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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괴수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FromZ
그림/삽화
작가의 친동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17:26
최근연재일 :
2019.08.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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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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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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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2)

DUMMY

***1***



모든 것을 멸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


살아남을 수 있는 원리를 이해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존재의 죽음이다.


죽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악의 피조물'들이다.


이 사악한 것들을 마땅히 멸해야 한다.



***2***



- 응원하겠습니다. 꼭 이겨서, 다 같이 살아서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이만은 병상에 기대앉은 에스터크를 떠올렸다. 그는 자의적으로 무리를 거듭한 끝에 다시는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이만이 철갑함에 오르기 직전, 케일라가 살며시 포옹을 해왔다. 임신한 그녀의 배가 마음에 닿아서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기다릴게.”


마지막엔 단 한 마디였다.


“···반드시 돌아올게.”


케일라의 눈가가 촉촉했다.


“약속이야?”


그녀와의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는다.


“약속이야. 아무리 바빠도 우리 애가 나올 땐 곁에 있을게.”


절대 어기지 않을 것이다.


“···응. 믿어.”


그리고 철갑함에 올랐다.



***3***



세 대의 철갑함은 수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과 물자를 실었다.


1번 철갑함에는 레이만, 로렌달, 루크타프, 울레반이 탑승했다. 도착해서 반드시 필요한 개척 물자와 이번 개척대의 최고 지휘권을 소유한 배다.


2번 철갑함에는 로지아, 루이루이, 페트리어스가 탑승했다. 다른 두 철갑함에 비해 소수의 인원으로 전쟁 물자를 담당하는 배다.


3번 철갑함에는 에빌루크, 플로스코치, 리고르가 탑승했다. 3번 철갑함은 가장 큰 철갑함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있는 병력 중심의 배다.


각각의 철갑함은 모두 대포, 작살, 속사화기로 무장했으며 석탄으로 기동하는 증기기관을 추진력으로 삼고 있다.


세 척은 일렬로 배치되어 해안가를 따라 남동쪽으로 순항했다.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이 지나고,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 되어서도 바다로부터 나타난 괴수는 한 마리도 없었다.


키에엑······!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자 해안가에서 이따금씩 괴수들이 보였다. 모래를 뒤엎으며 집게발을 휘둘러대는 짐승형 괴수, 사족보행을 하고 있는 인간형 괴수, 뿌리로 걸어 다니는 이상한 식물까지 있었다.


해안가에서 출몰한 괴수들은 철갑함 쪽으로 오려다가 스스로 바다에 잠겨버렸다. 그 행색이 마치 바다로 걸어들어가 자살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땅에 있는 괴수들과 싸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첫 번째 계획은 영웅의 출현이었죠. 두 번째 계획은 부패한 왕권 교체, 세 번째는 인간 영역의 완전무결한 정화였습니다.”


레이만은 전략가가 인류의 관점에서 세운 일곱 가지 계획을 듣고 있다.


“네 번째 계획은 원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세계의 흑막이 ‘케이테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2년간 광신자를 회유하여 케이테르의 전령마저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계획은 ‘인간의 방침’입니다.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알아내는데 성공했다면 그때부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레이만 씨가 전령의 파동에 접속하기 전까지 우리의 계획은 ‘저항’이었습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이 세계의 결말을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종말로 암시하는 근거들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정복’보다는 ‘생존’을, ‘승리’보다는 ‘저항’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여섯 번째 계획은 ‘진격’입니다. 방침이 정해지고, 그대로 행동한 끝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문자 그대로 진격하는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 일곱 번째는 뭡니까?”


“일곱 번째 계획은 ‘후대를 위한 마무리’입니다.”


레이만은 거기서 질문했다.


“···승리가 아니라 마무리입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합니다.”


고작 1000명의 병력. 1000명에 해당하는 물자. 가늠할 수 없는 정해진 시간 내에 새로운 대륙에 도착하여 그곳을 개척하고, 케이테르에게 진격하여 정화해야 한다. 괴수 측이 가만히 당해주지만은 않을 것이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누가 죽고 누가 살든, 우리는 우리의 뒤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개척대는 인류가 던지는 한 번의 승부 정도로 여기는 게 좋습니다. 모든 것을 건 ‘총력전’이 아니라는 뜻이죠.”


다음 세대가 있다.

새로이 태어날 아이들이 있다.

무조건 성공할 게 아니라면 실패했을 때의 희망을 남겨두어야 한다.


“로렌달 씨. 패배를 생각하며 싸우진 맙시다.”


로렌달은 동감했다.


“저도 목숨 걸고 이기려고 왔습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쿵······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철갑함의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였는데, 그게 어느 철갑함에서 난 소리인지 모르겠다.


레이만과 로렌달은 불빛을 최소화한 갑판 위로 서둘러 나왔다.


“방금 뭔가 부딪히지 않았습니까?”


갑판에는 울레반과 병력들이 있었다.


“예. 분명 소리가 들렸는데···.”


새까만 밤바다를 내려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 병사가 물었다.


“등불을 밝힐까요?”


그러자 세 사람이 눈빛을 교환했다.


“기다립시다.”


밤에는 괴수들의 공격성이 짙어진다. 아무런 불빛도 없는 밤바다 위에서 불을 밝히면 위험하다.


“덩치 큰 괴수가 우연히 밑을 지나가다가 부딪혔을 수도 있겠습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일단 상황을 넘기는 게 맞다. 상대가 얼마나 있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심지어 이 바다에 있는 상대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교전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밑에 좀 보고 오겠습니다.”


로렌달은 철갑함의 갑판 밑, 증기기관과 물자들이 있는 하층으로 내려갔다.


울레반은 앞뒤에 있는 2번 철갑함과 3번 철갑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두운 밤이라 망원경을 쓰지 않으면 다른 쪽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


“저쪽에선 뭐라고 합니까?”


하얀 깃발이 걸려있다.


“문제없다고 합니다.”


쿵···


무사히 넘길 수 있는가 싶었는데,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만도 망원경을 들어 앞에 있는 2번 철갑함을 주시했다.


어두운 갑판 위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노란 깃발이 걸렸다.


“···기사님.”


갑판의 아래, 곡선으로 꺾어지는 가파른 철벽에 사람들이 붙어서 기어오르고 있었다.


···쿵!


그 기이한 모습을 울레반도 목격했다.


“2번 철갑함입니다···!”


갑판 위에 있는 자들은 사람이 맞다.

그리고 반면에, 상식적으로 저쪽 갑판 아래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들이 사람일 리가 없다.


···쿵!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듯, 한순간이지만 2번 철갑함이 흔들렸다.



***4***



“밑에···! 밑에서 뭐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루이루이는 갑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가파른 철벽에 붙어있던 것들과 눈을 마주쳤다.


키기기기긱···! 키기긱···!

본래 사람이었을까. 발가벗은 몸의 앞면에 혐오스러운 빨판이 빼곡하게 달려있다. 눈꺼풀도 없이 물고기의 눈을 하고 있다.


파악!

루이루이는 아래로 작살을 쐈다.


첨벙!

작살에 이마가 부서진 녀석은 그대로 밤바다에 떨어졌다.


“불빛이 보이는 무기는 쓰지 마.”


어두운 거리의 수하들과 로지아는 쇠뇌나 작살총을 들고 전투를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은 기다란 창으로 갑판의 모든 방향에서 올라오는 녀석들을 저지했다.


첨벙! 첨벙!

조용한 싸움 속에 떨어지는 괴수들의 물소리가 이어졌다.


···쿵!!

철갑함 전체가 흔들렸다.

이번에는 갑판에 서있던 몇 사람들이 넘어질 정도였다.


“독, 독을 가져와···!”


그들은 바다 위로 독을 콸콸 쏟아냈다. 아까부터 철갑함의 밑에서 부딪히고 있는 녀석이 그 독에 죽어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갑판으로 오르려던 인간형 괴수들은 다 떨어뜨렸다.


숨 막히게 고요한 어둠이다.


병사들은 손에 땀을 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경계했다.


검은 밤바다에 달빛이 투영되었다. 무언가의 그림자가 수면 아래를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 불길하다.


“아까부터 밑에 있어···.”

“···안 보이는데.”

“불 켜면 안 되냐?”

“밤에는 안 돼. 사전에 시험해봤대.”


밤에 바다 위에서 불을 켜니 해수면 아래에 있던 것들이 몰려들었다는 탐구 기록이 있다. 그 물고기들은,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괴수라고 했다.


다들 입을 닫고 기다린다.

부디 이대로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바다 밑의 괴수는 멸해야 할 생명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쾅!!!!!!!

파괴적인 충격음이 퍼져나갔다.


그때 1번 철갑함의 레이만은 보았다.


2번 철갑함의 아래에 기다란 그림자가 지나간 것을.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아군의 철갑함이 기울었다.



- 2번 철갑함에서 붉은 깃발을 걸었습니다!!



육중한 강철 배가 아주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야 어둠의 바다가 차가운 증오를 드러낸다.

오로지 인간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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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4) 19.08.22 192 7 13쪽
155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3) +2 19.08.21 193 7 18쪽
154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2) +2 19.08.20 193 7 20쪽
153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1) 19.08.19 196 7 17쪽
152 29. 상륙작전 (5) 19.08.18 181 5 11쪽
151 29. 상륙작전 (4) 19.08.17 181 7 14쪽
150 29. 상륙작전 (3) +2 19.08.16 202 9 15쪽
149 29. 상륙작전 (2) +2 19.08.15 206 7 14쪽
148 29. 상륙작전 (1) 19.08.14 181 5 12쪽
147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5) 19.08.13 176 6 10쪽
146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4) 19.08.12 187 6 14쪽
145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3) 19.08.11 176 7 11쪽
»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2) 19.08.10 188 6 9쪽
143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1) 19.08.09 198 6 15쪽
142 27. 알지어다 (5) 19.08.08 184 10 11쪽
141 27. 알지어다 (4) +2 19.08.07 186 7 13쪽
140 27. 알지어다 (3) 19.08.06 188 7 15쪽
139 27. 알지어다 (2) 19.08.05 216 7 17쪽
138 27. 알지어다 (1) +2 19.08.04 197 7 15쪽
137 26. 진실 (5) 19.08.03 193 5 17쪽
136 26. 진실 (4) 19.08.02 190 7 11쪽
135 26. 진실 (3) +2 19.08.01 194 7 13쪽
134 26. 진실 (2) 19.07.31 200 7 13쪽
133 26. 진실 (1) 19.07.30 186 7 12쪽
132 25. 절망, 두렵지 않다 (5) +2 19.07.29 200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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