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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작품등록일 :
2013.10.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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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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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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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로베아 가도 - 05

DUMMY

그렇게 아파트 단지 내로 돌아온 우리는 상가의 적당한 곳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나 한번하고 헤어졌다.


“참. 야. 홍라 너 아까 내 점심값 내준다고 하지 않았어?”


다 뿔뿔히 흩어지고 우리 넷만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그게 생각 나 홍라에게 물었더니,


“오빠. 그건 점심 값 내준다고 한 거지, 저녁 값 내준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어처구니는 없는데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긴 해서 그냥 샐쭉하게 노려보기만 하더니 배시시 웃기만 한다.

조만간 한번 골려줘야겠다 다짐하고서 배도 부를 겸 느긋한 봄의 밤바람에 취해 가벼이 한 마디 던졌다.


“그나저나 어떻게 잘 풀리긴 했네.”


“그러게요. 설마 이렇게 참가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이스칼 덕분이지. 그 상황에서 그걸 역으로 협박해서까지 상황을 뒤집었으니까.”


“뭐, 내가 잘 대처한 것도 사실이긴 한데···.”


그냥 재수없다.


“운이 따라줘서 가능했던 거지.

마침 그 퀘스트를 훔쳐간 게 바로 옆방 사람들이었고,

또 그 소란 덕분에 그걸 알게 됐었으니까.”


소란하니까 낮에 있었던 그 일이 떠올라 괜히 숙연해진다.


“다시 하는 말이지만 그 일은 아무튼 미안하게 됐어.”


“아니야, 뭐. 결과적으론 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니까.”


뭐, 상대가 이렇게 말하니 나야 다행인데,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결과 떠나서 그냥 내가 실책이 맞는 건 변함없다.


“원랜 우리 거였던 퀘스튼데 25%밖에 못 받게 됐으니.”


그럼 만약 결과가 나빴다면 그건 책망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뒤따랐으나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에이. 그건 저 언니 성격이 저 모양이라 그렇게 된 거죠.

그게 어떻게 오빠 탓이예요.”


네가 웬일ㄹ,


“아, 물론 무시 안하고 퀘스트부터 받았어야 할 걸

그 장단에 어울린 건 오빠 탓 맞긴 하지만요.”


솔직히 녹라만 아니었으면 다리 몽둥이를 세 번은 부러뜨려 놨을 것 같다.


“에이. 그래도 아까 밀러 형한테 떽떽거리는 거 봤잖아?

그 사람 많은 직업 길드에서,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꽥꽥 소리질러 대면 거기에 안 말리는 게 힘들 걸?”


그러고는 나한테 엄지 치겨들며 입꼬리를 씰룩거리는데,

역시 녹라 녀석 뿐이···.


“그냥 여기 당하고 저기 당하시기만 한 건데, 잘못이라고 할 것까지야.”


“이 것들이 진짜.”


이 자식들 오늘 지금 세트로 송장되고 싶은 게 틀림없다.


“에헤헤.”


“흐흣.”


어느덧 늘 익숙한 18동으로 들어선다.

늘 지나는 로비를 건너 목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즈음에 홍라가 사뭇 장난기 빠진 채로 묻는다.


“그런데 이스칼 오빠. 전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응.”


“우리 달랑 25%만 먹어도 괜찮은 거예요?”


아픈 데를 찌르는 건가 했는데 장난기가 없으니 그냥 딴청 피우며 잠자코 듣기만 했다.


“전 솔직히 오빠가 대단히 반발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듣고 보니 그랬다.

A고 B고 그런 걸 유난히 따지는 성품의 소유자이니 분명 이런 손익에도 대단히 민감할 법 했는데.

지당한 홍라의 말에 나도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러게. 듣고 보니 유난히 잠잠한데. 저 쪽에도 묘하게 협력적이고?”


“혹시 뭐, 이번에도 저희가 모르는 이유라도 있는 거예요?”


- 땡!


엘리베이터가 오길래 넷이 또르르 들어선다.

녹라가 10층 버튼을 누르는 사이 그렇게 둘이서 묻는 구도에 이스칼은 답지 않게 주저한다.


“···이스칼 오빠?”


녀석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뭔가 대단한 이유라도 있다는 걸까.


“이유라. 있지.”


이윽고 입을 떼니 셋 다 그 뒷 내용에 집중해 사뭇 조용해 진다.


- 드르르륵.


평소에는 크게 들리지도 않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다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이 퀘스트의 막대한 보상, 제아무리 9,000골드짜리 퀘스트인들 사실 그 보상은 아무래도 좋아. 진면목이 따로 있어.”


또또또.


“오빠? 제가 한번만 더 이러시면 화낸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거기에 굳이 아랑곳하지는 않는다.

표정이 여느 때보다 진지한 터라 반 장난으로 면박하던 홍라마저 그 분위기에 말려 잠잠해 진다.


- 땡.

- 10층입니다.

- 드르르륵.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앞에 있던 이스칼이 나선다.

나서다 말고,


“근데 이 부분만큼은 당분간은 나만 알고 있을게.

저 쪽 사람들한테 새어 나가 봐야 우리한테 좋을 건 없으니까.”


그렇게만 우리에게 일러 두고 마는데,

솔직히 다른 사람이 같은 말했으면 몰라도,

늘 이런 식으로 굴 때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놈이니만큼 더더욱 뭐라 말하기도 그렇다.

셋이 멀뚱히 서있기만 하다가,


- 문이 닫힙니다.


“어, 잠깐.”


다시 내려갈 뻔한 걸 홍라가 다급하게 열림 버튼으로 여는 것으로 우리 셋은 저만치 앞서 가 있는 이스칼 쪽으로 따라 붙었다.

따라 붙으면서 여태까지는 별 말 없던 녹라가 먼저 말을 꺼낸다.


“아음···.

저는 뭐 형이 말씀하시는 거니 그러려니는 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늘 이런 식이어서야···.”


뭐 그렇지.

뭔가 최소한의 그럴 듯한 설명이라도 있어야 적어도 납득만큼은 하고서 믿고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

한두 번도 아니고 늘상 이러니 슬슬 답답할 때도 됐는데,

이건 녹라가 말을 잘 한 것 같다.


“좋아. 그럼 이번엔 힌트를 줄게.”


“힌트?”

“힌트요?”

“힌트요?”


이건 또 뭔 생뚱맞은 소린 지 모,


“너네도 답답은 할 테니까 직접 한번 맞춰 보란 얘기야.”


말을 해주면 해주는 거지 힌트는, 하음.

뭐 그래도 여태까지에 비하면 한결 낫긴 하다.


“그 힌트는 바로 이번 토벌이야말로 우리가 저번에 다녀온 라파스 원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한 것이라는 거야.”


“본래···.”

“···목적?”

“···그런 게 있었어요?”


여태 그냥 짭짤한 퀘스트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내막이 따로 있었다고?


“맞추면 이번 토벌에서 받는 내 몫까지 다 몰아줄게.”


“오!”

“우와!”

“진짜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격렬한 반응에 또 피식.

9,000에 25%면 2,250,

여기서 4분의 1이니 562골드.

이거 받고 내 것까지 합치면 1,125골드.

현재 1골드당 6600원이니 합치면 742만원.


“대신 알게 되더라도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해?”


“그럼요!”

“당연한 걸 가지고.”

“으히히힛.”


정말로 딱히 돈에 관심 없는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근데 형, 힌트 더 주시면 안 되나요?”


하지만 이 말까지 들었음에도 그 실실거림은 멈추지를 않았다.




정식으로 퀘스트 지인 로베아 가도로 떠나는 건 이틀 뒤였기 때문에

그 다음날은 백수 형의 통솔에 따라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각자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야 라파스에서 워낙 짭짤했어서 장비 면에서는 크게 손댈 것이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생필품이나 비상 물품을 준비하는 데 할애했다.


“오빠. 이 모자 어때요?”


중간에 샛길로 샌 홍라의 쇼핑에 어울리는 바람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가긴 했으나,

워낙 이스칼이 닥달해댄 덕분에 평소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

뭐, 해질녘쯤 되서는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하겠단 생각은 안들만큼 준비가 다 됐다.


“로프, 텐트. 비상용 포션 몇 병. 흠. 이거 말고 더 필요한 게 있을려나.”


“부싯돌.”


“아!”


“그건 내가 샀고. 또 보자. 각자 쓸 침낭에 모포에.”


뭐 내내 이런 식이었다.

정리 다 끝내 놓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그럼 당분간 또 일정이 길어질 테니까,

바깥에서 지내는 데 필요한 준비 같은 거 오늘 중으로 다 해놓기로 하고 나가자.”


마침 오프라인으로는 12시에서 18시 사잇날이여서,

초저녁인 지금 나간들 이제 막 오후 4시 즈음,

당분간은 집밖에 나갈 일 없이 계속 붙어 있게 될 테니 오늘은 홈마이너스나 다녀와야지.


“어, 음···. 오빠? 근데 이번 퀘스트 실패하는 일은 없겠죠···?”


나가려니까 거실에서 홍라가 이스칼에게 묻는다.

나나 이스칼이나 녹라나 빤히 쳐다 보고 있으니,


“아니, 요즘 번 돈 팔아서 생활하고 있긴 한데.

이번 퀘스트 실패하면 저희 파산이라···.”


뭐, 그건 나도 그랬다.

역시 라파스 원정이 크긴 했어서, 이 라파스 다녀오고 맡게 된 퀘스트들 벌이가 썩 쏠쏠해 이거 현금으로 조금씩 팔아 생활하고 있던 건 나도, 이스칼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걱정 마.”


“그렇죠? 실패할 일 없겠죠?”


이스칼이 빙긋 웃는다.


“실패하면 내가 돈 꿔줄게.”


그 한 마디로 따라 웃으려던 홍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지는 건 참 볼만했다.


‘뭐······.’


나라고 수입이 게임 돈 파는 것 뿐이니 걱정 안 되는 건 아니긴 한데,

이스칼 놈.

웬만해선 돈 잘 안 쓰는 타입이다 보니 꿍쳐둔 돈 많을 거다.

여차하면 나도 꿔야지.

그렇게 로그아웃하고 홈마이너스가서 오랜만에 사회 공기도 좀 맡으면서 필요한 거 적당히 사뒀다.


- 잔액 : 3,370원.


······이거 퀘 실패하면 나도 큰일날 것 같은데.

영 애매한 상황에 안팎으로 필요한 것 이것 저것 사대다 보니 안팎으로 빈털.

하루짜리 퀘 적당한거 하면 웬만하면 10솔 이상은 먹으니까

그거 팔 때까지는 이스칼에게 앵겨 붙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 파티장 [이스칼] 님께서 [밀러] 님의 원정대 신청을 수락하였습니다.


- [밀러] 님의 원정대에 참가합니다.


- [녹차라떼]님께서 원정대에 참가하셨습니다.


- 파티장 [티라제인] 님께서 [밀러] 님의 원정대 신청을 수락하였습니다.


- [파티마]님께서 원정대에 참가하셨습니다.


- [플로리스]님께서 원정대에 참가하셨습니다.


- [홍차라떼]님께서 원정대에 참가하셨습니다.


- [밀바스림]님께서 원정대에 참가하셨습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북서쪽에 위치한 연병장, 흔히 기사 직업의 직업길드라 불리는 곳에 모여 퀘스트를 수령했다.


- 원정대장, 밀러 님으로부터 <퀘스트, 대장 반달곰 토벌 명령 >을 공유 받았습니다.


- <퀘스트, 대장 반달곰 토벌 명령>


- 내용 : 아르테미스 북서부의 왕국 중요 거점 중 한 곳인 붉은 요새로 향하는 길목, 로베아 가도에 출몰하는 대장 반달곰으로 인해 기사단의 보급과 상인들의 교역에 치명적인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왕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야수를 소탕해 국법의 지엄함을 널리 증명해야 합니다.


- 보상 : 9,000 골드솔


- 기사단 칙명 퀘스트


- 달성 조건 : 대장 반달곰 완전 소탕.


- 실패 시 왕국의 위신을 떨어트린 대가로 기사단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형성되며 시드미어 왕국 내 명성이 대폭 하락합니다.

또한 이 퀘스트의 책임자는 기사 자격이 영구 박탈됩니다.


퀘스트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포기 시 시드미어 왕국의 국적을 가진 모든 이와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며 왕국 전체에 그 악명이 퍼져 왕국 내에서 어떠한 형태의 공공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앞으로의 게임 플레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국왕의 이름으로 척살령이 수배되며 페널티 없이 살해 가능한 상태가 “도망자” 신분으로 변경됩니다.


- “도망자” 상태의 플레이어를 살해한 플레이어는 왕국으로부터 현상금 및 명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퀘스트 취소 시 실패 패널티가 그대로 적용되는 강제 퀘스트입니다.


- 퀘스트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허···.”


“와, 이건 좀 위험한 거 아냐?”


“미친. 이게 다 뭐야? 저기요?”


다들 술렁일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퀘스트에선 찾아보기 드물 만큼 빡센 조건과 페널티.


“좀 세네요.”


“그러게. 겁 좀 주는데?”


우리 팟만 이런 식이니 사람들 시선엔 간덩이 제대로 부은 놈들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선 사전에 밀러 형이랑 먼저 와서 퀘스트 진행을 하고 있던 백수 형이 설명한다.


“워낙 큰 판이니 이 정도 페널티는 원래 붙어.

그리고 각 파티장, 이스칼이랑 티라제인 두 친구들은 주목해.

분배 설정할 거니까.”


- 부원정대장 [동네백수형] 님께서 원정 보상 비율을 지정하였습니다.

1. [밀러] 님의 파티 : 50%

2. [이스칼] 님의 파티 : 25%

3. [티라제인] 님의 파티 : 25%

동의하십니까?


“네.”

“네.”

“네.”


각자 동의함으로서 출,


“저기, 백수 형님.”


이스칼이었다.


“응. 말해.”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은데요.”


이제 와서?

내 귀에도 썩 곱게 들리지 않는데 그걸 지휘하는 입장에선,


“···조건이라고?”


“아니, 뭔.”


“밀러.”


백수 형이 밀러··· 형을 제지하고는 침착하게 묻는다.


“생각 깊은 너가 이유 없이 이러진 않겠지.”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냥 퀘스트 완료하고 보고하러 가는 걸 제가 가겠다는 겁니다.”


“그건 곤란해.”


그렇겠지.

9,000솔이면 대략 현금 6천만원이다.


“너 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그만한 금액을 맡기기엔 무리가 있어.

안됐지만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정 그러시다면 밀러 형이나 백수 형 대동해서 가는 조건이라면 저도 크게 이의는 없겠습니다.”


뭐 이렇게까지 나오면 크게 말릴 이유는 내가 봐도, 저 쪽 입장에서도 없겠다.

근데 그것도 출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이런다니,

수상쩍은 것도 여간 수상쩍은 게 아니다.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보상금 수령은 우리 밀러가 할 거야?”


그러니 어깨를 으쓱거린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 미심쩍은 시선으로 못마땅하게 이리저리 이스칼을 훑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딱히 손해 볼만한 건더기가 없으니 이내 어렵사리 수긍은 한다.


“뭐···. 좋아.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거 안될 거야 없겠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저도 따라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티라제인마저 갑자기, 뭐 두 파티끼리만 보고하러 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니 그럴 싸는 하다.


“그러자.”


- [이스칼] 님께서 지정된 보상 비율에 동의하셨습니다.


- 만장일치로 동의된 해당 비율이 고정됩니다. 이 시각부터 이 비율은 변경할 수 없습니다.


- 위 사항은 모험가 조합의 법무팀의 관할로서 ‘서약서’ 형태로서 기록이 보존됩니다. 이를 어길 시 대한민국 현행 법에 의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와 관련된 얘기는 그 쯤에서 매듭이 지어 졌고,

이젠 슬슬 출발을 할 때가 왔다.


“그럼 세부적인 설명을 할게.”


이어지는 백수 형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우리는 기사단에서 퀘스트 용으로 제공받은 보급마차 한 대를 지원받았다.


“수습기사 렘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습기사 스카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덤으로 수습기사인 토착민 둘까지 덤으로.


“이 친구들이 마차 운전이나 캠프 경비 등의 잡무를 담당해줄 거야.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운전하거나 하기엔 체력 안배에 영향이 미치니까.”


뭐, 그렇단다.

근데 저 친구들 표정으로 봐선 지원 목적이 아닌 감시 목적이 더 강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이 마차야.”


우리가 라파스에 타고 왔던 마차랑은 한결 규모가 더 컸다.

열세 명이나 타고 갈 마차이다 보니 규모도 널널했고 무엇보다 튼튼한 천장과 가림막이 있어 도중에 눈 좀 붙이거나 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이걸···.”


“···타고 간다구요?”


19호실 사람들은 이런 마차 여행에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꽤 크네요.”


“과하지 않나요?”


반응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상이하니 우리를 바라보는 백수 형의 시선이 한결 친근해진다.


“뭐, 올 땐 빈 손으로 오는 게 아니라 곰 사체를 직접 실어와야 하니까.

물론 그 일도 이 친구들이 해줄 거고.”


어째 내가 이런 일을 맡으면 굉장히 힘도 빠지고 투덜댔을 것 같은데 눈썹 하나 까딱 안 하는 이 친구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다.

어쨌든 얘기는 그렇게 마무리됐고, 연병장 한쪽 구석에 정차 중인 마차에 너도 나도 올라타니 드디어 출발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


“잘 부탁하겠네.”


기사단의 꽤 직책 있음직한 중년 기사가 대동한 몇몇 사람들 앞에 나서서 근엄하게 배웅한다.

그 말의 대상은 다름아닌 대장 밀러 형.


“맡겨만 주십시오.”


내 눈에는 영 엉성해 보이는데 그 기사의 눈엔 퍽이나 믿음직스럽게나 보이나 보다.


“출발하겠습니다.”


“이럇!”


- 찰싹.


- 히히히히힝.


- 달깍달깍달깍.


이윽고 우리가 도란도란 나눠 앉은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연병장 문이 열리고 그 앞을 지키던 기사들의 환송을 뒤로하고서

만월 광장을 기준으로 서광대로와 직각 교차하는 월영대로로 빠져 나온다.


“멈추십시오.”


이윽고 서문에 이르렀다.

밖에서 뛸 때야 자주 봤으나 이렇게 안쪽에서 나오는 건 처음이군.


“근위기사단 수습기사 스카일이다.”


기사라 밝히자마자 병사가 재깍 경례한다.


“충성!”


“행선지는 붉은 요새 방향의 로베아 가도.”


스카일이 뭔가 서류뭉치를 넘겼으며 그걸 확인한 근위병이 다시 건네고는,


“확인됐습니다. 건승하십시오. 충성!”


그걸로 드디어 아르테미스 서문을 유유히 빠져 나온다.


‘라파스 갈 땐 남문으로 나갔었는데.’


머나먼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 따라 쭉 늘어진 마차의 행렬을 뒤따라 어느덧 저만치 멀어져 가는 서문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이윽고 집을 떠나 왔으며, 라파스랑은 다른, 또다른 모험이 다시 시작될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감기와 카드 요금은 참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 같아요


주사 맞으러 병원을 갔으나 연휴인 게 함정 -ㅅ-


얼른 주사 맞고 요즘 좀 느슨해진 연재 페이스 부릉부릉 올리겠습니 ㅇ ㅅㅇ/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 이딴 데서 발목 잡혀 있을 수가 없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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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0. 라파스 영지 - 07 19.08.14 97 3 13쪽
27 #00. 라파스 영지 - 06 19.08.12 91 2 18쪽
26 #00. 라파스 영지 - 05 19.08.08 120 3 16쪽
25 #00. 라파스 영지 - 04 19.08.06 102 3 17쪽
24 #00. 라파스 영지 - 03 19.08.02 161 4 21쪽
23 #00. 라파스 영지 - 02 19.07.31 92 2 17쪽
22 #00. 라파스 영지 - 01 19.07.29 113 1 13쪽
2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9 19.07.25 118 1 23쪽
2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8 19.07.23 115 4 18쪽
1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7 19.07.19 114 3 25쪽
1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6 19.07.16 120 3 9쪽
1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5 19.07.14 118 1 14쪽
1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4 19.07.09 116 2 15쪽
1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3 19.07.04 136 1 15쪽
1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2 19.06.25 142 1 15쪽
1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1 19.06.24 143 2 12쪽
12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0 19.06.18 153 1 19쪽
1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9 19.06.17 163 2 11쪽
1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8 19.06.16 198 2 13쪽
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7 19.06.14 185 3 12쪽
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6 19.06.05 213 2 17쪽
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5 19.06.02 211 4 12쪽
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4 19.05.30 257 3 19쪽
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3 19.05.29 299 4 19쪽
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2 19.05.27 400 5 25쪽
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1 19.05.26 529 8 24쪽
2 #00. P-2 붕괴 19.04.24 642 6 18쪽
1 #00. P-1 상실, 그것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시작된다. 19.04.19 1,090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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