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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야구 소설의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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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쇼핀
작품등록일 :
2019.04.01 18:52
최근연재일 :
2020.01.15 04:15
연재수 :
1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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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6
글자수 :
927,877

작성
19.11.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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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2쪽

첫 계단

DUMMY

쓰리 볼 투 스트라익 풀 카운트 승부.

보스턴 첫 타자 캘리 톰슨 저 새끼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첫 공은 커브로 스트라익을 잡았는데 슬라이더를 고르고 투심을 커트하며 어느새 8구.

내가 피처 플레이트에서 발을 떼자 녀석이 심판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 모자에 파인타르를 묻힌 것 같지 않나요? 너무 자주 모자를 만지는 것 같네요.”


캘리 톰슨의 말에 주심이 답하기도 전에 네드 녀석이 먼저 발끈하며 일어섰다.


“어제 네 마누라가 딴 놈이랑 자기라도 했냐? 왜 시작하자마자 시비를 걸어?”

“뭐야? 이 새끼가 뭘 믿고 말을 함부로 해?”

“네 바람난 마누라 믿고 한다. 됐냐?”

“둘 다 그만! 둘 다 한마디라도 더 한다면 오늘 경기 각오해야 할 거야.”


퇴장이란 말보다 저 말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디비전 1차전에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기에 둘은 곧바로 입을 닫았고 나 역시 다시 발을 피처 플레이트에 올렸다.


네드의 사인이 나오고 난 녀석과 다른 공을 선택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익 아웃!

91 마일의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한 캘리 톰슨이 나를 노려보자 난 슬쩍 웃으며 모자를 고쳐 썼다.


캘리 톰슨도 내가 모자에 장난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저 녀석은 내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스르게 하고 싶었기에 살짝 도발을 했고 네드 녀석이 그 미끼를 물었다.

멍청한 네드 녀석.


조나단 하이먼 2번 타자는 올해 메이저리그 12년차의 베테랑이다. 십 년째 3할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309 타율과 4할이 넘는 출루율로 이유진에게 좋은 밥상을 차린 놈이다.

녀석은 방금 전 심판이 경고를 했기에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타석에서 흙을 차 네드의 스파이크를 더럽혔다.


비릿하게 웃는 녀석을 보니 확실히 메이저리그 베테랑다운 표정이라 할까.

네드 녀석은 이십년을 메이저리그에 있어도 저 녀석 같은 표정을 짓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스크 뒤에서 식식거리며 콧김을 내뿜던 네드가 안쪽 코스의 사인을 냈고 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워! 아앗!

경기장의 관중들이 놀란 비명이 가득 들렸는데 그 이유는 공이 거의 타자의 턱을 스치듯 지나갔기에 얼핏 맞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깜짝 놀라 쓰러져 있던 조나단 하이먼이 벌떡 일어나 나를 노려보았지만 난 로진백을 만지며 보스턴 더그아웃 근처의 관중석으로 눈을 돌렸다.


눈에 익은 두 동양인 여자.

이유진의 여자 친구인 양승희가 총알녀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둘 다 뛰어난 미모 때문인지 멀리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빨간 모자들 틈에서 유일하게 네이비 색의 뉴욕 마크가 들어간 모자를 쓰고 있는 총알녀는 내가 자신 쪽을 보자 벌떡 일어나서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저 여자는 유럽 갔다고 하던데 언제 왔지?

보스턴 팬들 사이에서 저렇게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보통 깡이 아냐.

남자로 태어나 투수 아니면 조폭을 했어야 할 녀석이야.

모자를 다시 벗어 슬쩍 웃어주자 총알녀가 양승희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흔들며 웃었다.

역시 미녀가 웃으니 기분이 좋네.


92 마일의 투심이 다시 몸 쪽으로 붙어 들어갔지만 스트라익.

다시 바깥으로 빠지는 투심에 파울.

조나단 하이먼이 슬라이더를 골라내자 투 앤 투가 되었다.


다시 풀카운트까지 가기 싫다.

특히 이유진 그 새끼 앞에 주자를 내보내는 것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해야 해.

대기 타석에서 나를 보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놈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공을 던질지 너도 궁금하겠지.

잘 봐라. 이 천재님의 마구를.

하얀 가죽공이 손끝을 떠나 허공을 날 때 펜웨이 파크는 순간 조용해졌다.

스트라익 아웃!



“뭐야? 저 똥볼은? 아하하하하.”

“어휴, 조용히 좀 해. 여기 보스턴 더그아웃 바로 뒤란 말이야.”


양승희가 옆에서 크게 웃고 있는 김수민을 팔꿈치로 찌르며 얘기했지만 총알녀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주위 온통 보스턴 팬들이었지만 그녀의 친구는 그런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떳떳하게 상대팀을 응원하고 있어 오히려 양승희가 더 주눅이 든 얼굴 표정이었다.


“오늘은 우리 슈퍼맨이 시원한 강속구를 던지지 않네. 하지만 80마일짜리 공 치고는 괜찮았어.”

“방금은 전혀 하이먼답지 않았어. 우리 유진씨 앞에 살아 나갔어야 했는데.”

“드디어 둘이 맞붙었어. 슈퍼맨이 오늘 대결에서 이기면 넌 싸구려틱 하면서도 러블리한 핑크색으로 염색하는 것 잊지 마.”

“으! 내가 미쳐. 너야말로 이번에 팀 확실하게 바꿔야 할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내일은 넌 보스턴 모자를 쓰고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까 쉬는 타임에 미리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둘은 내기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이 되어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퍼엉!

초구는 또 커브였다.

조나단 하이먼을 삼진으로 잡은 느린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쳤지만 이번 공은 그보다 낮은 코스로 들어가는 볼이었는데 역시나 이유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개자식!

눈깔이 좋은 거야? 아니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가 된 거야?

배트가 꼼짝도 안하잖아.

네드가 사인을 냈고 난 포심 그립을 쥐었다.


1회 초 두 번째 포심 패스트볼이다.

처음은 머리를 스치는 빈 볼을 던지기 위해 포심 그립을 쥐었고 이번에는 스트라익을 잡기 위해 글러브의 공을 잡았다.

파앙!

두 번째 포심 패스트볼은 네드가 원한 위치가 아닌 그보다 훨씬 위쪽으로 들어갔다.


투 볼 낫싱.

반드시 스트라익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 선택은 다시 커브.

조나단 하이먼을 삼진으로 잡은 공보다 조금 더 빠른 커브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투 앤 원.


이유진은 이번에도 전혀 배트를 내밀지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다시 커브를 내면 녀석에게 큰 것을 맞을 것이란 것을.


시발, 겨우 스트라익 하나 던졌는데 던질 것이 없네.

저 새끼, 지난번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야.

차라리 그냥 링 위에서 싸우는 것이 더 낫겠어.


네드의 사인은 투심 패스트볼.

바깥 코스로 유인하는 볼을 원했는데 나 역시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사인이 정해지고 투구 동작이 들어가기 직전 난 나와 네드 녀석의 생각이 일치했다는 것에 기분이 살짝 상했다.


네드 녀석의 사인은 이제껏 거의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저 멍청한 녀석과 내가 같은 생각을 했다고?

이건 아냐.

내가 지금 이유진 저 새끼와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어멋!”

“우왓! 대단해!”

“뭐가 대단해? 유진씨가 맞을 뻔 했어.”


김수민과 양승희는 방금 투심 패스트볼이 아슬아슬하게 이유진의 몸을 스쳐지나간 것을 보고 소리쳤다.

바깥으로 살짝 빠져 앉은 양키스 포수 네이드가 급히 몸을 기울여 간신히 공을 잡았는데 마치 사인이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유진씨가 전혀 피하지도 않았잖아.”

“우리 유진씨니까 그래. 저딴 공은 무서워하지도 않아.”

“네네, 잘나셨습니다. 내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둘이 눈싸움을 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이유진 뿐만이 아니라 저 슈퍼맨도 공을 던지고 전혀 꼼짝도 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잖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둘은 확실히 서로를 노려보며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네드가 공을 되돌려주자 그때서야 클락이 공을 받고는 뒤돌아섰는데 펜웨이 파크에 있던 모든 관중들은 둘의 신경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고 경기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확실히 하자. 오늘 너의 슈퍼맨이 안타라도 하나 맞으면 넌 내일부터 보스턴 팬이 되는 거다.”

“알았어. 내가 조금 불리하지만 내기는 내기니까. 내가 널 아주 핑크 핑크한 여자로 만들어주지. 기대나 해!”

“어쩌니, 그런 일 없을 거야. 히히힛.”



네드가 바깥 코스의 사인에 그 반대의 공이 들어오자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나를 보고 있다.

포수의 마운드 방문이 횟수가 제한되어 있기에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저 멍청한 얼굴을 내 앞에 디밀고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1회가 왜 이렇게 길어? 마치 3회 이상 한 것 같은 느낌이네.

거기에 더욱 좋지 못한 것은 볼 카운트가 쓰리 볼 원 스트라익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배트가 나온다.

역시 믿을 것은 투심 패스트볼 밖에 없어.


네드의 사인은 포심 패스트볼이었지만 난 투심을 선택했다.

살짝 긴장하는 네드의 얼굴이 마스크 틈으로 보였지만 잘 받으리라 생각하고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파앙!

주심의 스트라익 콜과 함께 관중석에서 아쉬운 탄식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라인을 살짝 걸치는 그야말로 우측타자에게 가장 멀고 치기 힘든 코스에 들어갔다.

쓰리 볼 투 스트라익.


타악!

다시 선택한 투심 패스트볼이 좋은 코스에 들어갔지만 이유진은 파울로 걷어냈다.

탁!

또 파울.


제길, 내가 이번 회에 벌써 몇 개를 던졌지?

이 자식들이 천재님을 너무 힘들게 하고 있잖아.

가슴 속에서 화가 치솟고 있을 때 네드가 포심 사인을 보내고 있다. 순간 고개를 끄덕거리려다가 난 급히 발을 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친 새끼!

도발 스킬이었어.

후우!

도발 스킬에 걸린 것처럼 상대해 주는 거야.

포심 패스트볼을 원한다면 내 선택은 이거다.


탁!

다시 투심 패스트볼이 날아들었고 배트에 빗맞은 공이 1루 측의 보스턴 더그아웃 방향으로 떠올랐다.


“잡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제이슨 해머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싱커를 계속 연습하며 투심 패스트볼 또한 강한 손가락 악력 덕분에 전보다 좋은 무브먼트를 보였다.

그 결과 지금처럼 배트 기술이 뛰어난 이유진조차 쉽게 공을 때려내지 못하고 파울로 걷어내려 한 것이다.


“위험해!”

“잡을 수 있어!”


네드가 마스크를 벗은 채 공을 향해 달려드는 제이슨을 향해 소리쳤고 난 그가 몸을 날리기를 바라며 크게 외쳤다.

쿵!

더그아웃 난간을 넘어가며 뻗은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고 제이슨의 몸이 레드삭스 선수들을 덮쳤다.


“좋았어!”


아웃!

1루심의 아웃 사인이 나오고 난 글러브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위험스럽게 넘어졌지만 레드삭스 선수들이 제이슨을 잡아줘 그는 벌떡 일어나 공을 들어보였다.

상대 팀이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에 보스턴 팬들이 박수를 보냈고 난 그를 향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오늘 안타 못 쳐도 봐드릴게요.”

“하하하하, 아냐, 여기서 결승타까지 쳐서 경기 MVP가 될 거야.”

제이슨 해머가 환한 얼굴로 뛰어오며 그렇게 말을 했지만 난 곧장 그를 실망시켜야 했다.


“그건 내가 될 예정이니 마음 접으세요. 아하하하하.”

“이런, 네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더그아웃에 들어가니 유니폼 안에 입은 옷이 땀투성이였다.

1회에 22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


“운이 좋았어. 제이슨이 몸을 날릴 때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니까.”

“그건 운이 아냐. 다 내가 좋은 공을 던졌기에 녀석을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잡을 수 있었어. 알겠어?”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이 멍청한 네드 녀석은 나의 대단함을 모른다. 진정 몇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릴 놈이지만 지금 헛된 곳에 힘을 쓸 수 없으니 참자.

기나긴 9회에 이제 첫 계단을 올랐으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생갈치2호님 후원금 매번 고맙습니다...

5분 안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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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한 걸음 +40 19.11.20 1,731 91 18쪽
130 주먹을 부르는 얼굴 +26 19.11.17 1,647 86 15쪽
» 첫 계단 +6 19.11.17 1,424 60 12쪽
128 시작 +12 19.11.14 1,635 75 16쪽
127 샴페인 +10 19.11.10 1,654 76 16쪽
126 불가사리 +10 19.11.08 1,681 62 13쪽
125 복수 +12 19.11.05 1,728 67 15쪽
124 배트 +11 19.11.03 1,757 80 15쪽
123 로진백 +12 19.10.26 1,896 75 13쪽
122 승리의 V +25 19.10.24 1,924 94 14쪽
121 제다이 +11 19.10.22 2,037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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