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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괴수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FromZ
그림/삽화
작가의 친동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17:26
최근연재일 :
2019.08.23 21:05
연재수 :
1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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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423

작성
19.08.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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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30. 신이시여, 이 작은 세계의 우리들을 보살피소서 (2)

DUMMY

***1***



“카빌라튜스 영지에서 수백의 괴수 군단이 출몰했습니다!”


“판테루 숲과 영지 인근에서 괴수 무리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사옵니다.”


“페트라하이 광산의 피난민들이 남쪽 텐타모리 숲에서 전원 실종되었습니다!”


“염전의 전령이 아뢰기를···. 4일 전, 바다에서 켈크란투가 출몰하였다고, 괴수 군단을 이끌고 왕국을 향해 전진해오는 중이라 하옵니다···.”


카빌라튜스 영지는 최북단 영지다. 판테루 숲은 서쪽의 마지막 영역이다. 페트라하이는 최남단 영역이다. 염전, 바다가 있는 곳은 동쪽이다.


모든 방향이다.

모든 방향에서 괴수가 들이닥치고 있다.


안듈트는 떨리는 손으로 옥좌의 손받이를 움켜쥐었다. 신하들이 호소하고 있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내려달라고.


“켈크란투···. 정말 켈크란투가 확실하느냐?”


“그런 환청이 들렸다고, 동쪽 피난민들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사옵니다.”


‘켈크란투는 케이테르의 대륙에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벌어져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주요 전력들을 개척대에 파견한 왕국은 흑석의 능력 없이 순수한 인간의 힘으로 이 ‘공포’에 맞서야 한다. 단순히 괴수 군단이라면 몰라도, 수천의 괴수 군단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거대 괴수가 있다면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는다. 역사 속의 거대 괴수들이 왕국을 하나씩 멸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300년 전 왕국과 인근의 영지를 모조리 멸한 거대 괴수······.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다.’


때문에 켈크란투의 능력이나 생김새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레이만이 파동 속에서 빠져나와 기억한 것을 떠올려보자면,


“켈크란투는···. 말의 몸에 찢어진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높게 솟은 목과 안면에 붉은 눈들이 빼곡하게 박혀서 저주를 퍼붓는다고···.”


신하들이 벌써부터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존재를 인지한 자는 공포에 억눌려 근육이 마비된다고 했다. 그렇게 무력화된 사람들을 괴수 군단이 덮치는 방식이다···.”


안듈트의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2군단의 기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탈로이하이커 기사단장, 공은 정찰대를 편성하여 모든 영지의 백성들에게 피난령을 내리거라. 지금 즉시.”


“예, 전하!”


2군단 기사단장은 급히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이를 보던 신하들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하···. 가용한 병력을 동쪽에 파견하여 켈크란투를 일찍이 저지하심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마, 맞습니다! 거대 괴수가 왕국에 도달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멸망이라고.

그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안듈트는 본인도 공포에 떨고 있으면서 신하들을 진정시켰다.


“동쪽의 거대 괴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방위에서 괴수 군단이 진격해오고 있다. 최대한 많은 백성을 살리기 위해선 일단 피난령을 내리고, 성곽과 함께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오나······.”


“짐은 최고의 방어선에 최대의 병력을 집중시켜 저지하겠다는 뜻이다.”


그게 불가능할 것 같다고, 안듈트 본인을 포함해 알현실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더 좋은 수가 있느냐?”


달리 방법이 없었다.



***2***



괴수들은 삶의 터전을 불태우고, 타락시키고, 깨부수며 진격했다. 그 속도는 피난민들이 차마 안전하게 대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왕국을 둘러싼 영지의 피난민들 중 외곽에 위치한 자들은 사실상 전멸하고 말았다.


“천천히 들어가세요! 천천히!”

“밀치지 말라고!”

“비켜!”

“으아아아앙! 엄마아···!”

“저 마차는 뭔데 길을 막고 있어?!”

“앞사람 밀지 마세요!”


성곽. 가장 견고하며 가장 큰 건축물.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방어선이자 최후의 방어선이다. 모든 사람들이 성곽의 안쪽으로 들어가고자 엄청나게 몰려왔다. 개방된 관문에 인파가 몰려 압사당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그 중심에 헤이리가 있었다. 그녀는 케일라의 손을 잡아끌며 인파를 통과하는 중이다. 임신 중인 케일라가 그나마 만삭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헤이리 님!”


때마침 그녀의 앞에 어두운 거리의 수하들이 나타났다.


“야, 오랜만이다!”

“모시겠습니다!”

“왕궁으로 갈 거야! 빠른 길 좀 알려줘!”


그대로 관문으로부터 멀어지자 골목길의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성으로 향하는 계단의 앞에 고위의 기사들이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근처에 병사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전투 준비가 한창인 것 같다.


“부인님!”


그들은 케일라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왔다.


몸에 기운이 없는 케일라를 대신해 헤이리가 크게 물었다.


“통과해도 되죠?!”


“아, 예! 몇 명 붙여서 모셔드리겠습니다! ···어이! 거기 두 명, 이쪽으로!”


이후 케일라와 헤이리는 어두운 거리의 수하 세 명과 왕궁에 들어섰다. 케일라는 침소에, 헤이리와 수하들은 기사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넓은 회의실에 각 군단의 기사단장과 뛰어난 청석 몇 명이 안듈트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최고의 탐구자 모노리야와 용병 단체 관리관 로렐리아스도 보인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 헤이리는 한쪽 무릎부터 꿇었다.


“어두운 거리, 재작년 하이네릭의 암살대였으며 숙청의 날의 생존자 출신, 지금은 케일라 부인님의 전속 용병인 헤이리라고 하옵니다! 금일 전하를 가까이서 뵙게 되어 영광입···”


“그래, 마침 실력자가 부족한 참이다. 어서 앉거라. 시간이 없다.”


“예!”


모노리야는 안듈트의 의사를 눈짓으로 확인하고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따라서 관음충이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괴수 측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이라고 보심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울고 있느냐? 관음충이.”


오늘따라 모노리야의 그늘진 눈 밑이 더 어두워 보인다.


“관음충은 지금······.”


그녀의 창백한 피부가 더 창백해 보이고 입술에 핏기도 부족한 것 같다.


“······네. 아주 심하게 울부짖고 있습니다.”


“심하면 어느 정도라는 뜻이지?”


로렐리아스가 물었다.

모노리야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성대가 망가져서도 밤새 무리하게 울다가 죽은 개체가 다수···. 있었습니다.”


카르민펙토스와 절망적인 개종자 군단이 출몰했을 때도 그 정도로 울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관음충들이 울고 울다가 스스로 죽을 정도로 크게 울었던 것이다.


“···관음충의 경고가 없었고, 염전에서 출몰했으니, 아마 켈크란투는 수개월간 바다 밑을 걸어서 왔으리라고 추측됩니다.”


인간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동안, 괴수 쪽에서도 준비를 했던 것이다.


안듈트는 끝내 창밖을 한스럽게 보았다.


“저쪽 대륙에 켈크란투가 없어도···. 케이테르는 개척대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다 죽을 거야」


그 문구가 생각났다.

헤이리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괴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그러자 로렐리아스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케이테르의 목적은···!”


그리고 모두가 침묵했다.

이 침묵이 끝나면,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모노리야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케이테르의 목적은 ‘닿는 모든 것을 멸하는 것.’입니다. 이 세계의 모든 영역을 타락시킨 끝에, 인류의 영역만이 남은 상황입니다.”



***3***



- 결국 케이테르는 자신의 목숨보다 인류를 멸하는 것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분명 그럴 겁니다.


성곽 위에 속사화기와 대포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었다. 성곽의 밖, 모든 방향의 경작지와 방목지는 드넓은 전장으로 변모했다.


2만 5천의 인간 병력이 역사에 없었던 최대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싸울 의지가 있는 남자들은 전투원이 아니더라도 1주일의 짧은 훈련을 걸쳐 투입되었다. 싸울 의지가 있는 여자들 역시 1주일의 훈련을 걸쳐 전투의사가 되거나 병력이 되었다.


모든 용병, 모든 병사, 모든 기사, 모든 지휘관, 대다수의 성인이 전부 투입되었다.


인류의 마지막 터전을 지키기 위한 최대의 전투가 곧 임박한다.


성곽 위의 기사단장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방위를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괴수들이 합이라도 맞춘 듯, 거의 같은 순간에 등장했다.


펄럭이던 깃발이 힘차게 전방을 향한다.

부오오오···

부오오오오···!

부오오오오오오오!!!

왕국 전역에 나팔 소리가 퍼져나간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가용한 화기를 모조리 동원한 화력이다. 총알과 대포알이 괴수 군단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렸다. 핏물이 터져 나오고 살점이 분쇄되어 흙과 함께 뒤섞였다.


초토화되는 전장 속에서 괴수들은 목숨을 내던지며 살결의 파도처럼 몰려왔다.


퍼버버버벙!!!!

매설된 폭탄이 난잡하게 터져나갔다. 미리 뿌려둔 기름이 광활하게 타오르며 섬멸자의 불꽃보다 낮고 넓은 불길을 형성한다.


끼리리리리릭···

관문의 앞마다 하나씩 설치된 고정 포대에는 일반적인 대포보다 다섯 배는 큰 대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쾅!!!!

고막을 울리는 포성과 함께 포격이 시작되었다. 수만의 괴수 군단은 인간의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수천의 머릿수를 잃게 되었다.


“···왔다······.”


숲의 뒤, 산의 뒤, 저곳에 거대한 존재가 있다.


말처럼 네 다리로 다가온다. 말처럼 긴 목이 지나치게 길어서 해를 가릴 정도다. 머리부터 목의 시작점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이 귀신같다.


그리고 목의 시작점부터 목의 끝부분까지, 거대한 눈알들이 무수하게 박혀있었다. 눈알 하나하나의 색이 피보다 붉었다.


「켈크란투」


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여인의 얼굴을 한 거대 괴수가 입꼬리를 광대뼈까지 찢으며 기괴하게 웃었다. 입속에는 이빨 대신 길게 자란 손톱이 박혀있다.


그저 저렇게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인데,


“아···. 으아아······.”


모두의 마음속에 진정한 공포가 차오른다. 벌써부터 죽음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으, 으아아아아!!!!”


칼과 방패를 놓고 등을 보이는 자가 속출한다. 몇 사람이 도망치자 이에 동조하며 또 도망치는 사람이 생겨난다.


도망쳐 봤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도망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공포를 느낀 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대규모 전투는 곧 대학살이 되었다.

대열이 무너지고, 미리 구성했던 전략을 실행할 손과 머리가 마비된다. 압도적인 괴수 군세가 무수한 이들의 숨통을 끊어버린다. 전선이 순식간에 뒤로 후퇴한다. 열심히 포격하던 자들은 전의를 상실한다. 방아쇠와 활시위를 당기던 자들은 자기들이 아무리 많은 총알과 화살을 날려봤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다. 지휘관들은 침묵했고, 전장에서는 절규가 메아리쳤으며 비교적 안전한 후방의 진영에는 혼란스러운 적막이 흘렀다. 끊임없이 죽임당하는 와중에 죽음의 연쇄가 자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인류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에 더욱 큰 공포가 조성된다. 승리는커녕 생존은커녕 오로지 거스를 수 없는 공포가 공포를 낳으며 돌이킬 수 없는 불리함을 극대화했고 애초부터 불리했던 인간들은 지옥이라는 현실에서 악마라는 괴수를 상대로 더는 싸울 수 없게 되었다. 죽고 죽고 죽어서 더는 죽을 사람이 없게 될 때까지 죽임당했다.


그러기를 세 시간.

약 2만 명이 학살당했다.

약 5천 명은 성곽의 내부로 도망쳐 들어왔다.


성곽의 앞에 몰려든 괴수들이 관문이 부서져라 두드렸다. 변종들이 성곽의 위로 기어올랐다. 하늘을 나는 괴수들이 왕국으로 들어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습격했다. 괴수가 아닌 생명체들은 모조리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켈크란투가 성곽의 앞까지 도달했다. 켈크란투의 키에 비해 성곽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인간이 이룩한 경이로운 건축물은 켈크란투의 앞에 놓인 작은 울타리 정도였다. 그 울타리가 이제는 인간들을 가두고 있다.


울타리에 갇힌 인간들을 죽일 준비는 오래전에 끝내두었다. 역십자가의 계시자들 수십 마리가 성곽의 모든 방향에서 등장했다. 자신들의 발밑으로부터 돌기둥을 만들어 올리며 성곽의 위에 올랐다. 성곽의 위에 있던 인간들은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신했다.


수십의 계시자들은 등 뒤로 부정한 기도를 올리며, 성곽의 위에서 인간의 마지막 터전을 내려다보았다.


- 계시하라.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무수히, 일제히 솟아난 검은 돌기둥이,

왕국을 둘러싼 성곽 ‘전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전장의 경계선이 무너지자 더욱 잔악한 학살이 이어진다. 무너진 성곽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을, 자욱한 먼지 속에서 튀어나온 괴수 군단이 찢어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 받아들일지어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또다시 무수한 돌기둥이 솟아올라 거리의 도로와 온갖 건물들을 꿰뚫어 무너뜨렸다.


그 모습이 왕궁의 창밖으로도 보였다.


왕궁의 위에는 커다란 날개를 펼친 까마귀 형태의 괴수들 수백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끝가지 싸우려는 자들이 녀석들을 향해 사격과 포격을 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명중하기도 어렵고, 애초에 명중한다 하더라도 녀석들은 쉽사리 죽어주지 않았다. 녀석들은 인형을 집어가는 아이처럼, 성에 포진한 기사들의 머리를 하나씩 뽑아갔다. 한 번에 머리가 뽑히지 않은 자는 바닥에 추락해서 흉하게 터졌다.


그러다 가장 큰 한 마리가 성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콰아아앙!!!

성이 무너졌다. 천장이 무너진 왕궁으로 돌 파편과 유리 파편이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뚫린 구멍으로 온갖 새의 형상을 취한 짐승형 괴수들이 들이닥쳤다. 그 즉시 왕궁 내의 기사들과 소수의 청석 용병들이 응전했다.


“헤이리······.”


케일라는 창밖의 커튼을 살짝 들추고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헤이리···?”


헤이리는 굳게 걸어 잠근 문 앞에 서있었다. 한참 전부터 경직된 채로.


“헤이리······!”


케일라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언제부터 움켜쥐고 있던 건지 땀 묻은 대바늘이 함께 쥐어진다.


“아···. 어, 언니···.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다, 다 죽어···? 전부···?”


“······.”


“너, 너무 하잖아······. 다, 다 죽는다니···. 언니는···. 언니는 뱃속에···. 아, 아니···. 이제 막···. 개척대도 가고······. 다···. 다 좋아졌던 거 아니었어···? 왜······.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왜···?”


- 기다릴게.

- ···반드시 돌아올게.

- 약속이야?

- 약속이야. 아무리 바빠도 우리 애가 나올 땐 곁에 있을게.


- ···응. 믿어.


그 약속을 자신이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속이 망가진다.


“헤이리···. 하늘에서···. 우리는 이제부터 하늘에서 기다리···”


“이건 너무 하잖아!!!!!!!!”


콰아아앙!


문이 파괴되었다.


틱···. 틱···.


무언가 걸어들어왔다.


개종자다.

날개가 달린 개종자다.


“어, 어, 언니···.”


케일라는 뒷걸음질 쳤다.


“언니···. 도망···”


촤아아악!!!

헤이리의 머리가 떨어졌다.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의 피가, 방금까지 함께 있던 사람의 피가, 공간 전체를 사악하게 물들였다.


"대체···. 우리한테 왜···."


헤이리의 시체가 헤이리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람도 아니고 괴수도 아닌, 무언가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왜···. 왜 이러세요···.”


틱···. 틱···.

개종자는 지체 없이 케일라를 향해 다가갔다.

케일라는 뾰족한 촛대를 집어 들었다.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묻잖아!!!!”


촤아아악!!!

왕궁의 침소에서는 세 사람이 죽게 되었다.



***4***



“단장님···.”


로렐리아스는 끝내 안듈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그대로 작은 동물처럼 떨었다. 겁에 질린 눈물이 안듈트의 복부 근처를 적셔온다.


“로렐리아스···. 미안하다.”


“우으으······. 으으······.”


지금도 바깥에서 괴수의 울음이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 살덩이가 찢겨 액체가 분출되는 듯한 소음도 들린다. 그럴 때마다 사람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다.


“무섭습니다······. 단장님···. 저, 저 너무 무서워서···. 죄, 죄송하게도···”


안듈트는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받아주었다. 안쓰럽게 떨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며 조용하게 말한다.


“···왕족인 나는, 백성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단장님···. 저···. 저 사실······.”


“백성들이 곧 왕국이고, 왕국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로렐리아스는 눈망울에 고인 것을 뺨 밑으로 흘리며 안듈트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선이 완곡해서 지금도 겁에 질린 소녀처럼만 보인다.


“···그리고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인연 또한 지켜주고 싶었다.”


로렐리아스는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토로한다. 아주 오랫동안,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조차 잘 몰랐던 것이 있다. 자신의 마음에 품어왔던 것을 지금이 돼서야 전하게 되었다.


“저, 저 사실···. 제, 제가 감히···.”


“그래.”


“단장님께 연심을 품었습니다···! 그동안···! 그래서···.”


전해져오는 것을 확인한 안듈트는 애써 웃어 보였다. 자신의 온화한 미소가, 아직도 소녀처럼 보이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주길 바라며.


“괜찮다.”


그러면서 그녀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준다.


“괜찮다. 다 알고 있었다.”


“······면목없사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죄가 없다. 결국 마지막에 용기를 낸 것은 그대였구나.”


“······.”


쿠드드드득!!!

그리고 왕궁 회의실의 창문 바로 앞까지 검은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5***



- 보았느냐. 불과 4일 전의 기억을.


“레이만! 깨어나! 그거 환각이야!”


- 그것은 내 안에 있던 파동이다. 그것이 거짓이라면, 진작에 켈크란투와 군세를 이쪽으로 불렀겠지···.


“레이만!!!”


- 이제, 이 세계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을 한 명으로 줄여주마. 너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다.


레이만은 눈을 떴다.

산산조각 난 개종자의 사체가 발밑에 있다. 그리고 코앞에는 무슨 일인지 상처투성이에 가면을 벗은 루이루이가 있었다.


“레이만···. 우리 참 멀리도 왔다······. 내가 너한테 흥미를 느끼고···. 그러다 좋아하게 되고···. 그, 그렇게 살아가다가······”


루이루이는 입으로 피를 뿜고 말았다.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에 당하신 겁니까?!”


그녀는 레이만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야수의 눈이 간절함을 호소해온다.


“내가 가르쳐 준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난 그걸로 좋아······. 내가 있었다는 것을···. 네가 살아서 기억해준다면······. 그냥···. 네가 날 기억해줘······.”


“그런 말씀은 그만···”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정지했다.


“누님!!!”


레이만은 쓰러진 그녀를 부축해 들어 올리려다가, 그녀의 등을 보았다.


그녀의 등, 정중앙에 저주스러운 돌기둥이 꽂혀있었다.


“······.”


- 너희의 군세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으·········.”


- 나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 너희의 왕국을 무너뜨리고, 그곳의 모든 인간들을 멸하고,


“으으으으으···!”


- 오만하게도 이곳까지 밀고 들어온 인간들까지 최대한 많이 멸하면···.


- 그것이 비로소···. '선각자'의 길이 아니겠느냐?


레이만은 걸었다. 눈앞에 보이는 구조물을 향해 걸었다. 케이테르를 향해 걸었다.


- 나는 죽더라도 언젠가 승천할 것이다. 창조주의 곁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 인간의 탈을 쓴 거짓된 피조물이여···. 이제, 너의 운명을 받아들이거라.


“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에 맴도는 모든 부정한 감정이 한계선을 넘어 폭발했다. 분노한 정복군주포식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며 맹렬한 보라색 불꽃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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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4) 19.08.12 182 5 14쪽
145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3) 19.08.11 172 6 11쪽
144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2) 19.08.10 181 5 9쪽
143 28. 물밑에서 태동하는 심연 (1) 19.08.09 193 5 15쪽
142 27. 알지어다 (5) 19.08.08 180 9 11쪽
141 27. 알지어다 (4) +2 19.08.07 180 6 13쪽
140 27. 알지어다 (3) 19.08.06 183 6 15쪽
139 27. 알지어다 (2) 19.08.05 211 6 17쪽
138 27. 알지어다 (1) +2 19.08.04 192 6 15쪽
137 26. 진실 (5) 19.08.03 188 5 17쪽
136 26. 진실 (4) 19.08.02 185 7 11쪽
135 26. 진실 (3) +2 19.08.01 189 7 13쪽
134 26. 진실 (2) 19.07.31 195 6 13쪽
133 26. 진실 (1) 19.07.30 182 6 12쪽
132 25. 절망, 두렵지 않다 (5) +2 19.07.29 19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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