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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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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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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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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32화. 도플갱어? (2)

DUMMY

032화. 도플갱어? (2)






같은 프로그램 위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정이나 결과가 항상 동일할 수는 없다.

친구들의 가설들처럼 어느 시점의 우리 세계를 혹은 반대로 그들의 한 시점에서 우리의 세계가 카피되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복제된 세계이든 이쪽이 복제된 세계이든 그 안을 구성하는 요소가 같더라도 이야기의 흐름까지 동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운명론자에 입각한다면 두 세계의 모든 성향이나 과정, 결과가 동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넘었을 때 그곳에 나온 사람들도 모두 같아야 했을 것이다.


“안돼!”

“피해, 피해!”


벌써 세 번째 돌파 시도였다.

이쪽의 한국 사람들이 격론을 좋아하고 한 성질을 하는 것처럼 저쪽의 사람들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열고 보나 닫고 보나 안에 있는 물건은 변하지 않는다는 관용구가 있다.

이것은 어떠한 시각으로 보든지 어떠한 상태로 접근하든지 간에 그것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탐스러운 사과가 예쁜 상자 안에 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보며 맛있겠다, 빛깔이 곱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선물일수록 좋은 포장을 해야 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똥통에 빠져 있다면 과연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혹은 사과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그 사과를 볼 때의 심정과 사과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의 심정이 동일할 수 있을까?

진공 포장되어 냉장고에서 보관되는 사과와 실온에서 보관되는 사과가 똑같은 상태로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을까?

그러한 것들처럼 모든 물질이나 상황, 무엇인가를 평하거나 느낄 때, –사람은 모든 일을 각자의 심정으로 느끼고 평하고 다가서기 때문에– 각자 그것에 대한 감흥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시간적, 위치적, 감정 상태 등에 따라 느끼는 바가 또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었지만 모든 것이 똑같을 수는 없었다.

다른 서버에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케릭터를 만들어 플레이를 한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의 과정까지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 돌파 작전은 둘 모두가 동일한 작전을 들고나왔다.

이쪽이 저쪽을 평정하려고 하였던 것처럼 저쪽도 이쪽을 완전히 지우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게이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써 세 차례나 공수를 오가는 접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심각한 문제는···.


“끄어억··· 살펴줘···.”


가끔 가다 동일한 인물이라도 나오면 이 사람이 우리 쪽 사람인지 저쪽 사람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저쪽과 이쪽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각자 서로에게 표출하고 있는 적대감, 적의, 살의라고 말할 수 있다.

순수하게 감정의 판단으로 적아를 구분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구분법이지만 그것만큼 확실한 구분법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 전쟁에서처럼 팔에 완장을 차거나 두건을 쓴다고 하더라도 적이 똑같이 하고 있으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축구 경기를 하는데 유니폼이 똑같으면 얼굴이 달라도 실수가 빈번해질 것은 입 아프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니 말이다.

같은 표식을 지니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같은 편인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고, 잠시나마 주춤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 짧은 순간에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순수하게 적의에 대한 감정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했다.

헌데 이것에도 오류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아군도 며칠 동안 피를 말리는 공방을 이어갔더니 살기 자체가, 찢은 옷을 입을 것처럼 풀풀 날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같은 편에 대고 적의를 발산한 것은 아니었으나.

왜 있지 않은가?

가끔 친구들 중에 이유없이 수시로 아니면 항시 전투적인 사람 말이다.

매일 화가 나 있고, 성질만 내고, 내가 왜 저놈이랑 친구를 하고 있나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사람 말이다.

지금 사람들의 상태가 그와 비슷한 경지에 이르게 됐다.

얼마나 난폭해졌는지 이놈이 내가 알고 있던 놈이 맞나 싶을 정도였고, 어제의 그가 오늘의 그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니 적아의 구분이 조금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다.

물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근본적인 적의가 분명히 다른 것을 알아챌 수 있으니 완전한 적아의 구분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순간의 시간 속에서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이 잠깐의 시간이 생사를 구분하기도 했다.


“안 되겠습니다. 실행하시죠.”


결국 4차 난입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로 합의하였다.

이쪽이 저쪽을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저쪽도 마찬가지일 게 뻔했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오는 자들을 절대적으로 막아내고 이쪽에선 강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적들 사이를 돌파, 각자 내부로 침입하여 안에서 곪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던 것이다.

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일행의 돌파를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뚫렸다!”


하지만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우리를 버리는 자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미세한 틈을 찾은 일행은 무지막지한 화력을 집중하여 그곳을 뚫는 데 성공했다.

가득 찬 항아리에 작은 구멍을 내면 수압에 의해 맹렬한 기세로 물줄기가 방출되듯이 한 공간이 뚫려 버리자 지금까지 처절하고 완벽하게 막았던 저쪽 세계의 방어군은 어이없게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 장면은 마치, 방학식을 마친 초딩들이 교문을 나서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초딩들의 기세처럼, 뚫린 방어군들의 작은 빈틈 사이로 건일 일행을 포함한 일행 그리고 다른 공격 대원들이 각자 목표로 삼았던 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막아! 막아!”

“아아악!”


광화문 광장은 일순간에 비명이 가득한 오페라 광장으로 변했다.

세종문화회관이 바로 앞이라서 그런지 그 화음은 장엄하고도 웅장한 오페라와도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 속내는 전쟁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서대문형무소에서 들렸던, 악에 받쳐 내질렀던 처절한 비명소리처럼, 온 시가지가 참혹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헉헉, 어쩌지?”


적들이 포진되어 있던 공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산개하지는 않았다.

대략 50명 정도로 구성된 1팀이 서울역 근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적들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뚫린 것도 잠시, 에폭시 수지로 만든 강력접착제처럼 순식간에 구멍을 메웠고, 그 사이를 비집고 탈출한 반대편 세계의 강자들을 잡기 위해 특수팀을 꾸려 그 뒤를 뒤쫓기 시작했다.


“이제 흩어지죠. 이대로 몰려다니다가는 표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인원수대로 산개하여 각자 정한 목표지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입장권을 내면 모두가 통과할 수 있는 극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스타를 확인하고 우르르 몰려드는 사생팬처럼 적들을 뚫고 꾸역꾸역 이 세계로 들어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대다수의 대원들이 믹서기에 갈리는 아침 야채처럼, 양측에서 그라인더로 갈아 버리는 것처럼 대부분의 대원들이 새로운 세상을 구경도 못 해 보고 엄한 세계에서 불귀의 객으로 생을 마쳤다.

급한 대로 조원이 부족한 사람들끼리 팀을 재구성해 각자 정했던 위치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건일 일행은 원래 철로를 따라 그들이 살던 부천으로 향하려 했었다.

누가 뭐래도 제1의 타깃은 자신들과 동일한 인물들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일행 모두가 자신들과 동일한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누군가에 의해 죽기는 죽을 것이었다.

이왕 죽음으로 이 참극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자신들의 손으로 동류의 인간을 영면에 들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나 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철로에 사람들 확 깔렸어.”


곧이곧대로 철로를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철로 옆쪽으로 형성된 마을들을 따라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곳들도 철통 같은 경계가 발효되었다.

아마도 게릴라전에 투입된 인원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이 일대가 비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별수 없지. 우선 남영동으로 가자.”

“남영동? 거긴 왜?”

“남영동이 어디야?”


일행 대부분은 부천 촌놈이었다.

서울에 와 본 적은 있으나 유명하고 번화한 곳만 가 보았지 모든 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었다.

유명 중심지 외엔 지명에 약한 편이었다.


“그런 데 있어. 따라와.”


건일이 철로 옆으로 구성된 민가를 따라 남영동으로 향했다.

그곳도 서울역과 가까워 수색이 진행될 것은 예상 가능했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수색이 용이치 않은 민가에서 숨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남산 쪽으로 향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가야 할 방향과 맞지 않아 민가에 숨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가자.”


신속하게 움직였던 게 주요했던 모양이다.

일행은 어두워진 야밤이 되어서도 발각되지 않았다.


“아아악!”


하지만 밖에선 게릴라전을 위해 투입되었던 다른 팀원들이 사냥당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와야 하지 않을까?”


건일을 제외한 친구들은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지원을 해야 하지 않냐 하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건일은 그들의 손목을 붙잡았다.

게릴라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바로 비정함이다.

같은 편이 수색을 당하고 끌려가는 경우에도 모르는 사람처럼 냉정하게 행동을 해야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게릴라전에 투입된 대원 하나하나가 도구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는 경우에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 몰라라 매정하게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작전이 성공할 확률이 미약하게나마 상승할 수 있다.

고개를 흔드는 건일에게 친구들은 낯섦을 느꼈다.

조용할 땐 조용하고 장난칠 때는 장난끼가 다분한 친구였는데 이상한 세계가 된 이후로는 웃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냉혹한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이동.”


건일은 친구들의 서늘한 눈빛에도 묵묵하게 본래의 계획대로 그들을 이끌었다.

친구들보다 김과장이 그런 건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한강을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행로를 바꿨다.


“그런데 이쪽 세계에서도 길드를 만들지 않았을까?”


가능성은 충분했다.

본래의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쪽 세계도 길드를 만들어 지인들이 모두 모였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부천은 넓은 대지를 갖고 있던, 길드가 위치했던 남양주와는 정반대의 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래 살던 곳으로 먼저 가 보는 게 본래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남양주보다는 부천이 더 가깝기도 했다.


“우선 이동하자.”


본래의 계획대로 길을 잡은 건일 일행은 여의도, 영등포 등을 따라 부천으로 향했다.


“저기다!”


하지만 고지가 눈앞인데, 목전에서 발각이 되고 말았다.

확실히 서울 중심부를 벗어나자 경계가 헐거워졌다.

마음이 편안해졌기 때문일까?

부천과 가까운 온수역 근방을 지나칠 때 수색대에게 발각이 되고 말았다.

뒷길로 걸으면 한두 시간 내에 그들이 살고 있던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 뛰어. 내가 막는다.”

“미친. 같이 가야지.”


수색대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었다.

숫자가 적다면 모두 죽이고 이동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싸움이 일어나면 소란스러워질 테고 그 틈에 지원군이 몰려올 수도 있었다.

이럴 땐 바람잡이가 필요했다.

그리고 개인으로 봤을 때 그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누가 뭐래도 건일이라 할 수 있었다.


“과장님 부탁합니다.”


김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엄한 목소리로 달래 떠나보냈다.


“걱정하지 마. 나 안 죽어.”


일행을 어렵사리 떠내보낸 건일이 미끼를 자처했다.

그만한 미끼도 없었다.

아니, 이제 보니 미끼가 월척이었다.

월척인 건일이 뒤쪽에서 호각을 부는 수색대를 향해 방향을 전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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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040-2화. 나로 인해 생긴 이 그림자는 나의 것인가? (2) +2 19.05.26 211 4 7쪽
40 040-1화. 나로 인해 생긴 이 그림자는 나의 것인가? (1) 19.05.25 230 5 6쪽
39 039화. 수학 +2 19.05.24 229 5 12쪽
38 038화. 탐욕의 정체 19.05.23 274 6 12쪽
37 037화. 순리와 역행 19.05.22 251 6 12쪽
36 036화. 숨바꼭질 19.05.20 249 7 13쪽
35 035화. 기필코 19.05.17 246 6 12쪽
34 034화. 도플갱어? (4) 19.05.16 258 6 11쪽
33 033화. 도플갱어? (3) 19.05.15 272 6 10쪽
» 032화. 도플갱어? (2) 19.05.14 305 5 13쪽
31 031화. 도플갱어? (1) 19.05.13 322 8 12쪽
30 030화. 화룡 길드 19.05.10 335 7 10쪽
29 029화. 허용관 19.05.09 330 6 12쪽
28 028화. 소문난 게이트 19.05.08 398 8 12쪽
27 027화. 벌써 1년 19.05.07 334 7 10쪽
26 026화. 던전 클리어 (2) 19.05.06 354 6 10쪽
25 025화. 던전 클리어 (1) +1 19.05.04 386 9 12쪽
24 024화. 새로운 세상 (3) 19.05.02 394 7 11쪽
23 023화. 새로운 세상 (2) 19.05.01 370 7 13쪽
22 022화. 새로운 세상 (1) 19.04.30 365 9 13쪽
21 021화. 새로운 문 19.04.29 396 8 12쪽
20 020화. 게이트 19.04.26 409 7 12쪽
19 019화. 목숨 19.04.25 422 8 14쪽
18 018화. 여섯째 손가락 19.04.24 521 7 14쪽
17 017화. 잠자는 사자의 코털 19.04.23 463 6 12쪽
16 016화. 협력 퀘스트 19.04.22 500 7 13쪽
15 015화. 정말 은밀할까? 19.04.19 518 9 10쪽
14 014화. 선물 꾸러미 19.04.18 503 11 14쪽
13 013화. 귀환 19.04.17 513 11 13쪽
12 012화. 홍안의 살귀 19.04.16 517 7 13쪽
11 011화. 20년을 준비한 전쟁 19.04.15 558 8 12쪽
10 010화. 동류同類 19.04.12 568 8 12쪽
9 009화. 광폭화 19.04.11 575 7 11쪽
8 008화. 광혈의 조각 +2 19.04.10 606 7 14쪽
7 007화. 광기의 침식 +1 19.04.09 633 8 14쪽
6 006화. 오십인장 (2) +1 19.04.08 672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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