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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괴수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FromZ
그림/삽화
작가의 친동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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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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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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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1)

DUMMY

***1***



로지아의 활약이 끝나자 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고기 타는 냄새가 그을린 연기와 함께 감돌아 피 냄새를 덮어버렸다.


구조물 형태인 케이테르와 근처의 수십 변종만 남아있다. 인간 병력은 경사면의 지휘부까지 합쳐서 어림잡아 500명 정도로 보인다.


전방의 병력들이 케이테르를 향해 천천히 진군한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자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전율이 차오른다.


레이만은 전방 중에서도 최전방, 모든 인간들 중에 가장 앞서 걸었다. 두 자루의 명검을 쥐고 홀연히 앞서는 영웅의 뒷모습은 병력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상을 선사했다.


탓.

타타타탓···

영웅이 뛰자, 그의 뒤를 따르는 300의 군세가 호응한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카아아아아아아아아···!!!!!

남은 괴수들도 악착같이 포효했다. 녀석들은 케이테르를 지키기 위해 인간이 오는 방향으로 결집했다.


두 집단이 충돌하기 직전, 느닷없이 큰 소리가 배후로부터 들려왔다.


콰콰콰콰콰콰콰!!!!

그 순간엔 모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실뭉치처럼 얽힌 촉수 덩어리가 굴러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이 경사면에 있던 후방의 병력을 모조리 휩쓸어버렸다. 구르는 와중에도 거대한 촉수를 내질러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용납하지 않는 무자비한 모습이었다.


보고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지휘부가······.”


페트리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울레반이 있던 곳이다.

로렌달이 있던 곳이다.

그들 모두가 죽었다.


“로렌달···! 안 돼···!!!”


수십 년을 함께 했던 사람이 죽었다. 죽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촉수 군체가 지나간 경사면에는 시체가 한 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녀석은 그보다 더 끔찍한 진실을 몰고 왔다.


절대 흔들리지 않던 레이만마저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타락한 영역의 한가운데,

집으로 돌아갈 수단이 파괴되었다.


- 저거 철갑함이잖아!!!!!!


누군가 소리쳤고, 지나친 충격에 상실되었던 시간은 자비 없이 현실로 되돌아온다.


레이만은 가만히 서있었다. 다른 병력들도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단 한 사람만이 움직여서 레이만의 손을 붙잡았다.


“레이만!”


가면이다.

루이루이였다.


“이대로 가만히 서있을 거야?!”


“···.”


“거대 괴수잖아! 켈크란투가 나타났잖아! ···저것만 해치우면 끝이야! 빨리 네가 앞장서서 병사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야···”


“누님, 저건 켈크란투가 아닙니다···.”



***2***



켈크란투가 아니다.

파동 속에서 보았던 켈크란투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형태였다. 켈크란투의 외견은 한 줌의 혐오스러움도 없이 오로지 공포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럼 저건 뭔데?”


뭔지 모른다. 처음 보는 괴수다.

급하게 만든 것 같은 모양새다. 대충 촉수를 얽히게 만들어서 굴린 것 같은···.


“케이테르가···. 거대 괴수를 한 마리 더 창조했나 봅니다.”


“···.”


해답도 없는 암울한 침묵만이 이어진다.

손가락 끝에서 떨림이 전해져온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루이루이가 떨고 있다. 그녀와 손을 마주 잡고 있어 느낄 수 있다.


“···로지아가 죽었어.”


슬픔에 가라앉은 목소리다.


“···.”


“다리를 잃고 기절해서 후방으로 옮겼는데, 후방이 저렇게 됐지.”


마른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에빌루크도 리고르도 죽었어. 끔찍하게 전시된 채로 죽었다고.”


- 정화자···. 레이만이라고 했나? 나는 철벽 거인, 에빌루크다.


에빌루크도 전사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먹먹하게 아파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깨가 무겁다. 너무 무겁다. 하늘에 짓눌리는 것 같다. 영웅의 무게가 저주스럽다.



“로렌달 씨도, 울레반 기사단장도 죽었어.”


내 탓이 아니야.

레이만은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켜주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하지만 자신의 몸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치열한 전장에서 모두를 지킨다는 것 따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게, 영웅이라는 입장으로 밀려오는 죄책감에 자기변명으로 맞선다.


“저는···.”


“정신 차려 이 새끼야!!”


감정이 쏟아진다.


“이제 남은 전력은 너, 나, 페트리어스, 플로스코치 정도야! 더 죽는 게 싫다면 싸우라고! 아니면 내가 앞장 설까?! 나까지 죽으면 그 굳은 다리가 움직여줄까?!”


촉수 군체가 경사면 아래에 착지했다. 쇳조각이나 무기를 뱉어내는 것을 보니 불필요하게 흡수한 것을 버리는 것 같다.


미치도록 증오스럽다.


찢고 으깨서 모래알 크기로 만들어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것 같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배후 엄호와 후속 타격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페트리어스 님께 최고 지휘권이 넘어갔음을 전해주십시오.”


루이루이는 말없이 총을 뽑아들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칼과 피 묻은 옷자락을 장미잎처럼 춤추게 했다.


바람이 냄새를 걷어가는 것 같다. 바람이 괴수들까지 데리고 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전원! 전방을 경계하라!!!

- 정화자님께 화력을 지원하라!!!


무너져내린 전의를 명령으로 끌어올린다. 포기하지 않고 맞서는 영웅의 모습으로 용기를 불어넣는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레이만의 불꽃이 촉수 군체를 집어삼켰다. 거기에 총알의 소나기가 쇄도했으며 가장 강력한 휴대용 폭발물들이 아낌없이 던져졌다.


꾸득! 꾸득! 꾸득!

촉수 군체는 극렬하게 타오르면서도 움직였다. 촉수로 바닥을 긁으며 부자연스럽게 접근해온다.


레이만은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화아아악···!

그 직후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거대한 촉수 군체는 물에 빠진 여인의 머리칼처럼 사방으로 촉수를 뻗어대며 경련을 일으켰다.


카아아아아아아아···!

케이테르의 근처에 있던 나머지 괴수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페트리어스는 방패 하나를 주워들고는 역날의 창을 앞으로 향했다.


“버텨라!!!!”


- 버텨라!!!!!!

- 버텨라아아아아!!!


나팔과 북이 없다. 깃발도 없다. 목소리에서 목소리로 명령을 전달한다. 변종들이 몰려온다. 수십 마리다. 이쪽은 수백 명이다.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뒤쪽의 촉수 군체만 어떻게든 마무리된다면,


부디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어쩌면, 정말 승리할지도 모른다.



***3***



붉게 쏟아지는 석양 속에서 싸움은 계속됐다. 레이만은 그악스럽게 날아드는 촉수를 무차별적으로 베었다.


촉수 군체는 오로지 레이만을 노리며 굴렀다. 레이만은 경사면을 따라 뛰면서 자꾸만 덮쳐오는 촉수를 끊임없이 베었다.


촤악!

두꺼운 촉수를 벨 때마다 돌풍이 일어난다. 검 두 자루를 폭풍처럼 휘두르며 살점을 난도질한다. 그러면서 기회를 노렸지만 자꾸만 날아드는 촉수 때문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계속 베었다. 녀석의 촉수가 더는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녀석의 유일한 공격 수단인 촉수를 모조리 베어버릴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붉었던 석양이 점차 어둡게 사라져간다.

날이 저물고 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꾸득···! 꾸드득···!

촉수 군체의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다. 정복군주포식귀의 독액이 체내에 축적되었던 것이다.


그 커다란 몸체에 독이 거의 다 퍼져서 녀석이 심하게 둔화되었을 때, 그리고 날아드는 촉수가 눈에 띄게 줄었을 때,


레이만은 지면에 쌓인 촉수를 뛰어넘고 땅을 박찼다.


파앙!

그의 발돋움으로 흙먼지가 폭발해나갔다. 허공에 떠오른 잿빛의 흙먼지가 바닥에 가라앉기도 전에, 레이만은 능력을 발동했다.


정복군주포식귀가 증오의 불꽃을 머금었다.

결정타를 넣는다.


쩌어어어억!!

레이만은 결국 촉수 군체를 세 조각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전장의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제 경사면으로부터 벗어나 케이테르에게 향한다. 사람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변종의 숫자도 거의 없어 보인다. 양쪽의 군세를 합쳐서 1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적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루이루이, 페트리어스, 플로스코치는 가까운 장소에서 서로 협동했다.


루이루이가 인간형 변종을 도륙 내고, 페트리어스가 짐승형 변종을 헤집어 죽였다. 그리고 플로스코치는 폭발물을 쓰거나 실을 놀리며 두 사람을 보조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열 명, 또 열 명.

귀중한 목숨을 소모한 끝에 남은 병력은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변종의 머릿수 역시 열 손가락에 다 들어가게 되었다.


“왔습니다!”


“레이만 씨···!”

“레이만!”


촉수 군체를 쓰러뜨린 영웅이 합류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켈크란투는 어디에···'


레이만이 줄곧 안고 있던 불안은 다음 순간에 망각되고 만다.


- 계시하라···.


불안한 음성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메아리쳤다. 살아남은 모두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혼자서만 들은 음성이 아니었다.


레이만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환각에 대비하라!!!”


환각에 끌려 들어가도 환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은 인원들이 변종 몇 마리를 더 쓰러뜨렸다. 레이만 또한 근처의 변종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마지막 한 마리가 보인다.


역십자가의 머리 가운데에 심연의 구멍이 있는 괴수다. 어깨가 뒤집혔는지 등 뒤로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악마적이다.


파파파파파파팍!!!!

계시자의 발밑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돌기둥이 연쇄적으로 지면을 뚫으며 돌출해왔다.


차마 예상도 못한 공격에 남은 병력들이 전부 꿰뚫려 죽어버렸다.

그 공격 한 번으로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전시장이 완성되었다.


“그윽···!”

“페트리어스 님!!!!”


터엉···.

주인 잃은 역날의 창이 쓸쓸히 추락했다.


레이만은 돌기둥 위에 착지했다. 그대로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을 굴러서 피한 듯한 루이루이.

바위 위로 올라서 피한 듯한 플로스코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저게 마지막 변종이야!!!”


끼릭! 철컥!

루이루이는 소총의 총알을 순식간에 교체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탄피가 흩날린다. 폭발하는 총알이 계시자의 공허한 안면에 정확히 명중한다.


그녀는 빈 총을 버리고 톱날의 단검을 양손에 뽑아들며 뛰었다. 플로스코치도 손가락에 실을 감으며 뛰었다.


그리고 레이만은 두 사람이 계시자에게 닿기 전에 먼저 뛰고 있었다.


- 계시를 받아들일지어다···.


괴수가 된 노인이 깊은 동굴 속에서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다.


레이만은 예측했다.

녀석이 대사를 뱉었으니, 곧 일이 벌어진다고.


“또 옵니다!!!!”


파파파파파파팍!!!!

또다시 돌기둥이 쇄도해온다. 이번에는 돌기둥의 끝이 살벌하게 뾰족하다. 이에 레이만은 옆으로 크게 뛰며 피했고, 루이루이는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비껴맞았고, 플로스코치는 발과 종아리와 허벅지를 일렬로 관통당했다.


“끄아아아···”


지면에 엎어진 그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촤악!! 뚜둑···

그의 온몸에 돌기둥이 가시처럼 돋아나버렸다.


레이만은 엄청난 속도로 계시자의 코앞까지 달려들었다.


“죽어! 죽어!! 죽어!!!!!”


왼쪽 검으로 녀석의 다리를 잘라버리고 오른쪽 검으로 녀석의 허리를 잘라버리고 다시 왼쪽 검을 녀석의 공허한 안면에 찔러 넣어 마무리하려는 찰나,


환상이 보였다.


「켈크란투」가 보였다.



***4***



철갑함이 떠나가고 빈 항구다.

해안에는 개척대의 발자취를 탐문하려는 언론인들과 그런 언론인의 질문을 받는 염전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시장의 수요를 우대하는 왕국은 소금의 유통 제한을 풀어버렸다. 때문에 염전을 중심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었다.


“바다에서 괴수가 올라오기도 해요?”


헤이리는 마을과 염전을 둘러싼 방벽을 창밖으로 내다보았다. 그녀는 하나의 염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노인과 소금 창고를 살펴보러 온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하지요. 그랬던 적이 예전에는 다반사였소.”


“예전에는 많았다는 말씀이세요?”


노인은 침침한 눈으로 그녀의 청석 휘장을 뚫어져라 구경했다.


“용병 아가씨라면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모르시나보오?”


그것은 노인의 이야기였다.


“나는 저어기, 도루스 영지의 북쪽과 염전으로 오는 갈림길의 사이, 그쪽 마을 출신이오.”


“아, 여기로 오는 길에 봤어요.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2년···. 아니, 3년 정도 됐나? 내 나이가 이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이름도 없는 마을을 구해주겠다고 나서는 용병이 두 사람 있었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웅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그분들이 마을을 무엇으로부터 구해주셨는데요?”


“괴수였지, 괴수. 흡수자까지 있었어.”


“흡수자라···.”


청석과 소수의 병력이 없다면 처리하기 힘든 괴수다.


“나는 그분들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해요. 레이만 님, 페이탈 님···. 페이탈 님은 어떻게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레이만 님은 정화자라는 칭호로 영웅이 되셨지.”


노인은 주름진 손으로 턱수염을 매만졌다. 추억에 잠긴 얼굴이다.


“그때는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고양되었지···. 아녀자들은 집안에서 아무 물건이나 가져와 흡수자에게 집어던지고, 남정네들은 활을 쏘거나 창을 날려댔어. ···그렇게 힘을 합치니까 기어코 이기긴 이기더라고.”


‘그때라면 그분이 백석···. 이셨나?’


“···그날부터 그분은 이미 나의 영웅이셨어. 허허허···.”


그는 그때부터 영웅이었다.


“내 자식들은 벌써 결혼해서 아들딸 데려오고, 나는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서 행복하게 늙어가고 있지. 이 나이, 64살이 황금기여.”


노인은 그러면서 편안한 미소를 지었고, 헤이리는 꽃처럼 활짝 웃었다.


“언젠가 이쁜 아가씨가 용병을 그만두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구먼.”


“개척대가 돌아오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용병을 그만두고 케일라의 경호원이나 할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그분들 모두가 영웅이야···. 싸우다 돌아가신 분도, 살아남으신 분도···. 모두가 우리의 영웅이지.”


- 괴수다!!!


바깥에서 들려온 외침이다. 헤이리는 긴장의 끈을 확 잡았다. 그러자 소금 창고 내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버린다.


“어이쿠, 이런···. 말하기가 무섭게 나타났나 보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냥 소금 비축량이나 좀 보려고 온 건데 좋은 이야기 듣고 가네요.”


“그래, 어서 가봐요. 몸조심하고.”


“평안하세요.”


헤이리는 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 짐도 없이 도망치는 것을 보니 피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해안이겠지.’


조금 위협적인 규모의 머릿수가 바다로부터 올라왔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인파가 도망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다.

기사들이 도망치고 있다.

병사들이 도망치고 있다.


싸워야 할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다. 아니, 그들에 한해선 후퇴라고 해야 할까. 후퇴가 아니라 도망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대낮인데 해안가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구름이 해를 가렸을까,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역십자가의 머리 중심에 구멍이 뚫려있는 괴수다. 그런 괴수들 수십 마리가 높은 돌기둥에 올라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뒤로 합장한 손이 가려진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하늘을 가린 것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존재였다.


무언가 감각적으로 닥쳐온다.

그것은 공포였다.

헤이리는 공포에 짓눌려 근육이 마비되었다. 다리가 움직여지질 않는다. 서있는 채로 가위에 눌린 것 같은 감각이다. 털끝이 곤두선다.


- 켈크란투가 왔도다······.


머릿속에 악마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저게 왜 여기 있지? 왜, 왜···?! 왜···?!’


“으···. 으으······.”


겁에 질린 눈물이 나온다. 혀를 깨물어도 움직일 수 없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으으···. 으, 으으으······!”


손가락 근육을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으으아아아아!!!”


푹!

대바늘을 꺼내서 허벅지에 박아버렸다.

통증.

현실에 있다는 자각.

몸에 신경과 근육이 있다는 감각.

이제야 몸이 움직인다.


헤이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뛰었다. 그러던 도중에 생각이 나고 말았다.


마을 밖으로 도망치다 말고 염전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버려진 말이 있다. 그대로 말에 올라타서 급히 이동한다.


쾅쾅쾅!

창고 문이 부서져라 두드린다.

벌컥!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어버렸다.


“어르신!”


“용병 아가씨···? 이게 다 무슨 일이오? 피난이야?”


“빨리 타세요! 거대 괴수에요!”


“거대 괴수···?”


노인은 무심코 해안가 쪽을 보려고 했다. 그렇게 돌아가려는 노인의 고개를 헤이리가 붙잡아버렸다.


“저쪽 보면 안 돼요!”


“왜···”


“몸을 마비당해요!”



그녀와 노인이 함께 말에 올라 마을을 벗어난 직후,


- 멸하라.


무수한 돌기둥이 솟아올라 해안가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그리고 헤이리는 떠올렸다.

그날, 지하실의 벽면에 휘갈겨졌던 저주의 문구를.

이 순간이 오고서야 그 문구가 해석된다.


「다 죽을 거야」

「다 죽을 거야」

「다 죽을 거야」


그것은 누군가의 절망 어린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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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2) +2 19.08.20 193 7 20쪽
»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1) 19.08.19 197 7 17쪽
152 29. 상륙작전 (5) 19.08.18 181 5 11쪽
151 29. 상륙작전 (4) 19.08.17 18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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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29. 상륙작전 (2) +2 19.08.15 206 7 14쪽
148 29. 상륙작전 (1) 19.08.14 181 5 12쪽
147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5) 19.08.13 17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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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2) 19.08.10 188 6 9쪽
143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1) 19.08.09 198 6 15쪽
142 27. 알지어다 (5) 19.08.08 18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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