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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환병 투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단조강철
작품등록일 :
2019.04.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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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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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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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해권을 장악하다

DUMMY

[상위룡 뷰라의 가사 상태 확인. 뇌파 지배 현상 제거. 수룡 17,232마리에 대한 중뇌 사고 영역으로 접근 시도. 10% 성공. 전부 장악까지 1시간 32분 소요 예상. 장악한 뇌는 즉시 병렬 컴퓨팅에 합류. 장악 예상 시간 보정. 47분 후 완전 장악.]


가벼운 두통과 현기증에 나는 잠시 사슬을 감던 손을 멈췄다. 눈앞에는 소형 트럭 정도 크기의 용 머리가 바다에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공에 빛을 비춰도 망막은 전혀 수축하지 않았다.


[네 뇌에 과부하가 걸릴만한 계산량은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조금만 참아라.]


언제나 그렇듯 내 뇌를 생체 컴퓨터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덕에 나는 만성 두통과 현기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지배한 생물의 뇌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한 뒤로는 견딜만한 수준까지 개선된 건 사실이었다.


[30% 성공. 인간에 대한 공격성 제거. 호위 알고리즘 삽입. 이제부턴 수룡들이 우리 배를 지키는 행동 원리를 갖는다.]


"좋아. 나는 머리를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봐야겠군."

나는 잘린 상급룡 뷰라의 머리를 사슬로 단단히 감았다. 배의 닻에 사용된 사슬이라 강도는 충분했지만, 길이가 짧았다.


"이봐! 거기! 밧줄을 던져라! 끌어올려야 해!"


내 외침에 선원들은 밧줄을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휴 소름 끼치게 큰 대가리로군." 선원 하나가 줄을 단단히 매면서 한마디 던지자 나이 든 선원이 재빨리 받아친다.

"눈은 마주치지 마. 마법으로 널 현혹해버릴라."

젊은 선원이 지레 겁먹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자 늙은 선원이 재밌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껄껄껄 그렇지. 용의 눈은 마주치지 않는 게 좋아!"

"이봐요! 지금 나 놀린 거죠?"

"아니야! 이 녀석 아직 살아있는 게 느껴진다고. 그렇죠? 대장?" 노선원은 내게 얼굴을 들이대며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한쪽 눈이 재빨리 감았다 떠졌다.


"어어? 나 봤어! 영감 방금 윙크했지? 지금 누굴 호구로 보고!"

"내가 언제 이놈아! 냉큼 밧줄이나 매!"

"어허 토비! 젊은 놈 놀리면 못써!"

지켜보던 다른 선원이 개입하면서 무리는 금방 또 시끌벅적해졌다. 선원들은 늘 망망대해를 마주하며 사는 민족이라 그런지 별거 아닌 주제에도 곧잘 이야기를 키우곤 했다. 가만 보면 나비카에서 뽑힌 선원들은 모두 중년 이상이었다. 드물게 20대의 청년도 한둘 있지만, 기본적으로 40대 이상의 베테랑들이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토비님은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내 물음에 그는 잠시 멈칫하며 나를 바라보더니 손사래를 쳐댔다. "말단 선원에게 말 좀 낮추세요. 사령관. 편하게 토비라고 부르슈. 아 내 나이는 올래 55세지. 선원으로선 그리 늙은 나이도 아니야."


"체력은 안부치세요?"

내가 놀라서 되묻자 그는 다시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바다에선 말이죠. 체력보단 경험을 더 쳐준다고요. 안 그러냐?" 다른 선원들이 다시 왁자지껄 떠들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양팔은 오랜 바닷일로 인해 단단한 근육과 거친 흉터로 다져져 있었다.


'아무렴 고 깐깐한 대족장이 뽑은 인재들인데 어련하려고."

다른 선원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각자 누런 이를 드러내며 떠들썩하게 웃었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특히 이빨에 찔리지 않게 조심들 하시고요. 아직 독이 있어요." 나는 그들이 편하게 작업하기 위해 다시 배로 이동했다. 선체에 헤비아머의 발을 붙이자 강력한 전자석이 단단히 붙었다 떨어지며 나는 선체를 두 발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해수에 빠졌으니 헤비아머는 완전분해 뒤 정비 부탁한다. 그간 가혹한 사용 환경에 노출되느라 방청 도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정비를 시작하겠다."

갑판에 올라서니 시스를 제외한 전원이 기립하고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들 그리 서 있어요?"

흉부 해치가 열리며 조종석에서 뛰어내린 나를 보는 대원들의 눈빛이 사뭇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왜긴요~ 상급룡 모가지 딴 분의 존안을 뵙고 싶어서죠."

바라프카의 마녀 시르케가 별안간 달려들며 외쳤다. 그녀는 내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접근한 뒤 품에 안겼다.

"대장 듣던 대로 정말 강하잖아? 루미 언니가 반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나는 이렇게 손쉽게 간격을 좁혀들어오는 그녀의 돌파력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리 방심했다고는 하나 내 품을 이리 쉽게 허용한 적은 없었다. 만약 그녀가 적이었다면? 나는 방금 것으로 필시 죽었을 것이다.


"이봐 떨어져라!"

그녀는 내 단호한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얼굴을 당돌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 매력적인 상관이랑 연애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근거리라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와 동색의 속눈썹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한없이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그 안에 송곳니를 감추고 있는듯한 그 눈빛은 흡사 고양잇과 동물을 연상케 했다.


"어서 떨어지래도!"

내 두 번째 호통에야 비로소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전투에 능한 반면 좀처럼 신뢰를 주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한 가지만 말하겠다. 이 정도 전과에 들뜨지 마라. 뷰라는 듀라크나 대륙에서 가장 약한 상급룡이었다. 그런데도 우린 오늘 선원 넷을 잃었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었고 그건 내 책임이다. 기엔에겐 동료의 시신을 수습할 시간을 주겠다. 부상자들은 선창으로 내려가 치료에 전념하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해도 좋다. 이상."


내 말에 기엔은 내게 간단히 눈인사한 뒤 서둘러 부하를 편성하여 바다에 뛰어들었다.


[50% 완료. 정보를 선별하여 다운로드한다.] 수만마리의 수룡의 뇌를 해킹하고 장악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이쯤 되니 나로서도 파악 불가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됐다. 필시 전함의 슈퍼컴퓨터에 있던 시절엔 가능할 리 없던 능력일터 이세계로 소환되는 과정에서 분명 뭔가가 일어났다. 나는 그 변화가 사뭇 두려워졌다.


혹여나 그녀가 알아챌까 봐 생각조차 꺼렸던 내 두려움의 본질은 용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별도의 인격을 가진 고성능 인공지능이 마법을 이해하고부터 타 종족인 용의 뇌를 지배하는 상황이라면 어째서 숙주인 내 몸은 그의 지배하에 두지 않는 건지. 어느 날 나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내 몸을 지배한 인공지능만 남아 계속 이세계를 지배해나간다면 어쩔 것인가? 내 안에 그것에 저항할 힘이 남어 있는 것인가? 승리를 거듭할수록 내 안의 근원적인 두려움이 점차 커지는 걸 느꼈다.


"마리아. 문득 궁금해져서 말인데."

[뭐가 말이냐?]

"네가 내 몸에 들어올 때 전함에 있던 네 알고리즘과 데이터 일부가 함께 옮겨졌다고 했었지?"

[정확히는 알고리즘과 함께 데이터베이스의 대부분의 데이터가 함께 옮겨졌지.]

"그 많은 양의 데이터가 어떻게 내 머릿속에 들어온 거지?"

[너 인간의 뇌세포가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것들의 전기적 조합으로 인간은 다양한 정보를 기억한다. 인간의 뇌는 고도로 진화한 생체 컴퓨터와 같다. 테라나 피코 바이트 단위로도 어림없을 만큼 많은 양의 데이터가 저장 가능한 하드웨어다. 나 역시 계속 파악하곤 있지만, 인간의 뇌엔 안 쓰는 영역이 아주 많다. 네 뇌의 무의식 영역에 정보를 기록하면 네 뇌의 부하도 줄이면서 네 의식에 방해가 되지 않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


"내 머리가 그토록 대단한 기억력을 가졌다니 놀랄 일이군."

[정확히는 네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무의식의 영역에 기록해둔 단순한 이진수의 조합에 불과하니 말이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고 지워버린다. 인간의 뇌란 컴퓨터와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로 동작한다. 아니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모방했으니 당연한 얘기다.]


[75% 완료 됐다. 곧 17,232마리의 수룡이 우리 전력에 편입된다. 영구적인 정신지배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 곡을 들려줘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장장 3시간이 넘는 대 연주였다. 현인 시스는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류트를 부여잡고는 힘겹게 연주를 따라가고 있었다. 초라한 나무 악기와 현은 그의 투박한 손끝에서 묻어난 피로 붉어져 있었다.


"곧 끝나니까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그는 이미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영역으로 들어서 있는 듯 했다. 온몸의 세포와 정신이 단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있는 동안 인간은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그의 경우 그것은 매우 미세한 진동음조차 재연해낼 정도로 정밀한 연부였다.


[그에겐 인간만이 갖는 묘한 고집이 있군. 곡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꾸미려 하고 있다. 아름다운 곡이란 조화로운 화성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게 화성의 조합을 제한하면 표현할 수 있는 사상에 한계가 생겨버린다. 이쯤 되면 그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란 것의 허망함을. 그는 이 전투로 한 계단 성장해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노인의 나무껍질 같이 거친 살갗은 더이상 땀조차 흘리지 않고 있었다. 어딜 쳐다보는지 모를 흐릿한 눈동자만 허공을 응시한 채 가끔 깜빡거릴 뿐이었다.


[100% 지배 완료. 연주를 중단시켜라. 나머지는 녹음된 음원을 토대로 내가 직접 제어하며 재생하겠다.]


곡을 모두 완주한 시스는 류트를 든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시르케! 그를 최우선으로 치유해라! 그는 여전히 우리 최고 전력이다."


"호흡도 맥박도 정상인데 의식이 없어요."


그의 깡마른 육신은 마치 껍데기만 남기고 내용물은 텅 빈 매미 유충의 허물처럼 보였다.


"시르케! 그를 죽게 둬선 안 돼!"


"말했잖아요. 죽은 게 아니라고요. 그는 지금 잠든 상태에요."

나는 그를 안아 올려 천막 안으로 옮겼다.

"저혈당에 탈수 증상이 조금 있지만 죽을 정돈 아니니까 호들갑 좀 떨지 마요."


"아아 그런가? 미안했다. 이후의 조치는 맡기겠다."

나는 머쓱해져서는 얼른 사과하고는 텐트를 빠져나갔다.


* * *


수습된 시체는 형태가 온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기엔은 부하 선원들과 함께 어떻게든 최대한 남은 부위를 바닷속에서 찾아내어 가져나온 거로 보였다.


"미안하군. 찾아낸 건 이것뿐이다."

그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자 내뱉더니 천막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나비카 부족민들은 망망대해에서 수룡과 맨몸으로 싸울 정도로 용맹한 남자들인 동시에 애주가이자 호색가들이었지만 동료의 죽음 앞에서만큼은 현자처럼 진중하게 굴었다. 그들은 세마포를 이용해 조각난 시신들을 수습한 뒤 나름의 방식대로 장례를 치르기 시작했다.


"저들은 어장이라고 부르는 장례 풍습이 있다. 죽은 자는 배 밑바닥에 묶어 17일간 두었다가 건져올린다. 백골만 추스려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 기간동안은 낚시도 그물도 안던지는 것이 관례다. 그러니까 당분간 이놈으로 버텨야겠군." 바투가 어느새 다가와서는 육포를 뜯으며 말했다. 그의 단단한 근육질 몸에는 어느새 붕대가 감겨 있었다.


시체들이 배 밑바닥에 매달릴 때까지 기다린 후 나는 다시 출발 명령을 내렸다. 다시 엔진이 구동하기 시작하면서 기분 나쁜 진동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극심한 공복감과 함께 피로감에 휩싸였다.


곧 식사 당번을 맡은 선원 하나가 소고기 스튜를 끓여내었다.

"냉기 마법이 걸린 신선한 고기로 만든 겁니다. 오늘은 다들 먹자고요." 사람들은 저마다 말없이 식사에 열중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스튜와 함께 독한 브랜디가 한잔씩 나왔다. 술을 한모금 마시니 몸이 따뜻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왔다. 바로 코앞에 죽음을 목도한 선원들은 술을 앞에 두고도 좀처럼 떠들썩해지지 못했다.


"노박은 단검을 기가 막히게 다뤘지." 늙은 선원 하나가 무심결에 툭 던지자 젊은 선원이 다시 그 말을 받았다. "거윈은 밧줄을 잘 다뤘지요." 기엔이 술잔을 치켜들더니 말했다. "밥은 낚시를 잘했고 코엔은 누구보다 빠르게 헤엄쳤다. 너희를 절대 잊지 않겠다." 그는 큰소리로 외치더니 한 번에 술잔을 비웠다. 독한 술기운이 지친 몸에 스며들자 곧 졸음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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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물량전 19.06.08 410 8 16쪽
45 무의 극 19.06.06 440 8 12쪽
44 문답 무용 19.06.04 458 14 13쪽
43 소환하다 19.06.01 490 10 10쪽
42 불길한 가설 +1 19.05.30 472 8 9쪽
» 제해권을 장악하다 +2 19.05.28 511 8 13쪽
40 해전 2 19.05.25 524 10 14쪽
39 해전 19.05.23 559 8 12쪽
38 다시 선창으로 19.05.21 598 11 11쪽
37 난쟁이와 요정 그리고 활 +1 19.05.16 586 11 11쪽
36 그룬할트와 지하도시 +1 19.05.13 628 13 14쪽
35 최선의 방어는 공격 +1 19.05.12 666 14 14쪽
34 대륙을 탈환하다 +1 19.05.10 664 15 12쪽
33 비밀 병기 +1 19.05.10 693 13 11쪽
32 수성전 +1 19.05.09 699 14 12쪽
31 화학전 +1 19.05.07 719 15 11쪽
30 전면전 +3 19.05.06 736 12 12쪽
29 전초전 19.05.05 795 18 12쪽
28 첩보전 +1 19.05.04 843 15 12쪽
27 짧은 휴가 +3 19.05.02 876 15 15쪽
26 업그레이드 19.05.01 94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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