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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아말하
작품등록일 :
2019.04.03 15:37
최근연재일 :
2019.10.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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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83

작성
19.04.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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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화. 복수자의 삶(3)

DUMMY

그 이름 모를 행성에서 깨어난 당시의 내 상태는······ 그야말로 처참했어. 오죽하면 내가 미생물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당시에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조리 잃은 나는 다시 예전처럼 덩치를 불리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땅속을 헤집었어. 마치 옛날처럼 말이야.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노력한 끝에 내 덩치가 작은 곤충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때쯤이었을까. 지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다름 아닌 나를 갈가리 찢어 놨던 그 목소리들이었지.


“투락시아가 이 행성에 있었다는 게 확실해?”

“거의 확실하다. 얼마 전에 느껴진 그자의 흔적이 이 행성계 근처에서 끊겼으니까.”


처음에는 나를 쫓아서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더라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셈이었지.


“어쨌든, 당분간 이 근처에서 머물며 투락시아의 행방을 찾아봐야겠다.”

“부디 이번에는 오천 년 안에 끝나기를 바라.”

“겨우 오천 년 가지고 찡찡거리기는. 준비나 해라.”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던가.

우습게도, 내가 다행이라고 여겼던 사실 중에서도 또 불행이 있더라고.


저 말 대로 그자들이 이곳에서 천 년이고 만 년이고 머문다면, 그동안 내가 힘을 회복할 기회는커녕 몰래 숨어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야.


나로서는 그야말로 빌어먹을 상황이었지.


‘어떻게 하지?’


당시의 나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아무래도 뇌가 콩알보다도 작아서 그런지 그럴듯한 생각이 떠오르질 않더라고.


그러던 와중에 그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우선······ 적당한 신분으로 위장하지. 이곳에서 오래 지내려면 사람들의 문화나 생활방식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솔직히 말해봐. 그냥 맛집 탐방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옛날처럼 아무거나 주워 먹기 싫어서 말이야.”

“······어디까지나 정보 수집을 위해서다.”

“솔직하지 못하기는. 알았어. 나도 이슬만 먹고 살기는 질리던 참이거든.”


아무래도 저들은 모습을 숨기고 인간들 사이에서 숨어 지낼 생각인듯했어. 안 그래도 저들의 정체를 미리 파악해서 피해 다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지.


‘······아니지.’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저들이 인간들 사이에 숨어서 살아간다면, 나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야. 본의 아니게 힌트를 얻은 셈이었지.


그렇게 땅속으로 되돌아간 나는 최대한 영양분을 그러모았어. 그래, 내가 인간 정도의 크기로 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인간, 인간의 모습.’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

아무래도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잃으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유전 정보 역시도 함께 유실된 모양이었어.


결국,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인간을 삼켜야 하는 시점이 오게 된 거야.


‘그런데 어디서?’


예전의 나였다면 굳이 이런 고민까지 할 필요도 없이 당장 도시를 향해서 달려갔을 거야.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인간들 사이에 ‘녀석들’이 숨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었어.


즉, 녀석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디 숨어서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상황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인간을 잡아먹기에는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는 이야기였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어.


―사, 살려······.


내 감각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와 함께 나는 본능적으로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했어. 좀처럼 얻기 힘든 기회였거든. 마침내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기분을 느꼈어.


“으어어······.”


우연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죽어가는 소녀의 얼굴은 헬레나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어.


“끄륵······.”


하지만 나는 선택해야 했지.

좀처럼 오지 않는 진귀한 기회와 눈앞에서 죽어가는, 그것도 헬레나를 무척이나 닮은 소녀의 생명 중에서.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어.



* * *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마치 오랜 잠에서 깨우는 듯한 차원포식자의 목소리와 함께, 아이작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다시 ‘역사’ 속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원포식자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차원포식자가 덧붙였다.


[일종의 배려지. 너도 한시라도 빨리 네 ‘역사’를 바꾸고 싶을 것 아니야?]


“······배려 한번 퍽이나 고맙군.”


[뭘 또. 내가 또 한 친절하거든.]


아이작은 충동적으로 차원포식자의 저 두꺼운 낯짝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이룰 수 없는 소원임을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어디로 가려고?]


차원포식자의 물음에 아이작이 짧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그가 갈 곳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왕도.”


누멘 왕가가 지배하고 있는 이 행성의 수도이자, 그의 누이가 있는 장소.

그가 갈 곳은 그곳이었다.


[혼자서?]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충분하다.”


아이작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누멘 행성의 탄생과 관련된 수많은 전설과 그 전설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격’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강력한 ‘격’은 누멘 왕가가 가진 ‘별을 만드는 자들’과 관련된 전설이었다.


누멘 왕가는 그 전설 덕분에 행성 통치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받은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격’ 자체가 지닌 막강한 힘으로 누멘 왕가에 대적하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증명해왔었다.


그러나 아이작은 더 이상 그 전설과 격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가 다시 ‘역사’ 속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피어난 새로운 ‘격’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신화, ‘누멘 행성 탄생의 역사’]


아이작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림자 사냥꾼’에 깃들어 있는 해방자 투락시아의 업적도 굉장했지만, 차원포식자가 들려준 이야기로 인해서 탄생한 이 신화 역시도 그에 못지않다고.


하지만 아이작은 굳이 그에 대한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차원포식자의 관계는 일시적 협력관계일 뿐, 그 어떤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그래, 그 어떤 관계도 말이다.



* * *



“당분간 떠나 있을 거요.”


민초의 벗의 아지트로 돌아온 아이작은 가장 먼저 그렇게 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선포에도 불구하고 게르만은 이미 예상하였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왕도. 어차피 사람을 붙일 테니,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말해두는 거요.”

“허허. 역시 신입 하나는 잘 받았다니까.”


게르만은 껄껄 웃어 보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혼자서 거사를 진행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이작은 게르만이 저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이미 짐작했다. 게르만 역시도 조금이지만 눈치챈 것이다. 자신의 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격’이 피어났다는 것을.


“그럴 일은 없을 거요. 철저히 개인적인 용무로 가는 것이니. 그리고 설사 나 혼자서 일을 치른다고 한들, 당신에게 피해가 될 것이 있소?”


게르만이 즉답했다.


“아니, 없지. 전혀.”


그러나 그 표정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면 동의한 것으로 알고, 이만 가보겠소.”

“그래, 그래. 그러면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신입.”


아이작은 기묘하게 웃었다.

게르만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민초의 벗’의 일원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너무나도 뻔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었다.


‘설사 내가 혼자서 누멘 왕가를 쓰러뜨리더라도, 그 공을 민초의 벗의 것으로 돌릴 셈이군.’


그러나 아이작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누멘 왕가가 사라진 뒤 행성 권력 판도가 어떻게 되든지 그에게 있어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으니까.


왕도로 떠나는 여행 경비는 일전에 마르카스 토굴에서 짐꾼으로서 벌어두었던 돈으로는 역시나 부족해서 게르만에게서 일부를 융통했다. 그가 굳이 떠나는 사실을 게르만에게 말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제 출발하는 거야?]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 같은 차원포식자의 말에, 아이작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이작은 마차에 올라타며 조심스럽게 생각에 잠겼다. ‘역사’가 바뀌며, 자신이 보았던 무수한 광경들과 그것들의 정체.


그는 왕도에서 그것을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그의 누이가 어째서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는지, 자신은 어째서 죽어가고 있던 것인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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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9화. 배척자의 삶(4) +5 19.05.05 4,381 167 11쪽
31 9화. 배척자의 삶(3) +12 19.05.04 4,736 184 12쪽
30 9화. 배척자의 삶(2) +8 19.05.03 5,047 187 8쪽
29 9화. 배척자의 삶(1) +13 19.05.02 5,437 196 9쪽
28 8화. 누멘의 왕(4) +43 19.05.01 5,628 221 11쪽
27 8화. 누멘의 왕(3) +38 19.04.30 5,759 238 12쪽
26 8화. 누멘의 왕(2) +23 19.04.29 6,240 234 13쪽
25 8화. 누멘의 왕(1) +37 19.04.28 6,962 281 11쪽
» 7화. 복수자의 삶(3) +19 19.04.27 7,165 227 9쪽
23 7화. 복수자의 삶(2) +11 19.04.23 6,830 233 10쪽
22 7화. 복수자의 삶(1) +9 19.04.22 6,932 216 8쪽
21 6화. 아이작 아시모프(5) +5 19.04.20 7,023 230 8쪽
20 6화. 아이작 아시모프(4) +5 19.04.20 6,874 212 9쪽
19 6화. 아이작 아시모프(3) +3 19.04.19 7,106 208 9쪽
18 6화. 아이작 아시모프(2) +5 19.04.18 7,410 231 14쪽
17 6화. 아이작 아시모프(1) +8 19.04.16 7,807 248 8쪽
16 5화. 누멘의 삶(4) +7 19.04.15 7,673 220 8쪽
15 5화. 누멘의 삶(3) +7 19.04.13 7,681 224 10쪽
14 5화. 누멘의 삶(2) +7 19.04.12 7,749 215 9쪽
13 5화. 누멘의 삶(1) +8 19.04.11 7,971 20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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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화. 행성포식자의 삶(1) +7 19.04.09 8,678 24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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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화. 수호신의 삶(2) +9 19.04.03 16,404 357 8쪽
2 1화. 수호신의 삶(1) +11 19.04.03 19,631 35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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