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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환병 투쟁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단조강철
작품등록일 :
2019.04.06 20:31
최근연재일 :
2019.06.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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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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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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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의 극

DUMMY

복싱, 창술, 합기 유술, 팔극권, 당수. 다가오는 적을 차례차례 쓰러뜨려 나갈수록 내 몸엔 조금씩 상처가 늘어갔다.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복도엔 부서진 로봇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복부에 창상. 뇌진탕에 골절상 다수. 폐나 비장 등 내장 손상. 팔다리에 자상 다수 확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응급조치를 취하겠다. 통증 완화를 위해 엔돌핀 강제 생산. 혈액 응고 촉진. 면역력 강화를 통한 감염 방지.]


온몸에 엔돌핀이 돌면서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은 신체 강화 마법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한 두 번 더 당하면 쓰러진다.


"지치는군. 이제 몇이나 남았지?"

[다음이 마지막이다.]

"분명 무지 강한 자가 나오겠지?"

[시르케와 기엔의 뇌에도 접속하겠다. 기다리는 동안 숨을 골라라.]


내 감각이 두 사람에게 추가로 공유되자 그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기엔의 호흡법으로 심호흡을 시작했다. 그의 독특한 호흡법은 폐활량의 한계를 순식간에 높이는 한편 피와 근육 속에 많은 양의 산소를 저장할 수 있게 했다. 시르케의 빙결 마법이 부어오르는 상처를 차갑게 가라앉히는 한편 심박 수를 올려 산소를 효율적으로 신체 각지에 보내주기 시작했다. 근육의 쌓인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젖산으로 바뀌고 젖산이 다시 물과 당으로 바뀌어 빠르게 몸에 재흡수되기 시작했다.


[체내의 바한의 흐름에 집중해라. 각자의 기술의 원리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그걸 깨닫는 순간 넌 무적이 될 거다.]


나는 눈을 감고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감각이 예민해져 멀리서 다가오는 발소리마저 들려 왔다. 발소리만으로 어느 정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맨발에 체중은 68kg. 남자다. 모퉁이를 돌아 복도에 마주 선 적은 키 작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는 희끗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칼에 푸른 형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에 적힌 번호는 000.

"0호 수형자라니? 전함이 출발하기 전부터 구속된 사람이란 뜻이잖아? 그런 자가 전함에 있었나?"


[프로토타입이다. 아직 폐기되지 않았나 보군.]

"무슨 소리야? 무슨 프로토타입?"

[너희 유전자 조작 강화병들의 조상 격이다. 원래라면 전함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게 계획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전함 방위를 위해 한 번 더 써먹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되었나 보군.]


"그럼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란 뜻이잖아?"

[뇌를 전자화하는 실험을 마지막으로 살처분할 계획이었다. 반은 인간이지만 뇌에 고성능 칩이 박혀있다. 말하자면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살처분? 너 이 자식! 그게 사람에게 할 말이냐?"

[인간의 도덕을 나에게 들이대지 마라. 나는 자유의지가 없는 도구에 불과하다. 결정은 모두 너희 인간들이...]


별안간 그 노인은 들고 있던 권총을 들어 쏘기 시작했다. 순간 마리아의 뇌 조작이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을 극단적으로 상승시켰다. 나는 들고 있던 검을 최소한으로 움직여 탄환의 궤도를 바꾸었다.


키잉-


진동이 칼자루까지 전해지며 날카로운 검성이 길게 울렸다. 탄환들은 모두 도신의 측면에 비켜 맞고 양옆으로 비껴갔다. 이제 바야흐로 초인의 영역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로봇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짙은 살기가 온몸을 휘감아왔다. 그는 총과 같은 단순한 무기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곧바로 총을 버리고 돌진해왔다.


[뇌와 신체의 리미터를 한시적으로 해제하겠다. 제식 검술 검색. 시마즈 검술 채택. 다운로드 완료.] 100분의 일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내 몸에 새겨진 건 방어를 무시한 일격 필살의 고류 검술. 나는 한 손으로 검을 들어 돌진하는 적을 수직 아래로 내리쳤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양단할 정도의 위력의 내려치기였으나 닿지 않으니 무용지물이었다. 검이 허공을 가르고도 바닥에 박혔다 싶더니 순간 눈앞이 번쩍하고 몸이 붕 뜬 채로 날아가 쳐박혔다.


[정신 차려라! 자세를 잡고 가드를 올려라 병사!] 그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한발 늦게 몸에 퍼지는 둔탁한 통증에 나는 숨 한모금 비명 조각 입에서 들이고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바로 코앞을 파고든 노인의 살기 어린 눈빛과 마주쳤다. 이제 죽는다는 생각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 신경 강제 셧다운. 억지로라도 막아라.]


나는 가까스로 몸을 비틀며 그의 살인적인 펀치를 피했다.

콰득!

철판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건 맞으면 사망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백 텀블링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적은 간격을 허용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연이어 마치 물이 흐르듯 공격이 쇄도하여 힘겹게 올린 가드의 빈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억!" 복부에 허용한 정타에 숨이 멎고 몸이 굳는다. 체내의 산소가 부족해져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알고도 당한다는 게 이런 뜻일까? 그의 주먹은 분명 탄환보다 느렸지만 내 움직임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기어코 유효타를 만들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데미지가 쌓이면서 점차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터엉!


기어이 열린 가드 사이로 놈의 손바닥 타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나는 뒤로 날아가는 동시에 입과 코로 붉은 선혈을 뿜어냈다.


"방금 건 진짜 아프지? 발경이란 기술인데 어때? 대단하지?"

이제 이겼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노인은 웃으며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강제로 통증이 차단되었어도 오장육부가 뒤틀리는듯한 심각한 데미지에 의해 육체가 활동을 중단했다.


"난 일생을 무술 사범으로 살아왔지. 평생을 네가 앞서 상대했던 것 같은 전투용 드로이드들과 대련을 일삼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살아있는 인간을 상대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군." 그는 과거를 추억하는 듯 두 눈을 감았다. 그것은 앞에 둔 적에 대한 철저한 무시였다. 나는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흥분하지 말고 숨을 골라라.]


마리아의 목소리가 조용히 머리를 울렸다. 노인은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급 시민들은 나를 이용해 최강의 전투용 로봇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역설적으로 대련 상대인 내가 무의 진수에 먼저 다가가고 말았다. 너 역시 투견이지? 그런 우리가 있어야할 곳은 전장 외에 어딨겠나? 그래서 나는 오늘의 만남에 감사한다. 오늘만큼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 적이 없었거든."


순간의 변덕이었든, 승자의 만용이었든, 그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나는 30초가량의 시간을 벌었다. 그 천금 같은 시간 동안 나는 기엔의 호흡법으로 온몸에 부족해진 산소를 공급하고 시르케의 냉기 마법으로 부은 장기를 가라앉혔다.


"가만, 너는 신기하게도 회복이 빠르군. 새로운 변종인가? 마치 네가 이길 수도 있다는 듯이 발버둥을 치는구나. 나야 기쁘지만···더 맞았다간 틀림없이 넌 죽을 거다."


[아직 회복이 안 됐다. 말을 붙여서라도 시간을 끌어라. 이제부터 시스 베르길리우스의 뇌에 연결한다. 그의 무의식 속에서 방법을 찾겠다. 이 순간 진화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마리아의 주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강화병 R138629라고 한다. 네 이름은 뭐지?" 내 뜬없는 물음에 그가 멈칫하며 쳐다본다. 그의 찢어진 눈이 내 심산을 꿰뚫어 보려는 듯 부지런히 위아래로 살피더니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런 건 왜 묻나? R000324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지? 나와 남을 식별하는데 구태여 이름이나 번호가 필요한가? 관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말이야."


"원래 인간은 결투 전에 통성명하는 법이다."


킥킥킥

그는 얼굴을 잔뜩 구기며 웃음을 참는 듯 하다가 그만 못 참고 터뜨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너 이 녀석 맘에 드는데? 전함에 탑승한 강화병 중에 별종이 한 놈 있다더니 그게 네 얘기였나 보군. 그렇지! 그렇게 무수히 많은 양산품 중에 너 같은 놈도 나와줘야 재미있지. 넌 강화병치곤 이상하리만치 지능과 자의식이 함께 높았다지 아마? 이제 생각나는군. 어느 중대 소속이었지?"


그 순간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대신 칠흑같에 어두은 시스의 무의식 속을 헤메며 승리의 단서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그 끝에 내가 들은 것 혹은 들었다고 착각한 것은 분명 북소리였다.


둥둥둥둥둥-


그것은 나의 의식에 호응하듯 변화무쌍한 변주를 시작했다.


"그래 애초에 스피드와 힘 싸움으로 가선 안 됐어. 무(武)란 무엇이냐?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너는 나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는 의미를 가진다."


나는 제자리에서 통통 뛰어오르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마음속 리듬에 맞춰 스텝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한다. 그 움직임의 완급에 의해 잔상이 또렷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노인은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었다.


"호오···네가 시간을 끈다는 건 알고 있었다만 그렇게 나오는 거냐? 갑자기 기묘한 보법을 구사하는군. 그건 무(武)라기보단 오히려 춤(舞)에 가까운걸?"


막대한 데이터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마리아가 도달한 결론은 이세계에서 모든 무술의 원류는 춤이라는 것이었다. 아득히 깊은 현인의 무의식에서 건져 올린 오래된 악보. 그곳에는 고대 용사의 춤과 노래가 적혀있었다. 마음속에 울리는 가상의 북소리는 반복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리듬을 만들어내었다. 그 소리에 호응하듯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몸의 움직임이 생각의 영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다시금 쇄도하는 노인의 공격과 그에 맞선 무의식중의 접근. 무의식중의 타격. 무의식중의 회피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움직임에서 의도를 배제하니 비로소 반격의 실마리를 찾은 듯 했다.


주먹 팔꿈치 무릎, 발, 공방이 오고가며 조금씩 적중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반면 종잡을 수 없는 끊임없는 움직임에 적의 공격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흥! 잔재주다."

그의 얼굴엔 더이상 여유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에 익을만하면 박자가 바뀌는 변칙적인 춤사위에 노인은 조금씩 말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아래에서부터 턱을 향해 쭉뻗은 발차기를 가까스로 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다음 공격을 위한 포석에 불가했다.


투욱!

발차기로 풀려버린 가드의 틈새를 노리고 내 주먹이 가슴을 가격했다. 얼마후 노인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방금 건 진짜 아플 거다. 네 심장을 통째로 얼려버렸거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나무토막처럼 고꾸라졌다.


[엔돌핀 공급 중지. 다가올 통증에 대비해라.]

마리아의 두뇌 조작으로 일시적으로 미뤄왔던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두뇌는 그것을 견디는 대신 스스로 셧다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이윽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쇼크에 의한 심정지 확인. 양팔에 대한 강제 제어권 발동한다. 전격 마법으로 자가 심장마사지 실시.]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눈앞에 번쩍하고 푸른 불꽃이 튀는 듯 했다.


[전압을 올려 다시 실시한다.]

나의 양팔이 가슴에 얹어졌다. 눈앞에 익숙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안돼...'

번쩍하는 섬광이 다시금 몸을 강타한다.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식을 찾았으면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다시 일어나라. 이런 곳에서 죽게 두지 않겠다.]


그 순간 내겐 마리아의 목소리가 성녀가 아닌 악마의 속삭임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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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물량전 19.06.08 410 8 16쪽
» 무의 극 19.06.06 441 8 12쪽
44 문답 무용 19.06.04 458 14 13쪽
43 소환하다 19.06.01 490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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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해권을 장악하다 +2 19.05.28 51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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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해전 19.05.23 559 8 12쪽
38 다시 선창으로 19.05.21 598 11 11쪽
37 난쟁이와 요정 그리고 활 +1 19.05.16 586 11 11쪽
36 그룬할트와 지하도시 +1 19.05.13 628 13 14쪽
35 최선의 방어는 공격 +1 19.05.12 66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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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전초전 19.05.05 795 18 12쪽
28 첩보전 +1 19.05.04 843 15 12쪽
27 짧은 휴가 +3 19.05.02 876 15 15쪽
26 업그레이드 19.05.01 94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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