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최종보스가 말이 많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by아말하
작품등록일 :
2019.04.03 15:37
최근연재일 :
2019.10.08 19:3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27,404
추천수 :
9,698
글자수 :
189,183

작성
19.04.04 16:06
조회
14,270
추천
353
글자
7쪽

2화. 행성의 삶(1)

DUMMY

바다는 넓었어.

고요한 심해의 고독함은 아마 겪어본 이들만 알거야.


그런 인간이 어디 있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게 꼭 인간이라는 법은 없잖아.


어쨌든, 바닷속으로 들어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양 생물들의 유전 정보를 취합하는 일이었어.


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바닷물 속에 있는 산소를 분해할 수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닷속에서 지내려면 직접적인 기관이 하나 필요하겠더라고.


아가미와 염분을 조절할 수 있는 기관을 손에 넣게 된 나는 더 이상 거리낄게 없었어.

먹고, 먹고, 또 먹었지.


그렇게 정신없이 먹는 나날을 보내던 도중, 바닷속에서 내 생에 최초로 호적수라고 부를 만한 상대를 만나게 됐지.


[크라켄]


크기로 보면 당시의 내 반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지.

고작 절반 정도인데 뭐가 어마어마하냐고?

으음··· 바닷속에서 거침없이 포식을 일삼던 당시의 내 크기가 신성제국 라크나의 영토에서 1/5를 차지하는 부피였다면 이해가 될까?


어쨌든, 녀석은 강했어.

정확히는, 내가 약했지만.


애초에, 천적이라는 것이 없던 나는 몸에 그다지 무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그다지 없었어.

딱히 발톱이 날카롭지도 않았고, 이빨이 송곳 모양으로 나 있지도 않았지.

지상의 생물체를 상대할 때는 덩치를 이용해서 깔아뭉개고, 한입에 포식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딱히 무기라고 부를 만한 게 필요하지 않았지.


하지만 크라켄 녀석은 달랐어.

그래 뵈도 녀석은 내가 태어난 행성이 원시 행성일 때부터 자라나서, 각종 천적들과 맞서며 이기고, 잡아먹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아온 거였어.

나름대로 편하게 살아왔던 나와는 삶의 질이 다른 셈이었지.


어쨌든,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첫 번째 격돌은 내 패배였어.

완패까지는 아니었지만, 판정패 정도는 됐지.


하지만 내 덩치가 덩치이다 보니, 크라켄 녀석도 딱히 잡아먹기 보다는 전투 중에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어.

먹을 수도 없는데, 더 이상 나와 엮여봤자 얻을 것도 없이 손해라는 계산이었지.


결과적으로 나는 그 전투에서 큰 두려움을 알게 됐어.

내 부족함 역시도.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들었지.


‘만약 나보다 더 덩치가 큰 포식자와 만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보다 절반은 덩치가 작은 크라켄과 만나서 깨졌으니, 그 생각은 굳이 해볼 필요조차도 없었지.


나에게 부족한 것은 지금껏 없었던 천적과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였어.

발톱을 기르고, 이빨을 갈고.

모든 생물체가 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하지 않아왔던 일이었지.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어.


가장 먼저 나는 바닷속의 맨 아래 부분으로 다가갔어. 그리고는 그곳에 있는 바다 밑바닥의 암석지대를 씹어 먹기 시작했어.

더 이상 가죽과 살덩이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었지.


나는 그렇게 내 비늘을 새로이 구성하기 시작했어. 비늘 하나하나를 바위처럼 단단하게 말이야.

기존에 있던 이도 모조리 뽑아 버렸어. 그리고 새로운 송곳니를 자라게 했지.

그리고 그걸로는 모자라서 입안에 독샘을 하나 만들었어.

송곳니로 물면, 치명적인 독이 퍼지게 하기 위해서였지.


준비는 만반이었고, 남은 것은 크라켄과의 일전뿐이었어.


[크르르르륵!]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뿐이었는지, 나를 다시 마주친 크라켄은 도망치기 바쁘더라고.

지가 이겨놓고 도망치다니.

나는 처음으로 황당함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지.

그렇게 크라켄과 나의 웃기지도 않는 추격전이 시작됐어.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추격전은 인간들 사이에서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더라고.


「울음소리가 들리는 날에는, 배를 띄우지 마시오. 해신이 노한 것이니. 파도가 거친 날 역시도 배를 띄우지 마시오. 해신은 용서를 모르니. 마지막으로, 두 개의 거대한 그림자를 본다면 당장 그 마을을 떠나시오. 그 마을에는 더 이상 돌아갈 필요가 없을 테니.」


나중에 내가 이 전설을 듣고는 어찌나 웃었던지.


재미없다고?


······너 진짜 얄미운 거 알아? 내가 조금만 멀쩡했어도 한 입 깨물어 주는 건데.

어쨌든, 결국 기나긴 추격 끝에 크라켄도 포기했는지, 행성 반대편 남반구에 도착해서야 나를 향해서 달려들더라고.


남반구 바닷속의 싸늘함 때문일까?

녀석의 몸이 조금 둔하더라고.


그래서 순식간에 녀석의 다리를 물어뜯고, 그대로 씹어 삼켰지.

새로운 유전정보와 함께 녀석의 몸이 독에 점점 마비가 되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어.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지. 단숨에 달려든 나는 크라켄 녀석의 다리를 하나씩 뜯어먹었어.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던 녀석이어서인지, 확실히 녀석의 유전정보는 지금까지 내가 취합 했던 정보들과는 무엇인가 다르더라고.

그리고 한 가지 흔적을 발견했지.


<고상한 왕좌>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흔적이 바로 우주 바깥의 세상. 외(外) 우주가 행한 간섭의 증거였어.

크라켄이라는 녀석의 존재 자체가 기존의 자연의 순리에 맞지 않는 자연스럽지 못한 존재인 셈이었지.


그런데 당시의 내가 그딴 걸 알았겠어?

그냥 맛있게 먹었지.


어쨌든, 크라켄의 몸을 다 뜯어 먹은 내 몸은 이제 행성에 떠 있는 대륙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됐어.

그리고 남반구의 바다에 도착한 김에, 색다른 먹잇감이 없나 하고 꼬리를 흔들었지.


그리고 그때, 거대한 얼음덩이를 만났어.

처음 혀를 댔을 때는 그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에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입이 가더라고.

당시의 나는 어디서 아이디어가 샘솟았는지 몰라도, 얼음덩이에 크라켄의 먹물을 뿌려서 먹었어.


일종의 먹물 빙수였지.

하지만 간식일 뿐, 근본적으로 영양소와 칼로리가 제로에 가까워서인지 금방 배가 고파지더라고.

덩치가 커진 만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게 필요해진 거지.


막상 그렇게 되니까 과거의 추종자들이 그리워지더라.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고, 나는 이미 바닷속에서 적응을 해버린 상태였어.

바닷속에서 지성을 가진 생물체를 찾아보려고 했었지만, 없더라고. 아쉬운 일이었지.

그러다가, 문득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행성에 대해서 궁금해지더라.

어쩌면, 행성이라는 존재를 인지한 것도 내가 그만큼 거대해져서 인지도 몰라.


어쨌든, 당시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어.

아, 이 행성은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 가죽 위에서 자기들끼리 아웅다웅거리면, 죽어서 남은 시체가 거름이 되고. 참 편하겠다. 라고 말이야.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그러면, 내가 이 행성을 전부 다 먹어치워서 이 행성 자체가 되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 작성자
    Lv.54 제4의벽
    작성일
    19.04.04 18:58
    No. 1

    와우...요르문간드 보다 상위 버전이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3 바삭한칰힌
    작성일
    19.04.07 16:59
    No. 2

    와 독백형태 소설인데 잼나네요

    찬성: 7 | 반대: 1

  • 작성자
    Lv.45 뿌잉1뿌잉
    작성일
    19.04.27 11:19
    No. 3

    귀여운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9 n2542_sk..
    작성일
    19.04.27 12:27
    No. 4

    그러네... 요르문간드보다 상위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5 달빛야화
    작성일
    19.04.27 20:07
    No. 5

    스케일 죽이시고요. 저 괴물 이야기로만 글 써도 충분히 재밌을듯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7 프론도
    작성일
    19.04.28 00:32
    No. 6

    재밌네요 ㅋㅋ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n4371_si..
    작성일
    19.04.28 15:30
    No. 7

    와 진짜 재미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깡성
    작성일
    19.04.29 05:57
    No. 8

    “행성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국 영토의 1/5 부피”

    지구 기준으로 생각할때 아시아 대륙은 4500만 제곱킬로 이고 비교적 작은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는 750만 제곱키로 정도입니다. 작은 대륙 기준으로 봐도 약 150만 제곱킬로를 차지하는 몸의 부피라니요. 그럼 이미 인간들은 세균만해 보일정도 크기차이일듯합니다. 몸길이 기준 1/5이라도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로 횡단 너비가 약 4000km라고 하니 몸길이 약 400km,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인 마리아나 해구는 약 11000m = 11km죠. 꼬리만 담궈도 바닥에 닿겠는데요. 그 안에서 헤엄치고 다니기는 불가능해보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깡성
    작성일
    19.04.29 06:03
    No. 9

    수심 10km 정도인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싸움도 할 싸이즈이려면 아무리 크게 잡아도 몸길이 5km내외여야될거같고. 그러면 행성절반 제국 영토의 1/5 보다는 도시하나사이즈정도로 조정하심이.. 크라켄 이후 더 커지면 대륙급사이즈로 가구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5 CloneUni..
    작성일
    19.04.29 06:32
    No. 10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태원(太原)
    작성일
    19.04.30 21:50
    No. 1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누왕
    작성일
    19.05.05 19:03
    No. 12

    누가그러든? 지구라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dlgydlf
    작성일
    19.05.15 06:11
    No. 13

    지구든 아니든 육지면적이 지구에 비해 100분의 이하로 작은 행성이 아니면 묘사 자체가 말이 안되는데 ㅋㅋ 스케일 크게 하고 싶음 그에 맞게 묘사를 하던가 아님 스케일을 좀 줄이던가 해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너무궁금해
    작성일
    19.05.24 16:12
    No. 14
  • 작성자
    Lv.14 timmiy11..
    작성일
    19.05.27 23:15
    No. 15

    여기사람들웃기네 ㅋㅋㅋ 성경에도 과학적으로 말도안된다고 죽자고 달려들어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Snodgras
    작성일
    19.07.29 13:58
    No. 16

    지구 아닌데...지구에 판타지가 있었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hwjang05..
    작성일
    19.11.02 15:20
    No. 17

    어....논리가 맞긴한데...뭐지...ㅋㅋㅋㅋ 난 왜 납득을 하고있는가ㅋ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종보스가 말이 많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자유 연재 전환 안내. +14 19.05.09 3,240 0 -
44 11화. 신의 삶(1) +12 19.10.08 659 46 13쪽
43 10화. 수행자(9) +17 19.08.19 1,115 70 11쪽
42 10화. 수행자(8) +26 19.07.29 1,377 69 12쪽
41 10화. 수행자(7) +26 19.06.08 2,232 118 12쪽
40 10화. 수행자(6) +31 19.05.24 2,754 124 13쪽
39 10화. 수행자(5) +18 19.05.17 2,843 132 9쪽
38 10화. 수행자(4) +16 19.05.12 3,118 145 11쪽
37 10화. 수행자(3) +18 19.05.10 3,423 161 10쪽
36 10화. 수행자(2) +27 19.05.09 3,844 186 12쪽
35 10화. 수행자(1) +13 19.05.08 4,076 168 12쪽
34 9화. 배척자의 삶(6) +16 19.05.07 4,249 184 11쪽
33 9화. 배척자의 삶(5) +23 19.05.05 4,355 186 13쪽
32 9화. 배척자의 삶(4) +5 19.05.05 4,383 167 11쪽
31 9화. 배척자의 삶(3) +12 19.05.04 4,738 184 12쪽
30 9화. 배척자의 삶(2) +8 19.05.03 5,049 187 8쪽
29 9화. 배척자의 삶(1) +13 19.05.02 5,439 196 9쪽
28 8화. 누멘의 왕(4) +43 19.05.01 5,630 221 11쪽
27 8화. 누멘의 왕(3) +38 19.04.30 5,761 238 12쪽
26 8화. 누멘의 왕(2) +23 19.04.29 6,242 234 13쪽
25 8화. 누멘의 왕(1) +37 19.04.28 6,963 281 11쪽
24 7화. 복수자의 삶(3) +19 19.04.27 7,166 227 9쪽
23 7화. 복수자의 삶(2) +11 19.04.23 6,831 233 10쪽
22 7화. 복수자의 삶(1) +9 19.04.22 6,933 216 8쪽
21 6화. 아이작 아시모프(5) +5 19.04.20 7,024 230 8쪽
20 6화. 아이작 아시모프(4) +5 19.04.20 6,875 212 9쪽
19 6화. 아이작 아시모프(3) +3 19.04.19 7,107 208 9쪽
18 6화. 아이작 아시모프(2) +5 19.04.18 7,411 231 14쪽
17 6화. 아이작 아시모프(1) +8 19.04.16 7,808 248 8쪽
16 5화. 누멘의 삶(4) +7 19.04.15 7,674 220 8쪽
15 5화. 누멘의 삶(3) +7 19.04.13 7,682 224 10쪽
14 5화. 누멘의 삶(2) +7 19.04.12 7,750 215 9쪽
13 5화. 누멘의 삶(1) +8 19.04.11 7,972 202 8쪽
12 4화. 행성포식자의 삶(3) +10 19.04.10 8,225 240 7쪽
11 4화. 행성포식자의 삶(2) +5 19.04.09 8,225 229 8쪽
10 4화. 행성포식자의 삶(1) +7 19.04.09 8,680 242 8쪽
9 3화. 하층민(2) +11 19.04.08 9,017 230 16쪽
8 3화. 하층민(1) +15 19.04.06 13,097 289 15쪽
7 2화. 행성의 삶(3) +10 19.04.06 13,360 361 8쪽
6 2화. 행성의 삶(2) +9 19.04.05 13,658 336 7쪽
» 2화. 행성의 삶(1) +17 19.04.04 14,271 353 7쪽
4 1화. 수호신의 삶(3) +16 19.04.04 14,826 358 7쪽
3 1화. 수호신의 삶(2) +9 19.04.03 16,407 357 8쪽
2 1화. 수호신의 삶(1) +11 19.04.03 19,634 352 7쪽
1 프롤로그 +19 19.04.03 21,351 388 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by아말하'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