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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괴수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FromZ
그림/삽화
작가의 친동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17:26
최근연재일 :
2019.08.23 21:05
연재수 :
1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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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74
추천수 :
1,468
글자수 :
914,423

작성
19.08.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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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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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7쪽

26. 진실 (5)

DUMMY

***1***



나는 군주포식귀의 악명에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 주변의 사병들과 나를 관리하는 기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 검이 녀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금화 5닢에 특별히 제작한 검이 녀석의 광석 피부에 충돌했다.


검이 그대로 부러졌다.


자만심이 가득했던 나는 부러진 검에 방심한 나머지 녀석의 촉수에 눈을 찔리고 말았다.


눈을 찔리기 직전에 본 군주포식귀의 얼굴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환각 마법에 당했고 내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감을 느꼈다.


환각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추락하는 태양이었다. 하늘이 열리고, 커다란 바위가 불꽃과 함께 떨어졌다. 대지가 거꾸로 뒤집혀 하늘을 가림과 동시에 보라색 불꽃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내가 눈을 떴을 때 군주포식귀는 이미 반으로 갈라져 심장을 내놓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녀석의 심장을 쥐어터뜨렸다.


그때부터 보라색 불꽃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환각 속에서 보았던 보라색 불꽃을.


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여러 영지를 정화해나가기 시작했다. 내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고, 왕은 더욱 나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군주포식귀의 사체에서 검은 광물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불결한 광물이라며 없애려는 것을 내가 저지했다. 호기심에 회수한 것이다.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곧잘 시이라에게 물어보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검은 광물을 회수하여 고스란히 그녀의 앞에 내놓았다.


그녀는 내가 준 광물을 며칠간 탐구한 끝에 자기 나름의 결과를 내놓았다.


검은 광물은 엄청난 경도와 무게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동물의 체액이 닿으면 독액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 그냥 가지세요. 선물입니다.


호기심이 해소되자 흥미가 사라졌다. 군주포식귀로부터 나온 광물을 무심결에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이후 몇 개월이 지나고 내 생일이 되었다. 왕국 전체가 나의 탄생일을 거의 종교적인 행사로 확대했다. 구원자의 명성을 이용해 민심을 탄탄히 하겠다는 왕의 의도라는 것을 나중에 기사단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나는 성대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늦은 밤에 시이라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두 자루의 검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칼날이 칠흑처럼 어두우면서도 빛을 머금어 반사하는 신비한 검이었다. 일반적인 검보다 길지만 장검보다는 짧았다. 그리고 매우 무거웠다.


“당신의 힘이라면 다룰 수 있을 거예요.”


검날에는 하늘의 언어로 ‘구원’이라는 단어가 새겨져있었다.


“지인의 대장장이에게 부탁했어요. 연성하는 데만 여섯 달이 걸렸다고 해요.”


정복군주포식귀.

그녀가 두 자루의 명검에 붙여준 이름이다.


그때부터 날 저지할 수 있는 괴수는 없었다. 타락한 영지를 보라색 불꽃과 명검으로 정화하는 구원자는 인류의 희망이었다.


왕국은 부흥했고 항상 괴수로부터 영역을 빼앗기기만 했던 인간의 입장이 역전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나는 어느덧 30살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내 부모님은 그동안 참으셨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결혼이다.

사실 부모님이 직접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배우자에 대한 문제는 암묵적으로 조금씩 언급되었다. 내가 구원자로 활약하면서 나의 배우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여러 귀족들이 줄을 섰던 것이다.


나는 그 여성들을 모두 거절했다. 아름다운 여성, 권력을 잡은 여성, 재력이 있는 여성, 명예가 있는 여성, 심지어 왕궁의 공주까지 추천되었다.


내 아내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들은 내가 아니라 구원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결혼하면서 가지게 될 권력도 재력도 명예도 어차피 내 능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미인이라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여러 핑곗거리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당시의 내 마음속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녀의 외모 탓에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여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 결정에 토를 달 인물은 어디에도 없게 되었다. 나는 만인의 영웅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얻은 끝에 사랑까지 이루었다.


“아직도 지난날들을 잊지 못해요. 제 집에 무턱대고 들어와서는 그냥 돌아가시고···. 몇 년이 지나서는 갑자기 나타나셔서, 십자가에서 화형 당하던 저를 구해주신 당신이···. 그날 저와 눈을 마주쳤던 당신이···. 매일 밤 당신을 그렸어요.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고마워요.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요.”


나는 29살에 시이나와 늦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녀도 오래전부터 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한다. 단지 영웅이라는 나의 위치 때문에, 그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섣불리 연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용기를 낼 걸 그랬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36살이 되었을 때는 아들 하나와 두 딸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가 된 기분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뻤다. 영지 정화 임무가 끝나고 돌아갈 가정이 있다는 것이 마음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단 한순간도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 인생이 비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음을···.


어느 날부터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입가와 눈가에는 주름이 하나둘씩 생기는데, 내 얼굴은 여전히 2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와 그녀는 함께 나이를 먹었지만, 늙는 쪽은 그녀뿐이었다.


내가 42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늙은 모습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울었다.


목에 바위가 걸린 것 같았다.

눈 밑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넘실댔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잘 먹고 잘 자란 내 자녀들은 어느덧 스무 살을 넘겼고, 구원자의 가호 아래에 자신들의 꿈을 원 없이 펼쳐나갔다.


내 아들딸들은 모두 행복했다.


나라는 사람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을 보니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꽃처럼 조금씩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죽고 싶다.

늙고 싶다.

노인이 되어서, 자식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행복한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나는······.


나는 정화 임무에 집착했다. 그것만이 나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정화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감사함을 담아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축제가 열리고 행사가 열리고 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해졌다.


모두가 저렇게 웃고 있는데

모두가 행복한데

모두가 행복한데

모두가 행복한데

모두가 행복한데

모두가 행복한데


내가 48살이 되었을 때, 하늘이 무언가에 가려졌다. 왕국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것은 악몽 속에서 현실을 심판하기 위해 하늘을 가르고 내려온 존재 같았다.


서늘한 달처럼 곡선으로 휘어진 머리가 하늘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컸다. 그 새빨간 눈알의 크기가 산보다 컸다.


너무 거대해서, 그것이 어떤 몸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거대한 몸의 절반은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위치에서 잔혹한 종말을 내렸다.


보라색 불꽃이 왕국 전체를 뒤덮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 왕국 전체를 불태웠다. 사람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먼지가 되었다.


당시에 나는 성곽의 위에서 불타는 왕국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내 아들, 딸, 아내.

내 가정이, 내 가족들이, 내 모든 지인들이 저 불꽃 속에 삼켜져 사라졌다.


멸망한 왕국의 폐허를 내려다보며 지독하게 체감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내 정신이 붕괴되는 것을 느끼며 녀석과 맞섰다. 나의 보라색 불꽃과 녀석의 보라색 불꽃을 충돌시켰다. 나는 허공에 번져나간 장대한 불길의 뒤에 숨었다. 내 뒤로 불꽃을 사출하여 뜨거운 공기를 등으로 받아내었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뛰었다. 동시에 뜨거운 공기가 나를 밀쳐올렸다.


한순간이지만 하늘을 날았다. 구름이 머리 위에 있었다.


구름이 안개와 비슷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무언가 새까만 벽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나는 녀석의 몸속 깊숙이 정복군주포식귀를 찔러 넣었다.


그것이 치명타가 되었는지, 녀석은 그대로 구름 위를 지나 사라졌다.


나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그대로 추락해서, 지면과 부딪혔다.


그래도 죽지 못했다. 감겼던 눈이 멋대로 떠졌기 때문이다.


밤하늘.

별들이 보인다.

무언가 생각났다.

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폭주했다. 이미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불꽃을 내지르고 무의미하게 검을 휘둘러댔다.


저벅저벅···


무언가 다가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가 글레밀라 왕국의 병사들을 악마로 착각해서 죽일 뻔했다고 한다.


나는 자살을 기도했다.

칼로 내 목을 찔렀지만 칼이 부러졌다.

독약을 삼켰지만 금방 회복되었다.

정복군주포식귀로 손목을 그었지만 죽지 않았다.


타락한 영역에 들어가서 수십 일간 날뛰어도 죽지 않았다. 흡수자에게 몸을 던져도 죽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마시지 않아도 고통스럽기만 할 뿐 죽지는 못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내게 이런 능력을 내려주고, 내게 모든 것을 줘놓고.


그래놓고 다시 모든 것을 빼앗아갈 거면, 도대체 왜 이런 능력을 내게 내려주었다는 말인가.


죽지 않는 몸이다.

죽고 싶다.

제발 죽고 싶다.

더는 내게 남은 것이 없다.

더는 얻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러다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나는 무언가 나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글레밀라 왕국의 왕궁에 무턱대고 들어갔다.


왕은 내가 기사들을 죽이려 했다며 날 처형하려고 했지만, 왕비가 만류했다.


나는 처형을 당하고 싶었는데.

왕비가 만류했다.


나는 이미 미쳐버렸다.

그녀가 내게 남긴 마지막 흔적인 정복군주포식귀를 그 자리에서 떨어뜨렸다.


그러자 어깨가 가벼워졌다.

하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젊은 왕비는 내게 물었다.


“구원자여···.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하늘이······.”


“과연, 하늘이···. 거대 괴수가 내려왔다고 전해 들었도다. 또한 그것을 무찌른 것이 그대가 맞느냐?”


내가 그걸.

내가 그걸 무찔렀다고?

그래, 그게 먼저 도망쳤으니까 어쨌든 내가 이긴 셈이라고 할까.


“아니야!!!!!!!!!!!!!!!!”


“기, 기사들! 왕비님을 지켜라!”

“구원자가 폭주한다!”


다 죽었어.

다, 다 죽었어.

매일 아침에 보던 사람들이 다 죽었어.


“내가 졌어!!!!!!!! 내가 졌다고!!!!!! 모든 것을 잃었어!!!!!!!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어!!!!!!!!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진정하거라.”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힉···! 내가···! 내가 영웅이라고? 내가? 구원···. 뭐를, 내가 뭐를 구원해···? 구원···. 아······. 흐흐윽······. 아아아아아아······.”


“왕비님···!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무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대는 저 하늘의 무게가 느껴지느냐?”


“···.”


“전부, 혼자서 짊어지려고 했느냐?”


“···.”


“그대도 사람이다. 영웅, 구원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왕비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왕비다운 표정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목이 망가지도록 울고, 진절머리가 날 때까지 하늘에 저주를 퍼붓거라. 그리고 잃어버린 이성을 되찾게 되면 다시 나를 찾아오거라.”


언젠가, 내가 죽을 수 있다면.

내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죽은 사람들이 날 용서해줄까.


“저를 감옥에 가둬주십시오.”


왕비에게 정복군주포식귀를 넘기고, 구원자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나는 인류의 마지막 왕국에서 가장 깊은 지하 감옥에 스스로를 가뒀다.


나는 생각이 정리되면 왕비를 만나러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뒤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모른다. 가끔 몇 사람이 찾아와서 어떤 말을 했고, 내가 대답을 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무서웠다. 공포와 좌절이 머리를 망가뜨렸다.


매일 밤이 악몽이었고, 모든 현실이 악몽이었다. 꿈속에서 행복한 추억을 찾게 되면 현실로 돌아와 울부짖었고, 꿈속에서 모든 것을 잃는 그 순간을 다시 겪게 되면 현실로 돌아와 또 울부짖었다.


“악몽의 심판자···. 악몽의 심판자야···.“


무서웠다. 또 그것이 찾아올까 봐. 또 그것이 찾아와서 모든 사람들을 죽일까 봐.


또 사람들이 다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을까 봐.


내 가족이 위험해질까 봐.

그런데.

내 가족은 이미 다 죽었구나.

다 죽었구나.

다, 죽었구나.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무섭고 무서워서 끝없이 생각했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머릿속에서 망상하며 세월을 보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악몽의 심판자.

내가 왜 그것을 이토록 두려워하고 있는가.


끝없는 혼란의 쳇바퀴 속에 내 정신과 인격은 나락까지 추락했다.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이 보거라.”


아니···. 아니야···. 벌써? 아니지. 그게 벌써? 아니야. 벌써 나타날 리가···. 하지만. 이 소리는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럴 리가···. 지금은 아니야. 설마 벌써, 아니야···. 이 소리는 환각···. 환각이다···.


캉캉캉!


“···악몽의 심판자.”


“아, 아! 아아!”


그 끔찍한 단어에 몸이 멋대로 발악한다. 벽에 빨간 손톱자국이 가득한데 누가 한 건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벽을 긁어댔다. 통증이 있다. 그런 게 아니길 빌었는데 이곳이 현실이었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벌써 왔을 리가 없다고! 그게 벌써 왔다고? 아니야!!!”


“악몽의 심판자를 불러오려는 악마의 하수인이 나타났다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직이야!!!”


“···불행하게도, 그 하수인이 기어코 이쪽으로 오고 있네.”


때가 되었다. 때가 되었다. 때가 되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그게 오면 안 돼···! 다 죽을 거야! 다 죽을 거라고!”


“그러니 악마의 하수인을 누군가 무찔러야 하느니라. 왕국의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악몽의 심판자가 강림하기 전에 하수인을 무찔러서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악마의 하수인을.

악몽의 심판자를 강림시키려는 악마의 하수인을 죽여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내가 죽여야 한다.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악몽의 심판자가 강림하는 것을 막을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누구겠느냐?”


나다.

나다, 나다, 나다, 나다.


“악마···. 하, 하수인은 어디에···? 내가 무찌르지 않으면···.”


악마의 하수인이 온다.

나는 알 수 있다. 누군가 경고했다.

마침 내 앞에 왕이 있다. 왕비는 아니지만 왕이라도 좋다. 한시라도 지체되어선 안 된다.


“저, 전하!!! 제가 방금 악마의 하수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서 무찌르지 않으면 큰일 나, 큰일 납니다!”


“악마의 하수인···? 그놈을 무찌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왕은 모르고 있었다. 다행이다. 내가 미리 알아내서 다행이다.


“노, 놈이 악몽의 심판자를 강림하게 할 것입니다! 그, 그러니까 그전에 놈을 무찔러야 합니다! 악몽의 심판자가 강림하면 또···. 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왕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역사 속 비극이 되풀이되어선 안 되겠지···. 그래, 짐이 최대한 도와주겠노라.”


악몽의 심판자를 강림시키려는 악마의 하수인.


악몽의 심판자. 악마의 하수인.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이곳이 마지막 왕국이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


악마의 하수인은 내가 죽인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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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2) 19.08.10 188 6 9쪽
143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1) 19.08.09 198 6 15쪽
142 27. 알지어다 (5) 19.08.08 18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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