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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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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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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로베아 가도 - 01

DUMMY

시간이 어느덧 흘러 우리가 라파스에 다녀온 지도 벌써 3주는 더 전의 일이 되버렸다.

우선 쉬기로 했던 4일 이래로 그간 각자 밀렸던 트레이닝이며 퀘스트들에 매진하느라

상대적으로 훌쩍 지나갈 정도로 바삐 지냈음에도

이상하게 그 시간들이 내겐 영 지루하기 짝이 없는 건 비단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딱히 쓸 일도 없는 이 값비싼 애물단지를 사는데 재산의 대부분을 소비해서

빠듯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1,000골드라는 거금을 공금으로 쓰기로 한 덕분이 크게 부족함없이 윤택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슬슬 만 한 달을 초과해 이제는 지불하게 된 아파트 공과금 또한 이 공금에서 나가는 덕분에

당장 내가 돈쓸 곳이라곤 끽해야 직업길드 트레이닝 비라든지

간간히 오가는 길에서 군것질 같은 일에 쓰이는 잔돈이 전부인지라

이 퀘스트들 자체만으로는 썩 벌이가 대단찮아도 지내는 데 불편할 일이 없었다.


성장 자체는 찌르기에서 특히 일취월장이라 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무려 4급,

길다고 짧다고도 하기 어려운 시간이었으나

부던히도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그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애매했던 육감 같은 부분 또한 4급까지 끌어올려

웬만한 주력 스킬들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곤란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건 기동력마저 아직 4급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간 가장 노력했던 게 바로 이 기동력이었다.

실버 울프들 건에서 느끼는 바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나인크리드가 말했던 기준인 5급이 눈앞에 있다보니

좀더 본격적으로 뛰며 트레이닝했지만 좀처럼 성장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실 거예요.

흔히들 물리 계는 4급까지는 쉽다고 하잖아요.

5급부터가 문제지.”


난 왜 이걸 지금 처음 듣는 걸까.


“하. 형, 전 요즘 오러 기초 배우고는 있는데 큰 진전이 없어 고민이네요.

개념부터가 너무 생소해서 감조차 안잡히는 거 있죠.”


“오러?”


“네. 왜 그 무협지 보면 나오는 그런거요.

대개 물리계 직업군은 다 있는 것 같던데,

형 모르셨어요?"


"알면 이렇게 놀랄 리가 없잖니, 친구야."


그 말에 피식 웃는다.


"하긴. 뭐, 듣자니 각 직업마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라 더라구요.

일단 기사는 빨리 배우면 배울 수록 좋다고 해서 손대고 있었죠.”


그러고 기사 클래스의 오러 활용에 대한 별로 안 궁금한 설명이 더 이어지는데,

대개 두 가지.

하나는 방패에 실어 더욱 견고한 방어가 가능케 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

이게 정말 신기한 거 였다.


“포획이라는 일종의 오러 밧줄을 만드는건데요.

이걸로 상대를 잡아당기거나 이동을 저지하는 식이더라구요.

이 포획 때문에라도 기사는 빨리빨리 배워야 한다고들 그러던데,

하···.

기마술은 정말 빨리 느는데 오러는 진짜······.”


확실히 탱인 이 녀석에게 그런 스킬이 있으면 내 생존률이 대폭 늘어날 테니

녀석이 쓸 수만 있으면 나야 대환영이긴 한데···.

진척 없어 보이는 이 반응으로 봐선 아직 큰 기대하기는 어려울 성 싶다.


“평균 4급 수준이 되면 배울 수 있다니 형도 가능하실 것 같은데 알아봐보세요. 한번.”


“그래야겠네.”


물론 건성으로 대답한 것이었다.





이스칼, 라파스의 일에 대해서는 끝내 뚜렷한 얘기없이 넘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변명만 늘어놓고 사과없이 사라져 버린 일이 화도 났고 굉장히 실망했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단순히 녀석은 스스로가 사과한 줄 알고 있었던 것뿐인데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졌다.

그렇다고 막상 다 지나고 나서 다시 언급해 따지는 일도 치졸하기 짝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녀석이 댄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나 또한 지극히 옳은 일로서 인식하는 이상

결국 파묻혀 이제는 딱히 별 생각도 안 들고 그러려니 싶기만 하다.

요는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다.


- 사각사각.


그리고 지금은 홍라 녀석 머리하러 오는 길에 마주쳐 얼떨결에 끌려온 상황이고.


“흠······.”


내가 여태까지 본 녀석의 모습 중 가장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다.

나참.

그나저나 여태 플레이하면서 이런 덴 처음 와봐서 꽤나 신선하다.

제일 신선한 건 가위로 머리를 서걱서걱 자르는데 머리가 더 길어지는 물리법칙 엿바꿔 먹은 게임적 허용.

제아무리 머리로는 그래도 게임이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생각한들

짧은 숏컷 머리에 가위질하니 머리가 자라나는 모습이란

그 머리칼의 주인인 홍라 본인까지 무슨 키메라 같은 합성생명체로 보이게끔 하기에 딱 좋았다.


지금 홍라가 한 머리는 긴 생머리에 옆머리 조금을 묶은 짧은 포니테일,

누가 해도 청순하기 이를 데 없는 머리라 그런지

답지 않게 여성스럽고 참해 보이고 막 그런다.


‘너도 여자긴 하구나?’


물론 이런 입을 실제로 담으면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되니 각별히 주의.

아무래도 이쯤은 되야 이런 왈가닥도 좀 여자처럼 보이,


“···오빠 지금 저한테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하신 건 아니시지요?”


“네,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눌려 존댓말이 나와버린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걸 못 알아 들을 리도 없고,

영 못마땅하게 노려보기만 하길래,


“어? 지금 머리 예쁜데?”


“됐거든요?”


하여튼 이런 거 낌새 알아채는 건 귀신이 따로 없네.

제발 전투할 때도 이래줬으면 이 오빠는 더 바라는 게 없을 것 같은데.


“흠. 근데 역시 이게 제일 낫겠죠? 녹라가 좋아하려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서 계산까지 마치는 걸 보니

본인도 마음에 들긴 한 모양이다.


“이거 혹시 작업 들어오는 건 아니겠죠?”


네, 아니겠죠.

일행 아닌 척 하고 싶다. 그냥.


- 딸랑.


흔들리는 종소리의 미용실 문 밖으로 나오면서 일러둔다.


“그럼 난 다시 길드간다.”


“아. 왜요.

같이 와주신 거 미안한데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요.

제가 사드릴께.”


님, 저 커피 안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거 진짜 사기꾼이 따로 없네.


“됐어. 그냥 저녁 밥이나 좀 맛있게 해주라.”


“···그거 남녀차별적인 발언인 거 아시죠?”


오호라. 이걸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런 거창한 건 모르겠고 그냥 너가 요리 제일 잘 해서 그런 거야.

분업 몰라, 분업?”


“치. 정작 오빠는 뭐 하는 거 하나도 없잖아요.”


“난 실전파라서 말이야.

지금은 겉쩌리지만 실제 전투 중에 빛을 발하는 일종의 에이스 같은 거지.”


“어머어머, 이 오빠 좀 봐?

그럼 살림 아예 안하겠다는 소리예요?”


어, 들킴.


“아, 몰라.

앞으로 힐 안 줘.

오빠 국에 침 뱉을 거야.

저 파업이요.”


“제가 많이 잘못했습니다. 아우님.”


그러니 팔짱까지 끼고 거만하게 으스대기까지 한다.


“에헴. 제가 착하니까 특별히 봐드리는 거 아시죠?”


“네, 뭐라구요?

뭐가 어쩌고 어째?”


이러니 딱 -_- 이런 표정이나 지으며 뚱한 척 토라진 척 삐진 척 툴툴거린다.


그러고 노닥거리고 오는 사이에 어느덧 서광대로까지 도착한다.

피차 볼 일이 각자 있으니 슬슬 장난은 이쯤 해두기로 하고,


“그럼 저녁에 봐.”


“네, 저녁에 봐요~.”


녀석 게이트 쪽으로 보낸 뒤 나는 도둑 길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이지 요근래에 거의 박혀있다시피 하는 도둑 길드이건만

트레이닝도 퀘스트도 뭣도 진전 하나 없다는 건 아무래도 속 터지는 일인 건 분명하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의 신비감따윈 뭐 이제는 기억도 안나고 그냥 집이기만 해서,

그런 면에서 보면 나 스스로가 봐도 좀 찌든 것 같긴 하다.

뭐든 성취라 할 만한 게 있으면 좀 의욕이 돌아올텐데

4스킬 4급, 풀 4따리 입장에선 그냥 뭐든 다 시큰둥하게만 여겨진다.


그렇다고 트레이닝을 건성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진짜 왜 진전이 없는 건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아까 홍라가 불러내지만 않았더라면

오늘 또한 맹목적으로 늘 하던 트레이닝이나 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오늘 같은 날은 자고로 권태에 찌든 일상 중에 샛별처럼 영롱하게 그 빛을 발하는 특별한 날인 것이다.

이런 날에 술이 빠져서야 곤란하다.

늘 시키던 진저 에일도 몰리고,

이번엔 마리골드나 시켜보고서,


‘녹라가 말하던 오러나 배워볼까. 도둑도 있는 것 같던데.’


진심도 아니면서 그런 척만 하고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참이다.


- 웅성웅성.


또 무슨 대단찮은 해프닝이라도 생겼는지 퀘스트 보드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갑론을박하고 있다.

저 사람들도 어지간히 할 일 없나보다.


‘어? 나도 그런데?’


그럼 나도 물론 참가해야함이 마땅하다.


- 읏챠.


머리만 자리에 둔 채 식탁 위에 얹어 놓은 몸통을 번쩍 일으켜

그 쪽으로 다가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다.


“무슨 일인가요?”


처음 보는 남자다.

근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막 들떠서 친한 척 군다.


“지금 퀘스트보드에 레이드가 떴다나봐요.”


오호라.

여태까지 레이드급 퀘스트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뜨기는 처음이니 들뜨는 것도 무리는 아니긴 한데,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쓸데없이 공간 전체를 조밀하게 꽉 채우고 있는 게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든 인파 헤치고 다가가 눈으로 그 퀘스트를 어디 한번 살폈더니

평소라면 늘 비어있을 퀘스트보드 최상단에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는 내용,


- <퀘스트, 대장 반달곰 토벌 명령>

- 아르테미스 북서부 산길인 로베아 가도에 출몰하는 대장 반달곰을 토벌하라.

- 보상 : 9,000 골드솔


“와, 미친.”


9천솔이라고? 진심?


“와···. 이거 실화냐···.”


“미쳤네.”


“아, 9천솔···.”


왜 다들 감탄을 연발하는 지는 잘 알게 됐는데

그럼 왜 아무도 이 퀘스트 지를 집길 꺼려하는 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런 무지막지한 보상을 보고도 손빨고 구경만 하는 그 이유란,


- 지원조건 : 중급 이상의 기사를 동반하는 10인 이상의 파티에 한함.

또한 파티원의 명성 총합이 500을 넘어야함.


아무리 이 정도의 파티가 순식간에 짜지거나 하진 않겠으나 어떻게든 구한다면 구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아무도?


- 퀘스트 취소, 실패 시 해당 파티는 포상금으로 제시된 금액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하며 파티에 소속된 기사는 기사 자격을 박탈함.


과연 그렇구만.

배상금은 둘째치고 이 기사 자격 박탈이 치명적이다.

운전면허 같은 것처럼 정지됐다가 풀리고 그런 건 아닐 테고,

또 녹라 녀석이 정식으로 기사 서임 받았을 때 뛸 듯이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이래서야 하려는 기사가 없겠구만···.’


메인 탱인 기사 구하는 게 쉽지 않을 테니

결국 이 퀘스트를 어줍잖게 받는들 이도 저도 안될 리스크까지 있다.

근데 거기다 한 술 더 뜨기로,


- 본 퀘스트는 여덟 개의 권장직업군 각 길드에 일괄적으로 배포되었으며,

그 중 단 한 명의 퀘스트 수락자가 나올 시 본 퀘스트 지는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하···.

이거 시간까지 촉박하다는 말인데,

어떡한다.

받아가면 이스칼이 어떻게든 해주기야 하겠지만 녹라가 진심으로 울겠는데.


“흠······.”


이 정도의 인파가 8배는 더 될 텐데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아무래도 기사 자격 박탈이란 패널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님을 반증한다.


필수 직업이되 그렇잖아도 인구가 제일 적은 편에 속하는,

이른바 귀족 직업군이다.

고달픈 초반 육성, 천문학적인 장비값 등을 어렵게 고생하며 돌파해 일정 궤도까지 올랐는데

이런 퀘스트 하나에 여태까지의 모든 고생을 건다는 게 결코 간단한 얘기도 아니다.

기사 연무대 쪽에도 이 퀘스트지가 배부됐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게 그 증거겠지.


- 이스칼 : 혹시 지금 퀘스트보드 앞인 사람?


웬걸 갑자기 코코아톡 메시지가 온다.


- BreezeBurn : 나. 왜?


- 이스칼 : 지금 빨리 그 대장 반달곰 좀 받아줘.


- BreezeBurn : 이걸? 괜찮겠어?


- 녹차라떼 : 헐????????


재깍 반응하는 걸 보니 녀석도 퀘스트보드지 앞이었나본데

잠자코 있던 걸로 봐선 어지간히도 하기 싫었나보다.


- 녹차라떼 : 이스칼 형, 진심이세요?

- 녹차라떼 : 바람이 형, 안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이거 실패하면 진짜 죽어요.

- 녹차라떼 : 아 ㅠㅠㅠㅠ


예상은 했는데 아주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네.

이윽고 메세지 끝, 남은 1까지 사라졌다.

홍라도 봤단 말인데,


- 홍차라떼 : 흠······.


- 녹차라떼 : 홍라야 너도 말 좀 해봐.


- 홍차라떼 : 흠············.


아마 9천솔의 금액을 본 게 틀림없구만.


- 녹차라떼 : 야!


꼭 무슨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 마냥 처절하기 짝이 없다.

역시 그냥 안 받는 게 좋겠,


- 이스칼 : 안돼. 이거 무조건 해야 돼.


- 녹차라떼 : ·····················.

- 녹차라떼 : ㅁ니알ㅋ티;차ㅜㅎ먼ㅇ라ㅓ;퉃ㅋ


멘탈이 게슈탈트 붕괴를 일으킨 게 틀림없다.

불쌍하기도 하지.


- 이스칼 : 지금 내가 도저히 그럴 형편이 못되서 그러는데 바람아, 일단 퀘스트 좀 받아줘.

- 이스칼 : 걱정 마. 나 이거 예전에 깨본 거야.


- 홍차라떼 : 오, 진짜요?


- 녹차라떼 : 정말요?


- 이스칼 : 응. 근데 그 땐 우연히 얹혀가서 깬 게 다였긴 하지만


- 홍차라떼 : 흠. 그렇군요.


- 녹차라떼 : 아··· 안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이스칼 : 녹라야, 잘못 되서 기사 잘리면 내가 책임질게.


- 녹차라떼 : ······어떻게요?


그건 나도 좀 궁금하긴 했다.

잠깐의 정적 이후,


- 이스칼 : 아무튼 이 퀘스트, 앞으로 우리가 길드 차리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 이스칼 : 라파스 원정도 그랬는데 이 퀘스트는 그 연장선상이지.

- 이스칼 : 아무튼 바람아, 이거 꼭 받아와야 돼.


- 녹차라떼 : 저기··· 이스칼 형···?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녹라,

그걸 설득하려는 이스칼,

다시 그걸 뿌리치려는 녹라.

상의하는 건 좋은데 얘기가 너무 길어진다.

이래선 누가 채갈 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 BreezeBurn : 이거 깰 수 있는 거지?


- 이스칼 : ㅇㅇ. 준비할 시간도 좀 필요하긴 한데 일단 받아만 와.


- BreezeBurn : ㅇㅋ 받는다.


- 녹차라떼 : 음. 저 형들? 저 파탈해도 되나요?


결국 다시 녹라와 이스칼 간의 릴레이가 이어지는데 그러라 내버려두기로 하고,

퀘스트 지를 집으려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 툭.


누군가와 손을 부딪혔다.


‘틀림없이 경쟁자.’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퀘스트지를 확 잡아채서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 <퀘스트, 대장 반달곰 토벌 명령>의 수락의사를 보인 행위로 인정되어 타 길드에 있는 모든 퀘스트 지가 사라집니다. 퀘스트 지를 길드 로비에 제출하면 정식으로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본래 자리로 돌려놓으면 페널티없이 퀘스트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이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한껏 감탄과 함께 나를 주목하는 인파들이 물러서는 쪽으로 걸어간다.

무슨 모세의 홍해처럼 갈라지는 것도 그렇고

이만한 사람으로부터 경외의 주목을 받는다는 게 썩 나쁘지 않다고 생,


- 텁.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는다.

근데 그 힘이며 감촉이 영 여리여리한 게 어째,


“야.”


역시나 여자였···는데 야?


“너 뭔데 사람이 집으려는 걸 가로채고 난리야?”


“하?”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상판이나 한번 보려 돌아섰다.

키는 보통,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 인상,

목소리부터 앙칼지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인상은 무슨 생긴 것부터 영 날카로운 게 딱 봐도 성깔 한번 더러워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근데 니 성깔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미치시려면 곱게 미치세요.

퀘스트 지에 니꺼 내꺼가 어딨어?

그리고 야?”


이 쯤이면 충분히 신사적으로 대답한,


“내놔.”


말이 안 통하는 미친년이었네.


“내놓으라고!”


이 한 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그만 이성의 끈을 놓쳐버렸다.


작가의말

앙 박탈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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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1 19.06.24 143 2 12쪽
12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0 19.06.18 153 1 19쪽
1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9 19.06.17 163 2 11쪽
1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8 19.06.16 197 2 13쪽
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7 19.06.14 185 3 12쪽
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6 19.06.05 213 2 17쪽
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5 19.06.02 211 4 12쪽
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4 19.05.30 257 3 19쪽
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3 19.05.29 299 4 19쪽
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2 19.05.27 400 5 25쪽
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1 19.05.26 529 8 24쪽
2 #00. P-2 붕괴 19.04.24 642 6 18쪽
1 #00. P-1 상실, 그것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시작된다. 19.04.19 1,090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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