다. 허나 어리는 당당하게 웃옷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야! 이거 입어! 괜히 옷 때문에 졌다고 하지 말고!”

웃통 까고 당당히 옷을 내미는 어리를 보며 양 소저도 마타리도 입을 딱 벌렸다. 휘융~ 마당에 바람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갔다. 야, 너 그거지? 이 구역의 미친X 서열 정리 안하고는 못 배기겠지?

그 와중에 강 소윤은 겉옷을 든 채 그녀들 반대편으로 돌린 얼굴이 점점 보라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 숨을 참고 있나? 숨은 왜 참고 있냐? 저러다 죽겠구만.


내가 강 소윤의 겉옷을 빼앗아 어리에게 걸쳐주었다. 하지만 어리가 확 벗으며 소리쳤다.

“저 년이 이거 입기 전까지 나도 안 입어!”

에라이... 확! 야! 니가 내 옷 챙겨주는 궁녀지, 내가 니 옷 챙겨주는 코디냐! 으휴. 일단 참자, 참어. 이러다 강 소윤 죽겠네. 내가 양 소저를 향해 말했다.


“저... 이거 안 입으면 여기 이 무사가 죽을 것 같은데... 보이지? 얼굴 보라색 된 거?”

양 소저는 입술을 꼭 깨물고, 어리에게서 웃옷을 빼앗았다. 그리고 자신의 웃옷 위에 그대로 어리의 옷을 걸쳤다. 어리는 이겼다는 듯 기세등등한 표정이었다. 저기요, 어리씨? 뭘 이기셨나요? 하긴, 양 소저 포함 이 많은 사람들 당황시킨 건 대단하긴 하다. 으휴. 내가 가서 어리에게 강 소윤의 옷을 다시 걸쳐주었다.


“자! 다 됐어!”

그제야 남자들이 슬금슬금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강 소윤의 어깨를 쳐 주자 그가 푸하! 하며 겨우 숨을 쉬었다. 에휴. 다들 피곤하게 사누.

양 소저는 다시 자세를 잡으며 마타리에게 말했다.

“내가 이기면 보내준다는 약속, 잊지 마라!”

“건방진...”


마당엔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마타리가 비꼬았다.

“옷을 그렇게 입었다는 것은, 발재간에 자신이 있다는 뜻?”

“확인해 보시지.”

양 소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타리의 발이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양 소저는 상체를 뒤로 피했으나, 마타리의 공격은 브라질리언킥이었다.

“멋진 얼렁발질이요!”

강 소윤이 탄성을 질렀다. 해설가냐 너?


허나, 마타리의 발이 상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양 소저의 다리를 슬쩍 걸어 넘기려는 순간, 그녀의 턱이 서늘해졌다. 걸려고 했던 양 소저의 다리가 어느새 마타리의 턱을 노리고 올라온 것이다. 마타리는 급히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뒤로 재주를 넘어 피했다. 큰 기술이 나오자 사람들이 탄식했다. 하지만 양 소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재주를 넘는 마타리의 다리가 공중의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한 쪽 다리를 팔로 잡고 다른 다리엔 자신의 다리를 낫처럼 걸어버렸다.

“활갯짓!”

강 소윤이 또 옆에서 해설했다.


“크억!”

마타리가 다리가 잡혀 땅으로 떨어졌다. 야! 이거 그래이플링이잖아! 저 처자 관절기 잘 쓰는데 괜찮겠어? 지면 보내 준다고 약속했다고! 아니나 다를까, 실눈이 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채주! 저 요녀가 태기질에 능하니 어서 빠져나오십시오!”

마타리의 다리를 잡고 요리하려던 양 소저가 요녀라는 소리에 실눈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생긴 틈! 마타리가 깊은 고함을 지르며 힘으로 양 소저에게 잡힌 한 쪽 다리를 빼내었다. 두 사람은 잠시 바닥에서 아등바등 거리다가, 결국 떨어졌다.


양 소저는 아깝다는 듯 헉헉 거리는 마타리를 한 번 쳐다봤다가, 다시 실눈을 째려봤다. 뭐, 뭐? 홈 어드벤티지도 몰라?

“제법 하네.”

“다음엔 끝이요.”

“누구... 맘대롯!!!”

마타리의 공격이 다시 작렬했다. 폭풍 같은 연속공격이었다. 다리, 다리, 다리! 그 다음 손을 빠르게 날갯짓하여 양 소저의 시선을 교란시킨 뒤, 다시 미들킥을 날렸다. 양 소저가 급히 다리를 들어 방어하려했다. 마타리의 허초였다. 올라온 다리를 손으로 잡고, 양 소저의 남은 다리를 걸어 쓰러트리려 했다.


“좋아!”

실눈이 탄성을 했다. 하지만 양 소저도 만만치 않았다. 다리가 잡히자마자, 남아있는 다리로 오히려 뛰어오른 것이 아닌가! 다리가 나가 있던 마타리는 양 소저의 다리를 들고 있던 상태에서 공격까지 당할 뻔하자 그대로 기우뚱 쓰러졌다. 그 덕에 양 소저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두 사람은 다시 엉켜서 땅으로 쓰러졌다. 누우면 안 된다니깐!


땅에서 손과 손끼리 얽힌 두 사람. 첫 공방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손이 묶이고 숨이 닿을 거리가 되자, 갑자기 양 소저가 기술을 쓴 것인지 마타리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겼다는 듯 터프한 미소를 지었다. 박치기!

양 소저가 머리를 뒤로 젖혔다가 그대로 마타리를 향해 박아갔다. 안 돼! 이대로라면 진다고! 놔 줘야 돼잖아! 하지만 마타리는 그대로 당하지 않았다. 우어어어! 하고 고함을 지르더니, 박치기를 해 오는 양 소저를 향해 지지 않고 머리를 들어 받았다.


“크앗!”

양 소저가 당황했다. 마타리는 이마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눈은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덤벼!”

마타리는 양 소저의 묶인 손을 꽉 잡았다. 풀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디 박치기로 한 번 해보자는 건가? 양 소저도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한 번 마타리를 받았다. 하지만 마타리도 지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쾅! 쾅! 양 소저의 머리에도 피멍이 들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쾅!


“아악!”

소리를 지른 것은 양 소저였다. 재수가 좋았는지, 마타리의 반격에 코와 입을 당한 것이었다. 양 소저가 힘이 빠지자, 마타리가 급히 몸을 돌려 이번엔 그녀가 위로 올라탔다. 이번엔 그녀의 차례였다. 쾅! 쾅! 마타리의 이마가 터져 피가 나왔다.

“졌다고 해!”

“주, 죽어도-”

마타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머리를 들어 쾅! 하고 내리쳤다.


“저하!”

강 소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어쩌라고! 쟤가 졌다고 안 했다고 억지 부리면? 보내줘야 돼?

“저러다가 둘 다 큰일 나겠습니다!”

“...”

“저하!”


마타리가 다시 물었다.

“이래도?”

“...죽여라.”

“독한 것!”

마타리가 다시 머리를 들었다.

“그만!”

내가 손을 들어 외쳤다.


...젠장! 어쩔 수 없잖아! 둘이 죽고 죽이는 꼴을 보라고?

마 접주가 달려들어 급히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강 소윤도 달려가 처자를 봐 주려다가, 여자임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멈칫했다. 돌아보다가 어리를 발견하고 머뭇머뭇 말했다.

“어, 어리 소저! 저 소저를!”

“내가 왜!”

“하아-”

흥! 하고 고개를 돌린 어리. 젠장. 누가 좀 봐주긴 해야 할 텐데. 마타리도 그로기 상태고. 강 소윤이 입술을 깨물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매우 정중한 태도로 물었다.


“소저. 실례를 용서하시오.”

“...”

양 소저는 꼼짝도 못 하겠나보다. 강 소윤이 머뭇거리다가 결심했는지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그녀를 방 안으로 데려갔다. 그 때, 얼굴을 가리고 꼼짝도 못하는 양 소저의 볼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강 소윤이 기겁을 하며 그녀를 벽에 기댈 수 있도록 내려놓고, 급히 떨어지며 물었다.

“소저, 어찌하여 우시오?”


하지만 양 소저는 얼굴을 가린 채 말없이 흐느꼈다. 강 소윤은 그녀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채 안절부절 못했다. 마당의 우리들도 죄책감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내가 어리에게 말했다.

“야... 니가 들어가서 상처 좀 봐 주고 그래.”

“저하! 나 쟤한테 죽을 뻔 했어!”

“알아, 알아! 그래도 좀 해!”

“흥!”

그녀가 홱! 토라졌다. 어우 피곤해. 어리 얘가 뭘 좋아한다고 했더라.


“담에 그 있잖아. 그... 자수 잘 놓는다는...”

그러자 어리가 눈을 반짝이며 돌아섰다.

“한 궁녀? 한 궁녀의 자수 치마 줄 거야?”

“그래, 그래. 저 아가씨만 잘 치료하고 달래주면, 그 치마 두 벌 해 줄게.”

“진짜지?”

내가 재촉하자 어리가 신이 나서 세숫대야, 독한 술과 깨끗한 수건 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헐. 그래도 무늬는 궁녀라고 그럴 듯 하게 챙기는데? 근데 전에 내 붕대는 왜 그 따위로 감았었니?


그 와중에, 강 소윤은 방 안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불안하게 조용해진 양 처자의 앞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언제 여자들이랑 말을 해 봤어야 알지.

“... 그...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소. 저... 비록 낭자께서 여인의 몸이지만... 그 저... 소인은 낭자에게서 그, 그렇지! 무인의 기질을 봤소이다! 보통 장부도 가지지 못할 기개를 품고 있었... 소?...”


... 야. 너도 인싸 되긴 글렀다. 그걸 지금 여자한테 위로라고 하고 있냐?

“강 소윤! 비켜!”

어느새 준비를 마친 어리가 방문 앞에서 소리를 치자, 강 소윤이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하지만 슬퍼하는 양 소저를 보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우물쭈물이었다. 어리가 들어가서 다시 한 번 빽!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화들짝 방을 나왔다. 어리는 마타리를 향해 소리쳤다.

“기분이다! 마타리 언니도 와! 내가 봐 줄게!”


한 쪽에선, 방금 전까지 그렇게 터프하게 싸워놓고 다시 여자로 돌아온 마타리가, 사람들 앞에서 마 접주의 과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다가 옳다구나 일어서서 어리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어리는 우리들을 쉿! 쉿! 하고 물려버리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남겨진 우리는 잠시 뻘쭘히 서 있었다.


마 접주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괜찮을까요?”

“글세...”

“마타리가 아주 혀를 내두르더군요. 저 작은 소저가 이리도 잘 싸울 줄이야.”

“까딱했다간 놔 줄 뻔 했잖아!”

“양 서리라는 인간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딸에게 저런 무술을 가르친 건지 원...”

“그러게. 어리가 치료하면서 이것저것 부드럽게 물어봐 주면 좋을 텐데...”

마 접주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마 접주를 빤히 쳐다봤다. 우리는 칵칵칵 웃었다. 저 어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제 어쩌지요?”

“뭘 어째. 어떻게 해서든 저 아가씨가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캐내야지.”

“...때리진 않으실 거죠?”

마 접주가 슬며시 물었다가, 내가 째려보자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확! 사람을 뭘로 보고!


“묻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는 저 처자를 철저하게 지켜라. 우리에겐 소중한 손님이니까.”

“손님입니까?”

“인질이라고 하면 어감이 그렇잖아. 잘 모셔.”

“아, 예.”

“이봐, 강 소윤! 뭐해!”

멍- 하니 방문을 쳐다보던 강 소윤이 화들짝 놀라 내게 달려왔다.


“저하.”

“이제 어쩔까?”

“옛?”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강 소윤이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했다.

“채, 책임을 지겠습니다.”

“뭐?”

뭔 소리야? 내가 얼굴을 찡그렸다.


“너 뭔 소리 하니?”

“저, 야, 양 소저에 관해 물으신 것이 아니셨습니까?”

“그래. 양 소저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어찌 얻어내면 좋겠냐고.”

“아, 아아! 아, 예!”

“...”

얘 왜 이래? 왤케 담 넘다 들킨 도둑놈처럼 굴어? 응? 설마?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자, 강 소윤이 표정을 바꾸며 급히 말을 돌렸다.


“나, 남자들이 그녀에게 심문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으니, 의녀를 불러다가 물어 보시는 것이-”

“책임진다고 했지? 뭘?”

“예?”

내 급작스런 물음에 숨이 덜컥 내려앉은 표정의 강 소윤.

“너, 양 소저랑 혼인하겠다는 말이냐?”

“...”

강 소윤이 얼굴이 벌개져서 땅을 쳐다봤다. 어이쿠, 진짠가 보네? 강 소윤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여염의 규수 몸을 함부로 만졌으니... 대장부로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헐. 진짜로? 나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지었다. 하지만 더욱 이상한 건, 주변에 있던 마 접주며 산채 사람들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뭐야? 뭐야? 내가 이상한 거야?

“과연... 무사님은 남자시옵니다.”

“당당한 장부이시오. 우리 애들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마 접주와 풍개 노인이 칭찬까지 했다. 강 소윤은 자신감을 얻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잠깐! 이상하잖아!”

“예? 무엇이 말입니까?”

“청혼하려면 일단 자기가 맘에 들어야 하는 거 아냐? 그냥 도와줬다는 것 만으로-”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한 마디 하던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맘에 들어야- 소리가 나오자마자, 강 소윤이 또 얼굴이 벌게지며 고개를 땅으로 숙였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 반했구만. 책임 핑계 대기는.


잠깐만, 잠깐만. 근데 저 처자는 양 서리의 딸이라고! 미성년자인건 조선시대니까 넘어간다 치더라도, 그 문제는 어쩔껴!

내가 강 소윤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강 소윤.”

“저하.”

“너 저 소저가 양 서리의 딸인 건 알고 있지?”

“!”

강 소윤이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아. 사랑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말이 사실이구만. 이 자식 까먹고 있었나봐!


“저하! 저는...”

강 소윤이 말을 잇지 못하고 고민하더니,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으이구. 설마 첫사랑인가? 첫사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니, 너도 참 드라마틱한 사랑 좋아하는구나.

잠시 말이 없던 로미오가 입을 열었다.

“저하. 잠시 사적인 감정으로 저하를 성정을 어지럽게 만들어드렸습니다. 역적의 딸과 혼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제가 아녀자를 추행했다는 오명을 쓰는 한이 있어도, 저 소저에게 딴 마음을 먹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괜찮겠어? 눈은 울고 있는데? 으이구. 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


그 때, 벌컥 문이 열리고 마타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양 동생이 말씀을 나누고 싶답니다.”

엥? 동생? 벌써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됐어? 마타리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남정네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고. 여자 셋이니 남자도 셋만 들어오세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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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화. I repeat! We are under attack! +2 19.07.05 14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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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화. 외모지상주의 +2 19.07.02 152 3 14쪽
98 98화. 삼불당 19.07.01 157 4 14쪽
97 97화. 멀쩡하진 않지만 제 정신이야. 19.06.30 193 5 14쪽
96 96화. 임병투자개진열전행(臨兵鬪子皆陣列前行) +2 19.06.29 177 4 15쪽
95 95화. from 맹 to 맹 +2 19.06.28 17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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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국정원장 19.06.26 225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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