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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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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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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4화. 최후.

DUMMY

박 참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지. 그런 아이야 버러지랑 동급일 테니까.

“알 리가 없지. 대체 네 놈과 양 서리의 하찮은 욕망을 위해 이 집의 광에서 몇 명의 사람이 죽어나갔을까? 양 서리와 노비들이 한 일이라고 발뺌할 생각이라면 맘대로 하려무나. 덕분에 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거니까. 적어도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힌 양 서리 놈은 그 꼬마의 이름을 기억할지도 모르지. 허나 너는 혼자 깨끗한 척 하면서 고고하게 살았으니 자기가 죽인 아이 이름도 대답 못 하는 것 아니겠냐?”


박 참판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 은자가 너무 적다고? 너가 갖기엔 발톱의 때 같은 돈이지만, 평민 꼬맹이가 들고 있으니 배알이 꼴렸느냐? 그 돈은 내가 줬던 돈이다! 헌데 네 놈들 같은 미물들이 트집을 잡고 아이를 죽여?”

“저하-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그가 바짝 엎드렸지만, 나는 아직 분이 덜 풀렸다.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파혼당한 네 놈의 딸이 저기 있지?”

“...!”

“어때, 내가 알던 아이들이 당했던 것처럼, 네 딸도 여기 끌고 나와 때려죽여 볼까?”

“저, 저하!”

“너희들이 입막음 하려고 애들을 죽였잖아. 나도 갑자기 불안해지는 걸? 내가 이런 짓을 하고 다녔다고 네 놈이 떠들고 다니면 불쾌할 것 같아.”

“추, 추호도!”

“그래, 그때 애들도 딱 그렇게 말했어. 절대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 근데 네 놈들은 어쨌어?”

“저, 저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저하!”


내가 그의 멱살을 꽉 잡았다. 켁켁 거릴 정도로.

“모르니까 문제라는 거 아냐.”

“사, 살려-”

“니놈들은 그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했을 때 살려 줬어?”

“...”

박 참판의 눈이 충혈 되고 얼굴이 붉어졌다. 흥. 너무 흥분했어. 캄 다운. 캄 다운. 내가 그를 탁 풀어주자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말 하다 보니 또 열 받네. 정말 죽여 버릴까? 시체를 저기 던지고 불에 타 죽었다고 해버려? 휴- 그래도 저 가족이며 노비들이며 입 다물고 있지 않겠지? 저 놈들까지 다 죽여야 할 텐데. 으휴. 그럼 나 양 서리랑 똑같아 지는 거잖어.

어쩔 수 없지. 죽일 수야 없지만, 최대한 써먹어야지.

머리로야 알고 있지만, 하기 싫은 말을 꺼내려니 목소리가 냉랭했다.

“살고 싶으냐?”

거의 탈진 직전의 박 참판이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당장 조정에 사직서를 올리고, 이번 주 내로 고향에 내려가거라. 이후, 도성에 발붙일 생각 했다간- 알지?”


박 참판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네 놈이 챙길 재산 따위 하나도 없으니까 걱정마라. 이미 권 행수를 통해 다 팔아치웠으니까.”

권 행수를 들먹이자 흠칫했다. 그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나보다. 집안 사정을 X구멍까지 훤히 알고 있는 권 행수가 나랑 한 편이란 것을 알았으니 모든 희망이 물 건너 간 거지.

“마지막으로.”

내 말에 박 참판의 표정이 이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야 나라의 재상 하던 분이 거지꼴로 고향에 내려가 밥 빌어먹게 생겼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일 년 안에 자살 안하면 다행일걸.


“네 놈이 정말 뉘우치고 정계에 발을 끊겠다는 확증이 필요하다.”

“...예?”

내가 그의 앞에 책을 던졌다. 박 참판이 떨리는 손으로 집어 들었다. 허나 책은 빈 책이었다. 그가 영문을 모를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거기에 네가 재물을 조성한 방법과, 뇌물을 먹인 조정 관료들의 이름과 내역을 소상하게 적어라.”

“예에?”

“못 들었어?”


권 행수가 급히 붓과 벼루를 가져왔다. 박 참판이 그를 죽일 듯 노려보았지만, 권 행수는 새초롬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쓰다 막히는 것은 권 행수가 도와 줄 테니깐. 일단 자네가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

“저, 저하!”

“마지막에 자네 이름과 소인도 찍고.”

“이, 이것은-”

“왜? 못하겠어?”


그렇겠지. 지금까지 나온 장부 나부랭이하곤 파괴력 자체가 다른 걸 테니깐. 호조 참판이 뇌물을 먹인 내역이 그의 필적에 이름과 소인까지 떡하니 찍혀서 세상에 나온다? 거의 인피니티 건틀렛 아니겠어? 조정 대신들 반 이상 모가지가 날아가겠지.

그 파급력이 짐작이 가기에 박 참판은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가 죽어도 그건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진짜? 죽어도 못 할까? 내가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 이젠 박 참판은 내가 다가가면 흠칫흠칫 할 지경이었다.


“박 대감. 잘 들어봐. 이거 안 쓰면 자네는 물론 자네 삼족이 죽을 거야. 그것도 온갖 저주를 다 하면서 죽겠지.”

“...”

“근데 그러면서까지 지키려는 게 대체 누구야? 이조판서 황 대감? 아니면 예조판서 한 대감?”

박 참판이 훅! 하고 숨을 들이켰다. 놀랐지? 니가 걔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거 다 알아.

“아니면... 자네가 역적과 가깝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파혼한 정 대감?”


박 참판이 울컥했다. 흥. 그건 열 받나 부지?

“너무 열 받지 마. 이조판서나 예조판서는 니가 역모했다는 소리 듣고 지켜 줄 것 같아? 거꾸로 생각해보면 되지. 넌 걔들 지켜줬을 것 같니?”

그러자 박 참판이 멍- 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흥, 지도 웃긴가보지? 니가 걔들을 목숨 걸고 지켜?


“더구나, 네가 역적과 친했다는 것을 지금은 나만 알지만, 혹시 모르지. 어디서 말이 세어나갈지.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이걸 적어놓으란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 아! 내 장담하는데 소문이 날거다. 그럼 최소한 여기 적힌 놈들은 너를 잡아다 죽이라고 왕 앞에서 흥분하지는 못할 것 아니냐.”

“!”

이 말이 정답이었나? 갑자기 박 참판이 무엇에 홀린 듯 붓을 잡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집은 불에 타고 있는데 마당에선 집주인이 필사적으로 책을 쓰고 있다, 라. 무슨 초현실주의 작품 같은데?


대문호 박 참판님께서 집필 작업이 한창이신데, 대문이 끼익 열리고 탈바가지가 얼굴을 내밀었다. 쓰윽 탈을 들어 올리니, 뭐야 팔복이였냐.

“나, 나으리. 왔습니다요.”

“그래? 들여보내.”

불이 났으니 누가 왔겠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 감순청의 고참 나졸이었어. 나졸 복장을 보자, 멀리서 꼼짝없이 지켜보고 있던 박 참판 집안사람들 중 몇이 아이고! 하며 환호했어. 헐. 경찰 보더니 이제 살았다 싶었나보지?


“오- 왔어?”

“히- 히익!”

감순청 나졸 고참이 내 얼굴을 보고 놀라 엎드렸지. 요새 불 많이 나서 여기 저기 다니느라 고생 많겠어?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 집안사람들에게서 탄식이 나왔지. 미안, 희망 심어줘서.


“어. 수고. 이름이 뭐였지?”

“나, 나장 송한열 이옵니다!”

“아아, 송 나장? 그래. 불은 내가 안에서 잘 보고 있으니깐, 니들은 거기서 기다리다가 나중에 들어오면 돼. 알았지?”

“마, 망극하옵니다-”

“아 참! 니들 건천동은 어쩌고 있니?”

“예?”

“거기 백성들 다 내쫓고 있는 거 아니야?”

“아, 예. 절제사 나으리가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지나가는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습니다요.”

“그래? 형박이가 아직 고민중인가보네.”

“예?”

“아무 것도 아니야. 너는 가서 전해라. 박 대감께서 그 말을 취소하셨다고. 백성들은 아무 관계없으니 건들지 말라고 했다고 전해.”

“예? 아, 예.”

“그렇게만 하면 알아들을 것이야.”

“망극하옵니다-”

“아, 그리고!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거 어디 가서 말하면.”

내가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송 나장이 혼비백산했다.

“알지?”

“여부가-”


나는 송 나장의 말은 다 듣지도 않고 그를 내보냈다. 박 참판은 책을 앞에 두고 정좌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뭐야. 왜 저래?

“다 썼사옵니다, 저-하-”

박 참판 대신 권 행수가 대답했다. 그래? 빨리도 썼다. 나는 휘- 둘러보고 책을 품에 넣었다.


집은 거의 타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패거리가 물통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기에 번지지는 않았다. 밖에서도 쌀을 나눠주는 것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자! 철수한다!”

내 명령에 오간수와 산적 패거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광 속의 패물 등은 내가 박 참판을 한창 심문중일 때 아지트로 옮겼다. 이제 그는 진짜 알거지였다.


박 참판은 눈을 감고 정좌한 채 미동도 없었다. 해탈했니? 그의 앞에는 내가 준 은자가 놓여있었다.

“그 은자를 챙겨라.”

박 참판이 눈을 떠서 나를 보며 말했다.

“저하의 은혜는 감사하나, 이 은자도 가져가시지요.”

흥. 말에 가시가 있구만. 거지가 되어서도 자존심은 지키겠다 이거지?

“널 위해서 가져가라는 줄 아느냐?”

“...”

“너도 느껴보라는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자의 품속에 은자가 있으면 어떤 기분인지.”

“...”


불은 거의 꺼졌지만, 재가 되어 무너져 내리는 집의 대들보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백성들은 거의 돌아갔고, 감순청의 나졸들만 멀찌감치 떨어져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내가 송 나장에게 고갯짓을 하자, 그가 굽실굽실 거리며 우리를 슬금슬금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뒤에서 아이고 대감! 하면서 박 참판의 가족들이 지르는 곡소리가 들렸다.


***


아이고. 힘드네. 이놈의 북한산은 올 때마다 힘드냐.


어제, 박 참판집을 박살을 낸 후 우리는 건천동으로 향했어. 거기서 2차 쌀 나눔을 벌였지. 그리고 아지트로 돌아와서, 이번엔 패물과 유기 등을 오간수와 산적들에게 나누어주었어. 수고 많았잖아?

패물을 받아든 마타리가 내게 청했어. 산채를 오래 비워둔 것 같아 불안하니 이제 그만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그러면서 거믄니와 마누라를 산채로 데려가 아버지와 형제들의 제단 앞에서 처단해도 되겠냐 물었지.


흠. 거믄니 마누라에겐 아직 묻고 싶은 것이 좀 있긴 한데... 분위기상 허락해야 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겉으론 흔쾌히 허락했지. 그래놓고 몰래 마누라가 갇혀있는 광에 가서 심문을 하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전까지 입을 열지 않겠다고 뻗대더라고. 으휴. 그래서 별 수 있어?


... 그래서 나도 싫어 죽겠지만 이렇게 북한산에 오르고 있는 거야.

나도 가기 싫었지만, 강 소윤은 더 싫었나봐. 그 옥지라는 호랑이 기집애가 무서운가보네. 왜? 양 소저가 오해할까봐? 짜식. 등산하면서 나보다 더 투덜거려.

오간수 패거리는 양 소저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 남겨두고 왔지. 산적 패거리와 마 접주, 나와 강 소윤, 그리고 죽어도 가겠다는 어리. 그리고 이번엔 상황이 역전되어서, 준냥이가 안 오겠다는 것을 내가 억지로 끌고 왔지. 준냥이 이 자식이 지난 번 트라우마 덕분에 호랑이가 무서웠나봐.


“엄마!!!!”

산채가 얼마 안 남은 고갯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옥지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쟤만 오면 모르겠는데, 호랑이도 같이 뛰어 오네? 어우, 호랑이는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돼.

옥지가 풀썩 마타리에게 뛰어들어 안겼다.

“잘 있었지? 별일 없었고?”

“그럼! 내가 부채주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

마타리가 옥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옥지는 두리번거리다가 강 소윤을 발견하고 얼굴이 확 밝아졌다.


“서방님!”

마타리의 눈썹이 꿈틀했다. 서방님이라니? 강 소윤이 확 붉어진 얼굴로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오셨군요! 서방님!!! 옥지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옥지가 강 소윤에게 달려들려는 것을 마타리가 뒷목을 잡아 제지했다. 옥지가 왜 그러냐는 듯 돌아보자, 마타리가 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방님?”

“응! 이분이 내 서방님 될 분이야!”

“장수님? 이게 어찌 된 일이지요?”

“오해입니다. 그런 일 없었습니다!”

“그치만, 옥지랑 혼인시켜 준다고 저 사람이 그랬어!”

응? 이번엔 화살이 내게 날라 왔다. 아씨. 역시 오는 게 아니었어.


“나으리? 이게 어찌 된 일이옵니까?”

“아하하하! 옥지 낭자가 강 소윤에게 반했다고 하기에-”

“뭐야? 옥지한테 거짓말 한 거야?! 이 나쁜 놈! 방울아!”

옥지가 성을 내자 호랑이가 그르렁 거렸다. 으윽!

“자, 잠깐! 잠깐! 말은 똑바로 해야지! 거짓말은 옥지 낭자가 먼저 하지 않았소!”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

“옥지 낭자가 말하길, 낭자가 결혼하고 싶으면 부모님의 반대가 없을 거라고 했잖소!”

“윽...”

“헌데 지금, 누가 봐도 어머님께서 반대하고 있잖소!”


옥지가 슬쩍 올려다보니, 마타리가 그녀에게 엄한 표정을 지었다. 옥지는 손가락을 입에 물더니 힝- 하면서 마구 투정을 부렸다.

“몰라, 몰라! 난 저 무사님 각시가 될 거라고! 왜 못하게 하는 거야?!!!”

옥지의 억지에 마타리가 맥이 탁 풀려서 픽 웃었다. 마 접주가 다가가 한 마디 슬쩍 했다.

“꼭 어릴 적 누구 보는 것 같네.”

쯧쯧. 마 접주. 왜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한 대 맞고 그래?


그렇게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대충 마무리 되고, 우리는 산채에 도착했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동안, 밖에선 제단이 마련되었다. 해가 지고, 제단 주변엔 횃불이 밝혀졌다. 우리가 객으로 상석에 앉자, 마타리가 산적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 형제들! 형제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흑채는 나의 아버지가 일으키신 곳이요! 내가 형제들에게 대했듯, 아버지도 여러 선배와 형제들에게 인과 의로 대하셨소!”

여러 산적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나 그 중 거믄니라는 악적 놈이 접주 한 명을 구워삶아 반역을 일으키게 했소! 그 어리석은 접주는 죽었지만, 거믄니는 살아남아 뻔뻔스럽게도 자신이 흑채주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았지!”

저런 죽일 놈이 있나! 여러 산적들이 치를 떨었다.


“그 뿐이 아니요! 그놈은 우리와는 다르게 재물에 눈이 멀어 온갖 악행을 일삼았고, 그 결과 흑채가 관군의 표적이 되게 만들었소. 관군이 북한산을 포위하자 그가 어찌 한 줄 아시오? 흑채주라는 놈이 형제들을 팔아 몰살당하게 만들고 자기만 살아남았다오!”

산적들이 분노로 부글부글 끌었다. 마타리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거믄니와 마누라가 끌려나와 무릎을 꿇렸다. 마타리가 거믄니에게 칼을 디밀며 물었다.


“너! 내가 한 말에 한마디라도 거짓이 있느냐!”

“...”

거믄니가 대답은 못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말 못 하겠지! 전부 진실이니!”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계속 두리번거리던 거믄니가 나와 눈이 맞았다. 왜? 내가 살려 줄까봐? 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머리를 털며 다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네 놈의 악행으로 보자면, 흑채 입구에 거꾸로 매달고 미륵님이 오실 때까지 살을 한 겹 한 겹 벗겨내 죽여도 모자라겠으나, 저기 계신 나으리께서 자비롭게도 너를 단칼에 죽여주겠다는 약속을 하셨으니 그리 죽여주겠다.”

마타리의 죽이겠다는 말에 거믄니가 그녀를 노려봤다. 마타리라고 눈을 돌렸을까. 두 사람이 서로를 잠시 노려보다가 거믄니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급히 고개를 돌렸다. 뭘 저리 찾는 거야?


마타리는 칼을 들어 거믄니를 처단하려고 했다. 거믄니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꾸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마타리가 입술을 깨물고 칼을 별렀다. 하나, 둘- 휴... 하나, 둘-


하지만 거듭되는 시도에도 결국 칼을 내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무너지는 표정으로 마 접주를 돌아봤다. 마 접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마타리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한 때 살을 섞었던 사이라 죽이기가 주저되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 딸의 아버지라 죽이기 힘든 것인가? 응? 자기 딸? 아! 저 녀석이 찾고 있는 것은!!


거믄니가 갑자기 고개를 멈추고 눈을 반짝였다. 산적들 사이에서 멀뚱히 자기를 쳐다보고 있던 꼬맹이 여자애를 발견한 것이다. 옥지는 그가 왜 자기를 반가워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거믄니가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옥지야! 나다!!! 나-”


도저히 그를 죽일 마음이 안 들어서 마 접주에게 칼을 넘기려고 돌아서던 마타리가, 거믄니의 입에서 옥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에 살기가 돌았다. 그가 더 입을 열기 전에, 그대로 돌아서서 으아!! 하는 기합과 함께 거믄니의 목을 잘라버렸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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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공식적인 세자 저하. 19.07.19 161 2 16쪽
115 115화. 다대포 앞바다의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면 구글에 입사하나? 19.07.18 131 4 16쪽
114 114화. 제가 안 그랬어요. +5 19.07.17 142 5 14쪽
113 113화. 본질적 의문. +2 19.07.16 145 6 14쪽
112 112화. 세상 어리석은 짓 +2 19.07.15 145 6 16쪽
111 111화. 한불원 +6 19.07.14 162 7 15쪽
110 110화. 광증 +2 19.07.13 149 6 16쪽
109 109화. 폭로 19.07.12 144 4 15쪽
108 108화. 가족 모임 +2 19.07.11 154 4 17쪽
107 107화. 익스터미나투스 +2 19.07.10 145 5 14쪽
106 106화. 폭풍전야. 19.07.09 143 5 16쪽
105 105화. 소녀를 데려온 아저씨. +2 19.07.08 134 4 14쪽
104 104화. 노류장화 19.07.07 149 5 15쪽
103 103화. 헌팅 시즌 19.07.06 153 4 15쪽
102 102화. I repeat! We are under attack! +2 19.07.05 167 4 14쪽
101 101화. 수박이 한통에 만원 두통엔 펜X. 19.07.04 175 5 15쪽
100 100화. the Mack-jang Drama Theory. +2 19.07.03 168 4 13쪽
99 99화. 외모지상주의 +2 19.07.02 172 3 14쪽
98 98화. 삼불당 19.07.01 182 4 14쪽
97 97화. 멀쩡하진 않지만 제 정신이야. 19.06.30 219 5 14쪽
96 96화. 임병투자개진열전행(臨兵鬪子皆陣列前行) +2 19.06.29 201 4 15쪽
95 95화. from 맹 to 맹 +2 19.06.28 197 4 15쪽
94 94화. 석전 어게인 19.06.27 205 3 14쪽
93 93화. 국정원장 19.06.26 250 5 15쪽
92 92화. 밀세다리 +2 19.06.25 21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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