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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아말하
작품등록일 :
2019.04.03 15:37
최근연재일 :
2019.10.08 19:3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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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152
추천수 :
9,696
글자수 :
189,183

작성
19.04.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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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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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글자
7쪽

2화. 행성의 삶(2)

DUMMY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어.

망설임 없이 남반구의 심해 바닥을 파먹기 시작하자, 마침내 두꺼운 지반과 해양 층에 둘러 쌓여있던 행성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어.


화라도 났던 걸까?

이내 속살을 드러낸 행성은 그곳에서 용암을 토해내기 시작했어.

겁 없이 주딩이를 그곳에 박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눈과 혀를 비롯한 얼굴의 일부를 잃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멍청할 수 있나 싶어.

어쨌든, 고통 속에서 겨우 머리를 빼내니까, 용암지대가 심층수와 만나서 매캐한 가스가 타오르며 순식간에 굳은 용암으로 구멍이 막혀버리더라.


불행 중 다행인 셈이었지.


그때 알았어. 이 행성의 안쪽에는 용암으로 이뤄진 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행성 그 자체가 되기 위해서는 저것들 역시도 소화해내야만 한다는 것 또한 말이야.


어떻게 할까?

나는 어디서든 적응을 잘하는 편이었지만, 차마 용암지대만큼은 쉽사리 익숙해지지가 않더라.


우선, 작은 불부터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

하지만 바다 속에서 불을 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기에, 결국 나는 몇천 년 만에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었어.


“흐아아악!!!”


육지에 다다르자, 어느새 나에게 휩쓸렸던 인간들의 도시와 항구들이 다시 재건해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더라.


“용왕님이다. 용왕님이 노했다!”


이미 과거에 내가 가지고 있던 전설 따위는 사라졌는지, 그들은 나를 전혀 다른 존재로 알고 있더라.


그때, 가만히 보니 문득 좋은 생각이 났어.

행성을 먹어치우는 귀찮은 일 따위보다 훨씬 더 편한 일 말이야.


[들어라.]


“히이익! 용왕님이 말을 하셨다!”


[······내 분노를 피하고 싶거든, 보름달이 뜰 때마다 나에게 산 제물을 바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혹시나 또 인간 따위를 바칠까 봐 뒷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지.


“구, 구체적으로 얼 만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덩치를 보고도 견적을 못 내는 것을 보면, 인간들의 멍청함은 세월이 지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듯했어.


[내가 배가 고파지지 않을 정도로. 배가 고파지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협박을 섞어서 말했지만, 딱히 거짓말도 아니었어.

만약 예상보다 제물의 양이 적어서 배가 고파지면, 애초의 계획대로 행성을 먹어치울 셈이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지금 이 행성 위에서 살고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되겠어?


나름의 자비인 셈이었지.


그렇게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되자, 나름대로 설레는 마음으로 항구도시를 찾아가게 되었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제물 한 가득이 아니라, 군대 한 가득이더라. 역시 인간 놈들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그것도 내가 알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진 무기를 갖춘 채로 말이야.


“이 사악한 해룡! 너를 벌하겠다!”


순식간에 수십만 발의 화살들이 나를 향해서 쏟아졌어.

당연히 이미 암석화된 내 비늘에 그런 게 박힐 리가 없었지만, 화살의 크기가 내 기준에서는 워낙에 작다 보니 비늘 사이사이로 몇 개의 화살들이 박혔어.


따끔따끔하더라고.

비록 그 화살들이 내 속살에 닿지는 못했지만, 이미 가죽에 있는 감각으로도 화살에 무엇이 발려 있는지는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어.


독이었어.

이미 크라켄조차 죽인 독을 가지고 있던 나였지만, 새로운 유전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망설일 리가 없었지.


내가 가진 독은 크라켄조차도 죽일 수 있었지만, 바닷속에서 사용하려다 보니 그 점성이 무척이나 강했어. 때문에 지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거든.

반면에 새로운 독의 특성은 공기를 타고도 퍼지고, 생명체에 닿으면 순식간에 파고드는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독이었어.


나는 그 독과 내가 가지고 있던 독을 배합해서 이미 가지고 있는 독샘에서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해룡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어서 더 공격하라!”


이미 늦었어.

내 입에서 뿜어진 독 줄기가 순식간에 수만 명의 군대를 훑고 지나갔어.

그리고,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전쟁 아닌 전쟁은 끝이 났어. 싱거운 결말이었지.


“이, 이게 뭐······ 흐아아악!! 내, 내 몸이 녹는다!”

“물을 뿌려라! 독을 씻어 내!”

“내, 내 손이!”


병사들은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했고, 독이 가진 강한 전염성 때문에 어느새 산 자와 죽은 자들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지옥도가 눈앞에서 펼쳐졌어.


물론, 내 입장에서는 그저 죽은 먹이와 산 먹이들일 뿐이었지만.

식사가 끝난 후,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내려다보며 다시금 번성해 있는 인간들의 나라를 바라보았어.


‘먹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어.

아직은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어차피 추종자들을 다시 만들어낼 수 없다면, 더 이상 인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귀찮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말이야.


결국, 돌고 돌아서 당초의 목적대로 행성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어.


그리고 그 준비에 앞서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지.

옛날에 하늘이 열렸던 때를 말이야.

나는 그 장소를 다시금 되돌아갔어.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마치 꺼멓게 타오르고 남은 대지만이 남아있더라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거지만, 그 대지 자체가 가진 특이한 자기장 때문에 애초에 그곳은 잦은 낙뢰가 내리치고, 가끔은 말 그대로 신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거대한 번개 세례들이 내리치는 장소였어.


어쨌든, 당시의 나는 하늘이 열렸던 날을 떠올리면서 그때 나를 강타했던 낙뢰의 에너지를 소화 시킬 수 있다면, 용암지대 역시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1년을 바닥을 파먹으면서 그곳에서 기다리자, 어느새 그곳의 자기장을 띈 땅을 먹어치운 덕에 내 몸 자체에서 자기장을 띄기 시작하더라.


마치 전기뱀장어라도 된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 때문일까. 기다렸다는 듯이 낙뢰들이 나를 노리고 내리치기 시작하더라.


-콰아앙!!

-쾅! 쾅!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한 세 번쯤은 죽었다고 생각해.

행성이 가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덩치고 뭐고 없더라.

그냥 맞으면 휩쓸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더라고.


그래서인지, 점점 더 탐이 나더라.

처음에는 그냥 편하게 살려고 행성이 되려고 했었는데, 마치 신(神)이나 다름없는 무소불위의 힘도 막상 겪어보니까 가지고 싶어지더라고.


그렇게, 마침내 번개를 이겨낸 나는 다시금 땅을 파고들었어.

이번에야말로 행성의 내핵까지도 빨아먹기 위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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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0화. 수행자(9) +17 19.08.19 1,109 70 11쪽
42 10화. 수행자(8) +26 19.07.29 1,372 69 12쪽
41 10화. 수행자(7) +26 19.06.08 2,228 118 12쪽
40 10화. 수행자(6) +31 19.05.24 2,750 124 13쪽
39 10화. 수행자(5) +18 19.05.17 2,839 132 9쪽
38 10화. 수행자(4) +16 19.05.12 3,113 145 11쪽
37 10화. 수행자(3) +18 19.05.10 3,419 161 10쪽
36 10화. 수행자(2) +27 19.05.09 3,838 186 12쪽
35 10화. 수행자(1) +13 19.05.08 4,071 168 12쪽
34 9화. 배척자의 삶(6) +16 19.05.07 4,244 184 11쪽
33 9화. 배척자의 삶(5) +23 19.05.05 4,350 186 13쪽
32 9화. 배척자의 삶(4) +5 19.05.05 4,378 167 11쪽
31 9화. 배척자의 삶(3) +12 19.05.04 4,732 183 12쪽
30 9화. 배척자의 삶(2) +8 19.05.03 5,044 187 8쪽
29 9화. 배척자의 삶(1) +13 19.05.02 5,434 196 9쪽
28 8화. 누멘의 왕(4) +43 19.05.01 5,625 221 11쪽
27 8화. 누멘의 왕(3) +38 19.04.30 5,756 238 12쪽
26 8화. 누멘의 왕(2) +23 19.04.29 6,237 234 13쪽
25 8화. 누멘의 왕(1) +37 19.04.28 6,959 280 11쪽
24 7화. 복수자의 삶(3) +19 19.04.27 7,160 227 9쪽
23 7화. 복수자의 삶(2) +11 19.04.23 6,827 233 10쪽
22 7화. 복수자의 삶(1) +9 19.04.22 6,929 216 8쪽
21 6화. 아이작 아시모프(5) +5 19.04.20 7,020 230 8쪽
20 6화. 아이작 아시모프(4) +5 19.04.20 6,871 212 9쪽
19 6화. 아이작 아시모프(3) +3 19.04.19 7,102 208 9쪽
18 6화. 아이작 아시모프(2) +5 19.04.18 7,405 231 14쪽
17 6화. 아이작 아시모프(1) +8 19.04.16 7,803 248 8쪽
16 5화. 누멘의 삶(4) +7 19.04.15 7,669 220 8쪽
15 5화. 누멘의 삶(3) +7 19.04.13 7,677 224 10쪽
14 5화. 누멘의 삶(2) +7 19.04.12 7,745 215 9쪽
13 5화. 누멘의 삶(1) +8 19.04.11 7,967 202 8쪽
12 4화. 행성포식자의 삶(3) +10 19.04.10 8,220 240 7쪽
11 4화. 행성포식자의 삶(2) +5 19.04.09 8,219 229 8쪽
10 4화. 행성포식자의 삶(1) +7 19.04.09 8,674 242 8쪽
9 3화. 하층민(2) +11 19.04.08 9,011 230 16쪽
8 3화. 하층민(1) +15 19.04.06 13,090 289 15쪽
7 2화. 행성의 삶(3) +10 19.04.06 13,353 361 8쪽
» 2화. 행성의 삶(2) +9 19.04.05 13,651 336 7쪽
5 2화. 행성의 삶(1) +17 19.04.04 14,262 353 7쪽
4 1화. 수호신의 삶(3) +16 19.04.04 14,817 358 7쪽
3 1화. 수호신의 삶(2) +9 19.04.03 16,398 357 8쪽
2 1화. 수호신의 삶(1) +11 19.04.03 19,625 352 7쪽
1 프롤로그 +19 19.04.03 21,338 38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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