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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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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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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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 - 25

DUMMY

히드라


신이 낳은 괴물, 그 괴물과 괴물 사이에서 낳은 괴물로 전해지는 진정한 불사의 존재.


신화에 의하면 신보다 강한 영웅조차 히드라를 온전히 죽이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도움을 받아 간신히 봉인하는 게 고작이었다.


히드라의 독은 여러 신들과 영웅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며, 그가 내뿜는 불은 화산이 터지는 것과 같았다.


대지와 바다가 바뀌는 수 만년의 시간동안 히드라는 여러 차례 봉인당하고, 깨어나기를 6번이나 반복했다. 봉인된 형태는 다양했으며, 어느 때는 화산에서, 어느 때는 바다에서, 마지막 때는 바로 늪의 아래에서 ‘늪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오랜 시간 봉인당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리리스는 눈이 아파왔다. 그녀의 마심안은 늪의 왕의 눈동자를 보자마자 그 기능이 정지되어 타들어갔다.


“끄으으윽-”


리리스는 타들어가는 눈을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었지만,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쉬이이익-


검은 연기로 변한 리리스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힘겹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높이 날아오를수록 자신이 거대한 방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디까지가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를 거대한 히드라의 몸이 대지는 물론, 하늘을 뒤덮었으며 리리스는 그와 함께 떠오른 대지의 파편에 부딪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익...!”


검은 연기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리리스는 금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자신을 바라보는 늪의 왕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마주보며 이를 갈았다.


“흉측한 괴물 놈이!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어둠의 여왕이며, 악몽의 여인이다!”


리리스는 순탄하게 서큐버스 여왕의 자리까지 오른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이야 그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지만, 드래곤이나 신들에게 필적할 괴물들의 위협 속에서 리리스는 언제나 살아남았으며 그 못지않은 힘을 키워나갔다. 이렇게 쉽게 당하고만 있을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네 까짓 괴물은 수없이 상대해봤다! 어디 한번 누가 악몽의 주인인지 제대로 겨뤄보자!”


리리스는 눈을 제대로 뜨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지만, 모든 힘을 쥐어짜 앞에 보이는 늪의 왕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모든 생명체의 약점이 눈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눈을 공략한다고 늪의 왕을 어쩔 수 있을까? 그런 걱정에도 리리스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앞의 존재에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


히드라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는 리리스는 알지 못했다. 그녀 뒤에 또 다른 늪의 왕의 머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뱀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자, 입 천장과 바닥은 하늘과 대지와도 같았다.


콰과과과과-


뱀의 주둥이는 바다위의 돌고래처럼 입을 벌려 호를 그린 채 리리스가 있는 하늘을 가로질렀으며, 그대로 떠다니는 생명과 자연을 삼켜버렸다.


고작 천년의 세월조차 살지 못한 마족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제대로 반항 한번 하기도전에 몽마의 여왕이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어둠이었으며, 그 어둠이 악몽이 되어버린 것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셔큐버스의 여왕은 영원할 것 같은 시간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들을 유혹해왔으며, 그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작 인간 하나에 홀려 상상할 수 없는 괴물을 만나 스스로 진정한 악몽에 빠져드는 최후를 맞이했다.


쿠구구구구-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리리스를 삼킨 늪의 왕의 머리는 여전히 하늘을 가로지르며 또 하나의 생명인 길단에게 다가왔다.


‘제길...’


서큐버스 여왕은 그나마 하늘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지만, 길단은 떠오른 대지와 히드라의 몸에 부딪치지 않으려 애쓰는 게 고작이었다.


‘어떻게 하면..’


길단은 같은 격의 기사에게 목숨이 위협 당했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격의 기사보다 훨씬 강한 사악한 마족에게 정신을 지배당했을 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무지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못했다.


강철의 여인은 분명 절망할법한 상황에 놓여져있는 것은 분명했다.


길단은 엘더론이 자신을 왜 죽이려는 지에 대한 이유가 너무나도 하찮게 느껴졌다. 인간들끼리의 다툼은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길단은 다시 한 번 강철과 같은 의지로 불필요한 생각을 지워내고 눈앞의 위기에만 집중했다.


어쩌면 길단이 찾고자 하는 세계의 진실은 저런 괴물들과 마주쳐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남아야하며, 눈앞의 괴물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하는 사명 또한 있었다.


‘놈의 머리가 나를 집어삼키기 전까지 어떻게는 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강철의 여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가오는 거대한 뱀의 머리 콧등을 보며, 그곳을 올라타거나 최후에는 그것의 이빨이라도 붙잡을 생각이었다.


‘지금!’


콧등을 타는 것은 무리다. 길단은 거대하게 벌린 뱀의 입천장에 우뚝 솟아나있는 이빨을 바라보았다.


길단이 각오하며 뱀의 머리를 받아들이려 할 때,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세상이 기울였다. 이번에는 땅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대지와 함께 솟아오른 늪의 왕이 옆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하늘에 있던 길단도 같이 기울여졌다.


무언가에 충격을 받은 히드라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대지는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길단을 향해 또 다른 거대한 존재가 뛰어들었다. 그 존재는 히드라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이었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것일 뿐 길단은 그 거대한 존재가 자신이 찾고 있었던 영물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길단!”


길단은 자신을 부르는 에단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를 바라보자 아랑과 그를 타고 있는 에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길단은 내뻗은 에단의 손을 잡아 안전히 아랑의 등위에 올라 탈수 있었고, 그들을 태운 아랑은 다시 땅으로 가뿐히 착지했다. 그제야 길단은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감각을 다시 느꼈다.


날아오른 대지들은 큰 굉음과 함께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넘어져 머리가 꼬여버린 늪의 왕이 버둥거릴 때마다 땅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저 녀석이 히드라라고? 내가 아는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 개인데? 저건 삼두룡아니야?”


아랑의 몸통박치기에 쓰러져 있는 히드라를 바라본 에단이 의아해 하며 아랑에게 말했다. 넘어져서 뱀의 머리가 엉켜져있기는 했지만, 에단은 분명 녀석의 머리가 세 개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늪의 왕은 한 번씩 죽음을 깨우칠 때마다 머리 하나를 잃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늪의 왕은 아홉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6번의 죽음을 통해 3개의 머리만이 남은 거죠.]


늪의 왕을 잠시 넘어트리기는 했지만, 제대로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랑은 서둘러 히드라와 멀리 떨어졌다.


“도대체...”

“설명은 나중에!”


쉬이이익-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는 특유의 소리가 상당한 거리에 있는 에단과 길단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러자 아랑은 자리에 멈춰 길단과 에단을 바닥에 내려다 놓았다.


[당신들은 이곳에 있어요. 어차피 늪의 왕이 깨어난 이상 어디든 위험할 테지만.]


아랑은 잠시 에단을 바라본 후 육중한 몸을 틀어 완전히 일어난 히드라를 향해 다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어쩌지?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흠...”


길단의 말에 에단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도와준다 해도 히드라와 아랑과 같이 거대한 존재들끼리 맞붙는 상황에서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에단은 죽음을 깨우치는 자를 상대하기 위해 또 다른 죽음으로 맞서겠다는 아랑의 말이 신경 쓰였다.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에단의 말에 길단 역시 자신의 힘으로는 영물이 싸우는데 방해만 될 거라 생각하고 늪의 왕 앞으로 다가간 숲의 파수꾼의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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