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길들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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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즈씨
작품등록일 :
2019.04.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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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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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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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의 조우 6

DUMMY

전투의 상흔이 휩쓸고 간 사원.

많은 이들은 전투 후 뒷수습에 들어갔다.

누군가는 상처 입은 형제들을 돌보고 누군가는 무너진 건축물의 잔해를 치우며 복원을 시작했다.


준구와 셰이나는 파손된 대법당 내에서 원담, 그리고 알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놈들이 빼앗아간 물건은 뭡니까?"


준구가 물었다.


"그 물건은 리볼이란 물건이요."

"리볼?"

"그렇소. 굳이 말하자면 이계와의 연결을 잇는 장치라고 할 수 있소."

"··· 이계?"


리볼이라니, 준구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기존 1회차에서는 등장하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그런 걸 노려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어디에 써먹을 곳이나 있나요?"

"혹시 다크엘프의 역사에 관해서 아시오?"


셰이나는 다크 엘프라는 말에 꿈틀했다.

자신의 혈통과도 관련있는 일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준구는 1회차를 통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었으나 원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에 일부러 모르는 체 했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먼 옛날이었소. 인간과 다크 엘프 사이의 전쟁이 있었지···"

"아, 아는 거네요."


준구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아는 이야기를 또 듣는 건 지겨웠다.


"그, 그렇소? 전쟁에 패한 다크 엘프들이 이계로의 문을 열고 사라진 것도?"

"아~ 네에네에. 다 알고 있어요. 뭐야, 신선한 정보라도 기대했는데···"


준구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뒷머리에 얹었다.

시큰둥한 반응에 원담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 아냐···! 그래도 들어줘. 다크 엘프들이 이계의 문을 열 때 사용한 물건이 바로 그 흑수정구, 리볼이야."

"···"


준구는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뭔가 중요한 힌트 같기는 한데 이게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당신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죠?"

"우리 동방비식 문파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승이요. 우리 1대조께선 다크 엘프와 교류가 있으셨지. 그 흑수정구 리볼 역시 다크 엘프가 맡긴 것이외다."

"맡겼다고? 다크 엘프가 너희 인간에게?"


셰이나가 캐물었다.


"그렇소. 인간과 다크 엘프의 전쟁이라고 하나 모든 인간이 다크 엘프를 적대시했던 건 아니었소. 아니, 오히려 일부는 호의적이었지."

"거짓말 하면 죽을 줄 알아."


셰이나가 협박했으나 원담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죽음을 두려워 하겠소? 제자들의 목숨도 그대가 구한 상황이니 나는 죽어도 아쉬울 거야 없소."

"역시 스승님···"


알칸이 그의 인품에 탄복하며 중얼거렸다.


셰이나는 다크 엘프에게 호의적인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다크 엘프는 뭐라고 하면서 그 물건을 넘긴 겁니까?"


준구가 다시 이야기를 리볼 쪽으로 돌렸다.


"아, 그걸 이야기하던 중이었지. 다크 엘프들은 세상에 위기가 닥치면 리볼을 이용해서 세계의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

"세상의 위기···?"


알칸이 의아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렇다면 얼마 전 마왕군이 인간들을 침략하기 시작했을 때 사용하셨으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 마왕군 따윈 세상의 위기라고 볼 수 없지."

"마왕군이 세상의 위기가 아니라고!?"


알칸과 원담이 주고 받는 말에 순간 셰이나는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

'마왕군 따윈'이라는 표현이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렇소. 마왕군은 인간의 위기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위기는 아니지."

"··· 그거 굉장히 미묘한 말이네."


갑자기 셰이나는 원담의 말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곤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음, 모습을 봤을 때 그대도 다크 엘프의 피가 흐르는 것 같소만. 틀림없이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겠구려."

"하···! 그래서, 꼬와?"

"아니, 별 말씀을. 그저 인류가 저질러온 수많은 죄들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소."


원담은 정중하게 사과했다.

인간이라면 이를 갈던 셰이나였으나 막상 이렇게 정중한 사과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까짓 노인네의 사과 한 마디로 될 일이 아냐!"


셰이나는 그렇게 외치곤 고개를 핑 돌려버렸다.

원담은 생각해보니 의아하다는 듯이 셰이나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마왕군 간부랑 아시는 눈치던데?"

"그래. 그놈들은 내 부ㅎ···"

"랄 친구였어!"


셰이나가 부하라는 말을 마저 내뱉기도 전, 준구가 크게 소리치며 끼어들었다.


"뭐, 뭐뭐? 이런 미친··· 나한테 부···"


셰이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이내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한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 손으로 냅다 내지른 주먹에 준구는 쳐맞았으나 역시 테이머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는 없었다.


"여성분인 줄 알았는데, 부랄친구가 있으신가요···?"

"하하! 제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 아, 소꿉친구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준구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 마왕군 간부와 부랄친구였다니, 발이 넓으셨군요."

"··· 그럼 아까 전에는 부랄친구의 숨통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알칸이 하는 말에 준구가 먼저 달려들어 해명했다.


"이 친구가 말이죠! 부랄친구가 악에 빠지는 것을 얼마나 설득해왔는지 아십니까? 눈물로써, 정의으로써 수없이 호소했는데도 그 마왕군 장군은 이 친구의 말을 안 들었다구요! 친구가 악행을 반복하며 타락에 젖어가는 것을 어찌 친구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처단한 거죠!"

"아...! 그렇습니까? 이 얼마나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우정인가? 숭고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말에 알칸은 한 떨기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한편 부랄이란 표현의 민망함을 어느 정도 덜어낸 셰이나는 준구의 뒷목을 잡고 끌었다.


"너 잠깐 나 좀 봐."


둘은 원담과 알칸에게 등을 돌린 채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너 아까 전부터 계속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제발··· 셰이나야. 문제 곤란하게 만들지 말자. 복잡해지잖아."

"뭐가 복잡한데?"

"마왕이라고 갑자기 그러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세상에 몇 없다."

"그러면 뭐라고 할 건데?"

"그냥 우린 사이좋은 모험가들인 거야. 내가 대장, 네가 파티원."

"··· 저기, 뭔가 긴히 이야기하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원담이 묻자 준구는 뒤돌았다.


"하하! 아닙니다. 잠깐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하던 이야기 마저 하시지요."

"흠··· 어쨌거나 다크 엘프들이 넘긴 물건을 우리는 소중히 간직해 왔었소. 언젠가 이 물건을 쓰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말이오. 하지만 결국 일이 이렇게 되는군."

"마왕군은 그 리볼이란 물건을 왜 탈취했을까요?"

"··· 적어도 마왕군이 세상을 위해 그 물건을 쓰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알칸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아마도."

"다크 엘프가 더 남긴 말은 없었습니까?"


준구가 그렇게 묻자, 셰이나는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 다크 엘프의 수장이랑도 만나봤다고 하지 않았냐. 왜 모르는데?"

"오, 그대는 다크 엘프도 만난 적이 있는 거요?"


'아··· 내가 그런 말도 했었지. 혜원맥이 다크 엘프라고 뻥치면서···'


의외로 그런 걸 기억한다 싶은 준구는 대충 둘러댔다.


"아니··· 그 냥반도 약간 치매 기질이 있어가지고···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줬어··· 오래 산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가벼···"

"··· 다크 엘프가 치매에 걸린다고?"

"하기야 다크 엘프들의 수명은 징그럽게 길다고는 들었습니다."


알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여하튼 별 다른 이야기는 크게 없었소."

"··· 그럼 결국 리볼이란 물건만 빼앗겼을 뿐이지 단서는 다시 끊긴 셈이잖아."


준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처럼 진엔딩에 접근하는 단서를 찾았나 했더니 다시 생각해야할 시점이란 말인가?

하지만 원담이 덧붙여 하는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아, 혹시라도 다크 엘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크 엘프들이 남긴 유적이 있소. 그쪽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떻소?"

"뭐··· 뭐요? 다크 엘프들이 남긴 유적?"

"그렇소. 아이언베커 지역에 남아있다고 들었으니,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지 않겠소?"

"아아, 알겠어. 그러지."


준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셰이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다크 엘프의 유적지라 하니 그녀도 군말 없이 따를 요량이었다.


"통성명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드리는군요."

"이름이 중요하겠습니까? 우리가 보낸 진실한 교류가 중요한 것이죠."

"제자들이 사원을 수복하는 일로 바쁘니 배웅은 나가지 못하겠구려. 양해부탁드리오."

"괜찮습니다. 그럼···"


그렇게 대답한 준구는 원담과 알칸에게 마지막 인사를 꾸벅하고 떠나갔다.

셰이나는 당연하단 듯이 아무 인사도 하지 않았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들의 등을 보며, 알칸이 원담을 넌지시 불렀다.


"스승님."

"아, 왜 자꾸 불러, 귀찮게."

"저는 이번 일로 제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왜, 저쪽 따라가고 싶어서 그러냐?"


원담은 눈치 빠르게도 선수를 쳤다.

괜히 숨기면서 빙글빙글 돌려가며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네, 그래요."

"쿨해서 좋구나. 사실 이번 싸움에서 너도 느꼈지? 그 백수단의 보스란 놈과 싸울 때 느꼈지만 이미 네 실력은 나의 그것을 이미 넘어섰다."

"··· 무슨 과분한 말씀을 하십니까. 스승님을 넘어선 제자따윈 없습니다."

"예끼, 거짓말로 둘러대는 말이 예의라고 생각하느냐? ... 너를 내 밑에 둬봐야 봉황을 새장에 가둬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어미 새의 역할은 여기까지구나. 알칸, 세상을 향해 날개짓하도록 해라!"

"···."

"대답 안 하냐?"

"너무 오글거리게 말씀하셔서요···"

"꺼져!"


원담이 화를 내자 비로소 알칸은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절대 작업하기 싫어서 나가는게 아닙니다! 공을 세워 돌아오겠습니다!"

"됐어, 안 키워! 빨리 꺼져!"


알칸은 준구와 셰이나가 사라져버린 능선 너머로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보며 원담은 흐뭇하면서도 아쉬운 듯한 기분이 젖어들었다.


"용사 님 밑에서 큰 인물이 되도록 해라."


··· 용사라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원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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