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히어로즈(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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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e88
작품등록일 :
2019.04.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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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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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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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LOH - 자각의 장. 04

DUMMY

[ 제 실수를 인정하겠습니다. 이만 진정하세요 ]


끝내 펩시맨의 간절한 호소가 이어졌다.

호소는 처음에는 세준에게 닿지 못했지만 이내 효과를 보이는듯 했다.

그에 눈물을 줄기줄기 뽑아대며 흥분해서 미친듯이 칼을 휘둘러대던 세준의 움직임이 멎어들었다.


" 헉... 헉... "


그러나 드러난 사실은 펩시맨의 바람과는 다른듯 하다.

숨을 고르는 세준의 모습을 보면 세준이 펩시맨의 호소에 마음의 앙금이 풀려서가 아님은 확실했다.

그 증거로, 지금도 세준의 눈은 불타는 안광으로 펩시맨을 쏘아보고 있었으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평균보다 작은 키를 지닌 어린 소년은 지금 이 순간 평소 운동을 등한시한 결과인 저질체력만을 한탄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갑자기 등장한 정체모를 펩시맨에게 평균적인 눈치도 존재하질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펩시맨은 당장에 멈춰선 세준의 행동만을 확인하더니 즉시 자신의 할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제 이름은 아르쿨. 혹은 아르쿨-라. 무엇이든 예비자분께서 편하신대로 불러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지금 당신께 깃든 혼란스러움을 이해합니다. 허나, 간곡히 말씀드리자면 이 모든 것은 정명한 목적아래 필히 시행되어야하는 일이었음을 고지합니다. ]



감정 한톨 느껴지질 않는 사과였다.

그랬기에 세준은 또다시 분노하여 이성을 잃을 뻔 했다.


뭐가 어쩌고 저째?


점차 잦아드는 분노로 간신히 최소한의 사고라도 이어갈수 있게된 그가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진실로 손에들린 칼을 이용해 회쳐버리고 싶지만 임계점을 넘었던 분노가 흩어지자 싸늘한 현실이 그를 기다렸다.


분풀이도 중요하지만 알수없는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것을 외면할수가 없던 것이다.

그래서 세준은 지금의 억울함과 분노를 고이 접어 가슴 한켠에 쌓아두기로 했다.

은혜는 흐르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바위에 새기는 법이니까.


[ 다행히 저를 이해해주시는군요. 그럼 계속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당신과 제가 자리한 이곳은, 아우터-월드. 임계점에 도달한 문명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곳. 이곳에서 당신의 역할은 문명의 향방을 이끌게 될 예비자입니다. ]


억지로 맞아들인 상황에 억울함이 겹쳐 잠자코 들어주기만 하려던 세준이었으나 역시 펩시맨 아르쿨의 설명은 이해의 범위를 확연히 벗어났다.

즉, 무언가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하나도 이해하질 못한 것이다.


때문에 세준은 한번 자신의 고집을 꺾기로 했다.

얘기는 들어도 말은 섞지 않고자하는 자신의 고집이 바보같은 행동이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기에.


" ... 아우터월드? 그리고 예비자? 설명이 너무 부족한것 같은데. "


[ 오오! 드디어 저에게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군요. 확실히 예비자분께서 한번 듣고서 이해하시기에는 부족할겁니다. ]


아르쿨의 태도는 종잡기 힘들었다.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무언가 무게감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세준이 분노해서 덤벼들 때에는 마치 어린 아기를 달래는 베이비 시터와 같았고 지금 그의 의문에 기뻐하는 어조에서는 확연히 밝은 감정이 전해진다.


세준은 아르쿨의 그러한 태도에 설핏 실례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 이게 그 조울증인가? '


멈칫.


어째서인지 잠깐 말을 끊었던 아르쿨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동그란 원을 그리자 놀라운 변화가 생겨났다.


쩌저저저적-


아르쿨과 세준이 서 있던 공간의 주위로 혼란스럽기 짝이없던 풍경들에 균열이 생겨났다.


[ ... 예비자분의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교보재를 사용하겠습니다. ]



동의를 구하지 않는 통보를 남기고서 아르쿨이 이번에는 손을 휘저었을때, 죽죽 생겨나던 균열이 소리없이 폭발한다.


" 아... "


그것은 세준이 단 한번도 상상해본적 없던 아름다움이었다.

부서져나가는 세상의 편린, 덮쳐오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별무리.


[ 45지구에서 거주하시는 예비자 분께도 익숙한 풍경일 것입니다. 그쪽 세상에서는 우주라고 부르죠. 하지만 임계점에 도달하여 비밀과 맞닿은 문명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됩니다. ]


아르쿨의 목소리는 오래된 동화라도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자상했다.


[ 지금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깨달은 자들이 지칭하던 '아우터월드'라는 명칭이죠. 덧붙이자면 이 아우터월드라는 명칭은 예비자분께서 알고 계시는 '우주'라는 단어의 상위 카테고리입니다. ]


" 우주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라는 말이야? "


[ 그렇습니다. ]


딱-


점차 흥미를 보이는 학생의 태도에 열정 넘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빙의한 아르쿨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일반적인, 그러니까 이제껏 세준이 접해왔던 평범한 우주처럼 보이던 주위 환경들에 다른 색들이 입혀지며 분열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우주의 구석구석마다 각각의 색채가 덧입혀지더니 종국에는 색색의 꽃들이 다양하게 피어난 화단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 아우터월드는 우주, 차원 등 갖가지 개념등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예비자란... ]



딱-


또다시 아르쿨의 손가락이 튕기더니 흡입력이 느껴진다.

아니, 흡입력이 아니었다.


지금 세준과 아르쿨이 서있는 일정반경이 아르쿨이 소개한 아우터월드라는 화단의 한 부분으로 말그대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은,


< □□□□ □□□□□ □□□ !!! >



고함과 비명이 교차하는 전장.

주변 환경은 스마트폰의 갤러리에서 각각의 사진들을 감상하듯 짧은 시간마다 휙휙 변해버린다.


돌도끼와 창을 들고 서로를 찌르는 무리들, 헐벗은채 서로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기도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부터 미래를 향해 점차 건너뛰듯이 변해간 환경들 속에 어느순간 세준의 눈이 부릅떠졌다.



거대한 강철의 거인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자세로 멈춰 서 있다.

석상처럼 움직임이 없지만 그 거대한 폭력의 현장에 담겨있는 묵직한 기세는 어린 소년을 사정없이 끌어당겨 매혹시켰다.


그러나 감상의 시간은 짧디 짧다.

이윽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 주변이 더욱 미래의 전장을 내보이자, 세준은 저도모르게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침내 감상의 시간에도 끝이 찾아왔다.


딱-


신호와 함께 정신을 차린 순간에 둘이 위치한 곳은 처음 마주친 이름모를 귀족들의 전장.


[ 이제, 변명하겠습니다. 예비자께서 오늘 경험하신 전장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래요. 당신께서도 잘알고 있는 '게임'의 데모버전이라고도 말할수 있겠군요. 계약에 앞서, 공정함을 위해 간접체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정해진 규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짐작하고 계시겠죠? 예비자분께서 계약에 동의하신 이후에 해야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싸우고, 또 싸우며, 계속 싸워나가 이기십시오. 그리하여 영웅이 되고, 전설이 되십시오.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순간, 예비자분이 속한 45지구의 운명도 승리할 것입니다. ]


" ... "



회귀한 이후로 언젠가 자신에게 감당못할 운명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항상 세준의 마음속 한구석에 숨어있었다.


내심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정신은 부질없이 이 모든게 아무 의미 없는 꿈이라고 외쳐대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다보면 회귀 이후로 새로이 만들어온 자신의 삶 또한 단말마의 순간에 경험하는 헛된 꿈이라고 여길수도 있음을.


그래서 받아들인다.

하지만 너무 거대하다.


일신의 안위와 평안만을 바라는 그를 기어코 찾아낸 운명은 너무 거칠고 폭력적이다.


아르쿨의 입가로 추정되는 곳에 음영이 생겨났다.

확실한수는 없지만 아마도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내보이는 미소일까?


[ 어려울 것 없습니다. 지금의 45지구는 아우터월드와 막 접촉한 상태. 최후의 결전은 멀고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저 당신은, 45지구를 대표하게될 무수한 이들중에서도 가장 먼저 도전할 자격을 인정받은 이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덕에... 부수적인 이득을 챙기셨지만 말입니다. ]


" 그게 무슨 말이지? "


[ 굳이 부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이 말만은 해드리고 싶군요. 계약은 자유의사에 따릅니다. 거부하시고서 부수적인 이득을 향유하며 살아가셔도 제재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의 삶이 10년 이후에도 평온할지는 모르겠군요. ]


세준이 느끼는 위기감이 고조되어갔다.

제재는 없을 거라더니, 지금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거지?


[ 아우터월드와의 접촉이 본격화되면 세상은 빠르게 변화할겁니다. 지금 '인간'들이 구축한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겠죠. 저 아르쿨라는 그 새로운 질서가 다분히 폭력적일 거라는 예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변화한 세상에서 무능력한 일반인이 낡은 질서를 통해 얻어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


새로운 야만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세준은 침음을 삼켰다.

더 설명을 듣지 않아도 머리속에서 훤히 그려진다.


가진것없이 알량한 재산만 조금 있을 뿐인 자신은 모든 것을 약탈당할 것이다.

재산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목숨까지도.


[ 자... ]


아르쿨이 세준을 향해 우아하게 손을 뻗어왔다.


[ 얼추 지금 제가 할수있는 설명은 끝났습니다. 더 듣고 싶으시다면 제 손을 잡으십시오. 그러면 저는 당신의 쥬얼스톤에 깃들어 마지막 날까지 당신과 함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충신이 되겠습니다. ]


" ... "


고요해진 전장의 한켠에서 벌어진 어느 누구도 모를 계약의 순간.


다른 의미로 그의 육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한번 죽어본 몸, 그에게 고통없는 죽음은 두려워할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빼앗는 자가 될 것인지, 빼앗기는 자가 될 것인지의 단 두가지 선택지만을 준다면 빼앗는 자를 선택할 것이다.

제정신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건 세준도 마찬가지.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더이상 아르쿨을 기다리게 만들수도 없었다.

점점 조여오는 압박감은 선택을 강요했다.



아르쿨은 티내지 않았지만 내심 초조함을 느꼈다.

운명이 점찍어준 파트너에게서 지친 기색을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처음 마주친 파트너, 세준은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어쩐지 삶에 지쳐 달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서 계약까지 무사히 이끌어냈다.

남은 것은 파트너의 선택 뿐.


최후의 순간, 파트너의 얼굴을 일별한 아르쿨은 결코 남들이 보지못할 미소를 그렸다.







꿈을 꾸는듯, 잠에서 깨어나는듯 몽롱함 속에서 부유하던 세준은 점차 의식이 깨어나며 주변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주변은 지구 어디에서도 볼수없는 몽환적인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속에 떠다디는 세준과 이름모를 인간들.


듣기로 이곳은 '전사의 안식처'.


싸우다 지친 이들이 휴식하는 곳이며 상처입은 자들의 정신을 회복하고 새로이 전장에 나설 용사들을 어루만져주는 곳.


앞으로 겪게될 싸움은 흉험할 것이며,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육신으로는 견뎌내기 힘들겠지.


하지만.


-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무리일테죠. 조바심내지 마십시오. 지금 당신께는 격의 상승을 이뤄내기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달리는 것은 충분한 경험을 쌓고 난 이후에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눈을 감고 부유하던 누군가에게 아득히 먼곳에서 뻗어나온 빛의 가시가 꽂혀든다.

금방이라도 꿰뚫어버려 선혈이 낭자한 광경을 보게될것 같은 긴장이 허무하게도 맞닿은 순간, 부유하던 인간을 투명한 공기방울이 생겨나 타원형으로 감싼다.


그렇게 조금씩 빛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인간의 모습은 삽시간에 머나먼 곳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손등에는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한 쥬얼스톤이 미약한 붉은 빛을 뿌리고 있다.


- 승리할때마다 얻게되는 포인트들이 쥬얼스톤에 적립됩니다. 포인트의 사용처는 자유. 그러나 저는 당신께서 미숙한 육체의 발달과 기초적인 무기술, 그리고 포스의 씨앗을 구입하는데 우선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세준은 여전히 펩시맨- 아르쿨이 미웠다.

그것은 아르쿨이 흉악한 운명의 본체가 아닌 그저 인도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도 남은 앙금.


그러나 아르쿨이 남긴 조언들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니 따를 생각이었다.


전력을 다해.



멀리서 새로이 생겨난 빛의 가시가 빠르게 그를 향해 뻗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빛의 가시는 정확하게 세준의 복부를 향해 꽂혀들었다.



" !!! "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는 것도 잠시, 세준은 다소 위압적인 '명령'을 들었다.


< 45지구 소속 0레벨 유저, 이세준. 투입>



이 순간,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내일 중요한 시험이다보니 급하게 써서 검토를 못했습니다.

우선 업로드하고 내일 저녁에 검토하고 수정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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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LOH - 시작은 미약하게. 02 +1 19.04.09 323 9 16쪽
6 LOH - 시작은 미약하게. 01 19.04.08 387 10 17쪽
» LOH - 자각의 장. 04 +2 19.04.05 417 12 13쪽
4 LOH - 자각의 장. 03 19.04.05 487 10 14쪽
3 LOH - 자각의 장. 02 19.04.04 622 13 15쪽
2 LOH - 자각의 장. 01 19.04.04 908 14 17쪽
1 프롤로그. 19.04.04 1,239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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