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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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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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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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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 자섬국 무사.

DUMMY

연금술사가 만든 포션의 장점은 보관하면 어디서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성 치료가 가능한 신관의 수가 무척이나 적은 것과 달리, 적은 숫자의 사람이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높았다.


닥트는 신관이 바로 올 정도로 가까운 곳이 아니었지만, 연금술사의 포션은 구비되어 있었다.


과거 성진이 수련할 때 질리도록 마셨던 포션이 여기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써도 되는 건가요?”


에밀리는 성진이 체하지 않게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포션을 먹여주며 물었다. 곁에 있던 제커의 시선이 의사에게 돌아갔다. 그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자라고 하셨으니 단번에 세병까지는 문제없습니다. 다만, 몸이 좀 약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포션은 기운을 보충하며 회복을 돕는 희대의 치료약이지만, 만능이라 부르긴 어려웠다.


의사가 뼈를 맞추고, 에밀리가 한숟갈씩 떠서 먹인 건 그런 이유였다. 사용자가 소화를 시켜야 하는 데다가, 영양분이 부족하면 육체를 살짝 퇴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죽거나 병신 되는 것보단 나으니 쓰는 게 맞았다.


의사는 한 번 더 성진의 몸을 체크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치명상까진 아니었으니 고비는 없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습니다. 깨어나시면 수련하시면서 음식을 많이 드시고, 적절하게 포션을 드시면 며칠 안에 완쾌하실 겁니다.”


“수고하셨소. 관저에 방을 놓았으니 머물러 주길 바라오.”


“물론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크레앙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인 의사는,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에밀리가 주변을 정리하며 물었다.


“제커경은 쉬지 않으셔도 되나요?”


“낮에 다른 기사들과 교대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피곤하실텐데···”


부단장인 제커는 성문 쪽에서 기사단을 지휘했었다. 당연히 피로도는 제일 높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하핫! 이 정도면 편한겁니다. 그래도 앉을 수는 있지 않습니까. 성벽과 관저 입구에서 지키는 놈들은 교대도 몇번 못하고 서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비번 인원은 모두 비전투 성문을 지킨 사람들이었다. 어느 정도 체력이 남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커가 남아 있는 건 크레앙의 명령 때문이었다.


“나는 뒷처리 때문에 도련님에 있을 수가 없다. 제커경. 자네가 옆에 있도록.”


“암살자를 경계하십니까?”


“그렇다. 경도 잘 알겠지만, 전투가 끝난 뒤에 가장 활동하기 쉬운게 암살자다.”


한바탕 공선전이 펼쳐진 다음. 모두 진이 빠지고 지쳐 있을 때, 암살자가 움직이면 막기 어려웠다.


‘그런데 도련님을 처치하러 올 암살자가 있을지나 모르겠군.’


제커는 보고 받았던 예전 습격을 떠올렸다. 암살자를 눈치채고 미리 움직여서 함정에 빠트렸다는 내용. 들키지 않고 공격하는 걸 가장 큰 무기로 삼는 암살자에겐 부담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에밀리도 나간 방에서 제커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의 곁에는 오직 검은 고양이 한 마리만 자리를 지켰다.


“짜식. 너도 성벽에 있었다면서?”


냐옹.


팍!


피온은 턱을 긁으려는 제커의 손을 쳐버리고, 성진의 옆에 앉아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여서, 피식 미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 잘 지켜주···”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채챙! 챙!


“···정말로 잘 부탁하마.”


바깥에서 벌어진 소란에 제커가 몸을 일으켰다. 그가 문을 여니, 두 명의 기사가 쓰러진 게 보였다.


‘암살자를 발견했는데 당했다고?’


“[나의 검은 태산과 같으니!]”


그는 곧장 첫 번째 구절을 외웠다. 암살자를 발견한 기사가 패배했다는 건, 일반적인 암살자가 아니란 소리기 때문이다.


“오, 눈치 빠른 사람이 있네?”


아니나 다를까. 암살자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팔랑거리는 검은 도복.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제커는 그와 같은 복장의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자섬국 사람이 여기엔 무슨 일이냐?”


세튼가가 포함된 제국과 인접된 국가 중 하나. 자섬국(紫暹國). 제커는 그들과 한번 싸워본 적이 있었다. 10년 전. 변경백의 요청으로 파견된 덕분이다.


그렇기에 자섬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도 잘 알았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자섬국의 최정예. 기사와 비견되는 무사들의 경우, 맞상대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제커는 상대가 대꾸하길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망환 역시 기사와 싸워본 경험자였다.


“일이 좀 있어서 말이지. 만극검(漫棘劍)!”


망환이 기습적으로 뛰쳐 나왔다. 그가 찌른 검의 움직임에 신비력이 흐른다. 하나의 검은 열이 되고, 열의 검은 수십이 되었다.


무공(武功).


제국의 기사들이 익히는 무술과 다르게, 단 일격에 신비력을 싣어 펼치는 기술.


예열이 필요 없어서 기사보다 더 빠르게 강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제커는 바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흐읍!”


콰앙! 쩌적!


“쳇!”


2층이었던 관저 건물은 제커의 일격에 금이 갔다. 바닥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지자, 무공을 펼치기 어려웠던 망환이 검을 거뒀다. 대신 바닥을 박차며 외쳤다.


“흡착공(吸着功)!”


곧장 달려간 그가 벽을 발로 디뎠다. 그의 발은 마치 평지처럼 달라붙었고, 망환은 벽을 타며 뛰어나갔다.


“이 암살자 같은 놈들!”


“네놈들이 무식한거다! 만극검!”


채재재쟁!


다시 한번 검을 찌른 망환. 문 근처에 있던 제커는 어쩔 수 없이 검을 쳐냈다. 그러나 속도엔 한계가 있었다.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푸부북!


“크흑!?”


뿌득!


제커는 온 몸에 검을 맞았다. 급소는 피했지만, 고통이 줄진 않았다. 거대한 가시로 찌르는 듯한 감각에 신음을 내면서도 이를 갈며 버텼다.

그의 뒤에는 성진이 있었다.


‘도련님은 영웅이 되실 분이다. 겨우 이딴 놈한테 당하게 둘까보냐!’


“크아앗!”


부웅!


그가 장검을 휘둘렀다. 망환은 다람쥐처럼 뛰어 올라 장검을 피하며, 다시금 검을 내질렀다.


“만극검!”


“두 번 당할쏘냐!”


“뭣!?”


부아앙!


제커는 망환에게 다가갔다. 수십 개의 검격이 그를 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 검을 휘둘렀다.


“같이 죽자!”


“염병할!”


상대의 의도를 눈치챈 망환이 다급하게 수세로 전환했다. 그는 죽어선 안 됐다. 적어도 목표를 달성한 뒤에야 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었다. 자섬국의 명령은 목숨을 아끼는 선에서 피해를 주는 거였다.


까그극! 파직!


‘제길!’


단 한 번의 공격. 그걸 받아낸 망환은 검에 금이 가는 걸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분명 충격을 흘렸는데도 그 꼴이었다. 정면에서 맞는 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걸 쓸까?’


그가 잠깐 망설이는 사이, 제커는 몸이 충분히 달아오른 걸 느꼈다.


‘됐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분쇄하니!]”


신비력이 그의 몸을 충만하게 채운다. 제커는 상처 입은 몸으로도 자신 있게 장검을 쥐었다. 일반적으로 자섬국의 무사가 유리한 것은 첫 번째 구절까지였다.


두 번째 구절부터는 동급의 실력자와 비겼고, 세 번째 구절부터는 기사가 유리했다.


제커의 판단으론 망환과 실력이 비슷했다. 즉, 조금만 더 버티면 이기 수 있다는 뜻이었다.


“쳇.”


‘써야겠군.’


망환도 그 사실을 알기에, 혀를 차며 품속에서 물건을 꺼냈다.


나온 것은 두루마리였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금 고급스러운 종이. 제커의 눈이 커다래졌다.


“설마!”


“그 설마다! 먹어라! 화염구!”


화륵!


망환이 외치니 두루마리가 타들어가며 불꽃을 뿜었다. 제국에서도 1년에 10장 밖에 안 나오는 마법 스크롤이 나온 것에 경악한 제커가 몸을 굴렸다.


그러나 화염구는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콰앙!


“크하악!?”


불꽃이 터졌다. 갑옷 때문에 충격은 줄었지만, 사이사이에 파고든 열기마저 막을 순 없었다. 날아간 제커는 검을 놓쳤고, 시야를 잃었으며, 한쪽 면이 익어버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러나 그는 움직였다. 검을 잡기 위해 다가갔다.


“끈질기긴.”


푸욱.


“크···헉···”


그런 제커의 옆구리에 망환의 검이 박혔다. 그것마저 버틸 순 없었던 그가 결국 쓰러졌다. 흐린 눈으로 여유롭게 문을 향하는 망환을 보며, 손을 뻗었다.


“도련···님···”


“너무 걱정 말라고. 그 도련님 얌전히 보내드릴 테니까.”


망환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퍼걱!


푹!


“···어라?”


동시에 문을 뚫고 나온 반쪽짜리 창대에 꿰뚫렸다.


퓨슉. 촤아악!


“크헉··· 컥···”


망환이 뒷걸음질 쳤다. 구멍이 뚫린 배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걸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다.


끼이익.


천천히 문이 열리고.


부러진 월도의 창대. 피묻은 창대를 쥔 성진이 말했다.


“너무 시끄럽다고. 멍청아.”


제커의 눈동자가 커졌다. 망환의 눈엔 불신이 가득했다.


둘 다 낮에 벌어진 일을 봤다. 치명상은 아니라도 극심한 부상을 당했던 걸.


그런데 짜기라도 한듯, 기적적인 타이밍에 일어난 것이다.


쉬이 믿기지 않는 게 당연했다.


“역시··· 도련님은···”


안심한 제커가 그 말을 끝으로 기절했다. 벽에 부딪친 망환은 털썩 주저 앉았다.


마치 기적이라도 마주한 듯한 모습이었다.


냐옹.


성진의 뒤. 두들겨 패서 깨운 장본인인 피온. 오직 진실을 알고 있는 그만이 쓰러진 두 사람을 한심스럽게 봤을 뿐이다.


“하··· 그래. 내가 너무 시끄러웠나··· 보군··· 내, 패배다.


망환은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러면서 몰래 오른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그러니 뒤져라. 화염구!”


냐오옹.


마법 스크롤이 허공을 날았다. 그것은 스스로 불타오르며 불꽃의 구체를 만들었고, 성진을 향해 쏘아졌다.


툭!


“뭐야, 이건.”


가슴팍에 닿은 불꽃이 맥없게 떨어졌다. 성진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드니, 동그랗게 말았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며 울었다.


냐아아앙~!


착.


불꽃의 고양이는 발랄한 울음과 함께 바닥으로 내려갔다. 망환은 더할 나위 없이 황당한 표정으로 고양이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최후의 무기. 비장의 수단. 마법의 불모지(不毛地)인 자섬국에서 무수한 자금을 투자해 간신히 구한 물건. 그것이 불량품이란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물론 마법 스크롤은 정상이었다. 단지 피온이 읽어서 변형시켰을 뿐. 성진은 그 사실을 눈치챘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멍청하긴.”


퍽!


“끄윽···”


그저 창대를 휘둘러 기절시켰을 뿐이었다. 그리곤 서둘러 제커의 상처를 살폈다.


‘포션이···’


다행히 방에는 성진의 치료용으로 쓴 포션이 남아 있었다. 그걸 조심스럽게 먹여 응급처치를 끝냈다.


“윽···”


갑작스럽게 통증이 몰려온 성진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상처가 낫긴 했지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망환의 얼굴을 살폈다.


-

이름 : 망환

배역 : 전투력 측정기 단역

나이 : 31세

육체 등급 : 3단 7급.

신비 등급 : 3단 8급.

숙련도 : 무공-만극검법(b), 무공-흡착공(c)

운명 : 만극 가문의 무사. 나름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 세계관에서 ‘고수’라고 불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으며, 주인공에게 살해당함으로서 무력을 증명해준다. 복선과 주인공의 전투력을 보여주기 위한 인물.

-


“하, 젠장.”


무공이란 단어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글론이 나오는 세계관에선 무협이 없었던 것이다.


‘세계관이 섞였다.’


그가 우려하던 상황 중 하나였다. 잘못하면 벨런스가 엉망이 되는 만큼, 제발 아니길 바랬었다. 그러나 엎어진 물이다. 성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생각했다.


‘세계관이 다 섞여도 강약 조절이 됐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SF가 다 멸망시켰겠지.’


그는 설정만 쓴 사람으로서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댔다. 무협, 퓨전, SF, 로멘스, 모험, 현대, 판타지 등등. 그러나 그 비율은 편중되어 있었다.


판타지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퓨전, 모험, 무협, 현대 순이었다. 그 외 나머지는 겉핡기 수준이라 봐도 좋았다.


문제는 그 장르 대부분이 주인공 한명씩은 있다는 거였다.


‘온갖 것에 대비를 다 해야겠군.’


그는 사태를 파악하고 달려오는 에밀리와 기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영지전 끝나면 좀 떠나야겠다. 먼치킨 타입의 아이템 좀 가져와야 살겠어.’


성진은 모랜만에 가문을 털고 튀어라 작전을 상기시켰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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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가이론 백작. +1 19.05.06 563 19 13쪽
» 31. 자섬국 무사. +3 19.05.04 587 23 13쪽
30 30. 자섬국 무사. +1 19.05.03 584 21 12쪽
29 29. 치열한 공성전. +2 19.05.02 603 22 16쪽
28 28. 공성전 시작... 전에 한방. +3 19.05.01 604 23 14쪽
27 27. 선제 타격. +2 19.04.30 620 25 13쪽
26 26. 수성 대비. +9 19.04.29 665 28 14쪽
25 25. 다 너희를 위한 것이다. +3 19.04.27 662 26 13쪽
24 24. 자작의 자녀. +2 19.04.26 674 27 12쪽
23 23. 프레뷔옹 자작. +3 19.04.25 681 25 13쪽
22 22. 프레뷔옹 자작. +3 19.04.24 687 23 13쪽
21 21. 127호. +3 19.04.23 724 25 13쪽
20 20. 브론스. +6 19.04.22 737 32 14쪽
19 19. 다음은 용병단. +1 19.04.20 726 27 13쪽
18 18. 암살. +1 19.04.19 737 31 15쪽
17 17. 암살. 19.04.18 732 32 13쪽
16 16. 꽃의 던전. +2 19.04.17 738 30 13쪽
15 15. 꽃의 던전. +4 19.04.17 752 31 12쪽
14 14. 꽃의 던전. +1 19.04.15 773 26 13쪽
13 13. 영지 순찰을 돌며 생긴 일. +3 19.04.13 828 26 14쪽
12 12. 영지 순찰을 돌며 생긴 일. +2 19.04.12 865 29 13쪽
11 11. 가문의 창고를 털어라. +4 19.04.11 886 24 13쪽
10 10. 가문의 창고를 털어라. +4 19.04.10 943 25 12쪽
9 9. 무술의 첫 발현. +8 19.04.09 992 28 13쪽
8 8. 첫 전투. +5 19.04.08 976 31 13쪽
7 7. 변절자 발견 +3 19.04.06 991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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