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48)
사마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 음, 독(毒)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냐? ”
“ 암기통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겠죠. ”
사마명은 잠깐 생각을 한 다음 이야기했다.
“ 당문에서 그것을 얻으려면 쉽지가 않을 터인데. ”
그러자, 중년인이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듯 말했다.
“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정략결혼(政略結婚)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
사마명은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 미진이를 그곳으로 시집보내자는 말인가? ”
“ 당철진이 아직 미혼입니다. ”
즉시 중년인의 답이 나왔고, 사마명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이야기했다.
“ 그 녀석은 망나니라고 소문난 놈이잖아. ”
“ 누이가 실종된 다음부터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군요. ”
“ 근데, 정략결혼만으로 독과 암기를 얻을 수 있을까? ”
백의의 중년인은 확실하다는 표정을 하며 이야기했다.
“ 당철진의 과거 행동에 따른 소문 때문에 며느리로 딸을 주려는 가문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당문도 아무 곳에서나 며느리를 들일까 하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며느리로 보내면서 명분을 얻으신 다음, 화산파를 공격한 흉수들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하에 고수 몇 분을 잠시 보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
"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과연 그 정도로 가능할까? “
“ 결혼예물로 몇 가지를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
“ ? ”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두 사람은 한참 이것저것 생각하는 척하면서 전음을 주고받았다.
먼저 백의의 중년인이 먼저 사마가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 당문은 독을 연구하다 보니, 몇 군데에서는 노복이나 시비의 숫자가 항상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인근에서도 그런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먼 곳에서 사람들을 사와 노복이나 시비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미진 아가씨를 시집보내면서 상당수의 노복과 시비를 보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을 통해 당문의 정보도 얻을 가능성이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인질들이 세가 내에 있도록 해야겠죠. ’
‘ 음, 그 방법 좋군. 아주 좋은 생각이야.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겠어. ’
그렇게 전음을 주고받고는, 사마명이 이야기했다.
“ 뭘 보낼까? ”
백의의 중년인은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했다.
“ 많은 보석과 지난번 선산에서 잡은 독오공(毒蜈蚣) 정도가 좋겠죠. ”
“ 그렇군, 그럼 한 번 추진해 보도록 하지. ”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당철진(唐哲秦)과 사마미진(司馬美眞)은 결혼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딸을 주려는 가문이 없어 고민하던 당가주는 사마세가가 청혼하자 정말 고마웠다.
그 외의 결혼예물에 대해서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번듯한 가문에서 며느리가 들어왔으므로 다른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사마세가의 요청을 바로 받아들여, 약간 명의 고수를 사마세가에 파견했다.
사마세가의 서찰은 소림사와 무당파에 전해졌다.
서찰의 내용에 대해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을 한 두 문파는 그 서찰을 감숙, 섬서, 사천, 산서, 하남, 호북의 있는 모든 문파에 돌렸는데, 약간의 경각심을 주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효과가 없었다.
다만, 몇 문파만이 그 의견에 동의하여 자구책(自救策)을 생각할 정도였다.
*****
총호법으로부터 석지란을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용은 우선 과거 음양당이 중원에 심어 두었지만, 지금은 용병당이 담당하고 있는 비밀분소에 가서 여러 가지 업무를 보았는데,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단시간 내에 일을 마쳤다.
비밀분타를 둘러보면서 그 결과를 알아보고 그 외의 중요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이번 임무였다.
과거 음양당이 중원에 남긴 비밀분소는 과거에는 주로 음기가 강한 여인들을 찾아 음양당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용병당이 중원에 흩어져 있던 과거 용병들의 근황과 그 가족들의 근황 및 생사를 알아보는 곳으로 바뀌었다.
비밀분소는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하부가 발각되더라도 분소가 영향을 받지 않게 되어 있었다.
마존방은 과거 국경 근처에서 커다란 금광을 발견하여 그것을 지금의 마존방을 일으키는 자금의 원천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그 자금을 토대로 하여 중원 내 각 지역에 상단을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상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진정한 자신들의 주인을 몰랐으므로 중원에 있는 각 문파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 상단을 운영하는 조직도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 누가 누군지를 잘 몰랐다.
순찰호법인 용도 특별히 새로 만든 비밀분타와 용병당이 관할하는 비밀분소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새로 만들어진 비밀분타는 주로 천요각이 중원에 가지고 있는 기루 내의 은밀한 곳에 있었는데, 주로 예매거래, 지분거래 등을 거래하게 되어 있었다.
기루와는 별개로 움직였고, 지휘체계도 천요각 직속이었다.
각 비밀분타는 각 지역에 한 개씩 있었고, 수 명에서 십수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막 시작된 상황이라 기루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각 상단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고, 인원도 교체할 계획이었다.
기루에서 지분거래를 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했으므로 가장 급한 일이었지만, 점조직으로 운영되던 상단을 남의 눈을 피해 완전히 장악하기도 쉽지 않고, 새로운 거점을 만들기도 쉽지 않아 생각보다 일이 늦어지고 있었다.
우선 용병당의 비밀분소를 둘러 보면서 간단한 업무를 본 다음에 용은 몇 군데의 비밀분타에 들려 그동안의 결과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될 수 있으면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각 비밀분타가 큰 결과를 얻지는 못했겠지만, 가능성만 보이면 되었으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총단에서 나오며, 미리 알아본 바로는 매약경은 귀주에 있었고, 황보연은 감숙에 있었으며, 사마미연은 사천에 있었다. 그녀들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었으므로 그곳을 중심으로 하여 전체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용이 배려하여 방을 떠나 나온 것은 알지만, 석지란은 그리 기쁘지 않았다.
처음 마존방에서 중원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주 기쁜 마음을 가졌는데, 막상 나와보니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기쁜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천심방의 천금으로서의 석지란은 이미 화산파가 멸문당하던 날 죽은 것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단지, 용이란 사내의 시첩일 뿐이었다.
그래서 방 내에서는 쾌활하고 애교를 자주 보여 준 그녀였지만, 강호로 나와서는 오히려 그늘이 있는 슬픈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를 기쁘게 해 주려고, 나름대로 용은 노력을 많이 했다.
일부러 길을 돌아가면서 유명한 경치를 보여 주었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맛보게 하였으며, 재미있는 구경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용이 나름대로 노력했으므로, 석지란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려 다소나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둘, 특히 석지란의 경우에는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항상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쓰거나 혹은 안면변형술(顔面變形術)을 이용하여 얼굴을 바꾸고 다녔다.
또한, 남들 눈에 띄는 그런 행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황보연이 있는 감숙의 비밀분타는 난주(蘭州)에 있었으므로 용과 석지란은 난주로 들어갔다.
*****
비밀분타에 가서 점심을 먹기에는 모호하여 두 사람은 주루에 올라가, 간단한 음식을 시키고 있었는데, 먼저 와 있던 청년들이 석지란의 모습을 보고 잠시 눈을 반짝였다.
좋은 옷감으로 만든 고급 옷으로 치장한 모습이 상당한 재력가 자손들로 보였다.
석지란을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였다.
“ 호오, 얼굴은 별론데, 몸매는 죽이는군. ”
“ 글쎄 말이야. 한 번쯤 품어 볼 만한 몸이네. ”
“ 야, 저 허리 봐라. 정말 곡선이 죽이지 않냐? ”
이런저런 음담패설(淫談悖說)을 하던 청년들은 마음이 동했는지, 몇 명의 청년이 용과 석지란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몇 사람이 혀를 차면서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 난주오공자(蘭州五公子)가 시비를 걸 셈이군. 누군지 몰라도 경을 치겠네그려. 쯧쯧. ”
“ 지난번에도 길에서 어떤 유부녀가 저 녀석들에게 걸려 욕을 봤다며? ”
“ 몰랐나? 그래서 목을 맸다고 하더군. ”
“ 권력과 재력이 있으니, 겁이 없는 망나니들. ”
“ 쉿, 소리 더 낮추게. 들리면 경을 쳐. ”
“ ··· ”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용은 들을 수 있었으므로 이 청년들의 정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난주오공자로 알려진 무리였다.
난주에 있는 세력가, 상단의 자식들로 난주에 있는 대 문파인 천선보(天仙堡)에 입문한 동기로, 그곳에서 처음 만나 뜻이 맞아 어울린 다음, 난주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무리였다.
워낙 아버지들의 위세가 높은지라 천선보에서도 어떻게 제어하질 못하고 포기한 상태였다.
용과 석지란은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부부처럼 보였다.
그래서 난주오공자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시정잡배처럼 시비를 걸었다.
“ 어이, 형씨. 잠시 데리고 놀다가 금방 보내 줄 테니 당신 마누라 좀 빌려주게나. ”
“ 그래, 잠시 빌렸다가 금방 되돌려주지. 배 몇 번 지나간다고 문제 될 것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
“ 뭐 그렇다고 그냥 빌리자는 것은 아니고, 되돌려줄 때 빌린 값도 치러 주지. ”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용과 석지란을 희롱했다.
용이 조용히 그러나 살기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네놈들은 누구냐? ”
그들은 용의 목소리를 듣고 버러지 같은 놈이 웃긴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 호, 이놈이 마누라 앞이라고 용써 네. ”
“ 웃기는 놈이군, 좋은 말 할 때, 말을 듣지? ”
“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
“ 우린 난주오공자라 불리는 사람들이지,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 알 거야, 하하. ”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용은 난주에서 굳이 말썽을 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석지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러자, 그자들은 눈알을 굴리며 화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어쭈, 이 잡놈이 우리를 무시하네. 이 잡놈의 귀가 막혔나? 참네. ”
“ 야야, 꼴에 자기 내자 앞이라고 기죽기는 싫은가 보다. 가만히 두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손 좀 봐주고 놀자. ”
“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어이, 흑돼지 네가 책임지고 손 좀 봐줘라. ”
자의(紫衣)를 입은 자가 청의(靑衣)를 입은 자에게 이야기했다.
“ 이런, 왜 내가 힘을 써야 하냐? ”
“ 인마, 네가 권이 제일 세잖아. 맛만 보여줘라. 그렇다고 지난번처럼 죽이면 안 되는 것 알지? ”
“ 젠장 ”
용은 기가 찼다.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니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용은 슬쩍 한 구석을 본 다음, 생각하였다.
‘ 이것들을 그냥 죽여버릴까? 아냐,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없겠지. ‘
더는 있기가 부담스러워진 그는 석지란을 번쩍 안고는 보법을 사용하여 간단하게 주루의 문 앞으로 간 다음, 순식간에 주루에서 사라졌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헉 ”
“ 귀, 귀신이다. ”
난주오공자라 불리던 자들도 너무 놀랐는지 벌벌 떨고 있었고, 그중에는 실례를 한 자도 있었다.
자신들도 어느 정도의 무술을 익혔으므로 용이 엄청난 고수란 것을 알 수가 있었고, 자신들이 방금 염라전의 문턱까지 갔음을 알았으므로 그런 모습을 한 것이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통쾌하다는 표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용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였던 고수가 한 명, 그 주루의 구석에 있었다.
그는 청성파의 속가제자로, 강호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청운검(靑雲劍) 복만호(卜萬豪)였다.
용이 의도적으로 화산파의 구궁보(九宮步)를 펼쳤는데, 그것을 알아보고 자세히 용을 살폈다.
용이 사라지면서 보여 준 무위는 일류고수 이상이었다.
화산파는 이미 몰락했다.
여러 다양한 이유로 살아남은 화산파 제자 중에서 일류고수 이상인 사람은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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