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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by아말하
작품등록일 :
2019.04.03 15:37
최근연재일 :
2019.10.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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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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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수행자(4)

DUMMY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에 아이작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나 때문인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그가 했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서 바뀌어 버린 역사를 생각한다면 더욱더.


‘아니야.’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그가 바꿔온 역사를 생각해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까지는 아니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번의 그는 정말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뭐, 조금 막 나가자면 그가 수송선에 숨어 있을 당시에 먹어 치운 식량들 때문에 정체 모를 나비 효과가 일어났다고 억지로 추론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가능성이었다.


‘즉,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스승님은 그때의 스승님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아무리 십 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지금 보고 있는 스승의 모습과 그가 알고 있던 스승의 모습 사이에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었다.


‘그렇다면······ 십 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조금 전에 뿜어냈던 그 격도 그렇고, 백 년 넘게 장수생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서 저 외모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지금의 스승도 보통 인간은 아닌 게 확실하긴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백번 양보해도 바르카넨에서 손꼽히던 학원가의 전설과 전설의 장수생은 그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잠깐.’


그제야 아이작은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전설’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너는 운 좋은 줄 알아야 해. 바르카넨에서 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니까.

―네 스승?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전설이었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가끔은 정말로 인간이 맞는지 궁금하다니까. 철혈(鐵血)이라는 별명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말이라는 게 참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던가.

아이작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스승에 대한 수많은 소문이 무언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기나긴 그의 상념을 깬 차원포식자의 말에 아이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스승이 있던 자리를 눈으로 좇았으나 그녀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뭐, 됐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것 같다만.]


그러나 아이작은 가볍게 웃었다. 지금 차원포식자가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네가 알고 있을 테니.”


차원포식자의 얼이 빠졌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했을 것 같아?]


그러나 아이작의 태도는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네가 모른다면 어쩔 수 없겠군. 또다시 직접 발로 찾아다닐 수밖에.”


아이작은 알고 있었다.

차원포식자는 얼핏 보면 자신과 감각을 완전히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래, 마치 역사의 일부를 직접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너······.]


그러니 차원포식자는 결국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그것이 다른 건 몰라도 지루함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건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이곳에서 나가기만 하면, 너를 꼭 한입에 삼켜버릴 거다.]


우주를 넘어 최소 사십 개의 차원계에서 가장 흉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식자의 협박이었으나, 그 협박이 아이작에게 통할 리가 만무했다.


“그것참 고맙군. 그래서?”


대체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된 건지 싶은 아이작의 모습에 차원포식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왼쪽 사거리 쪽으로 사라졌어. 그 외에는 몰라.]


“충분하다.”


그쪽이라면 학원가 거리에서도 유명한 식당가였다. 그의 스승이 평소에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녀가 식당가로 향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여전하시군.”


아이작은 뜬금없는 부분에서 튀어나온 스승의 정취에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굳이 그 여자를 찾을 필요가 있어? 십 년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시험 하나 제대로 못 붙는 일개 장수생이라며?]


“상관없다.”


비록 그의 스승이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했으나, 스승이 가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장수생 신세일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은 그것보다.”


아이작은 말을 끊고는 발걸음을 멈춘 채로 어느 이름 모를 식당의 창문 안쪽에서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삼키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으적, 으적―.

쩝― 쩝―.


식당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그녀를 향했으나, 이내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각자 갈 길을 갔다.


“저 여자······ 맞지? 그 여자.”

“그런 것 같다. 저 음식량도 그렇고, 촌스러운 얼굴도 그렇고.”

“또 떨어졌나 보네?”

“백 년 동안 안 됐던 게 이제 와서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그것도 그러네.”

“남 얘기처럼 보지 마. 네 미래일 수도 있어.”

“차라리 죽고 말지.”


식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제멋대로 낄낄대며 그녀를 조롱거리로 삼았지만, 아이작은 애써 무시한 채로 가만히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오올~ 가만히 있는 거야? ‘감히 우리 스승님을 모욕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이런 거 안 해?]


“그럴 필요 없다.”


[이야, 그렇게 스승님, 스승님 노래를 부르더니 이럴 때는 남처럼 빠지는 거야? 누이와 비교하면 차별이 심한걸. 네 스승이 알면 무척이나 서운해하겠어.]


어떻게 된 게 툭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이 사람 신경을 안 긁는 부분이 없었으니, 애써 무시하려던 아이작으로서도 결국 참지 못하고서 입을 열었다.


“먹어치운 인간 중에서 조롱학과라도 수료한 녀석이 있었나 보지?”


차원포식자가 실소했다.


[없었을 것 같아?]


뭔들 없겠냐는 말투였다.


“······내가 말을 말지.”


아이작은 차원포식자를 말로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 일인지를 다시금 상기하며 스승이 있는 곳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내 말을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 건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뭐?]


차원포식자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은 그 순간.


파앙―.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그녀를 조롱하며 지나가던 일행 중 하나의 다리를 무엇인가가 꿰뚫고 지나갔다.


“으아악!!!”

“뭐, 뭐야? 왜 그래?”


당황한 그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아이작은 그의 다리를 부수고 지나간 것이 조금 전까지 그의 스승이 살을 발라 먹고 있던 닭 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저걸로 많이 맞았었지.’


아이작은 괜히 추억 아닌 추억을 한번 떠올리고는 그의 스승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조금 전에 자신을 조롱거리로 삼은 사람 한 명을 다리 한쪽을 잃은 불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과연 철혈이라는 호칭답게 비록 신분이나 처지는 조금 다를지라도, 그녀는 분명히 아이작이 기억하고 있는 스승이 맞았다.


“미스 류드밀라(Lyudmila).”


철혈(鐵血)의 류드밀라(Lyudmila).

훗날 그녀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음?”


난데없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난 아이작의 모습에 스승, 류드밀라의 눈에 경계심이 가득 깃들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러면서도 여전히 식사를 이어나가는 입과 손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저 식탐은 앞으로 최소 백 년이 흘러도 고쳐지지 않겠다 싶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감상에 빠졌던 아이작은 미리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현재의 그녀가 실제로 영웅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편했다.


“오랫동안 영웅이 되기를 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녀가 아직도 영웅이 되지 못한 이유는 그녀가 무능해서나 가진 격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보유한 능력과 격이 평의회나 은하 연방을 비롯한 거대 단체가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궤가 다른 능력이었을 뿐.


“설마······ 스카웃?”


그렇기에 아이작은 어설프게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기보다는 유사 고용의 형태로 그녀를 꼬드겨서 격을 쌓을 생각이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이미 겪을 대로 겪어본 지긋지긋한 제자 생활이 영 기껍지 않은 게 거진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라.

그의 스승이 늘 하던 말 중 하나였다.


“눈치가 제법 빠르시군요.”

“정말요?!”

“물론입니다.”


아이작은 웃었다.

물론, 뭣도 없는 현재의 그가 실제로 그녀에게 영웅이라는 직위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은하 연방과 평의회 등을 통해서 공식 라이센스를 획득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웅들이 공식 라이센스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신(神)을 모시는 교단의 팔라딘들은 정식 라이센스가 없더라도 교단이 내리는 격을 인정받아 사실상 영웅과 다름없는 인정과 대우를 받는다.


아이작이 미끼로 고른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수중에 땡전 한 푼도 없는 그가 옛 스승에게 봉급은 줄 수 없을지라도, 마치 진짜 신을 모시는 교단처럼 격은 내릴 수는 있었으니까.


“어······ 음. 그렇다면 실례지만 어디서 오신 분이죠?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직장을 가리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요.”


나름대로 절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아이작의 입가가 약간씩 씰룩였다.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 때문이었다.


“저는 교단에서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가 팔아먹으려는 것은 다름 아닌 신(神)이었고, 교단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신을 모시는 각 교단이 가진 세력과 의미를 생각한다면 자살하려는 것이 아니고서야 감히 신과 교단의 이름을 사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단? 어느 교단이죠?”


그 누구보다도 신과 교단의 이름을 사칭한다는 것의 무게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작의 태도는 여전히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아마 신생 교단이라서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그가 팔아먹으려는 그 신(神)은, 지금도 그의 곁에 있었으니까.


“저는 누멘 교단에서 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신(神)으로서 군림했던,

우주 최악의 존재가.


작가의말

흔한독자1님, 후원금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악의 연재주기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완결 만큼은 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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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0화. 수행자(7) +26 19.06.08 2,230 118 12쪽
40 10화. 수행자(6) +31 19.05.24 2,752 124 13쪽
39 10화. 수행자(5) +18 19.05.17 2,841 132 9쪽
» 10화. 수행자(4) +16 19.05.12 3,116 1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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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9화. 배척자의 삶(4) +5 19.05.05 4,381 1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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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화. 배척자의 삶(2) +8 19.05.03 5,047 187 8쪽
29 9화. 배척자의 삶(1) +13 19.05.02 5,437 196 9쪽
28 8화. 누멘의 왕(4) +43 19.05.01 5,628 221 11쪽
27 8화. 누멘의 왕(3) +38 19.04.30 5,759 238 12쪽
26 8화. 누멘의 왕(2) +23 19.04.29 6,240 234 13쪽
25 8화. 누멘의 왕(1) +37 19.04.28 6,962 281 11쪽
24 7화. 복수자의 삶(3) +19 19.04.27 7,164 227 9쪽
23 7화. 복수자의 삶(2) +11 19.04.23 6,830 233 10쪽
22 7화. 복수자의 삶(1) +9 19.04.22 6,932 2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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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화. 아이작 아시모프(4) +5 19.04.20 6,874 212 9쪽
19 6화. 아이작 아시모프(3) +3 19.04.19 7,106 208 9쪽
18 6화. 아이작 아시모프(2) +5 19.04.18 7,410 2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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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화. 누멘의 삶(2) +7 19.04.12 7,749 2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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