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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작품등록일 :
2013.10.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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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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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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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00. 로베아 가도 - 18

DUMMY

작위 수여식이 완전히 끝나 나가려는 차에 모두를 불러 세우는 이가 있으니,


“얘들아. 너네 저번에 회식할 때 밀러가 말하던 거 있지?”


백수형이었다.

나가려는 길까지 막아서서 말하는 통에 반강제로 주목하게되니 거기에 누군가 볼멘소리로 투덜투덜.


“네, 그것 때문에 파티 해산도 못하고 있어서 얼마나 성가신 지 모르겠는데요.

좀 처리 좀 해주세요.

제발.”


미리 누나,

그런데 백수형이 그녈 보고 실실거리며 대답하더라.

그 모습이 솔직히 좀 신기했다.


“오늘 뒷풀이 자리에서 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 좀 나눠볼까 하는데.

다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지?

가능하면 누구 하나 빠지지 말고 다 참석했으면 하는데.”


여태까지 끈 것도 그렇고,

지금 뭔가 분위기를 잡는 게 뭔가 큰 발표 하려나보다.


“저 바쁜데요.”


홍라까지 뻐튕긴다.


“오늘도 밀러가 쏜대.”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됩니까, 오라버니?”


어휴.


아무튼 그동안 이 일 때문에 다들 큰 프로젝트없이 지냈을 거기도 하고,

무엇보다 해까지 슬금슬금 져가는데 스케쥴이 있을 리가 없지.

결국 만장일치로 수긍, 그렇게 해서 전에 모였던 그 자리, 푸른 독수리로 우르르 몰려갔다.


“어? 근데 이스칼은?”


어, 그러고보니···.

잠깐, 이 녀석 언제부터 없었던 거지?


“아. 이스칼이라면 아까 볼 일 좀 볼 게 있다고 좀 늦을 테니 먼저 먹고 있으래.”


거기엔 아까 같이 있었던 밀러 형이 대답,

근데 백수형의 표정이 미미하게 어두워진다.


“괜찮아. 그건 내가 미리 물어봤어. 하겠대.”


무···슨?


“그럼 다행이고.”


둘이서만 주고 받는 말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가 잠깐.


“이상하지 않아요? 이 밤 중에 볼 일이라니.”


홍라 녀석이 내게 소곤소곤 묻는데 뭐, 짚이는 게 없는 건 아니다.

그 ‘차 한 잔’을 굳이 이 시간에 마시기라도 한다던가.

그 비슷한 게 아닐,


“오빠?

뭘 아는 게 있으신 표정이신데?

혹시 이스칼 오빠 어디간 지 아세요?”


이 녀석은 왜 이런데서만 눈치가 빠른 걸까.


“뭐.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잖아.

정말 뭐 볼 일 있는 거겠지.”


물론 라파스 얘기.

녀석도 썩 알아들은 모양인지,


“흠······.”


그러고만 만다.



아무튼 사람 모아놓고 회식은 순탄히 진행됐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웬, 사람이 하나도 없는 모습에,


“오늘 여기 전세냈어.”


전세?

그러니까.

왕국 최고 번화가의 금싸라기 땅에 있는,

최고 맛집의 피크 타임에 전세라고?


“그러니 마음껏 마셔!”


대체 여기 전세하느라 얼마나 들었을는지 감조차 안오지만,

뭐 상황보니 테이블이 딱 우리 11명 마시기 좋게 세팅도 다 되있는 걸로 봐선 아마 물리는 건 말도 안되겠지.

형들이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여기선 그냥 모른 척 어울리기로 했다.


대충 밀러 형이 오늘 와줘서 고맙다느니 여태 수고했다느니 하는 말이 오가고 나서,


“다들 이미 눈치들 챘겠지만, 난 이 멤버로 길드를 차렸으면 해.”


그렇겠지.

이럴 것 같긴 했다.

이만한 인원을 굳이 묶어둘 만한 걸 떠올리려면 길드 뿐이니까.


“레이드 끝나고 며칠 동안 우리끼리 생각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이 정도의 멤버가 모였는데 그냥 해산하는 게 너무 아까워.

물론 중간엔 썩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닌 건 맞는데.

어떻게든 잘 해결도 됐고

무엇보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라 썩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더라고.


너희같이 괜찮은 녀석들을 또 내가 어디가서 또 만나나 싶은 마음이 제일 크고,

이 멤버대로라면 좀더 먼 곳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도 생겼고.”


근데 우리 파티 입장에선 이스칼 없이 뭐라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는 형편이기도 하고,

솔직히 모르겠다.

여태 넷인 게 익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일, 너무 껄끄러운 일을 많이 겪었다.

그야 밀러 형들이야 상관없는데,

마음이 영 안 내킨다고 해야할까.


“너넨 어떻게 생각해?”


뭐, 내 이유야 어쨌든 이스칼없이 뭐라 답할 형편이 못되는 건 사실.


“저···. 말씀은 감사한데 저희 파티는 아직 사람이 다 모인 게 아니라 확답을 드리기가···.”


“응?”


“네?”


뭐지?

이 형이 왜 여기서 이런 반응을?


“이스칼이 아무 말도 안했어?”


이건 또 뭔 소리야.


“이스칼요?”


“아뇨? 그런 적 없는데요?”


“무슨 말이요?”


“이상하다?

아까 나한테 말하기로 너네한테 코톡으로 미리 설명 다 해놓을 거라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네?”


그 말 듣고 셋이서 후닥닥 코톡 켜서 확인했더니,


- 이스칼 : 아, 얘들아.

- 이스칼 : 직접 말로 전하고 싶은데 그럴 겨를이 없어서 코톡만 이렇게 남길게.

- 이스칼 : 나중에라도 확인해두라고.


- 이스칼 : 사실 지금 밀러 형이 우리 넷, 길드 가입하지 않겠냐 그러더라구.

- 이스칼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난 여기에 참여할 거야.

- 이스칼 : 형한테는 일단은 너네 의사는 존중해야한다고는 전해놨어.

- 이스칼 : 그게 순서니까.

- 이스칼 :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너네 셋도 여기에 따라와줬음 좋겠어.

- 이스칼 : 아무튼 중간에 기회되면 직접 말로 설명할게.


“허.”


“하.”


있다.

지금 상황을 짤막하게 설명한 내용이 단톡방에,

그것도 심지어 수여식 시작하기도 전인 몇 시간도 훨씬 전.


“흠. 아무래도 얘기가 중간에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으니까 내 쪽에서 다시 정식으로 얘기하자면,

이스칼에게는 제일 먼저 권했었고 녀석은 여기에 흔쾌히 수락했어.

그리고 만약 너희한테 권했는데 너희가 이 내용을 모른다 싶으면 코톡 확인해보라고 말해주라고 했었고.”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어쩌죠?”


이건 셋 다 예상 못했던 거라 녹라가 적잖이 당황해서 내게 묻는데.


“아니, 근데 좀···. 언질도 없다가 느닷없이 이래 버리면···.”


“오빠도 오빠 나름대로 그럴 겨를이 없었던 거 아닐까요?

실제로 오빠도 그 얘기 들은 게 식 준비하던 도중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래서 듣자마자 얘기한 게 이걸 거고.”


그 말 듣자마자 녹라가 좀 갈피가 잡힌 듯했다.


“뭐, 이스칼 형 이러는 거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고···.

평소랑은 또 다르게 코톡에 이렇게 남겨놨으니 남은 건 저희끼리 상의하면 되겠네요.”


그러곤 홍라더러,


“넌 어떡할 거야?”


“해볼려고. 이스칼 오빠 말 들어서 손해본 적은 없으니까.”


“흠······.”


모양새가 이래서야 거부감이 살짝 드는 건 사실인데

그래도 녹라 녀석 말대로 이 정도면 녀석 나름 배려를 안한 것도 아닌 것 또한 사실.

라파스에서 훌쩍훌쩍 사라져놓고 마지막에 가서 다 털어놓는 것보다야 상당히 발전한 편이긴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 회의적이던 기분이 조금은 되돌려진다.


‘그래도 해야겠지.’


“바람이 형?”


물론 백수형 말 때문에 근래 들어 뭔가 영 못마땅했던 건 맞긴 하다.

근데 그건 다 우리 파티 잘 되려 한 일이었을 거고,

적어도 우리 셋에게 있어선 그런 면 보인 적 없이 늘 적극적으로 챙겨왔다.

이만한 의혹을 내가 품고 있다고 한들 여태까지 우리가 녀석에게 받은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적어도 녀석의 덕을 정말 많이 봐온 내가 이런 말을 해선 안되는 거겠지.

그건 염치가 없는 거다.


“해보자.”


사실 생각해보면 이 정도로 깊이 생각할 만한 일도 아니다.

해보고 아니면 관두면 될 일인데.


“이스칼도 한다니까. 뭔가 생각이 있겠지.”


그 말에 녹라가 안도하며 부드럽게 웃는다.


“역시 그렇죠?”


“다행이다.”


문득, 백수형.


“개인적으로 바람이는 꼭 좀 들어와줬으면 했는데.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있었거든.”


이런 유난스런 반응이 역시나 부담스러운 걸,


“···그럼 저흰 참여하던 말던 상관없다는 뜻인 거예요?”


홍라 녀석 덕분에 곧바로 무마된다.


“야! 그건 아니지, 임마.

바람이도 딱 들어오고, 너네도 딱 들어오고.

그럼 얼마나 좋니.”


“치. 저 그냥 가입 안할래요.”


“오빠가 바리스타 경력 10년이 넘는데,

가입하면 매일 아침 커피 직접 내려줄게.”


“헛. 제발 저 좀 받아주시지요, 오라버니.”


어휴.


- 끼이익.


그러는 중에 전세 낸 가게로 들어서는 누군가.


“제가 많이 늦었지요?”


다름아닌 그 이스칼.


“어, 왔네.”


“오셨어요?”


녹라 옆의 자리에 자연스레 앉으면서 다짜고짜,


“어디까지 얘기하셨어요?”


“마침 잘 왔네.”


“여기 잔 하나 더 주세요~.”


“애들 다 하기로 했어.”


“다행이네요.”


홍라가 여기에 달려든다.


“오빠.

이런 거 있으면 미리미리 좀 말해줘야 되는 거 아녜요?”


아까는 그럴 형편 어쩌고 하더니 막상 이스칼 오자마자 갈구고 앉았다, 이 기집애.


“그럴 수밖에 없었어.

워낙 정신없는 상황에 듣다보니 이렇게 되버렸네.”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이스칼 근데···.”


“응?”


묻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이대로 가는 거, 넌 괜찮아?”


바로 녀석이 우리에게만 털어놨던 언젠가의 다짐.


- “넌 너가 길드 차릴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형들 길들어 가는 거. 괜찮은 거 맞아?”


그 때 말했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굳이 이렇게 사람 많은 자리에서 굳이 물었다.

오가는 시선 교환으로 녀석도 알아챈다.

내가 지금 뭘 말하려는 건지,

구태여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았던 그 부분.

정작 이걸 알아들은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응. 계획대로야. 아주 문제없이 순탄해.”


나도 의아하고 홍라, 녹라도 의아해서 다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와중에,


“그래.”


딱 이것만으로 매듭 지어버렸다.

머릿속으로야 당장이라도 묻고 싶었다.

‘길드. 너가 차리는 것 아니었어?’ 라고.

근데 그 본인이 그것도 이렇게 확고하게 괜찮다고 해서야

주변인에 불과한 입장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그런 걸로만 해두고서 덮어둔다.


“그럼 20호실은 다 들어오는 걸로 된 거다?”


눈치껏 상황을 수습한 밀러 형이,


“네.”


“네.”


적당히 우리 의사를 확실시해두고서 시선을 저 쪽으로 돌린다.


“19호실 너흰 어떻게.

생각 좀 해봤어?”


그렇지.

이 사람들도 대답이 아직이었지.


“저희도 좀 너무 갑작스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근데 우리가 시간을 끈 사이 이미 상의가 끝났는지 르제가 내놓는 그 대답이 꽤나 간단명료하다.


“솔직히 20호실에는 귓띔 줘놓고 저희한텐 이제 와서 말한다는 게 좀 홀대한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타당한 지적이긴 한데 너무 플로리스 너답다.


“저희도 만장일치로 찬성입니다.”


결과적으론 좀 의외였다.

우리야 그렇다치더라도 19호실까지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을 줄 알았는데.

뚜렷하게 뭣 때문에 반대할 거다, 그런 건 없었어도 영 안내켜 할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고분고분하다.


“뭐, 남는 게 더 많은 건 사실이니까.”


과연 그렇구만.


“파티마. 거기까진 굳이 말 안해도 되잖아.”


“자자.

그럼 얘기 정리해보면.

이 자리 전원이 가입하는 거고 반대는 없는 거지?”


없다.


“그럼 이 자리에 있는 열 한 명, 앞으로 한 길드 식구로서 잘 지내보자.”


거기에 상투적인 박수가 뒷따르고,

그것이 잦아들 즈음에 들어오는 르제의 질문 하나.


“근데. 길드 창설하는 거 예삿일이 아니지 않아요?

엄청 까다로운 걸로 아는데.”


응?


“맞아.

저도 관심은 있어서 전에 한번 알아보니까 필요한 서류는 무슨 산더미처럼 있고,

길드 예치금까지 어마어마하던데.”


와. 길드 차린다는 게 그 정도로 성가신 거였어?


“보통은 그냥 길드사무소가서 신청하고 가입비 내면 끝, 그런 식 아닌가요?”


홍라의 질문에 냅다 미리 누나가 반박한다.


“얘는? 그랬음 벌써 진작에 우후죽순 생겨났겠지.

왜 아직까지도 길드 만들었단 얘기가 없겠어.”


그건 또 그렇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 불가능한 조건은 또 아닌 것 같은데.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어.

바로 영향력 있는 귀족의 승인을 받아야만 창설 가능하다는 점,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길드 창설하러 그 많은 서류며 돈까지 다 구해왔는데 그 승인 하나 못 받아서 모조리 퇴짜맞는다는 거.

이거 꽤 유명한 일환데···.

설마 너네 다 모르는 거?”


진짜 별 쓰잘데기 없는 데서 더럽게 요구하는 게 많네.


아무튼.

그런 내막까지는 모르고 있던 나머지 모두가 멀뚱하게 밀러 형만 쳐다보자,


“그게 관례래.

다른 토착민 길드들도 다 그런 식으로 창설됐다고 하고.

아무래도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보니까 이런 모임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좀 까다롭더라구.”


“뭐, 그럼 저흰 상관없겠네요?

바로 이 자리에 귀족 한 분이 계시니까?”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실실.


“그게 꼭 그런 것만은 또 아냐.

말했듯이 ‘영향력 있는’ 자의 승인이 필요한 거니까.

이제 준남작 나부랭이가 승인한다고 승인될 리가 없잖니.”


어라.

그럼 우리 이거 큰일난 거 아닌가?


“하. 뭐야 그게. 더럽게 쫀쫀하네.”


“그거 그럼 다른 귀족한테 부탁하면 되는 거 아녜요?”


“그게.

토착민들 입장에선 모험가들이라는 이방인들에 대해 알려진 게 전무하다보니 누구도 이 허가를 안해주려고 하는 게 문제지.

여태까진 그걸 누가 승인해준 전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귀족들 입장에서도 그걸 꺼리고 있어서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해.

그런 전례가 나타나기 전에는.”


“쉽게 말하면 사인 한번 잘못해줬다가 책임질 일 만들기 싫다. 뭐 이렇게 되는 건가.”


“그런 셈이지.”


“하. 결국 뭐든 처음이 문제라는 거네요.”


“그렇지. 그 처음 생기는 길드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어째 말을 하는 뉘앙스가 대단히 수상쩍기 짝이 없다.


“그럼 저희, 길드 못 만드는 거네요?”


이 말에 형들 둘이 묘하게 실실거리며 재밌다며 쳐다보는 게···?


“이스칼?”


여기서 갑자기 이스칼을?

형 말에 녀석은 인벤토리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서 내민다.

대충 종이 한 장,

근데 그 내용이.


- 길드 창립 허가서.


“허?”


“어?”


“뭐야, 이거.”


중간에 거추장스런 미사여구와 함께 가입비나 서류 등등 파격적인 조건들이 주렁주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명란에 씌여진 멋들어지게 휘갈긴 수려한 서명.


“아벨.”


“아서.”


“시드미어!?”


하. 그럼 그렇지.


“면 설마!”


이 자식 늦게 온 이유가 이거였네.

진짜 2왕자랑 접점 생기자마자 바로 써먹는게 좀 소름끼친다.


“사실 이거 때문에 늦게 온 거였습니다.”


그러고 특유의 얄미운 실실,

그걸 형들 포함 셋이서 그러고 있으니,


“아. 좀 이런 건 뜸 들이지말고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할 거 아니야!”


누가 짜증내더라도 이건 진짜 할 말이 없다.

왜 사람 간을 보고 난리들이야, 이 양반들이.


“미안미안. 생색 좀 내봤어.”


이건 솔직히 이 세 사람이 세트로 잘못했다.


“어쨌든 이스칼이 이 서류 한 장 받아와준 덕분에 돈도 시간도 노력도 아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목 살살 까딱거리면서 하는 밀러 형의 말을,


“모험가가 창설하는 최초의 길드가 지금 여기서 탄생한다고 할 수 있겠죠.”


이스칼이 받는다.

하긴 그 놈의 허가라는 덕분에 우리가 최초긴 하지.

2왕자라는 강력한 빽으로 아주 날로 먹었다는 점에선 좀 양심의 가책을 느껴도 될 것 같은데.


“솔직히 밀러 형이 너무 저자세로 물으시길래 별 생각없었는데.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감개무량한 거였네요?”


감개무량은 무슨.


“그럼, 임마.

너희한테 제의해준 걸 영광으로 알아, 이것들아!”


이 아저씨들 이러려고 뜸들인 거였구만.


“크흣. 역시 우리 형님뿐입니다.”


녹라님, 님 언제부터 그 쪽에 붙으셨어요?


“참.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됐나요?”


“가장.”


“중요한 거?”


말 꺼낸 르제가 답답하다,


“길드명요. 길드 이름.”


아.


“뭐 정해두신 거 있으실 거 아녜요?”


아무 생각없이 말했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꽤 미적지근하다.


“그게···. 아직 이름까지는 생각 안해봤는데···.”


맙소사.


“어, 저 길드명 구리면 그냥 안들어가도 되나요?”


“너 혹시 죽고 싶니?”


안되나보네.


“혹시 좋은 이름 없을까?”


거의 떠넘긴단 느낌이 강하긴 한데,

뭐. 이러는 것도 재밌겟다 싶어 어울려 보기로 한다.


“음.”


“기사단?”


“너무 무난한데.”


“모험가?”


“그건 안될 걸.”


“개나리?”


“너 개나리로 맞아본 적 없지.”


“바람?”


순간 누가 나 부르는 줄 알았다.


“그걸로 하면 쟤가 길드 마스코트 되잖아.”


“어, 그럼 제가 길만가요?”


아무 생각없이 던졌는데 플로리스가 진심으로 혐오스러워한다.

저 썩을 년.


“음. 일단 그건 너무 밋밋해.”


그걸 시작으로 정말이지 수많은 길드명이 오고는 갔는데 모조리 퇴짜.

딱히 끌리는게 없는지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근본없는 릴레이는 시간이 꽤 지나서조차 계속됐는데,


“댕댕이.”


“내복단.”


“트라팔가초등학교.”


그냥 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하다.

대놓고 장난으로 툭툭 던지며 아무렇게나 얘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흠······.’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국은 이 길드명 정하는 건 밀러 형이란 말인데,

그럼 그 밀러 형 취향에 맞는 이름을 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대충 여태까지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대충 그럴 듯하면서도 딱 들었을 때 강한 인상을 주는,

뭐 그런 느낌을 바라나 본데,


“흑사자.”


아무 생각없이 하나 툭 뱉었더니,


“······응?”


뭔데. 순식간에 분위기 조용해지더니 다들 나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다.


“역시 별로겠.”


“그거네.”


응?


“그렇죠?”


아니, 이게 좋다고?


“아니···. 그···. 좀더···.”


“바람이가 이름 하나 참 잘 지었네.”


“아니, 그게 더 괜찮은···.”


“그러게요.”


뭔 말을 못하게 하냐.


“저기, 여보세요?”


이거 지금 단체로 나 놀리는 건가?


“이의 있는 사람? 없으면 이걸로 한다?”


“아니, 저 이의있다니까요?”


“오케이. 그럼 오늘부터 우리 길드 이름은 흑사자 길드다?”


와. 놀리는 거 맞네?

이 썩을 양반들?


“아니, 저기요.”


갑자기 밀러 형이 벌떡 일어나며 잔 들더니,


“자! 그럼 짠 한번 할까?”


여보세요.


“흑사자 길드를, 위하여로. 자 다같이!”


어후.


“흑사자 길드를!”


“위하여!”


“위하여!”


“예!~”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근데 마시자마자 바로 또 잔을 올리는데,


“그럼 오늘 이 자릴 마련해주신 2왕자 전하를 위하여.”


이런 미친,

그럼 여기 전세낸 게 그럼 2왕자 돈이었어?


“건배!”


“와! 건배!”


“만세!”


어휴.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향하고 있던 중, 불 다 꺼진 길거리의 적당한 벤치에 앉아있던 참이다.

당장이야 방에 돌아가 잠이나 좀 자고 싶었으나,


“으헤헤. 바람아. 술 먹자.”


“너너너너너너. 자꾸 그러면··· 딸꾹. 누나한테 아주 그냥 혼쭐!··· 나는 수가 있어···?”


유감스럽게도 자리는 여전했고 지금은 이 진상들을 피해 잠시 도망나와 있는 참이다.


“후.”


날씨는 늦봄의 밤날씨,

약간 쌀쌀은 한데 썩 추운 편은 아니라 주황색 아르테미스 야경에 젖어있긴 딱 좋은 정도.


‘이렇게까지 진탕 마신 것도 극초반에 무료 이벤트 할 때 정도였지.’


혹은 라파스 공략하고서 기사들이랑 섞여 마셨던 날이라던가.

뭐 어쨌든 이만한 취기에 이만한 선선청량함,

곧잘 보긴 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야경.

역시나 담배 땡긴다.


- 드르륵.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잠깐 술집 문이 열렸는데 그 너머로 어마어마한 술판의 편린이 느껴진다.

좀 있음 들어갈까 했는데 그냥 여기 계속 있어야겠다 싶은 가운데,


“바람이?”


누군가 나 알아보고 다가온다.

다름 아닌 이스칼.


“왔어?”


“왔어.”


그러곤 자연스레 내 옆에 털썩.


“후! 다들 진짜 술 잘 마시네.”


“그런 말하는 것치고는 너무 멀쩡한데.”


“그런가?”


그러고 서로 피식 웃고 말았다.

잠깐은 어색,

근데 가만보니 이건 기회였다.

내가 녀석을 의심했고,

또 그걸 아직까지도 품고 있던 탓에 느낀 소원함.

오늘 밤은 적당히도 취했고 자리도 이렇게 적당히 마련도 됐으니 이런 감정을 떨치고 털어내기엔 더없이 훌륭하다.

해서 입을 열었다.


“이스칼.”


“응?”


“안에서 못 물어봤던 거. 마저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뭘 말하는 지도 잘 알면서 꽤나 흔쾌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한테 있어선 늘 숨기는 것도 없었고.

더군다나 이런 태도 탓에 웬지 미안해진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너 원래 계획에서 얼마나 틀어진 거야?”


꽤나 돌려서는 말했으나 결국 길드 이야기.

본래 이 녀석은 직접 길드를 차릴 생각이었다.

지금은 밀러 형이 창설하는데 가담하게 됐고.

그러니 본래 계획과는 어느 정도 멀어진···


“흠.”


잠깐을 꼬은 다리를 까딱까딱대고 고민하더니,


“거의 없지?”


난 이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치만···.”


“들어봐.”


그러다 다시 다리를 푼다.


“사실 이번 일 끝나는대로 우리끼리서 길드 차릴 생각이었거든.

본래 그럴 계획이었단 건 너도 잘 알테고.

근데 마침 형이 먼저 제의해주더라구.

뭐, 순서의 차이가 조금 있는 것만 빼면 전부 예정대로야.

지극히 순조롭다 할 수 있지.”


‘아니, 좀.’


아니다.

이 녀석 원래 이렇지.

이건 설명을 해줄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즉 내가 왜 이 질문을 던지는지 핀트를 못잡은 거지.

그러니까 다소 좀 물어보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될 일이다.


“근데 그 말대로라면. 밀러 형 길드에 들어가는 게 손해 아니야?”


“손해라니?”


“그렇잖아.

길드 창설 조건이 전부 통과되는 건 네가 가져온 허가서 덕분인데.

그걸 밀러 형들에게 줄 게 아니라 우리가 주도해서 만들었어도 됐을 거잖아?

실제로 지금 길드의 소유자, 즉 길드마스터는 밀러 형으로 되어있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형들을 도와주는 이유를 모르겠어.”


“흠.

솔직히 형들도 처음에 그 말은 하더라.

왜 이렇게까지 협력해 주는지 모르겠다고.

근데 결과만 놓고 볼 때 누가 차리던 결국 상황은 완전히 똑같았을 거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너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진 잘 알아.

근데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되어있지만,

밀러 형과 나.

둘이서 1:1로 서약 체결한 게 있어.

소유권과 수익권한은 밀러 형,

관리권과 매각 거부권은 내가 갖는 걸로 말이야.

아, 이건 심지어 백수형조차 모르는 거니까 너만 알고 있어줘.”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형태로 하는 지 점점 더 모르겠다.


“그러니까. 일단 요약부터 하자면, 밀러 형은 바지 사장이다?”


“나쁘게 말하면 그런 셈인 거지.”


“대체 왜?”


녀석이 날 들여다 본다.


“대체 왜 굳이 이런 복잡한 방법으로 하는 거야?”


“너 혹시 기억나?”


“······?”


“처음 너희 만났을 때.

내가 길드를 차린다고는 했지,

내가 마스터를 맡을 거란 말은 한 적이 없었던 거.

기억 나?”


그게 언젯적 얘긴데 기억이 날 리가,

아니 잠깐.

이건 또 뭔 소리야?


“난 말야 바람아.

난 겉으로 나서고 싶지가 않아.

내 편한대로 계획짜고 실천하는데에 사람들 시선이 모여버리면 그러기가 쉽지 않아.

거추장스럽거든.

내가 마스터면 사람들은 기대하고 의지하고,

또 내가 하는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며 묻고 캐고 다닐 텐데.”


이번에는 오히려 시선을 다른데 두는데,


“너도 라파스에서 느끼지 않았어?

내가 늘 꼭 깨끗한 방식만을 고수하는 건 아니라는거.”


나는 그 말을 듣고 진짜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로베아 가도에 처음 들어설 때 녀석이 했던 말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 “내 패를 미리 다 보여 줄 필요는 없으니까.”


- “나 찾을 때만 해결해 주면 됐지, 굳이 나설 필요까진 없잖아?”


그 패,

그러니까 함정으로 유인해 익사한다는 작전이 로베아 가도로 들어서는 시점에 이미 녀석의 머릿속에 있었다는,

즉. 처음부터 계획은 짠 게 맞고 의도적으로 잠자코 있음을 처음부터 스스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고 한들 그걸 전부 이스칼 탓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하다.

기댄 건 백수형,

이스칼은 단지 거기에 부응하지 않았을 뿐,

그럴 책임까지 있었던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려 했,


“길드마스터가 그런 수를 쓰고 다니면 아무래도 반발이 심하겠지. 들통도 쉽게 날 거고.”


지만 그 의도는 산산히 부서진다.


“그래서 내 앞에 있어줄 대역이 필요한 거야.”


즉, 앞으로 더 더러운 수를 쓰기 위해?

그런 수를 쓰고 들통나지 않기 위해?

심지어 무고한 자들까지 엮여 희생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그래서 자청해서 배후가 되려는 거니?’


그제서야 그 모든 의혹이 모조리 풀린다.

가도, 사람 픽픽 죽어나가는 그 긴박한 순간에서조차 계략을 주고 받았던 그 이유,

아까 밀러 형이 길드 제의하자마자 이상하리만치 넙죽 수락했다는 그 이유,

늘 미안하다면서 유인 같은 위험한 일을 항상 내게 맡기는 이유,

그리고.


‘라파스에서. 내가 있을 지도 모를 자리에 벼락을 내리 꽂은 이유.’


결국.

처음부터 백수형이 말한대로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그것이야말로 이 이스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친구의 본질인 것이다.


“전부···.”


난 이 친구가 너무 소름끼쳤다.


“계획된 거였어···?”


무서웠다.


“라파스에서 내가 탈출하지도 못했는데 벼락을 날린 것도?”


어쩜.

이런 사람이 다 있는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이런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는 건지.


“가도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처절하게 싸웠던 것도?”


이 말을 들은 이스칼은 구태여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채로 숨 한번 크게 내쉬고는 제자리로 들어간다.

순간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충동에 휩쌓였다.

넌 사람 목숨이 장난이냐고,

그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녀석이 할 대답 또한 알고 있다.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하겠지.


‘진정해. 이건 게임이야.’


그래서 나는 녀석이 한때, 그리고 앞으로도 잠정적 희생양이 될 지도 모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들어가는 걸 결국 막지 못했다.


작가의말

휴. 이걸로 챕터 끗!


다음 편인 아르테미스 공방전은 월요일 새벽 6시에 올릴 예정입니다.

아셨는 진 모르겠으나 짐 고칠 게 엄청 많음...

그것도 그렇고,

새로 일 시작해서 적응 기간없이 쥐어짜내는 것도 살짝 힘들고,

그거 싹다 감안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대신 다음 챕터(소챕터)는 #00, 0챕의 피날레입니다.

따라서 서론 없이 바로 전개부터 시작합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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